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두 살배기 사망케 한 발달 장애 10대…법원은 ‘무죄’

입력 2015.05.21 (08:32) 수정 2015.05.2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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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해 12월. 부산의 한 복지관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유아 사망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발달 장애를 앓고 있던 10대 청소년이, 두 살배기 아이를 3층에서 던져 숨지게 했던 사건입니다.

며칠 전, 이와 관련한 1심 법원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가해 학생이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건을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15일 부산지방법원.

이날 법원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형사 재판이 열렸습니다.

<인터뷰> 조민석(공보관/부산지방법원) : "발달 장애 1급의 장애인인 피고인이 만 1세의 피해자를 옥외 비상계단 난간에서 집어 던져 사망하게 하였고 그에 대하여 살인죄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두 살배기 남자아이를 계단 난간에서 내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18살 이모 군.

검찰과 변호인 사이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뤄졌고, 재판부는 고심 끝에 판결을 내렸습니다.

1심의 결론은 무죄였습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 다시 말해 이 군이 아이를 숨지게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판결을 내리게 된걸까?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2월로 가보겠습니다.

부산시 사하구에 위치한 종합 복지관.

CCTV 화면에,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걸어 다니는 한 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 21개월 된 피해 아동 정상윤 군입니다.

어머니 안 모 씨는 근처 부모 대기실에서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이때, 체구가 좋은 한 남학생이 복도로 나오더니 정 군의 손을 잡습니다.

18살 이모 군입니다.

잠시 정군을 안아 들기도 하면서 관심을 보이는 이 군.

순간 방향을 틀더니 정 군을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인터뷰> 안 OO(숨진 정군 어머니/지난 1월) : "난간으로 이렇게 데리고 내려가는 줄 알았어요. 제 아들은 작은 애니까 2살이고 걸음마 조금하고 큰 애는 덩치가 100kg 넘게 보이는 아이니까"

이 군이 향한 곳은 복도 끝 문밖에 있는 비상계단이었습니다.

놀란 정군의 어머니가 황급히 그 뒤를 쫓아간 상황.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인터뷰> 안 OO(숨진 정군 어머니/지난 1월) : "저는 생각도 못 했어요. 던져 버린 상황에서 제가 제 아기를 봤어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아들을 데려간 이 군이 계단 난간에서, 10m 아래 바닥으로 아이를 떨어뜨려 버린 겁니다.

<인터뷰> 안 OO(숨진 정군 어머니/지난 1월) : "(아이가) 떨어져서 이렇게 있는데 저는 그때부터 소리를 지르고 쟤가 제 아이를 던졌다고 하니까……."

정 군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가해자인 이 군은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된 걸까?

수사 과정에서 알려진 사실은 이 군이 중증의 발달장애를 앓고 있었다는 겁니다.

인지 기능의 장애 등으로, 지난 2004년 발달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군 측은 이 군이 자신의 한 일은 물론, 재판을 왜 받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가해 학생 어머니(음성변조) : "(아드님이 당시에 상윤이를 던진 걸 기억하고 있나요?)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냥 단순하게 벌 받고 있다가 나온 걸로 그렇게 알고 있어요. 제가 그 아기를 다치게 해서 아프게 해서 아이가 병원에 갔기 때문에 그래서 OO가 지금 벌 받고 있다고 설명해 줬거든요."

검찰은 이런 이 군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하고, 치료 감호와 위치추적 장치 부착 명령도 함께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군이 발달 장애로 인해 스스로 판단이나 의사 결정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며,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한 겁니다.

<인터뷰> 조민석(공보관/부산지방법원) : "(전문의 등은) 피고인이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없어 심실 상실의 상태에 있다는 의학적인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모두 종합하여 피고인이 심신 상실자로써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무죄를 선고한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치료 감호와 위치추적 요청도 모두 기각했습니다.

