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늑대축구 조련사’ 김도훈 “난 엄격한 스승!”
입력 2015.05.18 (18:02) 연합뉴스
"형님 리더십이요? 그러고 싶지만…. 아직은 경쟁을 부추기는 엄격한 지도자의 모습이 더 필요합니다."

소위 '축빠'(축구팬을 지칭하는 은어)가 아닌 이상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야기할 때 일반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은 이천수와 케빈의 한계를 넘지 못할 듯하다. 오히려 인천을 이끄는 '초대형 스트라이커' 출신 사령탑 김도훈(45) 감독이 더 익숙할 수도 있다.

'약팀'의 한계가 불을 보듯 뻔했지만 인천은 17일 치러진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원정에서 2-1로 승리해 최근 3연승을 합쳐 7경기 연속 무패(3승4무)를 달성, 공동 5위까지 뛰어올랐다.

인천을 이끄는 김도훈 감독마저 "이대로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네요"라고 웃음을 지을 정도로 예상을 뛰어넘은 호성적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인천은 사실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인천은 지난해 K리그에서 10위에 머물렀다. 계속된 재정난에 지난해 활약했던 이석현(서울), 남준재, 박태민(이상 성남) 등이 팀을 떠났다.

사령탑 선임 과정도 매끄럽지 못해 잡음을 일으켰던 인천은 지난 1월 김도훈 감독을 힘겹게 새 사령탑으로 앉혔고, 2월에는 K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공격수 케빈을 영입하며 새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을 눈앞에 두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전사인 베테랑 공격수 설기현이 지도자로의 변신을 선택하며 돌연 은퇴를 선언하며 팀을 떠났다. 선수들과 팬 모두 당황했다.

어렵게 시작한 인천의 시즌 첫 걸음은 역시 삐걱 소리를 냈다.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에 빠지면서 순위는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지휘봉을 잡으면서 '늑대 축구'라는 슬로건을 내건 김 감독으로선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늑대 축구'란 선수 개인의 역량이 기업축구의 스타플레이들보다 뛰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늑대가 무리를 이뤄 사냥하듯이 강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끈적한 팀플레이를 통해 강팀을 잡아내겠다는 개념이다.

정작 시즌이 시작됐지만 인천은 4경기 연속 '승점 자판기' 역할만 했다.

그러나 정작 김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대부분 선수가 다른 구단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봤던 아픔이 있는 터라 절박함이 누구보다 강합니다. 경기 감각도 떨어져 있고 패배 의식도 많아 쌓여 있었습니다. 경기를 치러가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강하게 독려해주는 게 저의 역할입니다."

김도훈 감독은 K리그 무대에서 9시즌 동안 257경기를 뛰면서 114골(41도움)을 기록한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다.

'골을 넣는 게 가장 쉬었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결정력을 자랑했지만 김 감독은 현실을 직시했다.

"내가 골을 많이 넣었다고 해서 내가 맡은 팀이 골을 많이 넣는 것은 아니죠. 선수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골을 넣는 과정'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수비가 뒷받침돼야 했죠."

수비에 중심을 두고 훈련을 했지만 인천이 보여주는 축구가 '수비 축구'라고 말하기는 모호하다. 11라운드까지 11득점(10실점)을 했다.

경기당 평균 1골이지만 기업 구단과 비교해 확실한 골게터가 없다는 점을 따지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인천은 5라운드부터 내리 4경기 연속 비겼다.

상대는 난적으로 손꼽히는 FC서울(1-1), 성남FC(0-0), 울산 현대(1-1), 포항 스틸러스(1-1)였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3경기에서 득점을 맛봤다. 인천은 4경기 동안 '지지 않는 경기'보다 골을 넣는 경기에 집중했다.

'늑대축구'의 조직력이 살아난 인천은 9라운드에서 '꼴찌' 대전 시티즌을 상대로 시즌 첫 승리를 거두더니 강호 제주 유나이티드를 1-0으로 물리친 뒤 부산마저 2-1로 격침하고 3연승의 기쁨을 맛봤다.

