‘금 한풀이’ 오혜리 “2인자 듣고 싶지 않아요”

입력 2015.05.18 (07:48) 수정 2015.05.1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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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라는 소리, 이제 더는 듣고 싶지 않아요."

태권도 '월드 챔피언' 오혜리(27·춘천시청)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을 기분 좋게 할 수 있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오혜리가 마침내 국제대회 금메달 한풀이에 성공했다.

오혜리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의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엿새째 여자 73㎏급 결승에서 정수인(21·중국)을 5-4로 누르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녔던 '2인자',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도 뗐다.

오혜리는 전국체전에서 2010년 대학부, 2011·2012년에는 일반부 73㎏급에서 3년 연속 우승하는 등 저력을 갖춘 선수다.

하지만 국제대회와는 이상하리만치 인연이 없었다.

오픈 대회를 제외하고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국제대회에서는 2011년 경주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체급에서 딴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부진이야 누구 탓을 할 수 없겠지만 불의의 부상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오혜리는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 최종선발전을 앞두고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바람에 제 기량을 펼쳐보일 수 없었다.

2013년 멕시코 푸에블라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대표 1차 선발전을 앞두고 발복 인대가 끊어져 역시 제대로 태극마크에 도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대표선발전 준비를 잘 못했다"고 깨끗하게 인정했다.

오혜리는 4년 전 경주 세계대회 때 글라디 에팡(프랑스)과의 결승에서 2-2로 비기고 나서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한 뒤 심판 판정으로 우세패를 당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면서 "결과를 받아들였지만 한동안 자다가 일어나도 계속 생각이 났다"면서 "이번에는 그때 느낌을 갖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혜리는 전날 8강에서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를 13-4로 완파하고 4강에 올라 동메달을 확보했다. 만디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67㎏초과급 금메달리스트라 오혜리의 메달 기대도 더 커졌다.

그는 "어제 경기를 뛰고나서 회복에 주력했다"면서 "오늘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집중했다"고 말했다.

"아직 챔피언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그의 얼굴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물론 올림픽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그의 경쟁자는 여자 67㎏급에서 올림픽 2연패를 이룬 황경선(29·고양시청)이다.

오혜리는 "나는 밑바닥부터 밟아왔지만 경선 언니랑 선의의 경쟁을 해서 끝까지 살아남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더는 2인자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요새 이인종(33·서울시청), 황경선처럼 철저한 자기관리로 선수 생활을 지속하는 베테랑이 늘고 있긴 해도 오혜리 역시 여자 태권도 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그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져 '이제 나도 늙었나' 싶을 때도 있지만 아직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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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 한풀이’ 오혜리 “2인자 듣고 싶지 않아요”
    • 입력 2015-05-18 07:48:48
    • 수정2015-05-18 08:26:45
    연합뉴스
"2인자라는 소리, 이제 더는 듣고 싶지 않아요." 태권도 '월드 챔피언' 오혜리(27·춘천시청)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을 기분 좋게 할 수 있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오혜리가 마침내 국제대회 금메달 한풀이에 성공했다. 오혜리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의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엿새째 여자 73㎏급 결승에서 정수인(21·중국)을 5-4로 누르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녔던 '2인자',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도 뗐다. 오혜리는 전국체전에서 2010년 대학부, 2011·2012년에는 일반부 73㎏급에서 3년 연속 우승하는 등 저력을 갖춘 선수다. 하지만 국제대회와는 이상하리만치 인연이 없었다. 오픈 대회를 제외하고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국제대회에서는 2011년 경주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체급에서 딴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부진이야 누구 탓을 할 수 없겠지만 불의의 부상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오혜리는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 최종선발전을 앞두고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바람에 제 기량을 펼쳐보일 수 없었다. 2013년 멕시코 푸에블라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대표 1차 선발전을 앞두고 발복 인대가 끊어져 역시 제대로 태극마크에 도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대표선발전 준비를 잘 못했다"고 깨끗하게 인정했다. 오혜리는 4년 전 경주 세계대회 때 글라디 에팡(프랑스)과의 결승에서 2-2로 비기고 나서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한 뒤 심판 판정으로 우세패를 당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면서 "결과를 받아들였지만 한동안 자다가 일어나도 계속 생각이 났다"면서 "이번에는 그때 느낌을 갖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혜리는 전날 8강에서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를 13-4로 완파하고 4강에 올라 동메달을 확보했다. 만디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67㎏초과급 금메달리스트라 오혜리의 메달 기대도 더 커졌다. 그는 "어제 경기를 뛰고나서 회복에 주력했다"면서 "오늘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집중했다"고 말했다. "아직 챔피언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그의 얼굴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물론 올림픽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그의 경쟁자는 여자 67㎏급에서 올림픽 2연패를 이룬 황경선(29·고양시청)이다. 오혜리는 "나는 밑바닥부터 밟아왔지만 경선 언니랑 선의의 경쟁을 해서 끝까지 살아남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더는 2인자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요새 이인종(33·서울시청), 황경선처럼 철저한 자기관리로 선수 생활을 지속하는 베테랑이 늘고 있긴 해도 오혜리 역시 여자 태권도 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그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져 '이제 나도 늙었나' 싶을 때도 있지만 아직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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