<인터뷰> 조민석(공보관/부산지방법원) : "이전에 피고인이 사람에 대하여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 적이 전혀 없었고 법무부 치료 감호소의 정신 의사도 피고인에게 치료 감호를 받게 할 경우에 행동 장애가 더 악화되기 때문에 치료 감호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학적인 의견을 제시하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계환(변호사) : "우리나라 법원은 사실 심신상실 인정에 있어서는 굉장히 엄격해요.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무죄는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사리 분별 능력이 없거나 해서 그런 심신상실 상태에서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거고요."

하지만 피해자 측은 이런 법원의 판단을 절대 수긍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안 OO(숨진 정군 어머니) : "무죄가 됐단 말은 죄가 없다는 말이잖아요. 정신이 있든 없든 분명히 의도를 가지고 살해를 저지른 것 맞거든요. 그런데 단지 (장애라는) 이유로 무죄가 됐다는 것은 저는 도무지 이 사회를 인정할 수도 없고 이 판결을 인정할 수가 없어요."

여기에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보호 감호 청구마저 기각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는데요.

<인터뷰> 김계환(변호사) : "지금 치료 감호 부분에 좀 주목할 필요가 있거든요. 재범의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고 그런 우려가 배제되지 않는 상태라면 보호관찰제도와 유사하게 관리 감독을 국가나 사회에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좀 도입을 하면 그나마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법원의 판결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사건에 관련된 서명과 또 의견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논란은 더 확산되고 있는 상황.

검찰은 이 군이 당시 심신상실의 상태에 이르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인터뷰> 안 OO(숨진 정군 어머니) : "왜 뭐 때문에 그 애만 특혜를 주고 그 애 인권만 살려주느냐고요. 왜 상윤이 인권은 왜 없어요? 비참하게 죽은 상윤이 인권은 어디 간 거예요? 그거 무죄라 하면 끝인 거예요?"

안타까운 두 살배기 아동 사망 사건에 대한 판단은 이제 항소심에서 다시 한 번 가려지게 될 전망입니다.

한편,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물론, 피해자 정 군의 어머니도 이 문제가 다른 발달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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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두 살배기 사망케 한 발달 장애 10대…법원은 ‘무죄’
    • 입력 2015-05-21 08:34:54
    • 수정2015-05-21 09: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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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해 12월. 부산의 한 복지관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유아 사망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발달 장애를 앓고 있던 10대 청소년이, 두 살배기 아이를 3층에서 던져 숨지게 했던 사건입니다.

며칠 전, 이와 관련한 1심 법원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가해 학생이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건을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15일 부산지방법원.

이날 법원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형사 재판이 열렸습니다.

<인터뷰> 조민석(공보관/부산지방법원) : "발달 장애 1급의 장애인인 피고인이 만 1세의 피해자를 옥외 비상계단 난간에서 집어 던져 사망하게 하였고 그에 대하여 살인죄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두 살배기 남자아이를 계단 난간에서 내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18살 이모 군.

검찰과 변호인 사이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뤄졌고, 재판부는 고심 끝에 판결을 내렸습니다.

1심의 결론은 무죄였습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 다시 말해 이 군이 아이를 숨지게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판결을 내리게 된걸까?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2월로 가보겠습니다.

부산시 사하구에 위치한 종합 복지관.

CCTV 화면에,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걸어 다니는 한 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 21개월 된 피해 아동 정상윤 군입니다.

어머니 안 모 씨는 근처 부모 대기실에서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이때, 체구가 좋은 한 남학생이 복도로 나오더니 정 군의 손을 잡습니다.

18살 이모 군입니다.

잠시 정군을 안아 들기도 하면서 관심을 보이는 이 군.

순간 방향을 틀더니 정 군을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인터뷰> 안 OO(숨진 정군 어머니/지난 1월) : "난간으로 이렇게 데리고 내려가는 줄 알았어요. 제 아들은 작은 애니까 2살이고 걸음마 조금하고 큰 애는 덩치가 100kg 넘게 보이는 아이니까"

이 군이 향한 곳은 복도 끝 문밖에 있는 비상계단이었습니다.

