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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곤하다” 조종사의 고백
입력 2015.05.24 (23:33) 수정 2015.05.26 (11:50)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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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항공기 조종사 : "이게 좀 피곤한 상태에서 보면 (활주로가) 좀 이상하게 보여요. 일루전(신기루) 이런 것처럼.."

<녹취> 항공기 조종사 : "네 번째 다섯 번째 착륙이 되다보면 피로해지고.. 착륙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의식을 잃는 경우가 있거든요."

<녹취> 항공기 조종사 : "바퀴 내릴 때 그 때 기장님께서 깨셨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바퀴 내리는 소리 듣고.."

<인터뷰> 이기일(항공안전정책연구소 소장) : "NTSB의 사고 조사 결과에 명확하게 조종사의 피로도가 조종사의 판단을 하는 그 성능 부분 퍼포먼스 저하를 가져왔다고 명시가 되어있고요."

<오프닝>

전세계 항공기 사고 4건 가운데 3건은 조종사의 인적 오류가 원인인 것으로 보고됩니다.

하지만, 하인리히의 도미노 이론으로 보면 사고의 원인은 조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사고가 났습니다.

사고의 뒤에는 '불완전한 행동'과 '환경'이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개인적 결함'이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사회적 환경'이 나옵니다.

'실수'의 이면에는 보다 복잡한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는 겁니다.

지난 달 히로시마에서 아시아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등 몇 년사이 항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직접 항공기를 모는 조종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4일 일본 히로시마 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항공 162편 항공기가 6미터 높이의 계기착륙장치와 부딪쳤습니다.

왼쪽 날개와 엔진이 파손된 항공기는 거칠게 착륙한 뒤 3백여 미터를 가다가 멈춰섰습니다.

이 사고로 승객 20여 명이 다쳤습니다.

<인터뷰> 사고 항공기 탑승객(지난달) : "모두 비명을 질렀습니다 겁이 났습니다, 제가 보기엔 충격이 두 번 있었습니다."

2년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도 사고가 있었습니다.

아시아나 214편의 착륙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다쳤습니다.

1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NTSB,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사고의 원인이 고도를 잘못 판단한 '조종사의 과실'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크리스토퍼 하트(NTSB 위원장 대행(지난해 6월) : "항공기 운항의 최종 책임이 조종사에 있느냐'는 질문이시죠? 답변은 그렇습니다."

지난 10년간 일어난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는 모두 8건.

<인터뷰> 이기일(항공안전정책연구소 소장) : "국토부의 기준으로 볼 때 사고로 분류되는 그런 사고율이 (아시아나가) 타항공사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편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나의 항공기 사고 8건 가운데 착륙 사고가 6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최종 조사 결과 조종사의 과실로 결론난 사고는 4건이고, 중간 조사 결과 2건이 조종사 과실로 잠정 결론났습니다.

왜 조종사의 과실로 인한 착륙 사고가 이어지는 것일까?

3백 여페이지에 달하는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 조사 보고서를 검토해 봤습니다.

조종사의 실수를 유발한 기여 요인 가운데 하나로 조종사의 업무수행 능력을 저하시킨 '피로도'가 언급돼 있습니다.

이 조사보고서는 조종사의 피로도를 언급한 근거로, 계기판에 자신이 설정한 내용을 1분도 안 돼 잊어버린 점, 대기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이기일(항공안전정책연구소 소장) : "설령 조종사의 실수로 실수로 그 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 실수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좀 더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NTSB의 사고 조사 결과에 명확하게 조종사의 피로도가 조종사의 판단을 하는 그 성능 부분 퍼포먼스 저하를 가져왔다고 명시가 되어있고요."

일선에서 뛰고 있는 일부 아시아나 항공기 조종사들을 만나봤습니다.

피로 누적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아시아나항공 A 기장 : "보통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저지선 상에서 땅이 저희 몸으로 다가오는 속도가 저희가 인지하는 반응속도가 늦어서 하드렌딩이라고 얘기하는데 쾅 찍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그것도 일정 부분 피로도가 기여하는 거죠.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고. 심하면 비행기가 동체가 부러진다고 해야 되나요."

