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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동구 밖 과수원길 아까시 나무는 누가 심었나?
입력 2015.06.18 (06:06) 취재후
■ 아까시? 아카시아?

지난달 국립산림과학원은 경기도 포천시 광릉숲에서 100년이 넘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아까시 나무 군락이 발견됐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관련 기사들을 보면 대부분 아까시 나무에 대해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아카시아 나무로 잘못 알려진"

그렇습니다. 동구밖 과수원길에 활짝 피어 있는 그 꽃은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까시'였던 겁니다.

"언어라는게 오랜 기간 통용이 되고 익숙해지다보면 그냥 그렇게 굳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까시'라고 홍보를 해도 쉽지 않습니다."

광릉숲 아까시 군락지에서 만난 산림과학원 연구사님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더 복잡해졌습니다. "아카시아로 잘못 알려진" 아까시 외에 또 다른 '진짜 아카시아'도 존재한다는 겁니다. '진짜 아카시아'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열대와 온대 지역에 분포하는 식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자라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 정리를 해볼까요. 동구밖 과수원길에 활짝 피어 있는 꽃은 '아까시'고요.
[아까시]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768475&cid=46686&categoryId=46694

전혀 다른 '레알' 아카시아도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아카시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21776&cid=40942&categoryId=32718

껌 이름으로도 유명하죠? 해당 제과업체는 올해 껌 출시 40년을 기념해 '미스 아카시아'를 선발한다는 기사도 있더군요. '미스 아까시 선발대회'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 100년 넘은 아까시 나무…누가, 왜 심었나?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번에 광릉숲에서 발견된 아까시 나무들은 100년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무의 몸통에 구멍을 뚫어 심을 뽑아보면 둥근 고리가 나타납니다. 바로 '나이테'입니다. 103년에서 105년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광릉숲 아까시 군락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산림과학원은 과거 이 지역에 아까시 나무를 심은 기록이 있다는 사실도 찾아냈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조림대장을 보면 "1914년 광릉숲 1.3 헥타아르에 아까시 나무 2400그루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바로 이 때 심은 2400그루 중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버텨 온 아까시 나무 133그루가 이번에 발견된겁니다.



당시 조선에서 목재는 물론 쓸모 있는 건 죄다 수탈해갔던 일제가 왜 조선 땅에 나무를 심었을까요? 아마 한반도가 천년 만년 자신들의 식민지일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일단 다 자란 나무는 뽑아가고 나중을 위해 묘목을 심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산림과학원 관계자들의 추측입니다. 실제 당시 조림대장을 보면 한반도 전역 70여 곳에 조림사업을 실시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광릉숲 아까시 군락이 그 중 하나인 셈이죠.

■ CO2 먹는 하마…아까시의 재발견

아까시 나무의 탁월한 점은 이산화탄소 흡수량입니다. 일반적으로 아까시 나무는 같은 부피의 다른 나무보다 더 무겁다고 합니다. 즉 내부에 이산화탄소를 더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거죠.
산림과학원이 이번에 발견된 133그루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조사해 봤더니 1그루 당 1년에 12.2킬로그램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종은 30년생 상수리나무인데 한 그루당 14.6킬로그램을 흡수한다고 합니다. 30년생 상수리나무와 비슷한 수준인 겁니다.

아까시 나무는 또 '아카시아 꿀'을 통해 양봉농가에게 매년 천억 원 이상의 수입을 가져다 주는 효자 작물입니다. (이제는 '아까시 꿀'로 불러야 하나요) 목재 재질이 우수해 건축과 목공예 등에도 많이 쓰이고요. 게다가 100년이 넘도록 탁월한 이산화탄소 흡수량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아까시 나무 군락 발견을 통해 증명됐습니다.

산림과학원은 앞으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조림 수종을 선택할 때 아까시 나무가 중요한 선택지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백년 전 일제의 조림 사업이 의도하지 않게 국내 임업 연구에 있어서는 중요한 연구 결과를 제공하게 된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아까시 군락 발견이 "일제시대에 철도도 놓이고 길도 닦여서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근거가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연관기사]

☞ [뉴스9(경인)] 탄소 흡수 능력 탁월…국내 최고 아까시 군락 발견
  • [취재후] 동구 밖 과수원길 아까시 나무는 누가 심었나?
    • 입력 2015-06-18 06:06:55
    취재후
■ 아까시? 아카시아?

