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58위 이유 있다” 슈틸리케 송곳 지적

입력 2015.06.10 (11:12) 수정 2015.06.1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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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대장정의 첫 걸음에 나선 울리 슈틸리케(61·독일) 축구 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의 현실에 대해 송곳 같은 지적을 하고 나섰다.

'동남아 2연전'에 나선 슈틸리케 감독은 10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샤알람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한국 축구는 수비수들이 볼을 가진 상황에서 빌드업(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개 과정)이 부족하다. 여기에 미드필더들은 창의력이 떨어진다. 공격수들은 결정력을 보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아랍에미리트와의 평가전과 16일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를 앞둔 슈틸리케 감독은 "고된 훈련을 견뎌내는 투지가 뛰어나다는 게 한국 선수들의 장점이지만 반대로 창의성이 부족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약점"이라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58위로 낮은 것에는 그럴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나 "축구에서 과거와 역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항상 미래를 보고 일을 해야 한다"면서 태극전사들의 저력을 기대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일문일답.

-- 축구 대표팀을 맡고 나서 본격적인 월드컵 도전의 첫 여정이다. 어떤 마음가짐인지.

▲ 무엇보다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첫 경기에서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 승리는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승리하면 팬들은 물론 언론도 좋아할 것이다. 승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이번 동남아 2연전에는 평상시 함께 했던 선수들이 많이 빠져 어려운 상황이다.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월드컵을 향한 첫 걸음을 하지 못하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는 기회도 된다. 무엇보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만날 상대는 비교적 약체들이다. 약팀을 상대할 때 선수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나.

▲ 항상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는 "상대를 존중하라"는 말을 해주고 있다. 우리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50∼100위 이상 차이가 나는 팀이라도 기본적으로 진지하게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약체를 만나면 상대의 기술적-전술적 부분을 예상할 수 있다. 대부분 약체는 느린 템포로 나서게 마련이다. 하지만 상대의 플레이 스타일에 연연하기보다는 '우리 축구'를 잘 준비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대표팀을 맡은 지 9개월째 들어간다. 그동안 지켜본 한국 선수들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 한국 선수들은 규율이 잘 잡혀 있다. 또 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고된 훈련을 견뎌내는 투지가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적극적인 경기 운영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면 패스를 준 선수가 대부분 패스 이후에 움직임이 없다. 패스를 다시 받을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팀이 공격에 나설 때 포지션별로 세분화해서 말을 하자면 수비수들은 볼을 가진 상황에서 빌드업(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개 과정)이 부족하다. 여기에 미드필더들은 창의력이 떨어진다. 또 공격수들은 결정력을 보완해야만 한다.

수비를 할 때에도 전술적인 유연성이 필요하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다. 불을 빼앗겼을 때 빨리 다시 볼을 빼앗을 수 있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절실하다.

-- 결국 한국 축구가 기본이 안 된다는 이야기 같은데.

▲ 한국의 FIFA 랭킹이 58위에 그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부족한 게 있을 수밖에 없다.

-- 그동안 다양한 선수들과 대표팀에서 함께 해왔다. 자신의 축구 색깔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하는 포지션별 선수를 꼽는다면.

▲ 골키퍼는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다.(웃음). 나는 항상 대표팀 선수를 선발할 때 현재 상황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를 뽑고자 노력한다. 과거에 잘했던 선수가 미래에도 잘할 것이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축구에서는 과거와 역사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항상 미래를 보고 일을 해야 한다. 매일 치러지는 훈련 과정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를 뽑는다는 것은 (선수들의 사기를 생각해서) 곤란하다.

-- 선수와 감독은 항상 밀고 당기는 긴장관계에 있게 마련이다. 지도자 생활을 하는 동안 선수를 장악하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나.

▲ 나는 강압적인 지시로 선수들을 통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선수들이 열정적이고 자신감 있게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군대식으로 명령하고, 선수들이 따라주길 바라는 스타일로 끌고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에 나섰을 때 자신의 역할을 잘 인지하고, 그런 역할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 그동안 K리그는 물론 다양한 경기를 직접 관전해왔다. 한국을 지도했던 다른 지도자들과 달리 바쁘게 지내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나는 '볼과 함께 태어났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를 보면서 부지런하게 지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이다. 물론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동안 살면서 많은 지도자의 영향도 받았다. 그런 면에서 유소년 시절의 지도자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최고의 능력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선수들도 감독이 훈련을 잘 준비하고 많은 경기를 보면서 상대를 분석하는 모습을 원할 수 있다. 이것은 선수들의 정당한 권리다.

-- 대표팀에 뽑혔다가 다시 소집되지 않는 선수도 있다. 또 K리그 무대에서 대표팀의 꿈을 꾸는 선수도 있다. 그런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 나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과 챌린지(2부리그)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를 보려고 한다. 많은 경기를 본다는 것은 선수들을 자세히 관찰한다는 뜻이다. 선수들이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그 선수가 대표팀에 들어올 역량이 된다면 언제든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좋은 예가 주세종(부산)이다. 주세종의 소속팀인 부산 아이파크는 K리그 클래식에서 11위로 하위권이지만 선수의 능력이 된다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이정협(상주)도 있었다. 선수들이 주눅이 들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치면 기회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 평소 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신경 쓰나.

▲ 팬과 언론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내가 영향력을 끼칠 수는 없다. 대표팀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팬은 물론 언론의 부정적인 평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어느 나라의 대표팀 감독이라도 선수 선발을 놓고 비난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32살의 선수를 뽑으면 '나이가 많다'고 지적할 것이고, 23살의 선수를 뽑으면 '경험이 적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대표팀 감독의 자리는 항상 비난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우리만의 철학을 가지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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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10 11:12:09
    • 수정2015-06-10 14:17:40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대장정의 첫 걸음에 나선 울리 슈틸리케(61·독일) 축구 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의 현실에 대해 송곳 같은 지적을 하고 나섰다.

