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동전기계 터는 신사…알고보니 ‘전직 사장님’

입력 2015.06.23 (08:31) 수정 2015.06.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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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말쑥한 정장을 입은 남성이 대형 마트 안에 설치된 동전 교환기를 터는 장면입니다.

동작이 익숙한 걸 보면, 한두 번 해본 솜씨 같지는 않습니다.

올 1월부터 무려 스무개가 넘는 마트가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 예삿일만은 아닌것 같은데요.

결국, 경찰에 붙잡히게 된 피의자.

그런데 알고 봤더니, 대기업 출신으로 무역 회사를 운영했던 대표였다고 합니다.

잘나가던 사장님이 한순간에 왜 동전 털이범으로 전락하게 된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17일 밤. 경기도의 한 대형 마트입니다.

입구 쪽 휴식공간에 한 남성이 나타나 의자에 앉더니 주변을 둘러봅니다.

아무도 없는걸 확인했는지, 벽에 붙은 동전 교환기와 한참 동안 씨름을 하던 남성.

교환기 안에서 돈을 꺼내 안주머니에 넣고 황급히 자리를 떠납니다.

3일 후 같은 장소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남성.

동전 기계 앞에 다시 다가가더니, 또 한번 돈을 꺼내 챙깁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1팀) : “일자 드라이버를 사용해서 동전 교환기 뒤쪽에 있는 잠금장치를 드라이버로 젖히는 수법입니다.”

허겁지겁 기계 안에 들어 있는 천 원짜리 지폐를 챙기는 남성.

가슴 속에 돈을 집어넣고는 잽싸게 사라져 버립니다.

두 달 쯤 뒤에도 비슷한 영상이 촬영됐습니다.

또 다른 대형 마트의 CCTV인데요.

어린이 놀이기구 옆 동전 교환기 앞에 바짝 붙어있는 중년 남성.

역시, 말쑥한 양복 차림입니다.

기계 안으로 손을 집어 넣더니, 현금을 꺼내들어 품안에 챙겨 넣습니다.

동전 교환기 안에 있던 돈을 몽땅 턴 뒤에야 유유히 마트를 떠납니다.

이런 피해를 입은 업체는 한두 곳이 아니었는데요.

<녹취> 다른 피해 마트 관계자(음성변조/전화) : “잠금장치가 열려있어서 확인했던 거고요. 바로 관련 업체에다가 연락을 해서 그쪽에서 경찰에다가 신고 한 걸로……."

마트에 설치된 동전 교환기를 노리는 의문의 정장 남성.

주로 경기도, 때에 따라서는 충청도에서까지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습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1팀) : “1월부터 6월까지 총 21회에 걸쳐서 대형마트에 설치된 동전 교환기 현금을 털이 했던 사건입니다. 피해 업소에서 계속 동영상이 들어 왔는데 동일 인물로 추정했습니다.”

경찰은 CCTV에 얼굴이 찍힌 동전 기계 털이범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 1팀) : “CCTV를 확보해서 용의자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서 쭉 추적하다 보니까 교통 카드 사용 내역을 쭉 추적 하다보니까……."

CCTV를 통해 용의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 경찰.

용의자가 자주 나타나는 전철역에 잠복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장면, 절도 용의자를 뒤쫓던 경찰이 전철역에서 용의자를 검거해 연행하는 장면입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1팀) : “(용의자가) 주로 상•하차 하는 지역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곳에서 잠복해서 범인을 검거한 것입니다.”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마트의 동전 교환기를 털어온 50대 피의자 조 모 씨.

경찰서로 연행된 조 씨는 조사가 시작된 뒤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1팀) : “잘 나가는 사장, 엘리트 사장님이었습니다. 81년에 대학 졸업을 해서 국내 대기업에 입사했습니다. 입사한 후에 5년 동안 근무를 하다가 자기 사업을 한다고 나와서 87년부터 95년까지 무역 회사를 차려서 운영을 했습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 모두가 부러워 할만한 대기업에 입사해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는 조 씨.

수완이 좋았던 조 씨는 이후엔 무역 회사를 직접 차려 운영합니다.

9년 가까이 경영해 온 무역회사.

