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개헤엄’ 좀 하시나요…그럼 ‘생존 수영’은?

입력 2015.06.10 (06:05) 수정 2015.06.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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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경우를 상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어느날 갑자기 한강에 빠졌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헤엄을 쳐서 다리를 받치고 있는 기둥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것과 달리 거리가 수십 미터 넘게 떨어져 있어 한번에 헤엄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옷과 신발을 모두 착용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수영 시간에 배운 폼대로 헤엄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익사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생존 수영'을 배워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흔히 수영은 가장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생활 체육으로 꼽힙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가까운 동네 수영장을 찾습니다. 다이어트 효과도 높고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에 완벽에 가까운 건강 레저 스포츠로 꼽힙니다.

그러나 이웃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수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다릅니다. 일본은 어릴 때부터 수영을 레저가 아닌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은 초등학교 때부터 전국 대부분 학교에서 생존 수영을 배웁니다.

일본 도쿄 인근 가마쿠라시의 한 수영장에서 생존 수영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학생들은 수영복 위에 따로 마련된 긴팔 체육복을 덧대 입습니다. 물안경도 착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물에 뛰어듭니다. 자신보다 키가 더 높은 물에서 튜브 등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오직 손과 발의 움직임을 통해서 떠 있어야 합니다.

생존 수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물 위에 최대한 오래 떠 있는 것입니다. 지나친 동작으로 쉽게 지치면 바로 가라앉기 때문에 가만히 누워 코와 입을 수면 위로 내민 채 버티는 것입니다. 더구나 물에 젖어 있는 옷은 상당히 무겁습니다. 그 무게를 견뎌내면서 제대로 된 수영을 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몸에 힘을 빼고 물 위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생존 수영의 1단계 원칙입니다.

생존 수영의 영법은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보편적인 것이 바로 속칭 '개헤엄'으로 알려진 평영입니다. 이 방법은 다른 영법과 달리 물 속에 입과 코가 잠기지 않아 호흡하기 편하고 체력 소모도 적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단계마저 지나면 가장 최고의 단계인 물 속에서 옷을 벗고 수영하기로 접어듭니다. 깊은 물속에서 재빨리 윗통과 바지를 벗고 그 바지를 튜브 삼아 헤엄쳐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이런 생존 수영 교육을 일본은 초등학교 때부터 전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진과 쓰나미 등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된 일본으로서는 어릴 때부터 이런 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가마쿠라 시에서 수영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야스바 후미호 씨는 "그 전부터 일본은 생존 수영을 꾸준히 배워 왔지만 지난 2011년 쓰나미 대참사 이후 생존 수영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강화됐다"고 말합니다.



일본 뿐 아니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생존 수영 교육이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독일은 4단계로 생존 수영의 단계까지 설정해 이를 수료해 자격증을 얻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독일의 4단계 생존 수영 단계를 살피면,

1. 제페어쉔: 물 속에서 25미터를 갈 수 있으며 어깨 깊이 바닥의 물건을 줍기.
2. 브론세: 15분 안에 200미터를 완주해야 하며 2미터 높이를 잠수해 바닥의 물건을 줍기.
3. 질버: 24분 안에 400미터를 완주하며 2미터 높이를 잠수해 두 번 이상 물건 집어 올리기.
4. 골드: 24분 안에 600미터를 완주하고 물에 빠진 사람 구출해 50미터 수영해 나오기.

위 4가지 단계를 독일은 초등학교 2,3학년부터 중학교까지 긴 시간에 걸쳐 배워 웬만한 독일 성인들은 학생 단계 때 생존 수영을 마스터하게 됩니다. 영국의 경우 이튼 스쿨은 아예 1.6km 도강 능력을 갖춰야 졸업장을 주는 등 수영 안전 교육을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어떨까요?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수영 교육에 대한 인식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교육부 주도에 따라 초등학교 3학년 수영 교육을 의무 교과 과정으로 편성했지만 고작 12시간 교육이 전부입니다. 더 심각한 건 12시간 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10미터 이상 수영할 수 있는 학생이 전체 50% 미만이라는 것입니다.



그나마 이마저도 전국의 모든 초등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예산 문제 때문입니다. 당초 계획과 달리 전체의 40% 가량만 2015년 1학기에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수영 수업 예산은 절반은 교육부가, 절반은 지자체가 마련해야 하는데, 절반이 넘는 지방자치 단체에서 예산 부족을 내세우며 지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 교육에도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생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건 다른 어떤 교육보다 중요합니다. 어릴 적 수영을 배울 때 멋있게 헤엄치는 것이 아닌, 물에서 무사히 살아남는 법부터 익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단 우리 국민들의 수영을 바라보는 인식부터 다음처럼 바꿔야 할 듯 합니다.

