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유전자 가위 기술이란?…의료 혁명시대 연다

입력 2015.05.29 (21:27) 수정 2015.05.2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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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명체의 설계도라 불리는 DNA를 마음대로 자르고 붙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요즘 전세계 생명과학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는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긴 특수한 효소를 세포 속에 넣어주면 마치 가위처럼 원하는 DNA를 찾아가 잘라준다는 건데요.

동물, 식물뿐 아니라 사람의 유전자도 편집하듯이 수술할 수 있어 파괴력이 엄청납니다.

최근 우리 정부도 이 기술을 국가 사업으로 적극 지원하는 한편 기술 영향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유전자 가위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이은정 과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토마토에서 생쥐까지…연구 본격화▼

<리포트>

유전자 가위 기술로 식물체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국가 연구단입니다.

세포를 배양할 때 병충해에 약한 유전자를 미리 잘라서 없애주면 병에 걸리지 않는 토마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기름 생산량이 높은 유채를 재배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수(IBS유전자교정연구단장) : "같은 기술을 이용해서 동물이나 식물의 유전자를 교정함으로써 질병에 내성이 생긴 가축, 농작물을 만드는 일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2년전 아주 간편한 3세대 기술, 크리스퍼 방식이 발표된 이후입니다.

DNA를 자르는 효소 단백질과 유전자를 찾아가는 RNA가 따로 있어 RNA 염기서열만 바꿔주면 수백가지 질병 유전자에 마음대로 적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 연구팀도 크리스퍼 기술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연세대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로 면역 결핍 생쥐를 만드는 생산 기간을 1년 반에서 6개월로 줄였습니다.

전세계에서 이 기술로 유전병을 보다 쉽게 연구하는 길이 열렸습니다.

<인터뷰> 성영훈(연세대 생화학과 연구교수) : "지금까지 개념에 머물렀던 유전자 치료에 관한 기술들이 앞으로 실용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과학자들이 혈우병 생쥐를 치료하는 실험에도 성공해 앞으로 이 기술을 암과 같은 난치병 치료에 이용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미리보는 의료혁명▼

<기자 멘트>

유전자 가위 기술을 실용화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인류의 치명적인 질병인 '에이즈'도 퇴치할 수 있습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사람의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해서 몸 안으로 들어가는데, 사람 세포의 핵 속에서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를 없애버리면 에이즈가 침투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이미 에이즈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이 사진은 중국 연변대에서 만든 돼지의 모습인데요.

일반 돼지에 비해 울룩불룩하게 근육이 발달했습니다.

바로 유전자 가위 기술로 근육 생성억제 유전자를 잘라내 근육을 키운 겁니다.

계획대로만 되면 '만능 기술'이라 할 수 있는데요.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만들었던 유전자 재조합 식품.

즉, GMO 기술은 토마토의 DNA 안에 새 DNA를 넣어주기 때문에 유전자 변형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토마토가 물러지는 DNA를 아예 없애버리기 때문에 다른 유전자가 끼어들 수 없습니다.

앞으로 유전자 주사 한방으로 대머리의 머리카락이 나거나 임플란트 수술 대신 이가 나는 유전자 치료제를 맞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유전자를 사람이 마음대로 주물러 생명의 질서에 개입할 경우 부작용도 예상됩니다.

김학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에선 인간배아 실험까지, 윤리논란 가열▼

<리포트>

중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최근 인간 수정란에 유전자 교정을 시도했습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수정란 배아에서 빈혈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는 겁니다.

유전자 질병을 치료하려는 목적이었지만 갈수록 논란은 뜨겁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더 이상 사람에게 적용하지 말자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관련 연구를 중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인간의 배아에서 미리 DNA를 자르고 붙이는 편집을 한 뒤 여성의 자궁에 이식할 경우 우수한 형질만 갖춘 '맞춤형 아기'가 세상에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제니퍼 다우너(UC 버클리대 교수) : "유전자 가위 기술로 조작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게 우리의 도전 과제입니다."

또한 동식물의 유전자를 멋대로 조작할 경우 유전자 변형종들이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안전성과 생명 윤리 논란을 우려해 우리 정부도 올해 유전자 가위 기술의 타당성을 철저히 검증할 예정입니다.

<인터뷰> 박상욱(숭실대 행정학과 교수) : "우수 유전자만 모아서 자식을 낳을 때 빈부 격차에 따라 자녀들이 달라지는 사회적 혼란이 올수도 있구요...."

미국 국립과학원도 최근 이같은 논란을 의식해 인간 유전체 실험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서둘러 발표했습니다.

