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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르스 바이러스 확산 종식
메르스 한달…언론의 책임은?
입력 2015.06.21 (17:10) 수정 2015.06.21 (17:50) 미디어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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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신종 감염병, 메르스가 국내에서 발생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2차에 3차, 4차 감염까지, 메르스 확산 걱정할 필요 없다는 방역당국의 낙관적 전망과는 다른 예측 불허의 상황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데요

우리 언론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메르스 사태 장기화에 언론의 책임은 없는 걸까요?

오늘은 먼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박현진 기자, 신종 감염병은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어떻게 상황이 달라질지 예측하기 어려운데요.

그 때문인지, 언론 보도도 많이 혼란스러웠죠?

<답변>
네, 초기 보건당국의 낙관적인 전망을 그대로 보도했던 언론들이 메르스 상황이 심각해지자 당국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이처럼 언론 보도까지 오락가락하면서 국민들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녹취> KBS 9시뉴스(5.20) : "지난달 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뒤 메르스 사태는 지금까지 몇 번의 기로를 거쳤습니다."

6월 2일, 첫 3차 감염자 발생에 이은 13일, 4차 감염자 발생.

평소 건강하던 30대 환자가 위중하다는 소식과 기저 질환이 없던 60대 환자의 사망.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평택 경찰관의 메르스 확진.

당초 보건당국의 낙관적 전망에서 벗어나는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메르스에 대한 언론의 예측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녹취> 조선(6.1/2면) : "현재까지 발생 형태로 보면 대규모 3차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녹취> 문화(6.5/5면) : "3차 감염도 전파력이 강해 4차 감염 사태도 안심할 수 없다"

<녹취> 국민(6.9/27면) : "4차, 5차 감염자도 나올 수 있고 지역 사회 확산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하루 사이에 사태 추이를 다르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SBS 뉴스8(6.12) : "격리 대상자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유행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SBS뉴스8(6.13) : "병원 밖에서 감염된 첫 사례여서 3차 유행이 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건당국의 발표 내용을 언론들이 그날그날 중계식으로 보도하며 그에 따라 해석을 하다보니, 매일 달라지는 기사 내용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인터뷰> 김우주(대한감염학회 이사장) : "어떤 야구 중계같아요. 1회, 2회, 3회 뭐가 있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감염병에 의한 국가적인 재난이기 때문에 냉정하게 정부, 의료계, 국민, 언론이 어떻게 하면 빨리 종식시키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한 건데..."

<질문>
박 기자,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볼까요?

지금 이 메르스 확산 사태를 부른 건 발병 초기 보건당국의 미숙한 대응 때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데요.

보건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기만 한 언론도 비판 받을 부분이 있죠?

<답변>
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데요.

이 책임에서 언론도 자유로울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리포트>

메르스 사태가 길어지고 정부의 낙관적 전망이 줄줄이 빗나가면서 메르스 발생 초기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던 언론들도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녹취> SBS 8시뉴스(6.16) : "격리 대상자가 5천500명을 넘어섰는데 이들에 대한 보건당국의 관리는 여전히 허점투성입니다."

<녹취> KBS 9시뉴스(6.16) : "메르스 초기 대응을 비롯해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습니다. 국제 기준을 잣대로 삼았다는 보건당국의 낙관은 번번이 빗나갔습니다."

<녹취> 동아(6.16/1면) : "메르스 낙관이 모두 빗나갔다. 감염자 중 많은 수가 2m내 밀접 접촉이 없었는데도 감염됐다."

<녹취> 국민(6.17/4면) : "사망자 중 약 20%는 특별한 지병이 없는데도 숨졌다. 고령일수록 취약하다던 정부의 공식도 점점 깨지고 있다."

보건당국도 인정한 초동 대응 실패!

<인터뷰> 권덕철(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 : "초동에 대처를 못한 건 확실하게 맞습니다.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으로 갔을 때, 초동에 막았어야 하는데 그걸 막지 못한 게 저희들은 뼈 아픈..."

메르스 발생초기 언론은 보건당국 방침이나 발표를 그대로 인용 보도했습니다.

