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의 메이저 분루 김세영 “다음엔 내가 퀸”

입력 2015.06.16 (09:24) 수정 2015.06.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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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를 놓쳐 아쉽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이 끝나자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우승자 박인비(27·KB금융그룹)에 쏠렸다.

준우승자 김세영(22·미래에셋)은 9번홀에서 황당한 4퍼트 더블보기로 우승을 헌납한 조연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세영은 당당했다. 치명적인 실수로 추격의 고삐를 놓친 사실을 시인하고 아쉬움을 감추지도 않았다. 그리고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박인비가 이날 우승으로 메이저대회에서만 6승, 통산 15승을 올린 현역 최강의 '골프 여왕'이라면 김세영은 '차세대 골프여왕' 후보 0순위 선수다.

이날 스포트라이트는 박인비가 차지했지만 김세영의 준우승도 박인비의 우승 못지않은 값어치를 지녔다.

김세영은 올해 LPGA투어에 발을 디딘 신인. 신인이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는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김세영은 이날 상금 32만3천230달러를 받았다.

LPGA 투어 입성 이후 단일 대회에서 받은 상금 가운데 가장 많다.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 때 받은 19만5천달러와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받은 27만 달러보다 많다.

김세영의 올해 활약은 박인비에 버금간다.

박인비의 성과가 워낙 뛰어나 가려졌을 뿐이다.

이미 두차례 우승으로 박인비의 3승에 이어 다승 2위다. 상금 랭킹에서도 109만6천834달러로 1위 박인비(142만2천500달러)에 이어 2위.

신인 선수가 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고도 100만 달러를 넘긴 것은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세계랭킹도 11위까지 끌어올렸다. 평소 소원이라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티켓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신인왕 레이스에서는 독주 체제를 굳힐 기세다.

특히 김세영은 메이저대회에서 활약이 두드러진다. 두차례 메이저대회에서 김세영은 준우승와 공동4위를 차지했다. 두번 모두 '톱5'에 입상했다.

14차례 대회에서 '톱5' 입상은 우승 두번을 포함해 4차례. 우승을 뺀 두 번이 메이저대회에서다.

두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최종 라운드를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다. 최정상급 선수도 메이저대회에서 2차례 연속 챔피언조 경기는 드물다.

메이저대회는 코스가 길고 어렵다.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보통 대회보다 더 받는다.

김세영이 두차례 메이저대회에서 4라운드에서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메이저대회 실패자'로 낙인찍는다면 억울한 일이다.

김세영을 지도하는 이경훈 코치는 "장타력을 지닌데다 배짱이 두둑해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한국에서도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플레이로 유명했다.

LPGA투어에서도 김세영은 장타의 장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버디를 잡아내는 경기 방식을 선호한다.

김세영의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262.811야드로 투어 선수 가운데 13위에 올라 있다. 김세영보다 드라이브샷을 더 멀리 치는 12명 가운데 우승을 다툴 만큼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는 청야니(대만), 브리타니 린시컴, 알렉시스 톰프슨(이상 미국) 정도다. 김세영은 사실상 투어에서 손꼽히는 장타자인 셈이다.

이런 결과가 버디 1위(220개), 이글 1위(9개)로 나타났다.

이경훈 코치는 "플레이 스타일이 거칠어서 미국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미국 진출을 반대하는 전문가가 더 많았지만 아웃오브바운즈(OB)가 없는 미국 골프장에 더 어울린다고 보고 LPGA 투어에 도전하라고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김세영의 또 다른 장점은 부진한 플레이를 금방 잊어버리는 시원시원한 성격이다. 시즌 첫번째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최종 라운드 역전패의 아픔을 겪었지만 바로 이어진 롯데챔피언십에서 보란 듯 우승을 일궈냈다.

이번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도 최종 라운드에서 한때 박인비에 1타차까지 따라 붙었다가 통한의 4퍼트로 주저앉은 충격 역시 경기 가 끝난 뒤 훌훌 털어버렸다.

대회 코스가 어렵다고 해서 주눅이 드는 일도 없다. ANA인스퍼레이션 개최지 미션힐스골프장과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이 열린 웨스체스터골프장은 전장이 길고 레이아웃이 까다롭다. 그린도 난도가 높다. 이런 코스에서 김세영은 훨훨 날았다.

길고 어려운 코스에서 열리는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김세영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김세영의 장점이 메이저대회에서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충고도 유효하다.

김세영을 주니어 시절에 가르쳤던 박원 SBS 해설위원은 "공격적인 플레이 일변도는 자제해야 한다"면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려면 더 성숙한 플레이가 요긴하다"고 말했다.

이경훈 코치 역시 "보기를 줄이는 플레이가 절실하다"면서 "두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깨지면서 배운 게 있다면 더 집중하고 더 차분한 플레이를 해야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실패를 통해 진화하는 특급 신인 김세영의 메이저 도전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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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번의 메이저 분루 김세영 “다음엔 내가 퀸”
    • 입력 2015-06-16 09:24:09
    • 수정2015-06-16 11:14:35
    연합뉴스
"좋은 기회를 놓쳐 아쉽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이 끝나자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우승자 박인비(27·KB금융그룹)에 쏠렸다.