심지어 수동으로 착륙하면서 조종사가 졸기도 한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아시아나항공 B 기장 : "너무 졸려서 렌딩기어 다운 이럴 때 졸다가 '렌딩기어 다운' 이럴 때 정신 차리고 일어나서 기어 다운할 때도 있고 그런 적도 있으니까요. 그렇죠. 관제교에서 저를 부를 때 한 번에 대답 못하고 여러 번 불러서 대답한 적도 있고. 너무 피로해서 그 중요한 어프로치 다운에서도 피곤해서 졸면서 깜박깜박하면서.. 그 때 갑자기 왜 내가 여기 있지 그런 생각도 하게 되고."

조종사들이 피곤한 상태에서 운항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항공법에서는 24시간 동안 조종사 1명이 조종간을 잡는 비행시간을 최대 8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 아시아나 항공기 조종사의 지난달 비행 일정푭니다.

24시간 안에 국제선 2차례와 국내선 4차례 등 6차례에 걸쳐 8시간 45분을 비행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 측은 이 조종사가 8시간을 초과해서 운항 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었다는 이유에섭니다.

실제로 국토부의 운항기술 기준에 따르면 조종사의 운항시간을 계산할 때 연속되는 24시간의 중간에 8시간 이상 휴식 시간이 들어가면 새로운 24시간이 시작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쉴 때마다 '24시간'이 새로 설정돼 항공사가 조종사의 운행 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매번 '리셋'되는 24시간 개념은 상위법인 항공법에 위배된다는 민간항공사협회와 국회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 역시 해당 조항의 개정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법제처는 올해 2월 국토부의 운항기술기준이 잘못됐다는 새로운 유권해석을 내놨습니다.

<녹취> 양지호(사무관/법제처) : "경제법령해석과 휴식시간에 다른 예외가 인정되지 않고 비행근무시간 초과근무는 위법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의 국제표준 및 권고기준에서도 운항승무원의 피로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는데 우리 항공법을 해석할 때에도 이런 국제규정도 고려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대해 아시아나항공은 개선책을 찾고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노은상(아시아나항공 운항담당 상무) : "저희 회사는 연속 24시간 규정 변경에 따른 항공법 개정을 앞두고 이를 준수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시스템을 보완 중에 있습니다."

조종사들은 조종 시간도 문제지만 연속 이착륙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주장합니다.

일선 조종사들이 24시간 내에 안정적으로 이착륙 할 수 있는 횟수는 4회 안팎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현직 항공기 조종사(음성변조) : "1시간 반 전에 출근해서 비행기 1시간 타고 중간에 30분하고 이렇게 계속 일을 한다고 치면 거의 8시간 쉬지 않고 근무하는 환경이 되요. 왕복 2회 하게 되면 거의 일반 직장인이 쉬지않고 8시간 근무하는 것과 거의 똑같아요."

지난 12일 저녁 5시 20분 김포공항에서 여수공항까지 비행한 한 기장의 스케쥴입니다.

김포에서 여수, 여수에서 김포, 김포에서 다시 광주로 비행합니다.

광주에서 하룻밤 묵은 뒤 다시 제주로, 제주에서 대구, 대구에서 다시 제주를 거쳐 김포로 돌아옵니다.

24시간동안 7번이나 이착륙을 반복한 겁니다.

전날까지 범위를 넓히면 이틀동안 국제선을 포함해 9번 이착륙을 했습니다.

<녹취> 아시아나항공 F 기장 : "마지막에 네 번째 다섯 번째 착륙이 되다보면 피로해지고.. 착륙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 경우가 있잖아요. 눈을 감으면서. 그런데 본인은 잤다고 못 느끼는 그런 경우들이요. 그런 경우들이 마지막에 착륙할 때는 그런 사건들이 몇 건 있다보니까..심지어 바퀴 내릴 때 그 때 기장님께서 깨셨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바퀴 내리는 소리 듣고.."

현행 항공법과 운항 기술기준에는 조종사의 연속 이착륙 횟수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아시아나 항공도 내부 규정에는 24시간 동안 6회 이상 이착륙을 못하게 돼 있지만 역시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을 경우에는 더 많은 이착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녹취> 노은상(아시아나항공 운항담당 상무) : "착륙 횟수에 대한 제한은 현재까지는 항공법에 없는 내용이고 당사를 포함한 모든 국적상 그리고 전세계 대부분의 항공사들도 휴식을 취한 후에 5회 이상의 착륙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노사 단체협상을 통해 휴식 여부와 관계없이 24시간 내 이착륙 횟수를 5회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녹취> 대한항공 관계자 : "안전 운항을 위해 노조와의 단체협상을 통해 (이착륙을) 하루 최대 4회로 제한하고 있고요. 1인당 월 1회에 한해서 5회 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390여명의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최대비행시간을 초과해본적이 있다는 조종사가 3명 중에 1명이 넘었습니다.

