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이중 주차’ 때문에…홧김에 ‘외제차 방화’

입력 2015.06.24 (08:33) 수정 2015.06.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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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아파트 지상 주차장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큰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주차된 외제 승용차에 누군가 불을 지른건데, 이유가 뭔지 알아봤더니 이중 주차를 해 다른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을 줬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주차 공간이 충분했다면 굳이 벌어지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요.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방화와 폭력, 심할 경우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주택가 주차 갈등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경기도 이천의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입니다.

주차된 차량 쪽에서, 갑자기 시뻘건 불길이 치솟습니다.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6월 7일 2시 56분경에 소방서에서 통보를 받았습니다. 차량화재사건 통보를 받았습니다.”

불이 붙은 차량의 타이어가 터지면서, 폭발음까지 들리는 공포스런 상황.

다른 차량으로 옮겨붙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다행히 불은 10여 분 만에 진화가 됐습니다.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피해차량 뒷부분이 전소가 되고 피해차량에 불이 나면서 옆에 주차돼있던 차량이 그을렸습니다.”

불에 탄 건, 주차선 한 모퉁이에 주차돼 있던 외제 차량.

현장 감식을 하던 경찰은 피해 차량에서 수상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발화 지점이 타이어 쪽으로 판단됐고요. 바퀴 밑에 쉽게 연소할 수 있는 고무호스가 놓여 있었는데 그걸 볼 때 방화로 의심이 됐고…….”

바퀴 아래서 발견된 불에 탄 고무호스 조각.

누군가 고의로 이 차량에 불을 내기 위해, 고무 조각에 불을 붙인 다음 차 바퀴 아래 넣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걸까?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피해자가 원한을 사거나 그런 건 없는 걸로 확인되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무슨 주차 문제로 누군가 한 것 같다 추측을 했었습니다.”

주차 시비에 따른 방화로 추정한 경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녹취> 안중수(팀장/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전화) : “그 차가 공교롭게도 이렇게 꺾어지는 곡선에 주차선 외에 이중주차를 해버렸어요. 그래서 그게 상당히 불편하게 한 것 같더라고요.”

피해 차량이 당시 주차됐던 장소는 정상적 주차선 안이 아닌 차들이 지나다니는 통로 부분.

부족한 주차 공간 탓에 평소에도 주민들 사이에 시비가 빈번하게 일어나던 곳이었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여기 차를 막아놓으면 아무도 못 간단 말이에요. 이렇게 들어와서 후진으로밖에 못 나가요. 수십 대가 그렇게 나가는데 뒤에 또 누가 들어와 봐요. 여기서 싸우고 난리난다고. 얼마나 화 나냐고요.”

경찰은 방화범을 찾기 위해, 아파트 내에 설치된 16대의 CCTV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 뭔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인 한 남성을 발견합니다.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주차하기 전에 피해차량 옆에서 진행이 어렵게 되자 전진 후진을 반복합니다. 3,4회 정도 반복한 후에 어렵게 주차를 합니다.”

어렵게 주차를 마치고 아파트로 올라간 용의자.

그런데 얼마 뒤, 다시 주차장에 모습을 나타냅니다.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용의차량 차주가 주차하고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후에 4~5분 후에 누군가가 계단에서 내려오는 거죠.”

남성이 향한 곳은 불에 탄 외제 차량이 주차돼 있던 바로 그 곳이었습니다.

술에 취했는지 비틀거리며 걷는 용의자.

용의자가 다시 나타나고 얼마 뒤, 주차장 한쪽에선, 시뻘건 화염이 치솟았습니다.

경찰은 흐릿한 CCTV에 찍힌 이 방화 용의자를 추적했고, 사건 발생 열흘 만에 아파트 주민인 40대 남성 한 모 씨를 피의자로 검거합니다.

한 씨가 불을 지른 이유는 역시 ‘주차 문제’였습니다.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아파트 모퉁이에 주차하니까 통행이 어려웠고 그래서 단지 피의자는 펑크를 낼 목적으로 차가 그렇게 탈 줄 몰랐다고 자기도 예상을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중 주차로 불편을 겪게 된 것에 대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자전거 보관소에 있던 고무 호스를 들고가 불을 붙였다는 한 씨.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호스를 바퀴 밑에 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습니다. 그래서 계단으로 올라가서 복도에서 확인해보니까 불이 꺼졌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다시 내려가서 검은 비닐봉지를 호스 위에 놓고 비닐봉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하마터면 대형 화재로 번질 뻔했던 한밤중 주차장 화재.