준우승자 김세영(22·미래에셋)은 9번홀에서 황당한 4퍼트 더블보기로 우승을 헌납한 조연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세영은 당당했다. 치명적인 실수로 추격의 고삐를 놓친 사실을 시인하고 아쉬움을 감추지도 않았다. 그리고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박인비가 이날 우승으로 메이저대회에서만 6승, 통산 15승을 올린 현역 최강의 '골프 여왕'이라면 김세영은 '차세대 골프여왕' 후보 0순위 선수다.

이날 스포트라이트는 박인비가 차지했지만 김세영의 준우승도 박인비의 우승 못지않은 값어치를 지녔다.

김세영은 올해 LPGA투어에 발을 디딘 신인. 신인이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는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김세영은 이날 상금 32만3천230달러를 받았다.

LPGA 투어 입성 이후 단일 대회에서 받은 상금 가운데 가장 많다.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 때 받은 19만5천달러와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받은 27만 달러보다 많다.

김세영의 올해 활약은 박인비에 버금간다.

박인비의 성과가 워낙 뛰어나 가려졌을 뿐이다.

이미 두차례 우승으로 박인비의 3승에 이어 다승 2위다. 상금 랭킹에서도 109만6천834달러로 1위 박인비(142만2천500달러)에 이어 2위.

신인 선수가 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고도 100만 달러를 넘긴 것은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세계랭킹도 11위까지 끌어올렸다. 평소 소원이라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티켓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신인왕 레이스에서는 독주 체제를 굳힐 기세다.

특히 김세영은 메이저대회에서 활약이 두드러진다. 두차례 메이저대회에서 김세영은 준우승와 공동4위를 차지했다. 두번 모두 '톱5'에 입상했다.

14차례 대회에서 '톱5' 입상은 우승 두번을 포함해 4차례. 우승을 뺀 두 번이 메이저대회에서다.

두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최종 라운드를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다. 최정상급 선수도 메이저대회에서 2차례 연속 챔피언조 경기는 드물다.

메이저대회는 코스가 길고 어렵다.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보통 대회보다 더 받는다.

김세영이 두차례 메이저대회에서 4라운드에서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메이저대회 실패자'로 낙인찍는다면 억울한 일이다.

김세영을 지도하는 이경훈 코치는 "장타력을 지닌데다 배짱이 두둑해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한국에서도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플레이로 유명했다.

LPGA투어에서도 김세영은 장타의 장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버디를 잡아내는 경기 방식을 선호한다.

김세영의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262.811야드로 투어 선수 가운데 13위에 올라 있다. 김세영보다 드라이브샷을 더 멀리 치는 12명 가운데 우승을 다툴 만큼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는 청야니(대만), 브리타니 린시컴, 알렉시스 톰프슨(이상 미국) 정도다. 김세영은 사실상 투어에서 손꼽히는 장타자인 셈이다.

이런 결과가 버디 1위(220개), 이글 1위(9개)로 나타났다.

이경훈 코치는 "플레이 스타일이 거칠어서 미국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미국 진출을 반대하는 전문가가 더 많았지만 아웃오브바운즈(OB)가 없는 미국 골프장에 더 어울린다고 보고 LPGA 투어에 도전하라고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김세영의 또 다른 장점은 부진한 플레이를 금방 잊어버리는 시원시원한 성격이다. 시즌 첫번째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최종 라운드 역전패의 아픔을 겪었지만 바로 이어진 롯데챔피언십에서 보란 듯 우승을 일궈냈다.

이번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도 최종 라운드에서 한때 박인비에 1타차까지 따라 붙었다가 통한의 4퍼트로 주저앉은 충격 역시 경기 가 끝난 뒤 훌훌 털어버렸다.

대회 코스가 어렵다고 해서 주눅이 드는 일도 없다. ANA인스퍼레이션 개최지 미션힐스골프장과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이 열린 웨스체스터골프장은 전장이 길고 레이아웃이 까다롭다. 그린도 난도가 높다. 이런 코스에서 김세영은 훨훨 날았다.

길고 어려운 코스에서 열리는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김세영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김세영의 장점이 메이저대회에서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충고도 유효하다.

김세영을 주니어 시절에 가르쳤던 박원 SBS 해설위원은 "공격적인 플레이 일변도는 자제해야 한다"면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려면 더 성숙한 플레이가 요긴하다"고 말했다.

이경훈 코치 역시 "보기를 줄이는 플레이가 절실하다"면서 "두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깨지면서 배운 게 있다면 더 집중하고 더 차분한 플레이를 해야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실패를 통해 진화하는 특급 신인 김세영의 메이저 도전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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