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은 폭행·임원은 비리…한국 유도 ‘흔들’

입력 2015.06.24 (13: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업무가 마비될 지경입니다. 한마디로 엉망이에요…."

한국 유도가 침몰하고 있다. 최고 수장은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임원을 폭행하는 사건을 일으켰고, 임원들은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이 찍혔다. 태릉선수촌에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티켓을 따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만 고스란히 피해자로 남게 됐다.

24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발표한 유도계 비리 수사 결과는 한국 유도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경찰청은 이날 전국체전 유도 종목에 무자격 선수를 부정으로 출전시키고 승부조작, 공금횡령 등을 한 혐의로 안병근, 조인철(이상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 교수), 정모 대학교수, 문모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 등 40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안병근 교수와 조인철 교수는 남자 유도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했을 뿐만 아니라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어서 팬들의 공분을 더 사고 있다.

여기에 남종현 대한유도회장은 지난 19일 회식 자리에서 중고연맹 회장 이모씨의 얼굴에 맥주잔을 던져 상해를 입히는 폭력을 행사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한국 유도는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5개를 따내며 전통의 메달밭 역할을 해왔지만 유도계 내부는 각종 비리로 얼룩지면서 윗물과 아랫물까지 모두 썩어버린 꼴이 됐다.

비리의 행태도 추잡하다.

대한유도회 강화위원장인 안 교수는 전국체전에 부정선수를 출전시키고, 대가로 1억1천만원을 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체대와 용인대 소속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출신학교(중·고등학교) 소재지나 출생지를 대표해서 전국체전에 나갈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 2012∼2014년 용인대 유도 선수 18명을 제주도 대표로 출전시켰다.

대한유도회도 선수들의 출신학교는 파악할 수 있지만 실제 출생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이런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또 안 교수는 2009∼2014년까지 소속 학교에서 나온 제자들의 훈련비까지 가로채고 법인카드로 소위 '카드깡'을 하거나 금액을 부풀려 결제해 돈을 챙겼고,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특정 선수에게 고의로 지도록 지시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최근 남자 유도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조 교수 역시 경찰 수사결과 후원금, 선수 장학금, 학교 공금 등 8천만원을 횡령해 주식 투자금과 유흥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은 2013년 전국체전에서 특정 선수를 이기게 하려고 심판에게 '지도' 벌칙을 주라고 지시해 승부를 조작했다는 게 경찰의 발표다.

혼탁한 유도계의 '끝판왕'은 현재 대한유도회 수장인 남종현 회장이다.

남 회장은 지난 19일 시작한 '2015년 전국실업유도최강전' 첫날 회식 자리에서 평소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중고연맹 회장 이모씨의 얼굴에 맥주잔을 던졌다. 당시 사고로 이모 회장은 치아 1개가 부러지고 인중 부위가 크게 찢어 봉합수술을 받았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남녀 대표팀 선수들은 태릉선수촌에 소집돼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당장 6월부터 열리는 국제대회의 성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필요한 세계랭킹 포인트에 100% 반영되는 만큼 선수들의 긴장감은 극심하다.

여기에 7월부터 몽골 그랑프리, 러시아 그랜드슬램, 아시아오픈 대만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잇달아 들려오는 유도계 추문은 선수들의 훈련 의지를 꺾기에 충분하다.

한 유도인은 "회장부터 임원까지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대한유도회 사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한마디로 한국 유도계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회장은 폭행·임원은 비리…한국 유도 ‘흔들’
    • 입력 2015-06-24 13:45:30
    연합뉴스
"업무가 마비될 지경입니다. 한마디로 엉망이에요…." 한국 유도가 침몰하고 있다. 최고 수장은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임원을 폭행하는 사건을 일으켰고, 임원들은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이 찍혔다. 태릉선수촌에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티켓을 따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만 고스란히 피해자로 남게 됐다. 24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발표한 유도계 비리 수사 결과는 한국 유도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경찰청은 이날 전국체전 유도 종목에 무자격 선수를 부정으로 출전시키고 승부조작, 공금횡령 등을 한 혐의로 안병근, 조인철(이상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 교수), 정모 대학교수, 문모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 등 40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안병근 교수와 조인철 교수는 남자 유도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했을 뿐만 아니라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어서 팬들의 공분을 더 사고 있다. 여기에 남종현 대한유도회장은 지난 19일 회식 자리에서 중고연맹 회장 이모씨의 얼굴에 맥주잔을 던져 상해를 입히는 폭력을 행사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한국 유도는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5개를 따내며 전통의 메달밭 역할을 해왔지만 유도계 내부는 각종 비리로 얼룩지면서 윗물과 아랫물까지 모두 썩어버린 꼴이 됐다. 비리의 행태도 추잡하다. 대한유도회 강화위원장인 안 교수는 전국체전에 부정선수를 출전시키고, 대가로 1억1천만원을 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체대와 용인대 소속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출신학교(중·고등학교) 소재지나 출생지를 대표해서 전국체전에 나갈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 2012∼2014년 용인대 유도 선수 18명을 제주도 대표로 출전시켰다. 대한유도회도 선수들의 출신학교는 파악할 수 있지만 실제 출생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이런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또 안 교수는 2009∼2014년까지 소속 학교에서 나온 제자들의 훈련비까지 가로채고 법인카드로 소위 '카드깡'을 하거나 금액을 부풀려 결제해 돈을 챙겼고,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특정 선수에게 고의로 지도록 지시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최근 남자 유도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조 교수 역시 경찰 수사결과 후원금, 선수 장학금, 학교 공금 등 8천만원을 횡령해 주식 투자금과 유흥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은 2013년 전국체전에서 특정 선수를 이기게 하려고 심판에게 '지도' 벌칙을 주라고 지시해 승부를 조작했다는 게 경찰의 발표다. 혼탁한 유도계의 '끝판왕'은 현재 대한유도회 수장인 남종현 회장이다. 남 회장은 지난 19일 시작한 '2015년 전국실업유도최강전' 첫날 회식 자리에서 평소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중고연맹 회장 이모씨의 얼굴에 맥주잔을 던졌다. 당시 사고로 이모 회장은 치아 1개가 부러지고 인중 부위가 크게 찢어 봉합수술을 받았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남녀 대표팀 선수들은 태릉선수촌에 소집돼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당장 6월부터 열리는 국제대회의 성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필요한 세계랭킹 포인트에 100% 반영되는 만큼 선수들의 긴장감은 극심하다. 여기에 7월부터 몽골 그랑프리, 러시아 그랜드슬램, 아시아오픈 대만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잇달아 들려오는 유도계 추문은 선수들의 훈련 의지를 꺾기에 충분하다. 한 유도인은 "회장부터 임원까지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대한유도회 사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한마디로 한국 유도계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