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밖 감염’ 정말 없나?…“나와도 소수에 그칠 것”

입력 2015.06.10 (13:24) 수정 2015.06.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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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증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첫 환자 발생 3주 만에 100명 이상으로 불어나면서 '병원 밖 감염'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일단 10일까지 확인된 108명의 환자 가운데 첫 환자를 제외한 107명의 환자는 모두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9개 의료기관에서 감염된 환자, 의료진, 보호자, 방문객 등이다.

아직는 모두 병원 내에서 발생한 2∼3차 감염인 것이다.

◇ 병원 안과 밖 경계 모호한 사례도…병원 내 접촉자 위주 진단

그러나 108건의 확진 사례 가운데 일부 감염장소가 모호한 사례들도 없지 않다.

가령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88번 환자의 경우 방역당국은 먼저 확진된 16번 환자와 여의도성모병원 내에서 접촉해 감염된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병원은 이견을 제시했다.

88번 환자가 16번 환자의 사위이므로, 역학관계상 병원에서 접촉한 시간보다는 자택 등에서 간호를 하면서 접촉한 시간이 훨씬 길 것이고, 따라서 '병원 내 감염'보다는 '가족 내 감염'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88번 환자 외에도 기존 확진자의 가족이 뒤늦게 메르스 환자로 확인된 경우가 여럿 있어 감염 시점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병원 내 감염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아울러 한정된 검사 자원 탓에 기존 환자와 병원 내에서 접촉한 사람 위주로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보니 병원 밖 감염자에 대한 진단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누락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회사원 A씨는 "가족이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여 메르스 핫라인을 통해 진단 안내를 받았는데 병원측에서는 중동 방문이력이나 발생 병원 방문자가 아니라 검사를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며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검사를 배제해놓고 감염은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전국 모든 병원 폐렴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한 전수조사도 폐렴환자 중 메르스 관련 병원에 노출된 사람을 대상으로만 메르스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병원 밖 감염자를 가려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사우디도 '병원 내 감염'이 절대적…병원 밖 감염 나와도 소수일 듯

그러나 현재까지는 병원 밖 감염의 위험은 크지 않으며 만에 하나 발생하더라도 전파력은 병원 내 감염보다 훨씬 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병원 내 감염이 많은 것은 병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전파력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단 환자가 바이러스 배출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고,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시술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전파력이 다른 장소보다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가족간 전파 등이 일부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전파력도 높지 않고 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피터 벤 엠바렉 박사도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병원 밖 감염 가능성에 대해 "한국에서는 환자가 몇 개의 병원을 방문하면서 자문을 구하는 관습이 있어 많은 병원이 한꺼번에 메르스의 병원 내 감염에 관련됐다"며 "혹시라도 자택 격리 중에 가족에게 병을 전염시키는 일부 사례가 있을 수도 있고 그런 경우가 발생해도 놀라운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메르스의 '원산지'격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낙타를 통한 1차 감염과 병원 내 감염이 대부분이라는 점과 사우디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해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도 병원 밖 감염의 위험을 낮게 평가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은 논문에서 독일 본 대학 연구팀은 "메르스 환자 26명의 가족 280명 가운데 4.2%인 12명만이 혈액검사 등에서 감염이 확인됐다"며 병원 밖 인간 대 인간 감염 우려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가 재건축 총회에서 접촉했던 사람들이나 14번 환자와 시외버스를 함께 탄 사람 등 지역사회 접촉자인 관리 대상자 가운데 아직 이상을 보인 사람은 없다.

다만 국내에서 유행하는 메르스가 밀접 접촉 기준 등에서 과거 사우디의 사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부분도 있어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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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06-10 14: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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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증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첫 환자 발생 3주 만에 100명 이상으로 불어나면서 '병원 밖 감염'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일단 10일까지 확인된 108명의 환자 가운데 첫 환자를 제외한 107명의 환자는 모두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9개 의료기관에서 감염된 환자, 의료진, 보호자, 방문객 등이다.

아직는 모두 병원 내에서 발생한 2∼3차 감염인 것이다.

◇ 병원 안과 밖 경계 모호한 사례도…병원 내 접촉자 위주 진단

그러나 108건의 확진 사례 가운데 일부 감염장소가 모호한 사례들도 없지 않다.

가령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88번 환자의 경우 방역당국은 먼저 확진된 16번 환자와 여의도성모병원 내에서 접촉해 감염된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병원은 이견을 제시했다.

88번 환자가 16번 환자의 사위이므로, 역학관계상 병원에서 접촉한 시간보다는 자택 등에서 간호를 하면서 접촉한 시간이 훨씬 길 것이고, 따라서 '병원 내 감염'보다는 '가족 내 감염'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88번 환자 외에도 기존 확진자의 가족이 뒤늦게 메르스 환자로 확인된 경우가 여럿 있어 감염 시점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병원 내 감염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아울러 한정된 검사 자원 탓에 기존 환자와 병원 내에서 접촉한 사람 위주로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보니 병원 밖 감염자에 대한 진단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누락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회사원 A씨는 "가족이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여 메르스 핫라인을 통해 진단 안내를 받았는데 병원측에서는 중동 방문이력이나 발생 병원 방문자가 아니라 검사를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며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검사를 배제해놓고 감염은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전국 모든 병원 폐렴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한 전수조사도 폐렴환자 중 메르스 관련 병원에 노출된 사람을 대상으로만 메르스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병원 밖 감염자를 가려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사우디도 '병원 내 감염'이 절대적…병원 밖 감염 나와도 소수일 듯

그러나 현재까지는 병원 밖 감염의 위험은 크지 않으며 만에 하나 발생하더라도 전파력은 병원 내 감염보다 훨씬 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병원 내 감염이 많은 것은 병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전파력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단 환자가 바이러스 배출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고,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시술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전파력이 다른 장소보다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가족간 전파 등이 일부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전파력도 높지 않고 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피터 벤 엠바렉 박사도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병원 밖 감염 가능성에 대해 "한국에서는 환자가 몇 개의 병원을 방문하면서 자문을 구하는 관습이 있어 많은 병원이 한꺼번에 메르스의 병원 내 감염에 관련됐다"며 "혹시라도 자택 격리 중에 가족에게 병을 전염시키는 일부 사례가 있을 수도 있고 그런 경우가 발생해도 놀라운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메르스의 '원산지'격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낙타를 통한 1차 감염과 병원 내 감염이 대부분이라는 점과 사우디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해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도 병원 밖 감염의 위험을 낮게 평가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은 논문에서 독일 본 대학 연구팀은 "메르스 환자 26명의 가족 280명 가운데 4.2%인 12명만이 혈액검사 등에서 감염이 확인됐다"며 병원 밖 인간 대 인간 감염 우려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가 재건축 총회에서 접촉했던 사람들이나 14번 환자와 시외버스를 함께 탄 사람 등 지역사회 접촉자인 관리 대상자 가운데 아직 이상을 보인 사람은 없다.

다만 국내에서 유행하는 메르스가 밀접 접촉 기준 등에서 과거 사우디의 사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부분도 있어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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