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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베팅액 올려!”…‘아바타 도박’에 재산 탕진

입력 2015.06.20 (10:21) 수정 2015.06.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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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타와 ‘아바타 도박’의 등장

* 아바타[avatar] : 분신(分身)·화신(化身)을 뜻하는 말로,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육체.

자신의 분신을 뜻하는 말인‘아바타’는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를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영화가 국내에서 1,000만 명을 넘는 흥행을 한 지 6년이 지난 2015년, 아바타가 도박판에 등장했습니다.

필리핀 현지 카지노에서 벌어진 도박판을 실시간으로 보고 아바타를 통해 참여한다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지난해에도 필리핀 카지노를 생중계하는 방법으로 수천억 원의 판돈이 오가는 인터넷 사설 도박장을 운영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 있었지만 아바타, 즉 도박 대리인을 통해 해외에서 벌어진 도박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 ‘아바타 도박’…그 치밀한 준비 과정

필리핀 현지 총책 48살 김 모 씨와 47살 한 모 씨는 카지노에 일정 지분을 투자하면 게임 테이블 운영권을 얻을 수 있는 필리핀 외국인 투자법을 악용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43살 고 모 씨 등 5명과 이른바‘아바타’ 도박 사업을 벌이기로 공모하고 관리책과 손님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필리핀 총책은 지난해 12월 필리핀 마닐라의 카지노에 투자해 바카라 게임 테이블 20대의 운영권을 획득하고 중계 장비를 설치했습니다. 또 필리핀 현지 한국인 10여 명에게 월급 250만 원 정도에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하고 이들을 도박 대리인, 즉 ‘아바타’로 고용해 한국의 손님을 맞을 준비를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한편 한국에 있는 일당은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 컴퓨터 7대를 설치한 다음, 홍콩에 서버를 둔 인터넷 사설 도박장을 열었습니다. 필리핀에서 전송한 도박 영상을 홍콩을 통해 한국으로 실시간 중계한 겁니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 홍보를 하지 않고 예전에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을 통해 손님을 끌어모았습니다.

■ 100억 원까지 불어난 판돈, 누구의 주머니로?

올해 1월에 문을 연 아바타 도박 사이트는 4개월 만에 200여 명이 100억 원을 베팅할 만큼 급속하게 성장했습니다. 한국 총책 고 씨는 대포 통장 8개를 이용해 이용자들부터 바카라 게임에 베팅할 금액을 입금받았습니다. 환전 수수료 2~4%를 뗀 뒤, 현지에서 카지노 칩으로 바꿔주고 아바타가 이용자의 지시에 따라 도박을 진행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게임을 새로 진행할 때마다 받는 수수료인 일명 ‘롤비’를 받아 챙겼습니다. 카지노 테이블 운영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잃은 돈 역시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4개월 동안 벌어들인 수익이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마약과 같은 중독성의 ‘아바타 도박’

인터넷 사설 도박장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를 만나 아바타 도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원랜드에서 게임을 하다 알게 된 모집책이 이끈 남양주 아파트에서 아바타 도박을 처음 접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후 해외에 가지 않고도 필리핀 현지의 아바타를 통해 도박을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돈을 계속 잃고 또 잃어도 컴퓨터에 앉아 전화로 아바타에게 베팅을 지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정도로 아바타 도박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가 4개월 동안 잃은 돈은 무려 1억 원. 그는 자신보다 더 많은 돈을 잃은 사람도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잃은 수십 억대의 돈은 고스란히 이들 일당의 주머니에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한국에서 아바타 도박장을 운영한 고 씨 등 5명을 검거하고 필리핀 현지 총책 2명을 뒤쫓고 있습니다.

■ “체계적인 불법 도박 단속 시스템 마련해야”

국내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10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불법도박은 독버섯처럼 퍼져가고 있지만, 음성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습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에 서버를 두고 운영자가 모바일메신저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인과 그 주변사람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고 있습니다. 점점 음성화되고 지능화되고 있는 불법도박의 유혹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단속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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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광장]‘아바타로 원격 조종’…신종 원정 카지노 조직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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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0 10:21:42
    • 수정2015-06-20 16:12:16
    취재후
■ 아바타와 ‘아바타 도박’의 등장

* 아바타[avatar] : 분신(分身)·화신(化身)을 뜻하는 말로,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육체.

