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메르스 한달, 무엇을 실패했나
입력 2015.06.21 (23:48) 수정 2015.06.22 (00:03) 취재파일K
자동재생
동영상영역 시작
동영상영역 끝
<프롤로그>

<인터뷰> 송재훈(삼성서울병원장) : "14번 환자가 메르스 환자에 노출됐다는 정보는 27일 내원 당시에 환자도 모르고 있었고, 저희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재호(건강정책학회 이사) : "짧은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 (1차) 의료기관의 현실. 그리고 혼잡한 응급실 운영실태 이런 것들이 맞물려서 나타난."

<인터뷰> 최원석(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조교수) : "우리가 그런걸 (질병예방을) 더 열심히 하자고 할수록 병원은 내야하는 비용이 많아져요. 환영받지 못하죠."

<오프닝>

지난달 20일, 중동여행을 다녀온 1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환자는 계속 늘어나, 우리나라는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발병 세계 2위국이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는 무능한 보건당국과 취약한 의료시스템이 만들어낸 의료재난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에서 가장 많은 전염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정부는 메르스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걸까요?

<리포트>

지난 4월 18일부터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를 여행하던 1번 환자.

5월 4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합니다.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지난 1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받았습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이 환자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습니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의 발생이 확인되고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 보건당국은 오판을 합니다.

<인터뷰> 양병국(질병관리본부장) : "2미터 이내에서 한 시간 이상 접촉한 경우를 밀첩 접촉이라고 정의하고 하고 있습니다."

2미터 이내, 한시간 이상 접촉이라는 기준에 따라 보건당국이 처음에 격리대상자로 지정한 인원은 모두 64명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종구(한-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 : "첫 환자를 명확하게 격리 조치를 못하면 이렇게 병원 감염으로 전파가 되는 거죠. 그래서 첫 환자의 추적 조사를 철저하게 했어야 했고요. 그다음에 이 사람들이 병원에서 만난 이런 접촉자를 신속하게 격리조치했다면 그렇게 크게 번지지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당국이 격리대상자를 좁게 규정하고 있는 동안, 최초 접촉자 기준에 속하지 않았던 14번 환자는 보건당국의 관리망 밖에서 움직였습니다.

1번 환자와 같은 시기에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14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평택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와 삼성병원응급실에 입원했습니다.

여기서 두번째 오판이 나옵니다.

삼성서울병원이 이 환자를 메르스와 연결시켜 생각하지 않은 것입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온 사실은 알았지만, 해당 병원에서 집단 발병이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 송재훈(삼성서울병원장) : "14번 환자가 메르스 환자에 노출됐다는 정보는 27일 내원 당시에 환자도 모르고 있었고, 저희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보건당국과 삼성병원이 연이어 오판을 하는 사이 문제는 점점 더 커졌습니다.

14번 환자와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던 35번 환자는 자신이 메르스 노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 환자는 지난 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 때까지도 삼성서울병원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병원 명단을 너무 늦게 공개한 세번째 오판이 다시 문제를 확산시켰습니다.

지난달 27일, 병문안을 하러 삼성서울병원에 들렀던 98번 환자가 자신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리라고 생각도 못한 채 다른 병원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이 98번 환자는 병원에 입원하기 전 모두 257명과 접촉합니다.

병원 이름이 조금만 더 일찍 공개됐어도 막을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보건당국은 이후 메르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문제에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순욱(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 : "전파, 전파가 계속 연결로 이어졌다면 6월 12일이 만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사태 초기,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녹취> 박혜자(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삼성병원에서 애초에 막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죠?"

<녹취> 정두련(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장) : "국가가 뚫린 것입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감염으로 인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자 수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정부의 직접 통제와 병원 부분폐쇄가 결정됐지만 그 이후에도 삼성서울병원은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녹취> 최원석(교수) : "(삼성서울병원은) 실제로 접촉자라고 분류가 돼 있지 않은 사람에서 확진자들이 발생하고 있어요. 다시 말해서 마찬가지로 정확한 수준의 접촉자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상황이 발생한 뒤 대처도 문제였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형 병원의 취약한 관리시스템입니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예방 안전 관리 체계가 잘 잡혀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의료 시스템에서는 병원이 이를 위한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터뷰> 이재호(건강정책학회 이사) : "우리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기조가 보건 의료를 국고창출의 방편으로 여기는 그런 정책 기조가 (문제다) 개개인들에게 책임을 전하가려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격리 병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은 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다인실로 몰리고 있습니다.

