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복판서 파·마늘 ‘팍팍’…유튜브 한식 전도사

입력 2015.06.0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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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요! 불고기 쌈은 잘라먹지 말고 한입에 먹어야 합니다.”

불고기 상추쌈을 잘라먹으려는 뉴욕타임스 기자를 향해 다급한 목소리로 한번에 먹으라고 다그치는 이가 있다. 유튜브에서 한식을 소개하며 6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에밀리 김(한국이름 김광숙) 얘기다. 유튜브에서는 닉네임 ‘망치(Maangchi)’로 더 유명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일 김 씨를 소개하며 “미국인의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전통적인 한식 레시피를 전하고 있다”며 “유튜브 구독자 수가 마사 스튜어트와 미국의 유명 요리사 앨턴 브라운, 리 드러먼드, 이너 가튼의 구독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에 있는 한국식당이 미국인의 취향에 맞추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전통 한국음식과 달리 양념을 적게 넣어 감칠맛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씨는 해당 기자에게 불고기 상추쌈을 권하면서 쌈장과 풋고추, 생마늘까지 알뜰하게 챙겼다. 상추쌈을 먹은 기자는 다양한 식감과 맛이 어우러진다며 찬사를 보냈다.

유튜브에서 ‘한식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는 에밀리 김 씨를 서면으로 만났다.

◆ “집밥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파·마늘 팍팍

‘망치’의 레시피는 전통에 충실하다. 과연 미국인들이 좋아할까 싶을 만큼 고추장과 된장, 파와 마늘까지 팍팍 써가며 한국냄새 물씬 풍기는 요리법을 보여준다. 음식은 손맛임을 보여주듯 계량스푼에 담긴 고추장을 쓸어내는 손길 또한 예사롭지 않다.

전통 한식을 고집하는데, 혹시 외국인들에게는 힘든 메뉴가 아닐지 물었다. 그는 “외국인에게 소개한다는 생각보다는 집에서 만드는 음식 그대로를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불고기 상추쌈을 고집스럽게 권한 이유도 재료가 어우러진 한식 본연의 맛을 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김 씨는 “고기의 달콤함과 고추의 매콤함, 느끼함을 잡아주는 쌈장에 마늘의 알싸함이 상추 깻잎과 만나면 풍미가 몇 배로 살아난다”며 “이런 맛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김 씨는 요리법을 소개하면서 액젓이나 고춧가루 등 외국인들에게 다소 위험한 재료들은 양 조절을 권하기도 한다.


▲ 치즈불닭 레시피 영상 출처 : '망치' 유튜브 채널)

◆ 불고기부터 간장게장, 치즈불닭까지

메뉴 선택도 도전적이다. 미국에서 유명한 불고기와 갈비뿐 아니라 불닭, 부대찌개, 간장게장까지 소개한다.

전남 여수 출신으로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음식을 배웠다는 김 씨는 된장과 간장, 고추장 등 기본 장류 담그는 법부터 밥 짓기, 국물 내기 등 한식의 기초까지 차근차근 소개한다. 단순 한식 레시피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김 씨는 “영어로 쓰인 한식 레시피에 잘못된 것이 많아서 제대로 된 방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한 달 조회수가 350만 뷰에 달한다. 그만큼 지구촌 곳곳에서 제자들의 상담도 이어진다. 김 씨의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는 레시피를 따라 만든 음식 인증사진이 올라오곤 한다. 김치를 담그는 방법을 게재하자 댓글에는 “오늘 만든 김치”라며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김밥과 회덮밥, 오이무침, 약식 등 그의 레시피를 보고 만들었다는 인증 사진들에 김 씨는 하나하나 답해주고 있다.

김 씨는 “몇몇 팬들은 한식에 반해 직접 요리에 하다가 이제는 한국어까지 배우고 있다”고 했다.

◆ 온라인 게임하다 한식 전도사로

김 씨가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건 2007년부터다. 당시 온라인 게임에 빠져있던 김 씨에게 이런 제안을 한 건 가족이었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김 씨는 2002년 캐나다로 이민했다. 캐나다에서 이민자를 대상으로 통역과 번역을 했던 김 씨는 2008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현재까지 뉴욕에서 살고 있다.

타지에서의 삶이 외로웠던 것일까. 김 씨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 시간을 보냈다. 그때 만들어진 게임 캐릭터 이름이 ‘망치’였다고 한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차에 취미 삼아 유튜브를 통해 조리법을 공유한 것이 반응이 좋아 8년째 이어지고 있다.

김 씨는 최근 『망치의 진짜 한국음식』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동안 유튜브를 통해 소개했던 125개의 한식 레시피가 담겼다. 한국인이 매일 먹는 밥, 국, 찌개부터 파티음식으로 좋은 갈비와 불고기, 구절판, 그리고 식혜와 수정과 같은 디저트, 김치와 막걸리 등 발효음식까지 다양한 레시피가 소개된다.

김 씨는 “한식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교과서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식의 기본을 담으려 했다”고 했다.