주민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개로 나뉘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문제는 문젠데 그렇다고 해서 주차 똑바로 시키는 사람 말고 삐딱하게 댔다고 그랬다고 하면 만날 불만 나게요?”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이렇게 대면 안 되죠. 다 싫어하죠. 이렇게 차를 대면 난리 나요. 차가 다닐 수가 없잖아요.”

문제는 주택가에서 주차 문제로 인한 강력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1월 서울 노원구에서는 주차 시비 끝에 야구 방망이까지 동원한 폭행 사건이 벌어졌고, 지난해 11월엔 주차 갈등으로 이웃 주민 2명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

취재팀은 실제 주택가의 주차난을 체감해 보기 위해, 퇴근 시간 무렵, 한 주택가를 찾아가 봤습니다.

통행로 양쪽은 이미 차들로 빽빽한 상황.

좁은 골목 마다 들어찬 차들로 빈 공간을 찾기가 힘듭니다.

턱없이 부족한 주차 공간 탓에 이웃 사이에 벌어지는 주차 갈등과 다툼은 일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녹취> 주민(음성변조) : "주차 공간 여기 엄청 모자라요. 심할 때는 차도 못 다녀요. 그래서 이사 가려고 그래요. 다 이중 삼중이에요. 길 다 틀어막아서 여기 앞에는 청소차도 못 다녀요.”

<녹취> 주민(음성변조) : "싸움도 많이 일어나고 그러죠. 여기다 세웠느니 여기다 대놨니 싸움도 일어나고. 일요일 주말 같은 경우는 양쪽으로 딱 댔다니까요.”

법규상 건물 주변에는 일정한 주차 공간을 확보하도록 돼 있지만, 일부 신규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주차 공간이 넉넉한 도심 주거지를 사실 찾아 보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인터뷰> 박용훈(대표/교통문화운동본부) : “보유 대수만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줘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개발된 아파트라든지 단독 주택지의 경우에는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또 공간이 있다하더라도 그걸 누가 부담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 어떤 이해관계의 상충 때문에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가구별 보유 차량이 늘면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주차난.

살인과 폭력, 방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주차 전쟁을 해결할 해법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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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이중 주차’ 때문에…홧김에 ‘외제차 방화’
    • 입력 2015-06-24 08:41:57
    • 수정2015-06-24 09: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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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아파트 지상 주차장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큰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주차된 외제 승용차에 누군가 불을 지른건데, 이유가 뭔지 알아봤더니 이중 주차를 해 다른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을 줬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주차 공간이 충분했다면 굳이 벌어지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요.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방화와 폭력, 심할 경우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주택가 주차 갈등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경기도 이천의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입니다.

주차된 차량 쪽에서, 갑자기 시뻘건 불길이 치솟습니다.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6월 7일 2시 56분경에 소방서에서 통보를 받았습니다. 차량화재사건 통보를 받았습니다.”

불이 붙은 차량의 타이어가 터지면서, 폭발음까지 들리는 공포스런 상황.

다른 차량으로 옮겨붙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다행히 불은 10여 분 만에 진화가 됐습니다.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피해차량 뒷부분이 전소가 되고 피해차량에 불이 나면서 옆에 주차돼있던 차량이 그을렸습니다.”

불에 탄 건, 주차선 한 모퉁이에 주차돼 있던 외제 차량.

현장 감식을 하던 경찰은 피해 차량에서 수상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발화 지점이 타이어 쪽으로 판단됐고요. 바퀴 밑에 쉽게 연소할 수 있는 고무호스가 놓여 있었는데 그걸 볼 때 방화로 의심이 됐고…….”

바퀴 아래서 발견된 불에 탄 고무호스 조각.

누군가 고의로 이 차량에 불을 내기 위해, 고무 조각에 불을 붙인 다음 차 바퀴 아래 넣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걸까?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피해자가 원한을 사거나 그런 건 없는 걸로 확인되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무슨 주차 문제로 누군가 한 것 같다 추측을 했었습니다.”

주차 시비에 따른 방화로 추정한 경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녹취> 안중수(팀장/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전화) : “그 차가 공교롭게도 이렇게 꺾어지는 곡선에 주차선 외에 이중주차를 해버렸어요. 그래서 그게 상당히 불편하게 한 것 같더라고요.”

피해 차량이 당시 주차됐던 장소는 정상적 주차선 안이 아닌 차들이 지나다니는 통로 부분.