병원은 인력 운영을 최소화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간호인력으로 환자들을 돌보는 대신, 환자들이 직접 민간 간병인을 고용하도록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원내 감염이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주호(보건의료산업노조 전략기획단장) : "다인실이 아니라 1인실에서 충분한 어떤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으로 갈 수 있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한국 의료도 이제는 적게 내고 적게 받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많이 내고 많이 더 받을 수 있는 쪽으로 선진국형 의료제도로 빨리 탈바꿈을 해야 되지 않을까"

대형병원으로만 환자가 몰리는 의료 체계도 문제입니다.

진료수가가 건수대로 책정되는 상황에서 1차 의료기관들은 제대로 된 진료를 하지 못하고, 환자를 상급 의료기관으로 보냅니다.

환자들이 몰려서 만성적으로 입원실이 부족한 대형병원의 응급실은 입원실을 잡기위한 통로로 이용됩니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 서울 아산병원, 연세 세브란스 병원, 서울대학병원, 서울 성모병원의 응급의료 관리료 청구건수는 30만 건에 이릅니다.

<인터뷰> 이재호(건강정책학회 이사) :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다가 작은 건강문제를 큰 병으로 키워서 큰 병원의 응급실로 찾아가는 경우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됩니다. (메르스사태는) 주치의 제도가 부재한 상태에서 짧은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 의료기관의 현실. 그리고 혼잡한 응급실 운영실태 이런 것들이 맞물려서"

실제로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사흘간 머물면서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등 상급 의료기관의 응급실이 질병 감염의 진원지가 돼 버렸습니다.

<인터뷰>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위원장) : "(원래 병상수의) 세 배 정도 되는 환자가 오고 그 환자의 보호자가 따라오고 또 거기에 입원했다 퇴원한 환자까지 있으면 문병까지 오게 됩니다. 이렇게 과밀하다 보니 여기서 병원 감염 관리라는 것들을 생각하기가 힘들죠."

또 다른 근본적인 문제점은 우리나라 공공의료 인프라가 부실하다는 점입니다.

메르스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한 시설인 격리 음압 병동은 전국 17개 국가지정병원에 105개에 불과합니다.

이런 병상은 수익성이 나지 않기 때문에 사립 병원에서 운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의 병상수는 전체의 9.5%로, 영국, 캐나다, 호주 등 OECD 주요 국가들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격리치료해야하는 환자들의 절반도 수용하지 못합니다.

정부가 민간의료중심으로 의료정책을 펴면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인터뷰>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위원장) : "우리나라는 병원 20개 중에 하나가 공공 병원인데, 이걸 만일 소방서에 비유를 해보자면 20개 중에 하나만 공공 소방서이고, 나머지는 사립 소방서여서 평소에는 돈이 잘 안 벌리는 필수 소방 시설을 안 갖추고 있는 사립 소방서다. 이렇게 되면 그 사회를 정상적으로 보기는 힘들겠죠. "

감염 분야 전문가들이 부족한 것도 문제입니다.

감염내과는 전염병이 돌 때만 반짝 주목받을 뿐 평소에는 대학병원에서 환영받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감염내와 전문의는 모두 190여명에 불과합니다.

지난 16일, 정부가 급하게 역학조사관 숫자를 120여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메르스 발병 이후 수천여명에 달하는 메르스 환자와 격리대상자를 관리하는 역학조사관도 모두 34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중보건의들입니다.

<인터뷰> 최원석(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조교수) : "250병상당 감염관리 간호사가 적어도 1명 이상은 되어야겠다. 열심히 잘 활동할 수 있는 감염활동가가 있어야 되겠다라는 거예요. '감염관리를 열심히합시다.' 그러면 그건 병원에게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질을 올리는 일을 합시다.' 라고 하는 것이거든요."

정부는 정부대로, 병원은 병원대로 잘못된 판단을 반복했습니다.

그사이 많은 사람들이 메르스로 고통받았고 경제는 위축됐습니다.

신종플루, 사스, 에볼라, 지구촌 한 곳에서 발생한 새로운 전염병은 이제 국경을 가리지 않고 퍼져나갑니다.