지난 세 경기에서 인천은 중원부터 강력한 압박을 선보이며 치열한 공격 축구를 펼쳤다. 부산과의 11라운드에서는 요니치의 자책골을 합쳐 3골을 모두 인천이 넣었다.

김 감독이 구상해온 '늑대축구'가 마침내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동계훈련 때부터 연습경기를 할 때도 반드시 이기라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며 "이기는 순간을 근육이 기억해야 실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의 심리 속에 깊이 스며든 패배 의식을 걷어내고 치열한 경쟁의식을 심어줬던 게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다정다감한 '형님 리더십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김 감독은 "형님 리더십이라는 말을 듣고도 싶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스스로 프로임을 자각할 수 있도록 강하게 다그치고 있다"며 "경쟁을 강조하면서 엄하게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조금만 잘못해도 경기장에 못 나가게 한다. '축구화를 신고 있을 때는 항상 집중하라'고 소리친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항상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얘기한다"며 "스스로 맡은 책임을 수행하지 못하면 다른 선수들이 힘들어진다. 자기 욕심보다 팀을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 공격에 실패해도 곧바로 수비수를 도와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팀성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김 감독은 여전히 고민이 많다. 케빈의 무득점과 구단의 재정 악화다.

'핵심 골잡이' 케빈은 11라운드까지 득점이 없다. 11경기에서 20차례 슈팅을 시도해 그중 7개가 유효슈팅이었지만 골그물을 흔들지 못했다.

그래도 김 감독은 "케빈은 5∼6월에 득점이 많다. 이천수와의 조화도 잘 맞고 있어서 케빈을 위한 많은 전술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재정악화로 선수들의 봉급이 미지급되고 있는 사태는 걱정스럽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할 일은 하자'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안한 마음을 어쩔 수 없다. 자칫 밀린 급여 때문에 동기부여가 떨어질까도 걱정된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그러나 "조만간 구단에 대한 컨설팅 작업이 마무리되면 밀린 월급이 나올 것 같다. 시장님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들었다"며 "선수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서 목돈을 받자'고 농담하면서 다독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늑대축구 조련사’ 김도훈 “난 엄격한 스승!”
    • 입력 2015-05-18 18:02:09
    연합뉴스
"형님 리더십이요? 그러고 싶지만…. 아직은 경쟁을 부추기는 엄격한 지도자의 모습이 더 필요합니다."

소위 '축빠'(축구팬을 지칭하는 은어)가 아닌 이상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야기할 때 일반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은 이천수와 케빈의 한계를 넘지 못할 듯하다. 오히려 인천을 이끄는 '초대형 스트라이커' 출신 사령탑 김도훈(45) 감독이 더 익숙할 수도 있다.

'약팀'의 한계가 불을 보듯 뻔했지만 인천은 17일 치러진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원정에서 2-1로 승리해 최근 3연승을 합쳐 7경기 연속 무패(3승4무)를 달성, 공동 5위까지 뛰어올랐다.

인천을 이끄는 김도훈 감독마저 "이대로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네요"라고 웃음을 지을 정도로 예상을 뛰어넘은 호성적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인천은 사실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인천은 지난해 K리그에서 10위에 머물렀다. 계속된 재정난에 지난해 활약했던 이석현(서울), 남준재, 박태민(이상 성남) 등이 팀을 떠났다.

사령탑 선임 과정도 매끄럽지 못해 잡음을 일으켰던 인천은 지난 1월 김도훈 감독을 힘겹게 새 사령탑으로 앉혔고, 2월에는 K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공격수 케빈을 영입하며 새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을 눈앞에 두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전사인 베테랑 공격수 설기현이 지도자로의 변신을 선택하며 돌연 은퇴를 선언하며 팀을 떠났다. 선수들과 팬 모두 당황했다.

어렵게 시작한 인천의 시즌 첫 걸음은 역시 삐걱 소리를 냈다.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에 빠지면서 순위는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지휘봉을 잡으면서 '늑대 축구'라는 슬로건을 내건 김 감독으로선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늑대 축구'란 선수 개인의 역량이 기업축구의 스타플레이들보다 뛰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늑대가 무리를 이뤄 사냥하듯이 강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끈적한 팀플레이를 통해 강팀을 잡아내겠다는 개념이다.