24시간 동안 6회이상의 이착륙 경험이 있다는 조종사는 68%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연속되는 이착륙으로 인해 중대한 실수를 했거나 할뻔했다는 조종사가 절반이 넘었습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항공은 일부 노조 소속 조종사들의 주장일 뿐 안전 관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노은상(아시아나항공 운항담당 상무) : "안전운항을 위하여 조종사 피로관리는 정부와 항공사 그리고 조종사 개개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는 정부의 기준보다 강화된 기준을 마련하여 이를 준수하고 있습니다."

항공사와 조종사 간의 이 같은 의견 차이는 정부의 느슨한 법 해석이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항공운항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운항 기술기준이 항공법에 맞지않는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석달 넘게 이를 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항공기 조종사들의 근로 상황이 위법이다, 아니다라는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국토교통부 관계자(음성변조) : "이착륙 횟수를 포함해서 시차라든지 여러가지 피로요인에 따라서 기준을 개선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중에 있고..."

<인터뷰> 김경협(의원/국회 국토교통위) : "제처의 유권 해석은 항공 안전을 고려한 당연한 결정이고요. 문제는 지금 이것이 왜 이행되지 않는가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것을 실제로 집행해야 될 국토부가 국민의 안전보다는 너무 항공사의 이윤에 집착하는 게 아닌가."

반복되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기의 착륙사고, 그 원인이 조종사의 피로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철홍(교수/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 "지난 2,30년간 동종의 사고 나는데 이걸 조종사의 실수로만 간다는 것은 근본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고 고치지 못했다는 것들의 반증이죠. 그건 국민들 전체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부분들이 항상 위협받고 있다."

양적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한국의 민간 항공사들..

안전을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철저한 원인 조사와 대책마련이 필요합니다.

  • “우리는 피곤하다” 조종사의 고백
    • 입력 2015-05-24 23:34:05
    • 수정2015-05-26 11:50:46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항공기 조종사 : "이게 좀 피곤한 상태에서 보면 (활주로가) 좀 이상하게 보여요. 일루전(신기루) 이런 것처럼.."

<녹취> 항공기 조종사 : "네 번째 다섯 번째 착륙이 되다보면 피로해지고.. 착륙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의식을 잃는 경우가 있거든요."

<녹취> 항공기 조종사 : "바퀴 내릴 때 그 때 기장님께서 깨셨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바퀴 내리는 소리 듣고.."

<인터뷰> 이기일(항공안전정책연구소 소장) : "NTSB의 사고 조사 결과에 명확하게 조종사의 피로도가 조종사의 판단을 하는 그 성능 부분 퍼포먼스 저하를 가져왔다고 명시가 되어있고요."

<오프닝>

전세계 항공기 사고 4건 가운데 3건은 조종사의 인적 오류가 원인인 것으로 보고됩니다.

하지만, 하인리히의 도미노 이론으로 보면 사고의 원인은 조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사고가 났습니다.

사고의 뒤에는 '불완전한 행동'과 '환경'이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개인적 결함'이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사회적 환경'이 나옵니다.

'실수'의 이면에는 보다 복잡한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는 겁니다.

지난 달 히로시마에서 아시아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등 몇 년사이 항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직접 항공기를 모는 조종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4일 일본 히로시마 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항공 162편 항공기가 6미터 높이의 계기착륙장치와 부딪쳤습니다.

왼쪽 날개와 엔진이 파손된 항공기는 거칠게 착륙한 뒤 3백여 미터를 가다가 멈춰섰습니다.

이 사고로 승객 20여 명이 다쳤습니다.

<인터뷰> 사고 항공기 탑승객(지난달) : "모두 비명을 질렀습니다 겁이 났습니다, 제가 보기엔 충격이 두 번 있었습니다."

2년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도 사고가 있었습니다.

아시아나 214편의 착륙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다쳤습니다.