KBS 뉴스 김학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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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유전자 가위 기술이란?…의료 혁명시대 연다
    • 입력 2015-05-29 21:28:00
    • 수정2015-05-29 21:57:42
    뉴스 9
<앵커 멘트>

생명체의 설계도라 불리는 DNA를 마음대로 자르고 붙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요즘 전세계 생명과학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는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긴 특수한 효소를 세포 속에 넣어주면 마치 가위처럼 원하는 DNA를 찾아가 잘라준다는 건데요.

동물, 식물뿐 아니라 사람의 유전자도 편집하듯이 수술할 수 있어 파괴력이 엄청납니다.

최근 우리 정부도 이 기술을 국가 사업으로 적극 지원하는 한편 기술 영향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유전자 가위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이은정 과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토마토에서 생쥐까지…연구 본격화▼

<리포트>

유전자 가위 기술로 식물체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국가 연구단입니다.

세포를 배양할 때 병충해에 약한 유전자를 미리 잘라서 없애주면 병에 걸리지 않는 토마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기름 생산량이 높은 유채를 재배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수(IBS유전자교정연구단장) : "같은 기술을 이용해서 동물이나 식물의 유전자를 교정함으로써 질병에 내성이 생긴 가축, 농작물을 만드는 일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2년전 아주 간편한 3세대 기술, 크리스퍼 방식이 발표된 이후입니다.

DNA를 자르는 효소 단백질과 유전자를 찾아가는 RNA가 따로 있어 RNA 염기서열만 바꿔주면 수백가지 질병 유전자에 마음대로 적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 연구팀도 크리스퍼 기술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연세대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로 면역 결핍 생쥐를 만드는 생산 기간을 1년 반에서 6개월로 줄였습니다.

전세계에서 이 기술로 유전병을 보다 쉽게 연구하는 길이 열렸습니다.

<인터뷰> 성영훈(연세대 생화학과 연구교수) : "지금까지 개념에 머물렀던 유전자 치료에 관한 기술들이 앞으로 실용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과학자들이 혈우병 생쥐를 치료하는 실험에도 성공해 앞으로 이 기술을 암과 같은 난치병 치료에 이용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미리보는 의료혁명▼

<기자 멘트>

유전자 가위 기술을 실용화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인류의 치명적인 질병인 '에이즈'도 퇴치할 수 있습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사람의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해서 몸 안으로 들어가는데, 사람 세포의 핵 속에서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를 없애버리면 에이즈가 침투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이미 에이즈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이 사진은 중국 연변대에서 만든 돼지의 모습인데요.

일반 돼지에 비해 울룩불룩하게 근육이 발달했습니다.

바로 유전자 가위 기술로 근육 생성억제 유전자를 잘라내 근육을 키운 겁니다.

계획대로만 되면 '만능 기술'이라 할 수 있는데요.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만들었던 유전자 재조합 식품.

즉, GMO 기술은 토마토의 DNA 안에 새 DNA를 넣어주기 때문에 유전자 변형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토마토가 물러지는 DNA를 아예 없애버리기 때문에 다른 유전자가 끼어들 수 없습니다.

앞으로 유전자 주사 한방으로 대머리의 머리카락이 나거나 임플란트 수술 대신 이가 나는 유전자 치료제를 맞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유전자를 사람이 마음대로 주물러 생명의 질서에 개입할 경우 부작용도 예상됩니다.

김학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에선 인간배아 실험까지, 윤리논란 가열▼

<리포트>

중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최근 인간 수정란에 유전자 교정을 시도했습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수정란 배아에서 빈혈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는 겁니다.

유전자 질병을 치료하려는 목적이었지만 갈수록 논란은 뜨겁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더 이상 사람에게 적용하지 말자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관련 연구를 중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인간의 배아에서 미리 DNA를 자르고 붙이는 편집을 한 뒤 여성의 자궁에 이식할 경우 우수한 형질만 갖춘 '맞춤형 아기'가 세상에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제니퍼 다우너(UC 버클리대 교수) : "유전자 가위 기술로 조작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게 우리의 도전 과제입니다."

또한 동식물의 유전자를 멋대로 조작할 경우 유전자 변형종들이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안전성과 생명 윤리 논란을 우려해 우리 정부도 올해 유전자 가위 기술의 타당성을 철저히 검증할 예정입니다.

<인터뷰> 박상욱(숭실대 행정학과 교수) : "우수 유전자만 모아서 자식을 낳을 때 빈부 격차에 따라 자녀들이 달라지는 사회적 혼란이 올수도 있구요...."

미국 국립과학원도 최근 이같은 논란을 의식해 인간 유전체 실험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서둘러 발표했습니다.

KBS 뉴스 김학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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