정작 시즌이 시작됐지만 인천은 4경기 연속 '승점 자판기' 역할만 했다.

그러나 정작 김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대부분 선수가 다른 구단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봤던 아픔이 있는 터라 절박함이 누구보다 강합니다. 경기 감각도 떨어져 있고 패배 의식도 많아 쌓여 있었습니다. 경기를 치러가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강하게 독려해주는 게 저의 역할입니다."

김도훈 감독은 K리그 무대에서 9시즌 동안 257경기를 뛰면서 114골(41도움)을 기록한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다.

'골을 넣는 게 가장 쉬었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결정력을 자랑했지만 김 감독은 현실을 직시했다.

"내가 골을 많이 넣었다고 해서 내가 맡은 팀이 골을 많이 넣는 것은 아니죠. 선수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골을 넣는 과정'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수비가 뒷받침돼야 했죠."

수비에 중심을 두고 훈련을 했지만 인천이 보여주는 축구가 '수비 축구'라고 말하기는 모호하다. 11라운드까지 11득점(10실점)을 했다.

경기당 평균 1골이지만 기업 구단과 비교해 확실한 골게터가 없다는 점을 따지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인천은 5라운드부터 내리 4경기 연속 비겼다.

상대는 난적으로 손꼽히는 FC서울(1-1), 성남FC(0-0), 울산 현대(1-1), 포항 스틸러스(1-1)였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3경기에서 득점을 맛봤다. 인천은 4경기 동안 '지지 않는 경기'보다 골을 넣는 경기에 집중했다.

'늑대축구'의 조직력이 살아난 인천은 9라운드에서 '꼴찌' 대전 시티즌을 상대로 시즌 첫 승리를 거두더니 강호 제주 유나이티드를 1-0으로 물리친 뒤 부산마저 2-1로 격침하고 3연승의 기쁨을 맛봤다.

지난 세 경기에서 인천은 중원부터 강력한 압박을 선보이며 치열한 공격 축구를 펼쳤다. 부산과의 11라운드에서는 요니치의 자책골을 합쳐 3골을 모두 인천이 넣었다.

김 감독이 구상해온 '늑대축구'가 마침내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동계훈련 때부터 연습경기를 할 때도 반드시 이기라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며 "이기는 순간을 근육이 기억해야 실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의 심리 속에 깊이 스며든 패배 의식을 걷어내고 치열한 경쟁의식을 심어줬던 게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다정다감한 '형님 리더십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김 감독은 "형님 리더십이라는 말을 듣고도 싶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스스로 프로임을 자각할 수 있도록 강하게 다그치고 있다"며 "경쟁을 강조하면서 엄하게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조금만 잘못해도 경기장에 못 나가게 한다. '축구화를 신고 있을 때는 항상 집중하라'고 소리친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항상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얘기한다"며 "스스로 맡은 책임을 수행하지 못하면 다른 선수들이 힘들어진다. 자기 욕심보다 팀을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 공격에 실패해도 곧바로 수비수를 도와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팀성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김 감독은 여전히 고민이 많다. 케빈의 무득점과 구단의 재정 악화다.

'핵심 골잡이' 케빈은 11라운드까지 득점이 없다. 11경기에서 20차례 슈팅을 시도해 그중 7개가 유효슈팅이었지만 골그물을 흔들지 못했다.

그래도 김 감독은 "케빈은 5∼6월에 득점이 많다. 이천수와의 조화도 잘 맞고 있어서 케빈을 위한 많은 전술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재정악화로 선수들의 봉급이 미지급되고 있는 사태는 걱정스럽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할 일은 하자'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안한 마음을 어쩔 수 없다. 자칫 밀린 급여 때문에 동기부여가 떨어질까도 걱정된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그러나 "조만간 구단에 대한 컨설팅 작업이 마무리되면 밀린 월급이 나올 것 같다. 시장님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들었다"며 "선수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서 목돈을 받자'고 농담하면서 다독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