하지만, 잘나가던 사업이 어느 순간 기울기 시작하더니, 위기가 찾아옵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1팀) : “부도가 나서 사기 혐의로 다시 교도소에 들어갔고 교도소에 출소한 후에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대부 업체를 운영하다가 또 부도가 났습니다.”

이후 가족들과도 모두 연락이 끊어지게 됐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홀로 남게 된 조 씨.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녹취> 조00(피의자/음성변조) :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우셨나요?) 네. (거절당하신 거예요?) 거절도 당했고 나이가 들다 보니까 제 스스로도 포기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1팀) :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사장까지 역임한 입장에서 아마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고, 3D 업종에는 취업하기를 꺼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마땅한 일자리 없이 찜찔방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게 된 조 씨.

나중엔 한 끼니 때우는 일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생활고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그러던 조 씨의 눈에 들어온 건, 새 삶을 시작할 일자리가 아닌 마트의 동전 교환기였습니다.

<녹취> 조00(피의자/음성변조) : “어느 날 마트를 갔었는데 어떤 젊은 친구(관리직원)가 현금 꺼내 가는 걸 목격했죠. 그런데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지나쳤다가 두 시간 후에 다시 한 번 지나가게 됐는데 보니까 반쯤 열려 있어서 보니까 동전이 조금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아마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손을 대기 시작한 동전 기계.

한 번이 두 번으로, 동전이 지폐로 이어졌고, 결국, 21곳의 마트를 도는데 이르게 됩니다.

<녹취> 조00(피의자/음성변조) : “인적이 사람이 좀 뜸한 곳에 설치된 기계들만 했기 때문에 의심을 받거나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길었던 꼬리는 결국 잡히게 됐고, 응분의 죗값도 치르게 됐습니다.

잘 나가던 무역회사 사장에서 동전 털이 피의자 신세가 된 조 씨.

조 씨는 취재진에게, 앞으로 꼭 재기를 해서 마트에서 훔친 돈을 반드시 갚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00(피의자/음성변조)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제가 반드시, 반드시 찾아갈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경찰은 조 씨에 대해 상습절도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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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동전기계 터는 신사…알고보니 ‘전직 사장님’
    • 입력 2015-06-23 08:37:34
    • 수정2015-06-23 10: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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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말쑥한 정장을 입은 남성이 대형 마트 안에 설치된 동전 교환기를 터는 장면입니다.

동작이 익숙한 걸 보면, 한두 번 해본 솜씨 같지는 않습니다.

올 1월부터 무려 스무개가 넘는 마트가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 예삿일만은 아닌것 같은데요.

결국, 경찰에 붙잡히게 된 피의자.

그런데 알고 봤더니, 대기업 출신으로 무역 회사를 운영했던 대표였다고 합니다.

잘나가던 사장님이 한순간에 왜 동전 털이범으로 전락하게 된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17일 밤. 경기도의 한 대형 마트입니다.

입구 쪽 휴식공간에 한 남성이 나타나 의자에 앉더니 주변을 둘러봅니다.

아무도 없는걸 확인했는지, 벽에 붙은 동전 교환기와 한참 동안 씨름을 하던 남성.

교환기 안에서 돈을 꺼내 안주머니에 넣고 황급히 자리를 떠납니다.

3일 후 같은 장소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남성.

동전 기계 앞에 다시 다가가더니, 또 한번 돈을 꺼내 챙깁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1팀) : “일자 드라이버를 사용해서 동전 교환기 뒤쪽에 있는 잠금장치를 드라이버로 젖히는 수법입니다.”

허겁지겁 기계 안에 들어 있는 천 원짜리 지폐를 챙기는 남성.

가슴 속에 돈을 집어넣고는 잽싸게 사라져 버립니다.

두 달 쯤 뒤에도 비슷한 영상이 촬영됐습니다.

또 다른 대형 마트의 CCTV인데요.

어린이 놀이기구 옆 동전 교환기 앞에 바짝 붙어있는 중년 남성.

역시, 말쑥한 양복 차림입니다.

기계 안으로 손을 집어 넣더니, 현금을 꺼내들어 품안에 챙겨 넣습니다.

동전 교환기 안에 있던 돈을 몽땅 턴 뒤에야 유유히 마트를 떠납니다.