메르스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가 국가 방역시스템을 혁신하고 후진적인 병원 문화를 바꿔야만 국경없는 전염병 시대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 메르스 한달, 무엇을 실패했나
    • 입력 2015-06-21 23:50:51
    • 수정2015-06-22 00:03:38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송재훈(삼성서울병원장) : "14번 환자가 메르스 환자에 노출됐다는 정보는 27일 내원 당시에 환자도 모르고 있었고, 저희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재호(건강정책학회 이사) : "짧은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 (1차) 의료기관의 현실. 그리고 혼잡한 응급실 운영실태 이런 것들이 맞물려서 나타난."

<인터뷰> 최원석(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조교수) : "우리가 그런걸 (질병예방을) 더 열심히 하자고 할수록 병원은 내야하는 비용이 많아져요. 환영받지 못하죠."

<오프닝>

지난달 20일, 중동여행을 다녀온 1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환자는 계속 늘어나, 우리나라는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발병 세계 2위국이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는 무능한 보건당국과 취약한 의료시스템이 만들어낸 의료재난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에서 가장 많은 전염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정부는 메르스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걸까요?

<리포트>

지난 4월 18일부터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를 여행하던 1번 환자.

5월 4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합니다.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지난 1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받았습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이 환자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습니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의 발생이 확인되고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 보건당국은 오판을 합니다.

<인터뷰> 양병국(질병관리본부장) : "2미터 이내에서 한 시간 이상 접촉한 경우를 밀첩 접촉이라고 정의하고 하고 있습니다."

2미터 이내, 한시간 이상 접촉이라는 기준에 따라 보건당국이 처음에 격리대상자로 지정한 인원은 모두 64명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종구(한-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 : "첫 환자를 명확하게 격리 조치를 못하면 이렇게 병원 감염으로 전파가 되는 거죠. 그래서 첫 환자의 추적 조사를 철저하게 했어야 했고요. 그다음에 이 사람들이 병원에서 만난 이런 접촉자를 신속하게 격리조치했다면 그렇게 크게 번지지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당국이 격리대상자를 좁게 규정하고 있는 동안, 최초 접촉자 기준에 속하지 않았던 14번 환자는 보건당국의 관리망 밖에서 움직였습니다.

1번 환자와 같은 시기에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14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평택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와 삼성병원응급실에 입원했습니다.

여기서 두번째 오판이 나옵니다.

삼성서울병원이 이 환자를 메르스와 연결시켜 생각하지 않은 것입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온 사실은 알았지만, 해당 병원에서 집단 발병이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 송재훈(삼성서울병원장) : "14번 환자가 메르스 환자에 노출됐다는 정보는 27일 내원 당시에 환자도 모르고 있었고, 저희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보건당국과 삼성병원이 연이어 오판을 하는 사이 문제는 점점 더 커졌습니다.

14번 환자와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던 35번 환자는 자신이 메르스 노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 환자는 지난 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 때까지도 삼성서울병원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병원 명단을 너무 늦게 공개한 세번째 오판이 다시 문제를 확산시켰습니다.

지난달 27일, 병문안을 하러 삼성서울병원에 들렀던 98번 환자가 자신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리라고 생각도 못한 채 다른 병원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이 98번 환자는 병원에 입원하기 전 모두 257명과 접촉합니다.

병원 이름이 조금만 더 일찍 공개됐어도 막을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보건당국은 이후 메르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문제에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순욱(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 : "전파, 전파가 계속 연결로 이어졌다면 6월 12일이 만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사태 초기,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녹취> 박혜자(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삼성병원에서 애초에 막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죠?"

<녹취> 정두련(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장) : "국가가 뚫린 것입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감염으로 인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자 수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정부의 직접 통제와 병원 부분폐쇄가 결정됐지만 그 이후에도 삼성서울병원은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녹취> 최원석(교수) : "(삼성서울병원은) 실제로 접촉자라고 분류가 돼 있지 않은 사람에서 확진자들이 발생하고 있어요. 다시 말해서 마찬가지로 정확한 수준의 접촉자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상황이 발생한 뒤 대처도 문제였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형 병원의 취약한 관리시스템입니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예방 안전 관리 체계가 잘 잡혀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의료 시스템에서는 병원이 이를 위한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터뷰> 이재호(건강정책학회 이사) : "우리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기조가 보건 의료를 국고창출의 방편으로 여기는 그런 정책 기조가 (문제다) 개개인들에게 책임을 전하가려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격리 병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은 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다인실로 몰리고 있습니다.