1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NTSB,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사고의 원인이 고도를 잘못 판단한 '조종사의 과실'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크리스토퍼 하트(NTSB 위원장 대행(지난해 6월) : "항공기 운항의 최종 책임이 조종사에 있느냐'는 질문이시죠? 답변은 그렇습니다."

지난 10년간 일어난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는 모두 8건.

<인터뷰> 이기일(항공안전정책연구소 소장) : "국토부의 기준으로 볼 때 사고로 분류되는 그런 사고율이 (아시아나가) 타항공사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편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나의 항공기 사고 8건 가운데 착륙 사고가 6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최종 조사 결과 조종사의 과실로 결론난 사고는 4건이고, 중간 조사 결과 2건이 조종사 과실로 잠정 결론났습니다.

왜 조종사의 과실로 인한 착륙 사고가 이어지는 것일까?

3백 여페이지에 달하는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 조사 보고서를 검토해 봤습니다.

조종사의 실수를 유발한 기여 요인 가운데 하나로 조종사의 업무수행 능력을 저하시킨 '피로도'가 언급돼 있습니다.

이 조사보고서는 조종사의 피로도를 언급한 근거로, 계기판에 자신이 설정한 내용을 1분도 안 돼 잊어버린 점, 대기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이기일(항공안전정책연구소 소장) : "설령 조종사의 실수로 실수로 그 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 실수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좀 더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NTSB의 사고 조사 결과에 명확하게 조종사의 피로도가 조종사의 판단을 하는 그 성능 부분 퍼포먼스 저하를 가져왔다고 명시가 되어있고요."

일선에서 뛰고 있는 일부 아시아나 항공기 조종사들을 만나봤습니다.

피로 누적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아시아나항공 A 기장 : "보통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저지선 상에서 땅이 저희 몸으로 다가오는 속도가 저희가 인지하는 반응속도가 늦어서 하드렌딩이라고 얘기하는데 쾅 찍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그것도 일정 부분 피로도가 기여하는 거죠.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고. 심하면 비행기가 동체가 부러진다고 해야 되나요."

심지어 수동으로 착륙하면서 조종사가 졸기도 한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아시아나항공 B 기장 : "너무 졸려서 렌딩기어 다운 이럴 때 졸다가 '렌딩기어 다운' 이럴 때 정신 차리고 일어나서 기어 다운할 때도 있고 그런 적도 있으니까요. 그렇죠. 관제교에서 저를 부를 때 한 번에 대답 못하고 여러 번 불러서 대답한 적도 있고. 너무 피로해서 그 중요한 어프로치 다운에서도 피곤해서 졸면서 깜박깜박하면서.. 그 때 갑자기 왜 내가 여기 있지 그런 생각도 하게 되고."

조종사들이 피곤한 상태에서 운항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항공법에서는 24시간 동안 조종사 1명이 조종간을 잡는 비행시간을 최대 8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 아시아나 항공기 조종사의 지난달 비행 일정푭니다.

24시간 안에 국제선 2차례와 국내선 4차례 등 6차례에 걸쳐 8시간 45분을 비행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 측은 이 조종사가 8시간을 초과해서 운항 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었다는 이유에섭니다.

실제로 국토부의 운항기술 기준에 따르면 조종사의 운항시간을 계산할 때 연속되는 24시간의 중간에 8시간 이상 휴식 시간이 들어가면 새로운 24시간이 시작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쉴 때마다 '24시간'이 새로 설정돼 항공사가 조종사의 운행 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매번 '리셋'되는 24시간 개념은 상위법인 항공법에 위배된다는 민간항공사협회와 국회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 역시 해당 조항의 개정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법제처는 올해 2월 국토부의 운항기술기준이 잘못됐다는 새로운 유권해석을 내놨습니다.

<녹취> 양지호(사무관/법제처) : "경제법령해석과 휴식시간에 다른 예외가 인정되지 않고 비행근무시간 초과근무는 위법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의 국제표준 및 권고기준에서도 운항승무원의 피로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는데 우리 항공법을 해석할 때에도 이런 국제규정도 고려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대해 아시아나항공은 개선책을 찾고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노은상(아시아나항공 운항담당 상무) : "저희 회사는 연속 24시간 규정 변경에 따른 항공법 개정을 앞두고 이를 준수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시스템을 보완 중에 있습니다."

조종사들은 조종 시간도 문제지만 연속 이착륙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주장합니다.