메스르 관련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과 이유를 그대로 전달하는데 그치거나 찬반 양측의 주장을 실어 하나의 논란으로 다뤘습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 WHO의 감염병 보도 준칙은 신뢰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이를 위해선 '미리 알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불완전한 정보라도 사전에 위험을 경고하는 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현재와 같은 정보화시대에서는 사실 정보 통제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인터뷰> 마틴 엔서링크(과학전문지 '사이언스' 기자) : "현재와 같은 시대에 간호사나 의사가 친구에게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친구가 인터넷에 이 정보를 뿌릴 수 있죠. 이를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실제 질병의 상황이 어떤지를 알리는 것이 언론인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이 정부 발표를 검증 없이 받아쓴 데 대해 많은 비판과 자성이 있었습니다.

사안은 다르지만, 메르스 보도에서도 언론이 초기에 충분한 의심을 하며 발생 가능한 상황들과 대처 방안을 따져봤는지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김언경(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물론 중앙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잘 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 받아쓰기처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은 아니거든요. 보건당국이 어떠한 행보를 취했던 간에 언론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보건당국의 대처를 요구하는 보도들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지난해 서방 세계에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발병 소식을 전했던 포파나 기자.

처음 관련 뉴스를 보도했을 때, 당국은 불안을 조장한다며 비난했습니다.

<녹취> 우마르 포파나(시에라리온 기자) : "에볼라가 시에라리온에 발병할까 아닐까가 아닌 언제 발병할까가 문제라고 보도했을 때 정부 고위관리로부터 '불필요한 위험을 조장하는 사람'이는 말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결국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이후에도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고, 포파나 기자는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녹취> 포파나(시에라리온 기자) : "국회는 우리가 전 세계에 에볼라 뉴스를 내보내는 것에 대해 안 좋게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정치인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대통령은 발병 10주차가 될 때까지 진원지를 방문한 적이 없었어요. 언론인으로서 이의 제기를 계속한 뒤에야 비상 사태가 선포됐습니다."

<질문>
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만큼, 언론이 처음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감시와 견제 기능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그런데 박 기자, 보도 경쟁 속에서 오보도 있었죠?

<답변>
네, 국민들의 관심이 아주 큰 사안이었는데요.

평소 건강하던 30대 감염 의사가 뇌사상태에 빠졌다, 사망했다는 소식까지 이어졌지만 모두 오보였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오후, 메르스에 감염된 삼성서울병원의 의사가 뇌사에 빠졌다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장례 절차를 준비 중이다, 12일까지 버티기 힘들다는 구체적 내용까지 포함됐습니다.

<녹취> 한국일보(06.11) :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11일 A씨는 뇌활동이 모두 정지돼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삼성서울병원 관계자 역시 이날 오전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가 익명의 관계자 주장을 인용해 단독 보도한 걸 다른 언론들이 받아쓰면서 일파만파 확산된 겁니다.

그러나 오보였습니다.

보건당국은 해당 환자가 호흡 곤란이 있지만 생명이 위독한 상황은 아니라며 즉각 반박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보건당국의 반박이 있은 직후에도 YTN은 이 환자가 사망했다고 속보를 냈고 결국 20분 뒤 정정 보도를 해야 했습니다.

<녹취> YTN(06.11/정정방송) : "삼성서울병원 의사로, 메르스 35번 확진 환자인 38살 박 모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 조금 전 전해드렸는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정합니다."

정부의 잘못된 발표를 그대로 전해 오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3일 당국은 메르스 완치자의 혈장 치료를 받은 환자가 숨졌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녹취> 엄중식(교수/메르스 즉각대응팀) : "어제 사망하신 걸로 보고가 돼서, 아마 투여 시점이 느렸기 때문에 효과가 부족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있고"

많은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지만, 10시간 뒤 보건당국은 실수였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했습니다.

지난 7일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을 공개했을 땐, 기본적인 지명이나 병원 이름을 잘못 밝혔고, 잘못된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혼란을 부추겼습니다.

정부발표를 확인 검증해 보도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유현재(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정보 당국자의 신뢰, 어떤 발표하는 메시지라든가 정보의 신뢰가 다소 약화하기 시작한 시점에는 언론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하지 않나 그래서 국민이 갖고 있는 불안, 국민이 가질 수 있는 의심 그리고 당연히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정보의 권리, 이런 것들을 지원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언론이 돼야 하지 않느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12일 KBS는 메르스 정보로 위장한 이메일을 통해 악성 코드가 유포되고 있다는 북한과의 관련 가능성을 보도했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 : "악성 코드와 통신하는 IP를 추적한 결과 북한 IP 와 통신을 시도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보도 이후 알고보니 해당 악성코드는 국내 한 보안업체가 내부 교육용으로 쓰던 것이 밖으로 유출된 것이었습니다.

