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박세리 “골프로 군 입대 유예”

입력 2015.06.0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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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한국시간)부터 캐나다 온타리오주 케임브리지 휘슬베어골프장(파72·6천613야드)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매뉴라이프 LPGA 파이낸셜 클래식에 출전한 레티샤 벡(23)의 골프 신발에는 '다윗의 별'이 그려져 있다.

파란색 삼각형 2개가 겹친 형상인 '다윗의 별'은 유대 민족의 상징이다. 유대 민족 국가 이스라엘 국기도 흰 바탕에 푸른 '다윗의 별'을 한가운데 그려넣었다.

벡이 '다윗의 별'이 그려진 신발을 신는 까닭은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수많은 유대인이 살지만 벡은 이스라엘에서 건너온 이스라엘 국적의 유대인이다.

세계 각국에서 골프 영재가 다 모이는 LPGA 투어지만 이스라엘 국적 선수는 벡 단 한명이다.

벡은 지난해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서 치러진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11위에 올라 올해 LPGA 투어 출전권을 땄다.

벡이 퀄리파잉스쿨에 합격하자 이스라엘 언론은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 사상 처음 이스라엘 선수가 입성했다"고 대서특필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는 아직 이스라엘 국적 선수는 없다.

벡은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유대 민족의 정체성을 굳게 지키면서 생활하는 신실한 유대교도였다.

벡의 부모는 자녀를 진정한 유대 민족의 일원으로 키우고 싶어서 벡이 6살 때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지중해 연안 항구도시 카이사레아에 정착해 지금도 살고 있다. 카이사레아는 로마제국이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있을 때 건설한 항구 도시다. 카이사레스라는 도시 이름은 로마제국을 창건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에서 땄다.

벡은 카이사레스에서 골프 클럽을 잡았다. 이스라엘 유일의 18홀 골프장이 카이사레스에 있었다.

벡은 '이스라엘의 박세리'였다. 이스라엘 여자 골프에서 벡의 적수는 아무도 없었다.

14살 때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골프와 테니스 유망주들이 중고교 과정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IMG 아카데미에 다닌 벡은 공부와 골프를 다 잘해서 '남부의 하버드'라는 듀크대에 입학했다.

벡이 선수로 뛸 때 듀크대 골프팀은 미국대학골프선수권대회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학교에 다니면서도 벡은 유대교도의 생활 준칙을 잘 지켰다. LPGA 투어 선수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다.

대회 때마다 낯선 도시에서 먹고 자는 투어 생활을 하면서도 유대교도라면 반드시 지키는 '코셔'를 준수한다.

대학 재학 때 유대교 속죄의 날(욤키푸르)에 열린 대회를 빠진 적도 있다.

벡은 언제나 유대교도이며 유대 민족이며 이스라엘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 선수 몇몇이 골프 신발에 태극기를 그려 넣은 것처럼 벡도 '다윗의 별'을 새겨 넣었다. 골프 가방이나 옷, 심지어 골프채에도 '다윗의 별'을 그려 넣는다.

언론 인터뷰에서 벡은 "이스라엘과 유대 민족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벡은 18살이 되자 법률에 따라 이스라엘군에 입대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여자도 병역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방부는 벡이 골프로 이스라엘의 국위를 선양한다며 '골프 선수 생활을 그만둘 때까지' 입대를 유예해줬다.

원칙대로면 투어 카드를 잃으면 군에 입대해야 하는 셈이다.

신인인 벡은 초반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6차례 대회에 출전해 세차례 밖에 컷 통과를 못했고 그나마 공동27위가 최고 성적이다. 상금은 고작 1만6천796달러를 받는데 그쳐 상금랭킹 121위에 머물렀다.

투어 카드 유지가 위태로운 성적이다.

