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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밀도 있는 법정드라마 ‘소수의견’
입력 2015.06.18 (19:38) 연합뉴스
서대문구 북아현동 뉴타운 재개발 구역에서 철거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경찰이 대치한다.

진압 과정에 주민 박재호(이경영)의 열여섯 살 난 아들 박신우와 스무 살 의경 김희택이 사망하고 박재호는 김 의경을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된다.

시민단체에서는 법률자문을 해주는 대형 법무법인을 찾고 이 법무법인은 사건을 국선변호인 윤진원(윤계상)에게 넘긴다.

윤 변호사는 박재호로부터 아들을 죽인 사람이 기소된 용역업체 직원이 아닌 의경이라는 말을 듣는다.

일간지 기자 공수경(김옥빈)도 윤 변호사를 찾아와 검찰이 사건을 은폐하고 무언가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화 '소수의견'(감독 김성제) 속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도, 이면적으로도 간단하지 않다.

사건 당사자인 철거민과 의경부터 변호사, 검사, 판사, 경찰관, 기자, 국회의원, 용역업체 회장과 직원, 시민단체 사람까지 수많은 인물이 등장해 하나의 사건을 놓고 저마다 힘겨루기를 벌인다.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은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영화 초반 이들은 선악의 구도로 뚜렷이 나뉜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구도는 점점 무색해진다.

주인공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뚜렷한 악역은 검사 하나 정도다.

작품의 모티브인 용산참사라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21세기 한국사회의 풍경을 봐달라는 감독의 호소가 괜한 말은 아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전에 사회의 모습이 어떤지 먼저 들여다보자는 것은, 영화라는 매체가 실화에 접근하는 방식으로서는 영민한 선택이다.

제 목소리를 내려면 영화가 영화 자체로서 흥미로워야 한다는 점도 감독은 잘 아는 듯하다.

영화는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법정드라마다.

카메라가 철거 현장에 머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상영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법정 안팎에서 여러 권력의 주체들이 벌이는 공수(攻守) 장면들이다.

특히 법정에서 밀고 밀리는 줄다리기는 쫄깃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나름의 양식과 분별력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치열한 진실 공방으로 이야기는 꽉 채워진다.

소소한 통쾌함과 즐거움을 안기는 장면도 많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은 밀도가 아닌 속도 조절이다.

복잡한 사건과 수많은 인물의 관계를 풀어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영화는 초반부 법정용어부터 언론계 은어까지 마구 내던지며 사회의 여러 단면을 몰아붙이듯 제시한다.

관객은 되새겨 생각할 틈을 찾기 어렵다.

반면에 큰 사명감 없던 변호사의 마음이 돌아서는 과정과 그에게 관객이 감정적으로 공감할 시간이 영화 중반에 이르러 갑자기 주어지는 바람에 숨 가쁘게 달리던 초반부에 맞춰둔 호흡이 흐트러진다.

24일 개봉. 127분. 15세 이상 관람가.
  • [새영화] 밀도 있는 법정드라마 ‘소수의견’
    • 입력 2015-06-18 19:38:46
    연합뉴스
서대문구 북아현동 뉴타운 재개발 구역에서 철거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경찰이 대치한다.

진압 과정에 주민 박재호(이경영)의 열여섯 살 난 아들 박신우와 스무 살 의경 김희택이 사망하고 박재호는 김 의경을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된다.

시민단체에서는 법률자문을 해주는 대형 법무법인을 찾고 이 법무법인은 사건을 국선변호인 윤진원(윤계상)에게 넘긴다.

윤 변호사는 박재호로부터 아들을 죽인 사람이 기소된 용역업체 직원이 아닌 의경이라는 말을 듣는다.

일간지 기자 공수경(김옥빈)도 윤 변호사를 찾아와 검찰이 사건을 은폐하고 무언가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화 '소수의견'(감독 김성제) 속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도, 이면적으로도 간단하지 않다.

사건 당사자인 철거민과 의경부터 변호사, 검사, 판사, 경찰관, 기자, 국회의원, 용역업체 회장과 직원, 시민단체 사람까지 수많은 인물이 등장해 하나의 사건을 놓고 저마다 힘겨루기를 벌인다.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은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영화 초반 이들은 선악의 구도로 뚜렷이 나뉜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구도는 점점 무색해진다.

주인공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뚜렷한 악역은 검사 하나 정도다.

작품의 모티브인 용산참사라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21세기 한국사회의 풍경을 봐달라는 감독의 호소가 괜한 말은 아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전에 사회의 모습이 어떤지 먼저 들여다보자는 것은, 영화라는 매체가 실화에 접근하는 방식으로서는 영민한 선택이다.

제 목소리를 내려면 영화가 영화 자체로서 흥미로워야 한다는 점도 감독은 잘 아는 듯하다.

영화는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법정드라마다.

카메라가 철거 현장에 머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상영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법정 안팎에서 여러 권력의 주체들이 벌이는 공수(攻守) 장면들이다.

특히 법정에서 밀고 밀리는 줄다리기는 쫄깃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나름의 양식과 분별력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치열한 진실 공방으로 이야기는 꽉 채워진다.

소소한 통쾌함과 즐거움을 안기는 장면도 많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은 밀도가 아닌 속도 조절이다.

복잡한 사건과 수많은 인물의 관계를 풀어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영화는 초반부 법정용어부터 언론계 은어까지 마구 내던지며 사회의 여러 단면을 몰아붙이듯 제시한다.

관객은 되새겨 생각할 틈을 찾기 어렵다.

반면에 큰 사명감 없던 변호사의 마음이 돌아서는 과정과 그에게 관객이 감정적으로 공감할 시간이 영화 중반에 이르러 갑자기 주어지는 바람에 숨 가쁘게 달리던 초반부에 맞춰둔 호흡이 흐트러진다.

24일 개봉. 127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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