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셰일혁명’의 끝은 대지진인가?

입력 2015.05.18 (15:00) 수정 2015.05.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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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지진은 지진의 괴멸적 위력을 전세계인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켰습니다. 지진이 무서운 건 예고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번 네팔 지진만 해도 1만명 이상이 숨진 1934년 참사 이후 81년 만에 찾아온 대재앙이었습니다. 예고가 있었다면 인명, 재산피해는 훨씬 줄었겠죠. 하지만 느닷없이 닥치는 게 지진입니다. 현대 과학기술로도 어쩔수 없나 봅니다. 재해 예측 장비가 최첨단, 고도화됐다고는 하지만 지진만은 예외입니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진을 ‘신의 분노’로 봤던 옛날 사람들이나, 현대인들이나 지진 앞에는 똑같이 한없이 미약한 존재입니다.

물론 이런 설명은 지진을 천재지변의 범주에 놓을 때라야 가능합니다. 때로 지진은 인재’일 수도 있습니다. 지진이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이 초래한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지하 핵실험이 쉬운 예입니다. 북한 핵실험을 국제사회가 문제삼을 때 지진파 관측결과를 증거로 제시합니다. 지하 핵실험시 보통 진도 4.5안팎의 지진이 발생한다고 하죠. 하지만 지하핵실험은 피해가 사실상 없습니다. 지하 밀폐 공간에서 진행되는데다 사람 사는 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실시되기 때문이죠.

■ 미국이 흔들린다



서두가 좀 길었네요. 요즘 인간이 초래한 지진 때문에 살떨리는 공포속에 사는 곳이 있습니다. 미국 중부 오클라호마주입니다. 시도 때도 없는 지진 때문입니다. 2009년 이전 진도 3.0 이상 지진이(인간이 ‘지진이다’고 느낄 수 있는 지진은 진도 3.0 이상입니다) 1년에 평균 1.5회 발생했던 게 지난해 565회, 금년엔 지난달까지 3백 차례 넘게 일어났습니다. 이대로 가면 올해는 8백번 이상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진의 강도도 점차 ‘쎄지는’ 추세입니다. 현재까지는 2011년 ‘프래이그’라는 도시에서 일어난 진도 5.7이 제일 큰 규모였습니다. 취재진이 오클라호마에 도착한 바로 전날에도 중급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거쓰리’라는 소도시였습니다. 진도는 4.5였습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두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집 전체가 부르르 떨리고, 가구들이 흔들리고, 선반 위의 책들이 넘어지고, 기르던 개와 고양이가 혼비백산하고....‘이러다가 정말 ’큰 놈‘(BIG ONE)이 오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으더군요.

그렇다면 오클라호마 지진이 왜 ‘인재'냐구요? 셰일가스 채굴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셰일가스를 캐고 난 뒤 남은 폐수때문입니다. 셰일가스 채굴방식은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로 불립니다. 땅속 수천 미터 깊이에 파묻은 채굴파이프를 통해 엄청난 수압을 사용합니다. 셰일가스를 저장한 암석을 깨려고 화학물질이 섞인 물을 쏘는 것이죠. 셰일암반이 견고할수록 더 많은 물을 쏴줘야만 합니다. 문제는 채굴하고 남은 엄청난 양의 폐수입니다. 세일업체들은 이 폐수를 따로 모았습니다. 오염된 물을 강에도, 바다에도 버릴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지하매립이었습니다. 셰일업체들은 채굴지점에서 떨어진 곳으로 폐수를 옮겨 묻었습니다. 지하 천 미터 이상 들어간 깊숙한 지점에요.