이를 오해해서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보도 자료를 냈고 KBS가 자체분석을 더해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결국 후속보도를 통해 당시 내용을 정정해야 했습니다.

<질문>
최근 몇 년 사이 신종플루와 에볼라에 이어서 이번 메르스까지, 신종 감염병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감염병 보도 원칙은 잘 마련돼 있고, 잘 지켜지고 있는지 언론 스스로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요?

<답변>
네, 현재도 감염병 보도와 관련한 지침은 충분히 마련돼 있는데요.

문제는 실천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단체가 함께 만든 재난보도준칙.

급성 감염병이나 전염병 등의 창궐도 재난으로 준칙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든지 1년도 안된 이 준칙은 메르스 보도에서 거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제10조 : "제작 책임자는 속보 경쟁에 치우쳐 현장기자에게 무리한 취재나 제작을 요구함으로써 정확성을 소홀히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녹취> 제15조 :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 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속보 경쟁 속에 오보도 많았고, 흥미 위주의 선정적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녹취> TV조선(정치옥타곤/6.13) : "메르스 책임 회피 5인방, 오늘 확실히 뽑아봅니다. 5위부터 봅니다. 삼성병원 내과과장!"

감정적 표현이나 막연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는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채널A(06.05) :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평택 성모병원 앞입니다"

기자들은 일단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으로 달려가 속보와 특종 경쟁을 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언론사들이 기자들에게 평상시 재난 취재 원칙을 교육시켜야 오보와 선정적 보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언경(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반드시 평소에 기자와 언론인들에 대한 재교육, 기존에 나와 있던 가이드라인 뿐 아니고 어떻게 보도가 되어야 되는가에 대한 세미나 같은 게 좀 더 많이 이뤄져서 그야말로 학습된 기자들이 많아져야 된다."

<기자 멘트>

버스나 지하철에서 기침만 해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리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국민들의 불안은 커져 있습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메르스 사태를 잦아들게 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언론도 정확한 사실 전달과 함께 질병 확산을 막는 방재 시스템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해야할 때입니다.
  • 메르스 한달…언론의 책임은?
    • 입력 2015-06-21 17:41:24
    • 수정2015-06-21 17:50:59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신종 감염병, 메르스가 국내에서 발생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2차에 3차, 4차 감염까지, 메르스 확산 걱정할 필요 없다는 방역당국의 낙관적 전망과는 다른 예측 불허의 상황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데요

우리 언론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메르스 사태 장기화에 언론의 책임은 없는 걸까요?

오늘은 먼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박현진 기자, 신종 감염병은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어떻게 상황이 달라질지 예측하기 어려운데요.

그 때문인지, 언론 보도도 많이 혼란스러웠죠?

<답변>
네, 초기 보건당국의 낙관적인 전망을 그대로 보도했던 언론들이 메르스 상황이 심각해지자 당국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이처럼 언론 보도까지 오락가락하면서 국민들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녹취> KBS 9시뉴스(5.20) : "지난달 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뒤 메르스 사태는 지금까지 몇 번의 기로를 거쳤습니다."

6월 2일, 첫 3차 감염자 발생에 이은 13일, 4차 감염자 발생.

평소 건강하던 30대 환자가 위중하다는 소식과 기저 질환이 없던 60대 환자의 사망.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평택 경찰관의 메르스 확진.

당초 보건당국의 낙관적 전망에서 벗어나는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메르스에 대한 언론의 예측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녹취> 조선(6.1/2면) : "현재까지 발생 형태로 보면 대규모 3차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녹취> 문화(6.5/5면) : "3차 감염도 전파력이 강해 4차 감염 사태도 안심할 수 없다"

<녹취> 국민(6.9/27면) : "4차, 5차 감염자도 나올 수 있고 지역 사회 확산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하루 사이에 사태 추이를 다르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SBS 뉴스8(6.12) : "격리 대상자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유행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SBS뉴스8(6.13) : "병원 밖에서 감염된 첫 사례여서 3차 유행이 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건당국의 발표 내용을 언론들이 그날그날 중계식으로 보도하며 그에 따라 해석을 하다보니, 매일 달라지는 기사 내용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인터뷰> 김우주(대한감염학회 이사장) : "어떤 야구 중계같아요. 1회, 2회, 3회 뭐가 있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감염병에 의한 국가적인 재난이기 때문에 냉정하게 정부, 의료계, 국민, 언론이 어떻게 하면 빨리 종식시키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한 건데..."