지난달 국립산림과학원은 경기도 포천시 광릉숲에서 100년이 넘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아까시 나무 군락이 발견됐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관련 기사들을 보면 대부분 아까시 나무에 대해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아카시아 나무로 잘못 알려진"

그렇습니다. 동구밖 과수원길에 활짝 피어 있는 그 꽃은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까시'였던 겁니다.

"언어라는게 오랜 기간 통용이 되고 익숙해지다보면 그냥 그렇게 굳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까시'라고 홍보를 해도 쉽지 않습니다."

광릉숲 아까시 군락지에서 만난 산림과학원 연구사님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더 복잡해졌습니다. "아카시아로 잘못 알려진" 아까시 외에 또 다른 '진짜 아카시아'도 존재한다는 겁니다. '진짜 아카시아'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열대와 온대 지역에 분포하는 식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자라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 정리를 해볼까요. 동구밖 과수원길에 활짝 피어 있는 꽃은 '아까시'고요.
[아까시]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768475&cid=46686&categoryId=46694

전혀 다른 '레알' 아카시아도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아카시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21776&cid=40942&categoryId=32718

껌 이름으로도 유명하죠? 해당 제과업체는 올해 껌 출시 40년을 기념해 '미스 아카시아'를 선발한다는 기사도 있더군요. '미스 아까시 선발대회'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 100년 넘은 아까시 나무…누가, 왜 심었나?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번에 광릉숲에서 발견된 아까시 나무들은 100년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무의 몸통에 구멍을 뚫어 심을 뽑아보면 둥근 고리가 나타납니다. 바로 '나이테'입니다. 103년에서 105년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광릉숲 아까시 군락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산림과학원은 과거 이 지역에 아까시 나무를 심은 기록이 있다는 사실도 찾아냈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조림대장을 보면 "1914년 광릉숲 1.3 헥타아르에 아까시 나무 2400그루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바로 이 때 심은 2400그루 중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버텨 온 아까시 나무 133그루가 이번에 발견된겁니다.



당시 조선에서 목재는 물론 쓸모 있는 건 죄다 수탈해갔던 일제가 왜 조선 땅에 나무를 심었을까요? 아마 한반도가 천년 만년 자신들의 식민지일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일단 다 자란 나무는 뽑아가고 나중을 위해 묘목을 심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산림과학원 관계자들의 추측입니다. 실제 당시 조림대장을 보면 한반도 전역 70여 곳에 조림사업을 실시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광릉숲 아까시 군락이 그 중 하나인 셈이죠.

■ CO2 먹는 하마…아까시의 재발견

아까시 나무의 탁월한 점은 이산화탄소 흡수량입니다. 일반적으로 아까시 나무는 같은 부피의 다른 나무보다 더 무겁다고 합니다. 즉 내부에 이산화탄소를 더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거죠.
산림과학원이 이번에 발견된 133그루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조사해 봤더니 1그루 당 1년에 12.2킬로그램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종은 30년생 상수리나무인데 한 그루당 14.6킬로그램을 흡수한다고 합니다. 30년생 상수리나무와 비슷한 수준인 겁니다.

아까시 나무는 또 '아카시아 꿀'을 통해 양봉농가에게 매년 천억 원 이상의 수입을 가져다 주는 효자 작물입니다. (이제는 '아까시 꿀'로 불러야 하나요) 목재 재질이 우수해 건축과 목공예 등에도 많이 쓰이고요. 게다가 100년이 넘도록 탁월한 이산화탄소 흡수량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아까시 나무 군락 발견을 통해 증명됐습니다.

산림과학원은 앞으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조림 수종을 선택할 때 아까시 나무가 중요한 선택지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백년 전 일제의 조림 사업이 의도하지 않게 국내 임업 연구에 있어서는 중요한 연구 결과를 제공하게 된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아까시 군락 발견이 "일제시대에 철도도 놓이고 길도 닦여서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근거가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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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9(경인)] 탄소 흡수 능력 탁월…국내 최고 아까시 군락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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