■ 지하 단층 건드리는 셰일가스 채굴

그런게 이게 문제였습니다. 물과 화학물질이 범벅인(화학물질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소금성분이라고 합니다)폐수가 땅속 깊은 곳에서 탈이 났습니다. 지하 단층을 건드린 것이죠. 멀쩡한 단층사이로 마구 스며든 폐수가 단층을 자극한 것입니다. 촘촘했던 단층 사이 압력에 변화가 발생했고 이게 쌓이고 쌓였습니다. 지하 단층은 결국 견디지를 못했습니다. 흔들리고, 충돌했습니다, 결과는 지진입니다. 지난달 미국 지질연구소는 이런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셰일가스 폐수 매립과 지진발생 사이 상관관계’라는 제목으로 말이죠.(미국내 다른 셰일생산지도 대부분 이런 폐수매립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유독 오클라호마에서만 지진발생이 잦은 건 이 지역 지하지형의 독특함 탓입니다. 이 지역 셰일암반이 워낙 견고하다보니 채굴과정에서 타지역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물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현지 학계,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지진유발의 주범으로 드러난 폐수매립을 당장 중단하고 매립시설들을 폐쇄하라는 요구였습니다. 오클라호마주에만 폐수매립시설이 3천곳이 넘습니다. 셰일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폐수매립중단은 셰일가스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집니다. 셰일 뽑고 남은 폐수를 버릴 곳이 없으니까요. 업체들은 오클라호마주 정부, 의회를 상대로 필사적인 로비를 펼친다고 전해집니다. 업체 로비가 먹혀서일까요? 주정부는 매립시설 폐쇄에 어정쩡한 입장입니다. 저희가 인터뷰한 오클라호마주 정부 관계자는 ‘각 매립시설이 위치한 곳은 석유업체가 아닌 개인소유 땅인데 지방정부가 사유재산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할수 없다’고 하더군요. 주민들은 ‘불안해서 못살겠다’는데 그에 대한 설득논리로는 무척 궁색하다고 느꼈습니다. 셰일채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은 주정부가 업체봐주기에 급급하다고 비난했습니다. 세일업체들이 주정부 재정수입에 기여하는 세금 규모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소송전을 벌일 태세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지리한 법적공방이 예고돼 있습니다. 그사이 오클라호마엔 이글을 쓰고 있는 시점기준으로 어제도, 그제도 진도 4.0 안팎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KBS와 인터뷰한 로버트 잭맨이라는 현지 지질학자는 ‘진도 7.0의 대지진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 경우 이 지역 가옥은 물론 내진설계가 안된 고층건물 등에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을 원유수출국의 반열에 오르게 한 셰일혁명이 대지진의 주범으로 기록될 날이 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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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셰일혁명’의 끝은 대지진인가?
    • 입력 2015-05-18 15:00:11
    • 수정2015-05-18 15:32:26
    취재후·사건후
네팔 대지진은 지진의 괴멸적 위력을 전세계인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켰습니다. 지진이 무서운 건 예고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번 네팔 지진만 해도 1만명 이상이 숨진 1934년 참사 이후 81년 만에 찾아온 대재앙이었습니다. 예고가 있었다면 인명, 재산피해는 훨씬 줄었겠죠. 하지만 느닷없이 닥치는 게 지진입니다. 현대 과학기술로도 어쩔수 없나 봅니다. 재해 예측 장비가 최첨단, 고도화됐다고는 하지만 지진만은 예외입니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진을 ‘신의 분노’로 봤던 옛날 사람들이나, 현대인들이나 지진 앞에는 똑같이 한없이 미약한 존재입니다.

물론 이런 설명은 지진을 천재지변의 범주에 놓을 때라야 가능합니다. 때로 지진은 인재’일 수도 있습니다. 지진이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이 초래한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지하 핵실험이 쉬운 예입니다. 북한 핵실험을 국제사회가 문제삼을 때 지진파 관측결과를 증거로 제시합니다. 지하 핵실험시 보통 진도 4.5안팎의 지진이 발생한다고 하죠. 하지만 지하핵실험은 피해가 사실상 없습니다. 지하 밀폐 공간에서 진행되는데다 사람 사는 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실시되기 때문이죠.

■ 미국이 흔들린다



서두가 좀 길었네요. 요즘 인간이 초래한 지진 때문에 살떨리는 공포속에 사는 곳이 있습니다. 미국 중부 오클라호마주입니다. 시도 때도 없는 지진 때문입니다. 2009년 이전 진도 3.0 이상 지진이(인간이 ‘지진이다’고 느낄 수 있는 지진은 진도 3.0 이상입니다) 1년에 평균 1.5회 발생했던 게 지난해 565회, 금년엔 지난달까지 3백 차례 넘게 일어났습니다. 이대로 가면 올해는 8백번 이상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진의 강도도 점차 ‘쎄지는’ 추세입니다. 현재까지는 2011년 ‘프래이그’라는 도시에서 일어난 진도 5.7이 제일 큰 규모였습니다. 취재진이 오클라호마에 도착한 바로 전날에도 중급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거쓰리’라는 소도시였습니다. 진도는 4.5였습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두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집 전체가 부르르 떨리고, 가구들이 흔들리고, 선반 위의 책들이 넘어지고, 기르던 개와 고양이가 혼비백산하고....‘이러다가 정말 ’큰 놈‘(BIG ONE)이 오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으더군요.