병원은 인력 운영을 최소화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간호인력으로 환자들을 돌보는 대신, 환자들이 직접 민간 간병인을 고용하도록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원내 감염이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주호(보건의료산업노조 전략기획단장) : "다인실이 아니라 1인실에서 충분한 어떤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으로 갈 수 있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한국 의료도 이제는 적게 내고 적게 받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많이 내고 많이 더 받을 수 있는 쪽으로 선진국형 의료제도로 빨리 탈바꿈을 해야 되지 않을까"

대형병원으로만 환자가 몰리는 의료 체계도 문제입니다.

진료수가가 건수대로 책정되는 상황에서 1차 의료기관들은 제대로 된 진료를 하지 못하고, 환자를 상급 의료기관으로 보냅니다.

환자들이 몰려서 만성적으로 입원실이 부족한 대형병원의 응급실은 입원실을 잡기위한 통로로 이용됩니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 서울 아산병원, 연세 세브란스 병원, 서울대학병원, 서울 성모병원의 응급의료 관리료 청구건수는 30만 건에 이릅니다.

<인터뷰> 이재호(건강정책학회 이사) :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다가 작은 건강문제를 큰 병으로 키워서 큰 병원의 응급실로 찾아가는 경우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됩니다. (메르스사태는) 주치의 제도가 부재한 상태에서 짧은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 의료기관의 현실. 그리고 혼잡한 응급실 운영실태 이런 것들이 맞물려서"

실제로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사흘간 머물면서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등 상급 의료기관의 응급실이 질병 감염의 진원지가 돼 버렸습니다.

<인터뷰>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위원장) : "(원래 병상수의) 세 배 정도 되는 환자가 오고 그 환자의 보호자가 따라오고 또 거기에 입원했다 퇴원한 환자까지 있으면 문병까지 오게 됩니다. 이렇게 과밀하다 보니 여기서 병원 감염 관리라는 것들을 생각하기가 힘들죠."

또 다른 근본적인 문제점은 우리나라 공공의료 인프라가 부실하다는 점입니다.

메르스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한 시설인 격리 음압 병동은 전국 17개 국가지정병원에 105개에 불과합니다.

이런 병상은 수익성이 나지 않기 때문에 사립 병원에서 운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의 병상수는 전체의 9.5%로, 영국, 캐나다, 호주 등 OECD 주요 국가들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격리치료해야하는 환자들의 절반도 수용하지 못합니다.

정부가 민간의료중심으로 의료정책을 펴면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인터뷰>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위원장) : "우리나라는 병원 20개 중에 하나가 공공 병원인데, 이걸 만일 소방서에 비유를 해보자면 20개 중에 하나만 공공 소방서이고, 나머지는 사립 소방서여서 평소에는 돈이 잘 안 벌리는 필수 소방 시설을 안 갖추고 있는 사립 소방서다. 이렇게 되면 그 사회를 정상적으로 보기는 힘들겠죠. "

감염 분야 전문가들이 부족한 것도 문제입니다.

감염내과는 전염병이 돌 때만 반짝 주목받을 뿐 평소에는 대학병원에서 환영받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감염내와 전문의는 모두 190여명에 불과합니다.

지난 16일, 정부가 급하게 역학조사관 숫자를 120여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메르스 발병 이후 수천여명에 달하는 메르스 환자와 격리대상자를 관리하는 역학조사관도 모두 34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중보건의들입니다.

<인터뷰> 최원석(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조교수) : "250병상당 감염관리 간호사가 적어도 1명 이상은 되어야겠다. 열심히 잘 활동할 수 있는 감염활동가가 있어야 되겠다라는 거예요. '감염관리를 열심히합시다.' 그러면 그건 병원에게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질을 올리는 일을 합시다.' 라고 하는 것이거든요."

정부는 정부대로, 병원은 병원대로 잘못된 판단을 반복했습니다.

그사이 많은 사람들이 메르스로 고통받았고 경제는 위축됐습니다.

신종플루, 사스, 에볼라, 지구촌 한 곳에서 발생한 새로운 전염병은 이제 국경을 가리지 않고 퍼져나갑니다.

메르스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가 국가 방역시스템을 혁신하고 후진적인 병원 문화를 바꿔야만 국경없는 전염병 시대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취재파일K 전체보기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