부족한 주차 공간 탓에 평소에도 주민들 사이에 시비가 빈번하게 일어나던 곳이었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여기 차를 막아놓으면 아무도 못 간단 말이에요. 이렇게 들어와서 후진으로밖에 못 나가요. 수십 대가 그렇게 나가는데 뒤에 또 누가 들어와 봐요. 여기서 싸우고 난리난다고. 얼마나 화 나냐고요.”

경찰은 방화범을 찾기 위해, 아파트 내에 설치된 16대의 CCTV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 뭔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인 한 남성을 발견합니다.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주차하기 전에 피해차량 옆에서 진행이 어렵게 되자 전진 후진을 반복합니다. 3,4회 정도 반복한 후에 어렵게 주차를 합니다.”

어렵게 주차를 마치고 아파트로 올라간 용의자.

그런데 얼마 뒤, 다시 주차장에 모습을 나타냅니다.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용의차량 차주가 주차하고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후에 4~5분 후에 누군가가 계단에서 내려오는 거죠.”

남성이 향한 곳은 불에 탄 외제 차량이 주차돼 있던 바로 그 곳이었습니다.

술에 취했는지 비틀거리며 걷는 용의자.

용의자가 다시 나타나고 얼마 뒤, 주차장 한쪽에선, 시뻘건 화염이 치솟았습니다.

경찰은 흐릿한 CCTV에 찍힌 이 방화 용의자를 추적했고, 사건 발생 열흘 만에 아파트 주민인 40대 남성 한 모 씨를 피의자로 검거합니다.

한 씨가 불을 지른 이유는 역시 ‘주차 문제’였습니다.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아파트 모퉁이에 주차하니까 통행이 어려웠고 그래서 단지 피의자는 펑크를 낼 목적으로 차가 그렇게 탈 줄 몰랐다고 자기도 예상을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중 주차로 불편을 겪게 된 것에 대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자전거 보관소에 있던 고무 호스를 들고가 불을 붙였다는 한 씨.

<인터뷰> 정사봉(경기이천경찰서 강력2팀) : “호스를 바퀴 밑에 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습니다. 그래서 계단으로 올라가서 복도에서 확인해보니까 불이 꺼졌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다시 내려가서 검은 비닐봉지를 호스 위에 놓고 비닐봉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하마터면 대형 화재로 번질 뻔했던 한밤중 주차장 화재.

주민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개로 나뉘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문제는 문젠데 그렇다고 해서 주차 똑바로 시키는 사람 말고 삐딱하게 댔다고 그랬다고 하면 만날 불만 나게요?”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이렇게 대면 안 되죠. 다 싫어하죠. 이렇게 차를 대면 난리 나요. 차가 다닐 수가 없잖아요.”

문제는 주택가에서 주차 문제로 인한 강력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1월 서울 노원구에서는 주차 시비 끝에 야구 방망이까지 동원한 폭행 사건이 벌어졌고, 지난해 11월엔 주차 갈등으로 이웃 주민 2명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

취재팀은 실제 주택가의 주차난을 체감해 보기 위해, 퇴근 시간 무렵, 한 주택가를 찾아가 봤습니다.

통행로 양쪽은 이미 차들로 빽빽한 상황.

좁은 골목 마다 들어찬 차들로 빈 공간을 찾기가 힘듭니다.

턱없이 부족한 주차 공간 탓에 이웃 사이에 벌어지는 주차 갈등과 다툼은 일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녹취> 주민(음성변조) : "주차 공간 여기 엄청 모자라요. 심할 때는 차도 못 다녀요. 그래서 이사 가려고 그래요. 다 이중 삼중이에요. 길 다 틀어막아서 여기 앞에는 청소차도 못 다녀요.”

<녹취> 주민(음성변조) : "싸움도 많이 일어나고 그러죠. 여기다 세웠느니 여기다 대놨니 싸움도 일어나고. 일요일 주말 같은 경우는 양쪽으로 딱 댔다니까요.”

법규상 건물 주변에는 일정한 주차 공간을 확보하도록 돼 있지만, 일부 신규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주차 공간이 넉넉한 도심 주거지를 사실 찾아 보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인터뷰> 박용훈(대표/교통문화운동본부) : “보유 대수만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줘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개발된 아파트라든지 단독 주택지의 경우에는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또 공간이 있다하더라도 그걸 누가 부담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 어떤 이해관계의 상충 때문에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가구별 보유 차량이 늘면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주차난.

살인과 폭력, 방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주차 전쟁을 해결할 해법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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