최근 한국의 ‘쿡방(요리하는 방송)’ 열풍을 아는지 물었다. 먹방은 알아도 쿡방은 모른다는 그는 “조리법 개발에 중점을 두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노하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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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한복판서 파·마늘 ‘팍팍’…유튜브 한식 전도사
    • 입력 2015-06-09 14:18:30
    국제
“안돼요! 불고기 쌈은 잘라먹지 말고 한입에 먹어야 합니다.” 불고기 상추쌈을 잘라먹으려는 뉴욕타임스 기자를 향해 다급한 목소리로 한번에 먹으라고 다그치는 이가 있다. 유튜브에서 한식을 소개하며 6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에밀리 김(한국이름 김광숙) 얘기다. 유튜브에서는 닉네임 ‘망치(Maangchi)’로 더 유명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일 김 씨를 소개하며 “미국인의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전통적인 한식 레시피를 전하고 있다”며 “유튜브 구독자 수가 마사 스튜어트와 미국의 유명 요리사 앨턴 브라운, 리 드러먼드, 이너 가튼의 구독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에 있는 한국식당이 미국인의 취향에 맞추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전통 한국음식과 달리 양념을 적게 넣어 감칠맛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씨는 해당 기자에게 불고기 상추쌈을 권하면서 쌈장과 풋고추, 생마늘까지 알뜰하게 챙겼다. 상추쌈을 먹은 기자는 다양한 식감과 맛이 어우러진다며 찬사를 보냈다. 유튜브에서 ‘한식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는 에밀리 김 씨를 서면으로 만났다. ◆ “집밥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파·마늘 팍팍 ‘망치’의 레시피는 전통에 충실하다. 과연 미국인들이 좋아할까 싶을 만큼 고추장과 된장, 파와 마늘까지 팍팍 써가며 한국냄새 물씬 풍기는 요리법을 보여준다. 음식은 손맛임을 보여주듯 계량스푼에 담긴 고추장을 쓸어내는 손길 또한 예사롭지 않다. 전통 한식을 고집하는데, 혹시 외국인들에게는 힘든 메뉴가 아닐지 물었다. 그는 “외국인에게 소개한다는 생각보다는 집에서 만드는 음식 그대로를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불고기 상추쌈을 고집스럽게 권한 이유도 재료가 어우러진 한식 본연의 맛을 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김 씨는 “고기의 달콤함과 고추의 매콤함, 느끼함을 잡아주는 쌈장에 마늘의 알싸함이 상추 깻잎과 만나면 풍미가 몇 배로 살아난다”며 “이런 맛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김 씨는 요리법을 소개하면서 액젓이나 고춧가루 등 외국인들에게 다소 위험한 재료들은 양 조절을 권하기도 한다. ▲ 치즈불닭 레시피 영상 출처 : '망치' 유튜브 채널) ◆ 불고기부터 간장게장, 치즈불닭까지 메뉴 선택도 도전적이다. 미국에서 유명한 불고기와 갈비뿐 아니라 불닭, 부대찌개, 간장게장까지 소개한다. 전남 여수 출신으로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음식을 배웠다는 김 씨는 된장과 간장, 고추장 등 기본 장류 담그는 법부터 밥 짓기, 국물 내기 등 한식의 기초까지 차근차근 소개한다. 단순 한식 레시피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김 씨는 “영어로 쓰인 한식 레시피에 잘못된 것이 많아서 제대로 된 방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한 달 조회수가 350만 뷰에 달한다. 그만큼 지구촌 곳곳에서 제자들의 상담도 이어진다. 김 씨의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는 레시피를 따라 만든 음식 인증사진이 올라오곤 한다. 김치를 담그는 방법을 게재하자 댓글에는 “오늘 만든 김치”라며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김밥과 회덮밥, 오이무침, 약식 등 그의 레시피를 보고 만들었다는 인증 사진들에 김 씨는 하나하나 답해주고 있다. 김 씨는 “몇몇 팬들은 한식에 반해 직접 요리에 하다가 이제는 한국어까지 배우고 있다”고 했다. ◆ 온라인 게임하다 한식 전도사로 김 씨가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건 2007년부터다. 당시 온라인 게임에 빠져있던 김 씨에게 이런 제안을 한 건 가족이었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김 씨는 2002년 캐나다로 이민했다. 캐나다에서 이민자를 대상으로 통역과 번역을 했던 김 씨는 2008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현재까지 뉴욕에서 살고 있다. 타지에서의 삶이 외로웠던 것일까. 김 씨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 시간을 보냈다. 그때 만들어진 게임 캐릭터 이름이 ‘망치’였다고 한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차에 취미 삼아 유튜브를 통해 조리법을 공유한 것이 반응이 좋아 8년째 이어지고 있다. 김 씨는 최근 『망치의 진짜 한국음식』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동안 유튜브를 통해 소개했던 125개의 한식 레시피가 담겼다. 한국인이 매일 먹는 밥, 국, 찌개부터 파티음식으로 좋은 갈비와 불고기, 구절판, 그리고 식혜와 수정과 같은 디저트, 김치와 막걸리 등 발효음식까지 다양한 레시피가 소개된다. 김 씨는 “한식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교과서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식의 기본을 담으려 했다”고 했다. 최근 한국의 ‘쿡방(요리하는 방송)’ 열풍을 아는지 물었다. 먹방은 알아도 쿡방은 모른다는 그는 “조리법 개발에 중점을 두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노하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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