<질문>
박 기자,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볼까요?

지금 이 메르스 확산 사태를 부른 건 발병 초기 보건당국의 미숙한 대응 때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데요.

보건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기만 한 언론도 비판 받을 부분이 있죠?

<답변>
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데요.

이 책임에서 언론도 자유로울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리포트>

메르스 사태가 길어지고 정부의 낙관적 전망이 줄줄이 빗나가면서 메르스 발생 초기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던 언론들도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녹취> SBS 8시뉴스(6.16) : "격리 대상자가 5천500명을 넘어섰는데 이들에 대한 보건당국의 관리는 여전히 허점투성입니다."

<녹취> KBS 9시뉴스(6.16) : "메르스 초기 대응을 비롯해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습니다. 국제 기준을 잣대로 삼았다는 보건당국의 낙관은 번번이 빗나갔습니다."

<녹취> 동아(6.16/1면) : "메르스 낙관이 모두 빗나갔다. 감염자 중 많은 수가 2m내 밀접 접촉이 없었는데도 감염됐다."

<녹취> 국민(6.17/4면) : "사망자 중 약 20%는 특별한 지병이 없는데도 숨졌다. 고령일수록 취약하다던 정부의 공식도 점점 깨지고 있다."

보건당국도 인정한 초동 대응 실패!

<인터뷰> 권덕철(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 : "초동에 대처를 못한 건 확실하게 맞습니다.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으로 갔을 때, 초동에 막았어야 하는데 그걸 막지 못한 게 저희들은 뼈 아픈..."

메르스 발생초기 언론은 보건당국 방침이나 발표를 그대로 인용 보도했습니다.

메스르 관련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과 이유를 그대로 전달하는데 그치거나 찬반 양측의 주장을 실어 하나의 논란으로 다뤘습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 WHO의 감염병 보도 준칙은 신뢰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이를 위해선 '미리 알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불완전한 정보라도 사전에 위험을 경고하는 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현재와 같은 정보화시대에서는 사실 정보 통제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인터뷰> 마틴 엔서링크(과학전문지 '사이언스' 기자) : "현재와 같은 시대에 간호사나 의사가 친구에게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친구가 인터넷에 이 정보를 뿌릴 수 있죠. 이를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실제 질병의 상황이 어떤지를 알리는 것이 언론인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이 정부 발표를 검증 없이 받아쓴 데 대해 많은 비판과 자성이 있었습니다.

사안은 다르지만, 메르스 보도에서도 언론이 초기에 충분한 의심을 하며 발생 가능한 상황들과 대처 방안을 따져봤는지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김언경(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물론 중앙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잘 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 받아쓰기처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은 아니거든요. 보건당국이 어떠한 행보를 취했던 간에 언론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보건당국의 대처를 요구하는 보도들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지난해 서방 세계에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발병 소식을 전했던 포파나 기자.

처음 관련 뉴스를 보도했을 때, 당국은 불안을 조장한다며 비난했습니다.

<녹취> 우마르 포파나(시에라리온 기자) : "에볼라가 시에라리온에 발병할까 아닐까가 아닌 언제 발병할까가 문제라고 보도했을 때 정부 고위관리로부터 '불필요한 위험을 조장하는 사람'이는 말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결국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이후에도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고, 포파나 기자는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녹취> 포파나(시에라리온 기자) : "국회는 우리가 전 세계에 에볼라 뉴스를 내보내는 것에 대해 안 좋게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정치인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대통령은 발병 10주차가 될 때까지 진원지를 방문한 적이 없었어요. 언론인으로서 이의 제기를 계속한 뒤에야 비상 사태가 선포됐습니다."

<질문>
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만큼, 언론이 처음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감시와 견제 기능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그런데 박 기자, 보도 경쟁 속에서 오보도 있었죠?

<답변>
네, 국민들의 관심이 아주 큰 사안이었는데요.

평소 건강하던 30대 감염 의사가 뇌사상태에 빠졌다, 사망했다는 소식까지 이어졌지만 모두 오보였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오후, 메르스에 감염된 삼성서울병원의 의사가 뇌사에 빠졌다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장례 절차를 준비 중이다, 12일까지 버티기 힘들다는 구체적 내용까지 포함됐습니다.