이런 피해를 입은 업체는 한두 곳이 아니었는데요.

<녹취> 다른 피해 마트 관계자(음성변조/전화) : “잠금장치가 열려있어서 확인했던 거고요. 바로 관련 업체에다가 연락을 해서 그쪽에서 경찰에다가 신고 한 걸로……."

마트에 설치된 동전 교환기를 노리는 의문의 정장 남성.

주로 경기도, 때에 따라서는 충청도에서까지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습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1팀) : “1월부터 6월까지 총 21회에 걸쳐서 대형마트에 설치된 동전 교환기 현금을 털이 했던 사건입니다. 피해 업소에서 계속 동영상이 들어 왔는데 동일 인물로 추정했습니다.”

경찰은 CCTV에 얼굴이 찍힌 동전 기계 털이범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 1팀) : “CCTV를 확보해서 용의자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서 쭉 추적하다 보니까 교통 카드 사용 내역을 쭉 추적 하다보니까……."

CCTV를 통해 용의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 경찰.

용의자가 자주 나타나는 전철역에 잠복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장면, 절도 용의자를 뒤쫓던 경찰이 전철역에서 용의자를 검거해 연행하는 장면입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1팀) : “(용의자가) 주로 상•하차 하는 지역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곳에서 잠복해서 범인을 검거한 것입니다.”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마트의 동전 교환기를 털어온 50대 피의자 조 모 씨.

경찰서로 연행된 조 씨는 조사가 시작된 뒤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1팀) : “잘 나가는 사장, 엘리트 사장님이었습니다. 81년에 대학 졸업을 해서 국내 대기업에 입사했습니다. 입사한 후에 5년 동안 근무를 하다가 자기 사업을 한다고 나와서 87년부터 95년까지 무역 회사를 차려서 운영을 했습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 모두가 부러워 할만한 대기업에 입사해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는 조 씨.

수완이 좋았던 조 씨는 이후엔 무역 회사를 직접 차려 운영합니다.

9년 가까이 경영해 온 무역회사.

하지만, 잘나가던 사업이 어느 순간 기울기 시작하더니, 위기가 찾아옵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1팀) : “부도가 나서 사기 혐의로 다시 교도소에 들어갔고 교도소에 출소한 후에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대부 업체를 운영하다가 또 부도가 났습니다.”

이후 가족들과도 모두 연락이 끊어지게 됐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홀로 남게 된 조 씨.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녹취> 조00(피의자/음성변조) :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우셨나요?) 네. (거절당하신 거예요?) 거절도 당했고 나이가 들다 보니까 제 스스로도 포기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인터뷰> 양영(팀장/경기도 남양주 경찰서 강력1팀) :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사장까지 역임한 입장에서 아마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고, 3D 업종에는 취업하기를 꺼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마땅한 일자리 없이 찜찔방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게 된 조 씨.

나중엔 한 끼니 때우는 일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생활고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그러던 조 씨의 눈에 들어온 건, 새 삶을 시작할 일자리가 아닌 마트의 동전 교환기였습니다.

<녹취> 조00(피의자/음성변조) : “어느 날 마트를 갔었는데 어떤 젊은 친구(관리직원)가 현금 꺼내 가는 걸 목격했죠. 그런데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지나쳤다가 두 시간 후에 다시 한 번 지나가게 됐는데 보니까 반쯤 열려 있어서 보니까 동전이 조금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아마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손을 대기 시작한 동전 기계.

한 번이 두 번으로, 동전이 지폐로 이어졌고, 결국, 21곳의 마트를 도는데 이르게 됩니다.

<녹취> 조00(피의자/음성변조) : “인적이 사람이 좀 뜸한 곳에 설치된 기계들만 했기 때문에 의심을 받거나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길었던 꼬리는 결국 잡히게 됐고, 응분의 죗값도 치르게 됐습니다.

잘 나가던 무역회사 사장에서 동전 털이 피의자 신세가 된 조 씨.

조 씨는 취재진에게, 앞으로 꼭 재기를 해서 마트에서 훔친 돈을 반드시 갚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00(피의자/음성변조)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제가 반드시, 반드시 찾아갈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경찰은 조 씨에 대해 상습절도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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