놀란 정군의 어머니가 황급히 그 뒤를 쫓아간 상황.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인터뷰> 안 OO(숨진 정군 어머니/지난 1월) : "저는 생각도 못 했어요. 던져 버린 상황에서 제가 제 아기를 봤어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아들을 데려간 이 군이 계단 난간에서, 10m 아래 바닥으로 아이를 떨어뜨려 버린 겁니다.

<인터뷰> 안 OO(숨진 정군 어머니/지난 1월) : "(아이가) 떨어져서 이렇게 있는데 저는 그때부터 소리를 지르고 쟤가 제 아이를 던졌다고 하니까……."

정 군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가해자인 이 군은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된 걸까?

수사 과정에서 알려진 사실은 이 군이 중증의 발달장애를 앓고 있었다는 겁니다.

인지 기능의 장애 등으로, 지난 2004년 발달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군 측은 이 군이 자신의 한 일은 물론, 재판을 왜 받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가해 학생 어머니(음성변조) : "(아드님이 당시에 상윤이를 던진 걸 기억하고 있나요?)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냥 단순하게 벌 받고 있다가 나온 걸로 그렇게 알고 있어요. 제가 그 아기를 다치게 해서 아프게 해서 아이가 병원에 갔기 때문에 그래서 OO가 지금 벌 받고 있다고 설명해 줬거든요."

검찰은 이런 이 군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하고, 치료 감호와 위치추적 장치 부착 명령도 함께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군이 발달 장애로 인해 스스로 판단이나 의사 결정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며,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한 겁니다.

<인터뷰> 조민석(공보관/부산지방법원) : "(전문의 등은) 피고인이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없어 심실 상실의 상태에 있다는 의학적인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모두 종합하여 피고인이 심신 상실자로써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무죄를 선고한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치료 감호와 위치추적 요청도 모두 기각했습니다.

<인터뷰> 조민석(공보관/부산지방법원) : "이전에 피고인이 사람에 대하여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 적이 전혀 없었고 법무부 치료 감호소의 정신 의사도 피고인에게 치료 감호를 받게 할 경우에 행동 장애가 더 악화되기 때문에 치료 감호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학적인 의견을 제시하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계환(변호사) : "우리나라 법원은 사실 심신상실 인정에 있어서는 굉장히 엄격해요.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무죄는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사리 분별 능력이 없거나 해서 그런 심신상실 상태에서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거고요."

하지만 피해자 측은 이런 법원의 판단을 절대 수긍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안 OO(숨진 정군 어머니) : "무죄가 됐단 말은 죄가 없다는 말이잖아요. 정신이 있든 없든 분명히 의도를 가지고 살해를 저지른 것 맞거든요. 그런데 단지 (장애라는) 이유로 무죄가 됐다는 것은 저는 도무지 이 사회를 인정할 수도 없고 이 판결을 인정할 수가 없어요."

여기에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보호 감호 청구마저 기각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는데요.

<인터뷰> 김계환(변호사) : "지금 치료 감호 부분에 좀 주목할 필요가 있거든요. 재범의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고 그런 우려가 배제되지 않는 상태라면 보호관찰제도와 유사하게 관리 감독을 국가나 사회에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좀 도입을 하면 그나마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법원의 판결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사건에 관련된 서명과 또 의견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논란은 더 확산되고 있는 상황.

검찰은 이 군이 당시 심신상실의 상태에 이르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인터뷰> 안 OO(숨진 정군 어머니) : "왜 뭐 때문에 그 애만 특혜를 주고 그 애 인권만 살려주느냐고요. 왜 상윤이 인권은 왜 없어요? 비참하게 죽은 상윤이 인권은 어디 간 거예요? 그거 무죄라 하면 끝인 거예요?"

안타까운 두 살배기 아동 사망 사건에 대한 판단은 이제 항소심에서 다시 한 번 가려지게 될 전망입니다.

한편,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물론, 피해자 정 군의 어머니도 이 문제가 다른 발달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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