<녹취> 한국일보(06.11) :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11일 A씨는 뇌활동이 모두 정지돼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삼성서울병원 관계자 역시 이날 오전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가 익명의 관계자 주장을 인용해 단독 보도한 걸 다른 언론들이 받아쓰면서 일파만파 확산된 겁니다.

그러나 오보였습니다.

보건당국은 해당 환자가 호흡 곤란이 있지만 생명이 위독한 상황은 아니라며 즉각 반박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보건당국의 반박이 있은 직후에도 YTN은 이 환자가 사망했다고 속보를 냈고 결국 20분 뒤 정정 보도를 해야 했습니다.

<녹취> YTN(06.11/정정방송) : "삼성서울병원 의사로, 메르스 35번 확진 환자인 38살 박 모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 조금 전 전해드렸는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정합니다."

정부의 잘못된 발표를 그대로 전해 오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3일 당국은 메르스 완치자의 혈장 치료를 받은 환자가 숨졌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녹취> 엄중식(교수/메르스 즉각대응팀) : "어제 사망하신 걸로 보고가 돼서, 아마 투여 시점이 느렸기 때문에 효과가 부족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있고"

많은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지만, 10시간 뒤 보건당국은 실수였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했습니다.

지난 7일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을 공개했을 땐, 기본적인 지명이나 병원 이름을 잘못 밝혔고, 잘못된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혼란을 부추겼습니다.

정부발표를 확인 검증해 보도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유현재(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정보 당국자의 신뢰, 어떤 발표하는 메시지라든가 정보의 신뢰가 다소 약화하기 시작한 시점에는 언론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하지 않나 그래서 국민이 갖고 있는 불안, 국민이 가질 수 있는 의심 그리고 당연히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정보의 권리, 이런 것들을 지원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언론이 돼야 하지 않느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12일 KBS는 메르스 정보로 위장한 이메일을 통해 악성 코드가 유포되고 있다는 북한과의 관련 가능성을 보도했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 : "악성 코드와 통신하는 IP를 추적한 결과 북한 IP 와 통신을 시도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보도 이후 알고보니 해당 악성코드는 국내 한 보안업체가 내부 교육용으로 쓰던 것이 밖으로 유출된 것이었습니다.

이를 오해해서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보도 자료를 냈고 KBS가 자체분석을 더해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결국 후속보도를 통해 당시 내용을 정정해야 했습니다.

<질문>
최근 몇 년 사이 신종플루와 에볼라에 이어서 이번 메르스까지, 신종 감염병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감염병 보도 원칙은 잘 마련돼 있고, 잘 지켜지고 있는지 언론 스스로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요?

<답변>
네, 현재도 감염병 보도와 관련한 지침은 충분히 마련돼 있는데요.

문제는 실천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단체가 함께 만든 재난보도준칙.

급성 감염병이나 전염병 등의 창궐도 재난으로 준칙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든지 1년도 안된 이 준칙은 메르스 보도에서 거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제10조 : "제작 책임자는 속보 경쟁에 치우쳐 현장기자에게 무리한 취재나 제작을 요구함으로써 정확성을 소홀히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녹취> 제15조 :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 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속보 경쟁 속에 오보도 많았고, 흥미 위주의 선정적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녹취> TV조선(정치옥타곤/6.13) : "메르스 책임 회피 5인방, 오늘 확실히 뽑아봅니다. 5위부터 봅니다. 삼성병원 내과과장!"

감정적 표현이나 막연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는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채널A(06.05) :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평택 성모병원 앞입니다"

기자들은 일단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으로 달려가 속보와 특종 경쟁을 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언론사들이 기자들에게 평상시 재난 취재 원칙을 교육시켜야 오보와 선정적 보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언경(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반드시 평소에 기자와 언론인들에 대한 재교육, 기존에 나와 있던 가이드라인 뿐 아니고 어떻게 보도가 되어야 되는가에 대한 세미나 같은 게 좀 더 많이 이뤄져서 그야말로 학습된 기자들이 많아져야 된다."

<기자 멘트>

버스나 지하철에서 기침만 해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리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국민들의 불안은 커져 있습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메르스 사태를 잦아들게 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언론도 정확한 사실 전달과 함께 질병 확산을 막는 방재 시스템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해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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