자신의 분신을 뜻하는 말인‘아바타’는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를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영화가 국내에서 1,000만 명을 넘는 흥행을 한 지 6년이 지난 2015년, 아바타가 도박판에 등장했습니다.

필리핀 현지 카지노에서 벌어진 도박판을 실시간으로 보고 아바타를 통해 참여한다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지난해에도 필리핀 카지노를 생중계하는 방법으로 수천억 원의 판돈이 오가는 인터넷 사설 도박장을 운영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 있었지만 아바타, 즉 도박 대리인을 통해 해외에서 벌어진 도박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 ‘아바타 도박’…그 치밀한 준비 과정

필리핀 현지 총책 48살 김 모 씨와 47살 한 모 씨는 카지노에 일정 지분을 투자하면 게임 테이블 운영권을 얻을 수 있는 필리핀 외국인 투자법을 악용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43살 고 모 씨 등 5명과 이른바‘아바타’ 도박 사업을 벌이기로 공모하고 관리책과 손님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필리핀 총책은 지난해 12월 필리핀 마닐라의 카지노에 투자해 바카라 게임 테이블 20대의 운영권을 획득하고 중계 장비를 설치했습니다. 또 필리핀 현지 한국인 10여 명에게 월급 250만 원 정도에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하고 이들을 도박 대리인, 즉 ‘아바타’로 고용해 한국의 손님을 맞을 준비를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한편 한국에 있는 일당은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 컴퓨터 7대를 설치한 다음, 홍콩에 서버를 둔 인터넷 사설 도박장을 열었습니다. 필리핀에서 전송한 도박 영상을 홍콩을 통해 한국으로 실시간 중계한 겁니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 홍보를 하지 않고 예전에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을 통해 손님을 끌어모았습니다.

■ 100억 원까지 불어난 판돈, 누구의 주머니로?

올해 1월에 문을 연 아바타 도박 사이트는 4개월 만에 200여 명이 100억 원을 베팅할 만큼 급속하게 성장했습니다. 한국 총책 고 씨는 대포 통장 8개를 이용해 이용자들부터 바카라 게임에 베팅할 금액을 입금받았습니다. 환전 수수료 2~4%를 뗀 뒤, 현지에서 카지노 칩으로 바꿔주고 아바타가 이용자의 지시에 따라 도박을 진행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게임을 새로 진행할 때마다 받는 수수료인 일명 ‘롤비’를 받아 챙겼습니다. 카지노 테이블 운영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잃은 돈 역시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4개월 동안 벌어들인 수익이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마약과 같은 중독성의 ‘아바타 도박’

인터넷 사설 도박장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를 만나 아바타 도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원랜드에서 게임을 하다 알게 된 모집책이 이끈 남양주 아파트에서 아바타 도박을 처음 접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후 해외에 가지 않고도 필리핀 현지의 아바타를 통해 도박을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돈을 계속 잃고 또 잃어도 컴퓨터에 앉아 전화로 아바타에게 베팅을 지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정도로 아바타 도박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가 4개월 동안 잃은 돈은 무려 1억 원. 그는 자신보다 더 많은 돈을 잃은 사람도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잃은 수십 억대의 돈은 고스란히 이들 일당의 주머니에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한국에서 아바타 도박장을 운영한 고 씨 등 5명을 검거하고 필리핀 현지 총책 2명을 뒤쫓고 있습니다.

■ “체계적인 불법 도박 단속 시스템 마련해야”

국내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10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불법도박은 독버섯처럼 퍼져가고 있지만, 음성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습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에 서버를 두고 운영자가 모바일메신저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인과 그 주변사람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고 있습니다. 점점 음성화되고 지능화되고 있는 불법도박의 유혹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단속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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