그렇다면 오클라호마 지진이 왜 ‘인재'냐구요? 셰일가스 채굴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셰일가스를 캐고 난 뒤 남은 폐수때문입니다. 셰일가스 채굴방식은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로 불립니다. 땅속 수천 미터 깊이에 파묻은 채굴파이프를 통해 엄청난 수압을 사용합니다. 셰일가스를 저장한 암석을 깨려고 화학물질이 섞인 물을 쏘는 것이죠. 셰일암반이 견고할수록 더 많은 물을 쏴줘야만 합니다. 문제는 채굴하고 남은 엄청난 양의 폐수입니다. 세일업체들은 이 폐수를 따로 모았습니다. 오염된 물을 강에도, 바다에도 버릴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지하매립이었습니다. 셰일업체들은 채굴지점에서 떨어진 곳으로 폐수를 옮겨 묻었습니다. 지하 천 미터 이상 들어간 깊숙한 지점에요.



■ 지하 단층 건드리는 셰일가스 채굴

그런게 이게 문제였습니다. 물과 화학물질이 범벅인(화학물질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소금성분이라고 합니다)폐수가 땅속 깊은 곳에서 탈이 났습니다. 지하 단층을 건드린 것이죠. 멀쩡한 단층사이로 마구 스며든 폐수가 단층을 자극한 것입니다. 촘촘했던 단층 사이 압력에 변화가 발생했고 이게 쌓이고 쌓였습니다. 지하 단층은 결국 견디지를 못했습니다. 흔들리고, 충돌했습니다, 결과는 지진입니다. 지난달 미국 지질연구소는 이런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셰일가스 폐수 매립과 지진발생 사이 상관관계’라는 제목으로 말이죠.(미국내 다른 셰일생산지도 대부분 이런 폐수매립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유독 오클라호마에서만 지진발생이 잦은 건 이 지역 지하지형의 독특함 탓입니다. 이 지역 셰일암반이 워낙 견고하다보니 채굴과정에서 타지역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물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현지 학계,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지진유발의 주범으로 드러난 폐수매립을 당장 중단하고 매립시설들을 폐쇄하라는 요구였습니다. 오클라호마주에만 폐수매립시설이 3천곳이 넘습니다. 셰일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폐수매립중단은 셰일가스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집니다. 셰일 뽑고 남은 폐수를 버릴 곳이 없으니까요. 업체들은 오클라호마주 정부, 의회를 상대로 필사적인 로비를 펼친다고 전해집니다. 업체 로비가 먹혀서일까요? 주정부는 매립시설 폐쇄에 어정쩡한 입장입니다. 저희가 인터뷰한 오클라호마주 정부 관계자는 ‘각 매립시설이 위치한 곳은 석유업체가 아닌 개인소유 땅인데 지방정부가 사유재산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할수 없다’고 하더군요. 주민들은 ‘불안해서 못살겠다’는데 그에 대한 설득논리로는 무척 궁색하다고 느꼈습니다. 셰일채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은 주정부가 업체봐주기에 급급하다고 비난했습니다. 세일업체들이 주정부 재정수입에 기여하는 세금 규모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소송전을 벌일 태세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지리한 법적공방이 예고돼 있습니다. 그사이 오클라호마엔 이글을 쓰고 있는 시점기준으로 어제도, 그제도 진도 4.0 안팎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KBS와 인터뷰한 로버트 잭맨이라는 현지 지질학자는 ‘진도 7.0의 대지진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 경우 이 지역 가옥은 물론 내진설계가 안된 고층건물 등에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을 원유수출국의 반열에 오르게 한 셰일혁명이 대지진의 주범으로 기록될 날이 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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