'수영은 레저가 아닙니다. 수영은 생존 수단입니다'

[연관기사]

☞ [뉴스9] 수영, 레저로만?…정말 필요한 건 ‘생존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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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개헤엄’ 좀 하시나요…그럼 ‘생존 수영’은?
    • 입력 2015-06-10 06:05:09
    • 수정2015-06-10 10:26:48
    취재후·사건후
끔찍한 경우를 상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어느날 갑자기 한강에 빠졌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헤엄을 쳐서 다리를 받치고 있는 기둥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것과 달리 거리가 수십 미터 넘게 떨어져 있어 한번에 헤엄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옷과 신발을 모두 착용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수영 시간에 배운 폼대로 헤엄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익사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생존 수영'을 배워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흔히 수영은 가장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생활 체육으로 꼽힙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가까운 동네 수영장을 찾습니다. 다이어트 효과도 높고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에 완벽에 가까운 건강 레저 스포츠로 꼽힙니다.

그러나 이웃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수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다릅니다. 일본은 어릴 때부터 수영을 레저가 아닌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은 초등학교 때부터 전국 대부분 학교에서 생존 수영을 배웁니다.

일본 도쿄 인근 가마쿠라시의 한 수영장에서 생존 수영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학생들은 수영복 위에 따로 마련된 긴팔 체육복을 덧대 입습니다. 물안경도 착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물에 뛰어듭니다. 자신보다 키가 더 높은 물에서 튜브 등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오직 손과 발의 움직임을 통해서 떠 있어야 합니다.

생존 수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물 위에 최대한 오래 떠 있는 것입니다. 지나친 동작으로 쉽게 지치면 바로 가라앉기 때문에 가만히 누워 코와 입을 수면 위로 내민 채 버티는 것입니다. 더구나 물에 젖어 있는 옷은 상당히 무겁습니다. 그 무게를 견뎌내면서 제대로 된 수영을 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몸에 힘을 빼고 물 위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생존 수영의 1단계 원칙입니다.

생존 수영의 영법은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보편적인 것이 바로 속칭 '개헤엄'으로 알려진 평영입니다. 이 방법은 다른 영법과 달리 물 속에 입과 코가 잠기지 않아 호흡하기 편하고 체력 소모도 적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단계마저 지나면 가장 최고의 단계인 물 속에서 옷을 벗고 수영하기로 접어듭니다. 깊은 물속에서 재빨리 윗통과 바지를 벗고 그 바지를 튜브 삼아 헤엄쳐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이런 생존 수영 교육을 일본은 초등학교 때부터 전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진과 쓰나미 등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된 일본으로서는 어릴 때부터 이런 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가마쿠라 시에서 수영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야스바 후미호 씨는 "그 전부터 일본은 생존 수영을 꾸준히 배워 왔지만 지난 2011년 쓰나미 대참사 이후 생존 수영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강화됐다"고 말합니다.



일본 뿐 아니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생존 수영 교육이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독일은 4단계로 생존 수영의 단계까지 설정해 이를 수료해 자격증을 얻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독일의 4단계 생존 수영 단계를 살피면,

1. 제페어쉔: 물 속에서 25미터를 갈 수 있으며 어깨 깊이 바닥의 물건을 줍기.
2. 브론세: 15분 안에 200미터를 완주해야 하며 2미터 높이를 잠수해 바닥의 물건을 줍기.
3. 질버: 24분 안에 400미터를 완주하며 2미터 높이를 잠수해 두 번 이상 물건 집어 올리기.
4. 골드: 24분 안에 600미터를 완주하고 물에 빠진 사람 구출해 50미터 수영해 나오기.

위 4가지 단계를 독일은 초등학교 2,3학년부터 중학교까지 긴 시간에 걸쳐 배워 웬만한 독일 성인들은 학생 단계 때 생존 수영을 마스터하게 됩니다. 영국의 경우 이튼 스쿨은 아예 1.6km 도강 능력을 갖춰야 졸업장을 주는 등 수영 안전 교육을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어떨까요?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수영 교육에 대한 인식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교육부 주도에 따라 초등학교 3학년 수영 교육을 의무 교과 과정으로 편성했지만 고작 12시간 교육이 전부입니다. 더 심각한 건 12시간 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10미터 이상 수영할 수 있는 학생이 전체 50% 미만이라는 것입니다.



그나마 이마저도 전국의 모든 초등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예산 문제 때문입니다. 당초 계획과 달리 전체의 40% 가량만 2015년 1학기에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수영 수업 예산은 절반은 교육부가, 절반은 지자체가 마련해야 하는데, 절반이 넘는 지방자치 단체에서 예산 부족을 내세우며 지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 교육에도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생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건 다른 어떤 교육보다 중요합니다. 어릴 적 수영을 배울 때 멋있게 헤엄치는 것이 아닌, 물에서 무사히 살아남는 법부터 익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단 우리 국민들의 수영을 바라보는 인식부터 다음처럼 바꿔야 할 듯 합니다.

'수영은 레저가 아닙니다. 수영은 생존 수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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