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똑똑] ‘천재 소녀’의 거짓말 ‘리플리 증후군’

입력 2015.06.16 (05:59) 수정 2015.08.0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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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와 스탠퍼드대에 동시 입학했다며 화제를 모았던 한 여학생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게 거짓인 걸로 판명됐기 때문입니다. '천재 소녀'라고 불렸던 이 여학생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와의 일화가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하버드와 스탠포드를 놓고 마지막 고민을 할 때 저커버그에게 이메일로 조언을 구했는데, 저커버그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격려를 했다는 내용입니다. 모든 게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이것도 꾸며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낳은 ‘리플리 증후군’

자신이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으면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리플리 증후군’은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에서 유래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리플리는 부잣집 아들인 친구를 죽이고 자신이 그 친구인 것처럼 살아갑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정말 그 친구라고 믿어버립니다.

리플리 증후군은 성취욕은 강한데 현실에서 이를 이룰 수 없는 사람이 지위나 신분 등을 거짓으로 꾸며내는 것을 말합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열등감에 빠진 이들은 현실에서 도피합니다. 원하는 세상을 꿈꾸며 그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거짓을 일삼다가 거짓을 진실로 믿게 되는 겁니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집니다.

요즘엔 좀 뜸해졌지만, 아직도 결혼을 미끼로 접근하는 남성들이 있습니다. 그럴싸한 외모에 달콤한 언어로 여성을 혹하게 만드는 사기꾼 말입니다. 이들은 최고의 학력에 고소득 전문직을 사칭합니다. 당당한 외모와 현학적인 말투, 심지어 철저한 연구와 분석으로 전문 영역까지 섭렵하니 상대방은 속아 넘어가기 쉽습니다. 이들은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해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간파해 적절히 활용합니다. 이들은 거짓이 들통 나도 거짓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허위 자아’가 형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자아가 아닌 허위 자아를 설정해 놓고 말하고 행동합니다. 때문에 이들은 죄의식이 거의 없습니다. '내 탓이 아닌 남의 탓'이라는 투사(projection)의 심리도 한몫 합니다. 자신이 못나거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집안 탓이거나 부모를 잘 못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 세상 조롱한 실존 인물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리플리 증후군’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프랭크는 거짓말과 위장의 천재입니다. 고등학생이었던 주인공은 자신을 파일럿으로, 의사로, 변호사로 쉼 없이 위장하면서 속아 넘어가는 세상을 한껏 조롱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실화에 근거합니다. 실존 인물인 ‘프랭크 W 아비그네일 주니어’는 16살부터 21살까지 5년간 미국과 유럽 등을 돌아다니며 250만 달러 상당의 위조 수표를 남발했습니다.

어느 날 프랭크는 위조 수표를 만듭니다. 은행이 파일럿에게 특별 대우를 해준다는 사실을 안 프랭크는 항공사 유니폼을 맞춰 입고 파일럿 행세를 합니다. 깜빡 속은 은행 여직원의 손을 거쳐 프랭크의 위조 수표는 진짜처럼 통용됩니다. 프랭크의 거짓 행각은 점점 대담해집니다. 대학 근처에도 못 가본 그가 하버드 의대 졸업장을 위조해 의사로 병원에 취직합니다. 변호사로 둔갑해 여성을 유혹하기도 합니다. 프랭크는 20여 개 나라를 넘나들며 거짓과 위장을 일삼다 1969년 체포됩니다. 하지만 그는 수감 생활 5년 만에 가석방됩니다. 천재적인 위장술을 FBI에 전수하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 거짓말 “하루 평균 200번”…좋은 거짓말? 나쁜 거짓말?

사람은 하루 평균 200번쯤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대다수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은 의도에 따라 좋고 나쁨이 결정됩니다. 선의의 거짓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위약효과(placebo effect)’입니다. 의사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죠.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진통제를 주는 실험을 했습니다. 한쪽은 가운을 입은 의사가 진지하게 주사를 놓았고, 다른 그룹은 의사 없이 컴퓨터를 통해 주사를 맞도록 했습니다. 양쪽 모두 식염수를 맞았습니다. 컴퓨터로 주사를 맞은 사람들은 효과가 없었지만, 의사가 진통제라면서 주사를 놓은 그룹은 통증이 많이 줄었습니다. ‘하얀 거짓말’이 효과를 거둔 겁니다.