이번 매뉴라이프 LPGA 파이낸셜 클래식 1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의 맹타를 휘둘러 모처럼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벡의 활약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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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의 박세리 “골프로 군 입대 유예”
    • 입력 2015-06-06 07:39:54
    연합뉴스
5일(한국시간)부터 캐나다 온타리오주 케임브리지 휘슬베어골프장(파72·6천613야드)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매뉴라이프 LPGA 파이낸셜 클래식에 출전한 레티샤 벡(23)의 골프 신발에는 '다윗의 별'이 그려져 있다. 파란색 삼각형 2개가 겹친 형상인 '다윗의 별'은 유대 민족의 상징이다. 유대 민족 국가 이스라엘 국기도 흰 바탕에 푸른 '다윗의 별'을 한가운데 그려넣었다. 벡이 '다윗의 별'이 그려진 신발을 신는 까닭은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수많은 유대인이 살지만 벡은 이스라엘에서 건너온 이스라엘 국적의 유대인이다. 세계 각국에서 골프 영재가 다 모이는 LPGA 투어지만 이스라엘 국적 선수는 벡 단 한명이다. 벡은 지난해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서 치러진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11위에 올라 올해 LPGA 투어 출전권을 땄다. 벡이 퀄리파잉스쿨에 합격하자 이스라엘 언론은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 사상 처음 이스라엘 선수가 입성했다"고 대서특필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는 아직 이스라엘 국적 선수는 없다. 벡은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유대 민족의 정체성을 굳게 지키면서 생활하는 신실한 유대교도였다. 벡의 부모는 자녀를 진정한 유대 민족의 일원으로 키우고 싶어서 벡이 6살 때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지중해 연안 항구도시 카이사레아에 정착해 지금도 살고 있다. 카이사레아는 로마제국이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있을 때 건설한 항구 도시다. 카이사레스라는 도시 이름은 로마제국을 창건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에서 땄다. 벡은 카이사레스에서 골프 클럽을 잡았다. 이스라엘 유일의 18홀 골프장이 카이사레스에 있었다. 벡은 '이스라엘의 박세리'였다. 이스라엘 여자 골프에서 벡의 적수는 아무도 없었다. 14살 때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골프와 테니스 유망주들이 중고교 과정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IMG 아카데미에 다닌 벡은 공부와 골프를 다 잘해서 '남부의 하버드'라는 듀크대에 입학했다. 벡이 선수로 뛸 때 듀크대 골프팀은 미국대학골프선수권대회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학교에 다니면서도 벡은 유대교도의 생활 준칙을 잘 지켰다. LPGA 투어 선수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다. 대회 때마다 낯선 도시에서 먹고 자는 투어 생활을 하면서도 유대교도라면 반드시 지키는 '코셔'를 준수한다. 대학 재학 때 유대교 속죄의 날(욤키푸르)에 열린 대회를 빠진 적도 있다. 벡은 언제나 유대교도이며 유대 민족이며 이스라엘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 선수 몇몇이 골프 신발에 태극기를 그려 넣은 것처럼 벡도 '다윗의 별'을 새겨 넣었다. 골프 가방이나 옷, 심지어 골프채에도 '다윗의 별'을 그려 넣는다. 언론 인터뷰에서 벡은 "이스라엘과 유대 민족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벡은 18살이 되자 법률에 따라 이스라엘군에 입대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여자도 병역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방부는 벡이 골프로 이스라엘의 국위를 선양한다며 '골프 선수 생활을 그만둘 때까지' 입대를 유예해줬다. 원칙대로면 투어 카드를 잃으면 군에 입대해야 하는 셈이다. 신인인 벡은 초반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6차례 대회에 출전해 세차례 밖에 컷 통과를 못했고 그나마 공동27위가 최고 성적이다. 상금은 고작 1만6천796달러를 받는데 그쳐 상금랭킹 121위에 머물렀다. 투어 카드 유지가 위태로운 성적이다. 이번 매뉴라이프 LPGA 파이낸셜 클래식 1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의 맹타를 휘둘러 모처럼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벡의 활약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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