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똑똑] ‘금 덩어리’ 수박, 당 지수가 문제?

입력 2015.06.12 (06:00) 수정 2015.08.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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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과육의 92%는 수분입니다. 수박은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더위에 지치기 쉬운 여름 갈증을 달래기에 그만입니다.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고 식이 섬유가 많아 장 건강에도 좋습니다. 수박 속에 들어있는 아미노산 ‘시트룰린’과 ‘아르기닌’은 혈액 순환 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수박의 빨간 속살은 토마토에 들어있는 ‘라이코펜’ 성분입니다. ‘라이코펜’은 항산화작용이 강해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박은 100그램 당 31kcal로 열량이 낮습니다. 하지만, 과일 중 당 지수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당 지수가 사과는 35, 포도와 오렌지는 43인데, 수박은 72나 됩니다. 당 지수가 높은 대표적인 식품인 도넛이나 감자와 비슷합니다. 당 지수가 높을수록 급격히 혈당을 올려 인슐린 분비가 많아지고, 살이 찌기 쉽습니다. 수박도 열량은 낮지만 많이 먹으면 비만의 원인이 됩니다. 수박만 먹고 살을 뺀다는 수박 다이어트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죠? 과식만 안 하면 괜찮습니다. 수박 세 조각은 150kcal, 공기 밥 반 공기 열량에 불과합니다.

당뇨 환자의 경우 더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 지수가 높은 음식은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켰다가 떨어뜨리는 롤러코스터 현상을 일으킵니다. 혈당 조절을 교란시키는 거죠. 당뇨 환자는 하루 세 조각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조선 시대만 해도 수박은 금 덩어리에 비할 만큼 귀했습니다. ‘수박 한 통 값이 쌀 다섯 말.’ 세종 23년인 1441년의 가격입니다. 당시 물가를 알 수 없으니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던 해인 1945년을 기준으로 가늠해보겠습니다. 당시 고소득층이었던 선생님 월급이 440원, 쌀 한 말은 120원이었습니다. 수박 한 통 가격이 조선 시대의 1/5인 쌀 한 말이었다고 하면 월급의 30%를 써야 수박 한 통을 먹을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조선 시대에는 이보다 훨씬 귀했겠죠?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수박은 실크로드를 통해 송나라를 거쳐 고려 후기에 한반도에 들어옵니다. 수박은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종자 개량이 이뤄지지 않아 널리 재배하지 못했습니다. 궁궐에서조차 구경하기 힘든 진귀한 과일이었습니다. 귀한 물건일수록 손이 가기 마련입니다. 수박을 훔쳐 먹다가 곤장을 맞거나 귀양을 가는 사람까지 생겨났습니다. 세종 5년, 주방에서 일하던 내시가 수박을 훔쳐 먹다 들켜 곤장 100대를 맞고 귀양을 갔다고 합니다. 수박을 빌미로 부관참시를 당한 사람도 있습니다. 연산군은 “임금이 다른 나라의 진귀한 물건(수박)을 구하겠다는데 신하가 어찌 감히 그르다고 말하는가?”라면서 이미 죽은 사헌부 관헌을 부관참시하고 자식을 종으로 삼으라고 명하기도 했습니다.

수박은 아직도 비싼 과일 중 하나입니다. 요즘 수박 한 통은 만 5천 원에서 2만 원 가량 합니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한때 금 덩이만큼 귀한 과일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 맛있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폭염에 지쳐가는 요즘, 혀에 녹듯 달콤하고 시원한 수박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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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똑똑] ‘금 덩어리’ 수박, 당 지수가 문제?
    • 입력 2015-06-12 06:00:01
    • 수정2015-08-04 09:55:11
    건강똑똑
수박 과육의 92%는 수분입니다. 수박은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더위에 지치기 쉬운 여름 갈증을 달래기에 그만입니다.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고 식이 섬유가 많아 장 건강에도 좋습니다. 수박 속에 들어있는 아미노산 ‘시트룰린’과 ‘아르기닌’은 혈액 순환 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수박의 빨간 속살은 토마토에 들어있는 ‘라이코펜’ 성분입니다. ‘라이코펜’은 항산화작용이 강해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박은 100그램 당 31kcal로 열량이 낮습니다. 하지만, 과일 중 당 지수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당 지수가 사과는 35, 포도와 오렌지는 43인데, 수박은 72나 됩니다. 당 지수가 높은 대표적인 식품인 도넛이나 감자와 비슷합니다. 당 지수가 높을수록 급격히 혈당을 올려 인슐린 분비가 많아지고, 살이 찌기 쉽습니다. 수박도 열량은 낮지만 많이 먹으면 비만의 원인이 됩니다. 수박만 먹고 살을 뺀다는 수박 다이어트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죠? 과식만 안 하면 괜찮습니다. 수박 세 조각은 150kcal, 공기 밥 반 공기 열량에 불과합니다. 당뇨 환자의 경우 더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 지수가 높은 음식은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켰다가 떨어뜨리는 롤러코스터 현상을 일으킵니다. 혈당 조절을 교란시키는 거죠. 당뇨 환자는 하루 세 조각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조선 시대만 해도 수박은 금 덩어리에 비할 만큼 귀했습니다. ‘수박 한 통 값이 쌀 다섯 말.’ 세종 23년인 1441년의 가격입니다. 당시 물가를 알 수 없으니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던 해인 1945년을 기준으로 가늠해보겠습니다. 당시 고소득층이었던 선생님 월급이 440원, 쌀 한 말은 120원이었습니다. 수박 한 통 가격이 조선 시대의 1/5인 쌀 한 말이었다고 하면 월급의 30%를 써야 수박 한 통을 먹을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조선 시대에는 이보다 훨씬 귀했겠죠?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수박은 실크로드를 통해 송나라를 거쳐 고려 후기에 한반도에 들어옵니다. 수박은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종자 개량이 이뤄지지 않아 널리 재배하지 못했습니다. 궁궐에서조차 구경하기 힘든 진귀한 과일이었습니다. 귀한 물건일수록 손이 가기 마련입니다. 수박을 훔쳐 먹다가 곤장을 맞거나 귀양을 가는 사람까지 생겨났습니다. 세종 5년, 주방에서 일하던 내시가 수박을 훔쳐 먹다 들켜 곤장 100대를 맞고 귀양을 갔다고 합니다. 수박을 빌미로 부관참시를 당한 사람도 있습니다. 연산군은 “임금이 다른 나라의 진귀한 물건(수박)을 구하겠다는데 신하가 어찌 감히 그르다고 말하는가?”라면서 이미 죽은 사헌부 관헌을 부관참시하고 자식을 종으로 삼으라고 명하기도 했습니다. 수박은 아직도 비싼 과일 중 하나입니다. 요즘 수박 한 통은 만 5천 원에서 2만 원 가량 합니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한때 금 덩이만큼 귀한 과일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 맛있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폭염에 지쳐가는 요즘, 혀에 녹듯 달콤하고 시원한 수박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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