'동남아 2연전'에 나선 슈틸리케 감독은 10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샤알람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한국 축구는 수비수들이 볼을 가진 상황에서 빌드업(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개 과정)이 부족하다. 여기에 미드필더들은 창의력이 떨어진다. 공격수들은 결정력을 보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아랍에미리트와의 평가전과 16일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를 앞둔 슈틸리케 감독은 "고된 훈련을 견뎌내는 투지가 뛰어나다는 게 한국 선수들의 장점이지만 반대로 창의성이 부족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약점"이라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58위로 낮은 것에는 그럴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나 "축구에서 과거와 역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항상 미래를 보고 일을 해야 한다"면서 태극전사들의 저력을 기대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일문일답.

-- 축구 대표팀을 맡고 나서 본격적인 월드컵 도전의 첫 여정이다. 어떤 마음가짐인지.

▲ 무엇보다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첫 경기에서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 승리는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승리하면 팬들은 물론 언론도 좋아할 것이다. 승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이번 동남아 2연전에는 평상시 함께 했던 선수들이 많이 빠져 어려운 상황이다.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월드컵을 향한 첫 걸음을 하지 못하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는 기회도 된다. 무엇보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만날 상대는 비교적 약체들이다. 약팀을 상대할 때 선수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나.

▲ 항상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는 "상대를 존중하라"는 말을 해주고 있다. 우리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50∼100위 이상 차이가 나는 팀이라도 기본적으로 진지하게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약체를 만나면 상대의 기술적-전술적 부분을 예상할 수 있다. 대부분 약체는 느린 템포로 나서게 마련이다. 하지만 상대의 플레이 스타일에 연연하기보다는 '우리 축구'를 잘 준비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대표팀을 맡은 지 9개월째 들어간다. 그동안 지켜본 한국 선수들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 한국 선수들은 규율이 잘 잡혀 있다. 또 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고된 훈련을 견뎌내는 투지가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적극적인 경기 운영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면 패스를 준 선수가 대부분 패스 이후에 움직임이 없다. 패스를 다시 받을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팀이 공격에 나설 때 포지션별로 세분화해서 말을 하자면 수비수들은 볼을 가진 상황에서 빌드업(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개 과정)이 부족하다. 여기에 미드필더들은 창의력이 떨어진다. 또 공격수들은 결정력을 보완해야만 한다.

수비를 할 때에도 전술적인 유연성이 필요하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다. 불을 빼앗겼을 때 빨리 다시 볼을 빼앗을 수 있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절실하다.

-- 결국 한국 축구가 기본이 안 된다는 이야기 같은데.

▲ 한국의 FIFA 랭킹이 58위에 그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부족한 게 있을 수밖에 없다.

-- 그동안 다양한 선수들과 대표팀에서 함께 해왔다. 자신의 축구 색깔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하는 포지션별 선수를 꼽는다면.

▲ 골키퍼는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다.(웃음). 나는 항상 대표팀 선수를 선발할 때 현재 상황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를 뽑고자 노력한다. 과거에 잘했던 선수가 미래에도 잘할 것이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축구에서는 과거와 역사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항상 미래를 보고 일을 해야 한다. 매일 치러지는 훈련 과정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를 뽑는다는 것은 (선수들의 사기를 생각해서) 곤란하다.

-- 선수와 감독은 항상 밀고 당기는 긴장관계에 있게 마련이다. 지도자 생활을 하는 동안 선수를 장악하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나.

▲ 나는 강압적인 지시로 선수들을 통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선수들이 열정적이고 자신감 있게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군대식으로 명령하고, 선수들이 따라주길 바라는 스타일로 끌고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에 나섰을 때 자신의 역할을 잘 인지하고, 그런 역할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 그동안 K리그는 물론 다양한 경기를 직접 관전해왔다. 한국을 지도했던 다른 지도자들과 달리 바쁘게 지내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나는 '볼과 함께 태어났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를 보면서 부지런하게 지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이다. 물론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동안 살면서 많은 지도자의 영향도 받았다. 그런 면에서 유소년 시절의 지도자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최고의 능력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선수들도 감독이 훈련을 잘 준비하고 많은 경기를 보면서 상대를 분석하는 모습을 원할 수 있다. 이것은 선수들의 정당한 권리다.

-- 대표팀에 뽑혔다가 다시 소집되지 않는 선수도 있다. 또 K리그 무대에서 대표팀의 꿈을 꾸는 선수도 있다. 그런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 나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과 챌린지(2부리그)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를 보려고 한다. 많은 경기를 본다는 것은 선수들을 자세히 관찰한다는 뜻이다. 선수들이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그 선수가 대표팀에 들어올 역량이 된다면 언제든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좋은 예가 주세종(부산)이다. 주세종의 소속팀인 부산 아이파크는 K리그 클래식에서 11위로 하위권이지만 선수의 능력이 된다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이정협(상주)도 있었다. 선수들이 주눅이 들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치면 기회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 평소 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신경 쓰나.

▲ 팬과 언론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내가 영향력을 끼칠 수는 없다. 대표팀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팬은 물론 언론의 부정적인 평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어느 나라의 대표팀 감독이라도 선수 선발을 놓고 비난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32살의 선수를 뽑으면 '나이가 많다'고 지적할 것이고, 23살의 선수를 뽑으면 '경험이 적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대표팀 감독의 자리는 항상 비난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우리만의 철학을 가지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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