일선 조종사들이 24시간 내에 안정적으로 이착륙 할 수 있는 횟수는 4회 안팎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현직 항공기 조종사(음성변조) : "1시간 반 전에 출근해서 비행기 1시간 타고 중간에 30분하고 이렇게 계속 일을 한다고 치면 거의 8시간 쉬지 않고 근무하는 환경이 되요. 왕복 2회 하게 되면 거의 일반 직장인이 쉬지않고 8시간 근무하는 것과 거의 똑같아요."

지난 12일 저녁 5시 20분 김포공항에서 여수공항까지 비행한 한 기장의 스케쥴입니다.

김포에서 여수, 여수에서 김포, 김포에서 다시 광주로 비행합니다.

광주에서 하룻밤 묵은 뒤 다시 제주로, 제주에서 대구, 대구에서 다시 제주를 거쳐 김포로 돌아옵니다.

24시간동안 7번이나 이착륙을 반복한 겁니다.

전날까지 범위를 넓히면 이틀동안 국제선을 포함해 9번 이착륙을 했습니다.

<녹취> 아시아나항공 F 기장 : "마지막에 네 번째 다섯 번째 착륙이 되다보면 피로해지고.. 착륙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 경우가 있잖아요. 눈을 감으면서. 그런데 본인은 잤다고 못 느끼는 그런 경우들이요. 그런 경우들이 마지막에 착륙할 때는 그런 사건들이 몇 건 있다보니까..심지어 바퀴 내릴 때 그 때 기장님께서 깨셨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바퀴 내리는 소리 듣고.."

현행 항공법과 운항 기술기준에는 조종사의 연속 이착륙 횟수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아시아나 항공도 내부 규정에는 24시간 동안 6회 이상 이착륙을 못하게 돼 있지만 역시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을 경우에는 더 많은 이착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녹취> 노은상(아시아나항공 운항담당 상무) : "착륙 횟수에 대한 제한은 현재까지는 항공법에 없는 내용이고 당사를 포함한 모든 국적상 그리고 전세계 대부분의 항공사들도 휴식을 취한 후에 5회 이상의 착륙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노사 단체협상을 통해 휴식 여부와 관계없이 24시간 내 이착륙 횟수를 5회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녹취> 대한항공 관계자 : "안전 운항을 위해 노조와의 단체협상을 통해 (이착륙을) 하루 최대 4회로 제한하고 있고요. 1인당 월 1회에 한해서 5회 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390여명의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최대비행시간을 초과해본적이 있다는 조종사가 3명 중에 1명이 넘었습니다.

24시간 동안 6회이상의 이착륙 경험이 있다는 조종사는 68%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연속되는 이착륙으로 인해 중대한 실수를 했거나 할뻔했다는 조종사가 절반이 넘었습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항공은 일부 노조 소속 조종사들의 주장일 뿐 안전 관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노은상(아시아나항공 운항담당 상무) : "안전운항을 위하여 조종사 피로관리는 정부와 항공사 그리고 조종사 개개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는 정부의 기준보다 강화된 기준을 마련하여 이를 준수하고 있습니다."

항공사와 조종사 간의 이 같은 의견 차이는 정부의 느슨한 법 해석이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항공운항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운항 기술기준이 항공법에 맞지않는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석달 넘게 이를 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항공기 조종사들의 근로 상황이 위법이다, 아니다라는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국토교통부 관계자(음성변조) : "이착륙 횟수를 포함해서 시차라든지 여러가지 피로요인에 따라서 기준을 개선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중에 있고..."

<인터뷰> 김경협(의원/국회 국토교통위) : "제처의 유권 해석은 항공 안전을 고려한 당연한 결정이고요. 문제는 지금 이것이 왜 이행되지 않는가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것을 실제로 집행해야 될 국토부가 국민의 안전보다는 너무 항공사의 이윤에 집착하는 게 아닌가."

반복되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기의 착륙사고, 그 원인이 조종사의 피로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철홍(교수/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 "지난 2,30년간 동종의 사고 나는데 이걸 조종사의 실수로만 간다는 것은 근본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고 고치지 못했다는 것들의 반증이죠. 그건 국민들 전체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부분들이 항상 위협받고 있다."

양적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한국의 민간 항공사들..

안전을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철저한 원인 조사와 대책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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