문제가 되는 나쁜 거짓말은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는 거짓말, 상대방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거짓말, 상대방을 속여 이득을 취하려는 거짓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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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똑똑] ‘천재 소녀’의 거짓말 ‘리플리 증후군’
    • 입력 2015-06-16 05:59:23
    • 수정2015-08-04 09:54:03
    건강똑똑
하버드와 스탠퍼드대에 동시 입학했다며 화제를 모았던 한 여학생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게 거짓인 걸로 판명됐기 때문입니다. '천재 소녀'라고 불렸던 이 여학생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와의 일화가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하버드와 스탠포드를 놓고 마지막 고민을 할 때 저커버그에게 이메일로 조언을 구했는데, 저커버그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격려를 했다는 내용입니다. 모든 게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이것도 꾸며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낳은 ‘리플리 증후군’ 자신이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으면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리플리 증후군’은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에서 유래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리플리는 부잣집 아들인 친구를 죽이고 자신이 그 친구인 것처럼 살아갑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정말 그 친구라고 믿어버립니다. 리플리 증후군은 성취욕은 강한데 현실에서 이를 이룰 수 없는 사람이 지위나 신분 등을 거짓으로 꾸며내는 것을 말합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열등감에 빠진 이들은 현실에서 도피합니다. 원하는 세상을 꿈꾸며 그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거짓을 일삼다가 거짓을 진실로 믿게 되는 겁니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집니다. 요즘엔 좀 뜸해졌지만, 아직도 결혼을 미끼로 접근하는 남성들이 있습니다. 그럴싸한 외모에 달콤한 언어로 여성을 혹하게 만드는 사기꾼 말입니다. 이들은 최고의 학력에 고소득 전문직을 사칭합니다. 당당한 외모와 현학적인 말투, 심지어 철저한 연구와 분석으로 전문 영역까지 섭렵하니 상대방은 속아 넘어가기 쉽습니다. 이들은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해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간파해 적절히 활용합니다. 이들은 거짓이 들통 나도 거짓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허위 자아’가 형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자아가 아닌 허위 자아를 설정해 놓고 말하고 행동합니다. 때문에 이들은 죄의식이 거의 없습니다. '내 탓이 아닌 남의 탓'이라는 투사(projection)의 심리도 한몫 합니다. 자신이 못나거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집안 탓이거나 부모를 잘 못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 세상 조롱한 실존 인물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리플리 증후군’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프랭크는 거짓말과 위장의 천재입니다. 고등학생이었던 주인공은 자신을 파일럿으로, 의사로, 변호사로 쉼 없이 위장하면서 속아 넘어가는 세상을 한껏 조롱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실화에 근거합니다. 실존 인물인 ‘프랭크 W 아비그네일 주니어’는 16살부터 21살까지 5년간 미국과 유럽 등을 돌아다니며 250만 달러 상당의 위조 수표를 남발했습니다. 어느 날 프랭크는 위조 수표를 만듭니다. 은행이 파일럿에게 특별 대우를 해준다는 사실을 안 프랭크는 항공사 유니폼을 맞춰 입고 파일럿 행세를 합니다. 깜빡 속은 은행 여직원의 손을 거쳐 프랭크의 위조 수표는 진짜처럼 통용됩니다. 프랭크의 거짓 행각은 점점 대담해집니다. 대학 근처에도 못 가본 그가 하버드 의대 졸업장을 위조해 의사로 병원에 취직합니다. 변호사로 둔갑해 여성을 유혹하기도 합니다. 프랭크는 20여 개 나라를 넘나들며 거짓과 위장을 일삼다 1969년 체포됩니다. 하지만 그는 수감 생활 5년 만에 가석방됩니다. 천재적인 위장술을 FBI에 전수하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 거짓말 “하루 평균 200번”…좋은 거짓말? 나쁜 거짓말? 사람은 하루 평균 200번쯤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대다수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은 의도에 따라 좋고 나쁨이 결정됩니다. 선의의 거짓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위약효과(placebo effect)’입니다. 의사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죠.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진통제를 주는 실험을 했습니다. 한쪽은 가운을 입은 의사가 진지하게 주사를 놓았고, 다른 그룹은 의사 없이 컴퓨터를 통해 주사를 맞도록 했습니다. 양쪽 모두 식염수를 맞았습니다. 컴퓨터로 주사를 맞은 사람들은 효과가 없었지만, 의사가 진통제라면서 주사를 놓은 그룹은 통증이 많이 줄었습니다. ‘하얀 거짓말’이 효과를 거둔 겁니다. 문제가 되는 나쁜 거짓말은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는 거짓말, 상대방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거짓말, 상대방을 속여 이득을 취하려는 거짓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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