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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 ‘귀화 선수’ 보는 다양한 시각
입력 2015.06.24 (14:23) 수정 2015.06.24 (14:24) 연합뉴스
최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는 홈페이지에 카타르 스프린터 페미 오구노데(24)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육상 단거리 불모지'인 아시아의 단거리 선수가 이런 관심을 받는 건 무척 이례적이다.

사실 오구노데가 더 주목받은 이유는 아프리카(나이지리아) 출신이기 때문이다.

오구노데는 6월초 중국 우한에서 열린 제21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포효했다. 특히 4일 열린 남자 100m 결승에서는 9초91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오구노데가 아시아 기록을 9초91까지 끌어올리면서 아시아 남자 100m 기록은 오세아니아 대륙(9초93)을 뛰어넘었고 유럽(9초86)과 아프리카(9초85) 기록에도 접근했다.

9초91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집계한 올 시즌 5번째 빠른 기록이기도 하다.

오구노데 덕에 아시아도 단거리 육상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오구노데는 '용병'이란 달갑지 않은 수식어도 얻었다.

지난해 9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육상에 걸린 47개의 금메달 중 15개를 아프리카 출신이 따냈다. "아시안게임 육상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는 아프리카 출신의 들러리"란 쓴소리도 나왔다.

중동 국가가 적극적으로 '아프리카 육상 선수 수입'에 나서면서 아시아 육상계의 지도가 바뀌었다.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다.

케냐 출신의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가 귀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부터다.

에루페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반대파'들도 귀화까지는 반대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에루페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등의 무대를 누비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확실히 드러냈다.

에루페의 국가대표 선발을 찬성하는 쪽은 "황영조, 이봉주로 꽃피운 한국 마라톤은 2011년 정진혁(2시간9분28초) 이후 2시간 10분 내로 진입한 선수가 없을 정도로 침체한 상황이다"라며 "2시간5분37초의 개인 기록을 지닌 '젊은' 에루페는 한국 마라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루페는 10월 경주마라톤대회에 참가한 후 '특별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2011년 국적법 개정으로 '체육 분야 우수 인재 특별 귀화' 제도가 정착하면서 스포츠 선수의 귀화 절차가 간편해졌다.

일반 귀화자와 달리 거주 기한이나 한국어 능력 등에서 한결 자유롭다.

국내외 공신력 있는 단체나 기관이 대한체육회에 추천하고, 대한체육회가 다시 법무부에 추천해 국적심의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다.

에루페도 대한육상경기연맹의 도움을 받아 특별귀화를 추진한다.

이미 문태종, 문태영(이상 남자 농구), 김한별(여자 농구), 공상정(쇼트트랙), 브록 라던스키, 브라이언 영, 마이클 스위프트, 마이크 테스트위드, 박은정(이상 아이스하키) 등 9명이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됐다.

절반 이상이 5명이 아이스하키에서 나올 정도로 한국이 '불모지'인 종목에서 특별 귀화가 자주 추진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더 많은 동계 종목 선수가 특별귀화를 신청할 전망이다.

이미 한국 스포츠는 귀화선수 덕을 보기도 했다.

한국 최초 귀화 선수 국가대표로 알려진 남자 배구 후인정은 고교시절이던 1994년 귀화를 했고, 이후 10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화교라는 이유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부친 후국기씨의 한을 아들이 풀었다.

탁구에서도 꾸준히 귀화 선수가 등장했다. 대부분 '탁구 최강국' 중국계였다.

당예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어 귀화 선수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남았다.

대만 출신 공상정은 2014년 소치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귀화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프로스포츠에도 귀화 선수가 있다. 축구는 2000년 사리체프를 시작으로 데니스, 사비토비치, 마니치 등 유럽 출신 선수의 귀화가 이어졌고, 농구는 프로농구연맹의 혼혈선수 귀화 정책에 따라 귀화 선수가 늘었다.

케이티 위즈 신인 투수 주권은 중국 지린성 출신으로 한국 프로야구 첫 귀화 선수가 됐다.

중국 지린성 출신의 여자배구선수 이영도 2014년 GS칼텍스에 입단하며 한국여자프로배구 첫 귀화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프로선수의 귀화는 상대적으로 논란이 덜하다. 더 나은 환경에서 뛰기 위한 '노동 이주'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림픽 등에 출전하는 아마추어종목 엘리트 선수다.

아직 민족주의 성향이 짙은 올림픽 무대에서 귀화 선수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귀화 선수를 '메달 획득을 얻기 위해 고용한 용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으로 떠난 안현수(러시아), 최민경(프랑스·이상 쇼트트랙), 김하늘(호주), 엄혜련·혜랑 자매(일본, 이상 양궁) 등도 달가울 리 없다.

스포츠 선수의 귀화와 국가대표 선발에 찬성하는 쪽은 '메기 효과'를 이야기한다.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적절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침체된 종목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국가대표 선발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다.

스포츠칼럼니스트 장달영 법무법인 에어펙스 파트너 변호사는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를 앞두고 급하게 귀화를 추진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비난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선수를 국가대표라기보다 성과를 내고자 영입한 용병으로 보는 팬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귀화 선수가 국가대표가 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한국에서 충분히 생활하며 한국에 대한 로열티, 국가대표에 대한 이해 등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귀화 선수가 늘어나는 상황이니 국가대표 선발 기준을 재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 다문화 시대, ‘귀화 선수’ 보는 다양한 시각
    • 입력 2015-06-24 14:23:54
    • 수정2015-06-24 14:24:03
    연합뉴스
최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는 홈페이지에 카타르 스프린터 페미 오구노데(24)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육상 단거리 불모지'인 아시아의 단거리 선수가 이런 관심을 받는 건 무척 이례적이다.

사실 오구노데가 더 주목받은 이유는 아프리카(나이지리아) 출신이기 때문이다.

오구노데는 6월초 중국 우한에서 열린 제21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포효했다. 특히 4일 열린 남자 100m 결승에서는 9초91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오구노데가 아시아 기록을 9초91까지 끌어올리면서 아시아 남자 100m 기록은 오세아니아 대륙(9초93)을 뛰어넘었고 유럽(9초86)과 아프리카(9초85) 기록에도 접근했다.

9초91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집계한 올 시즌 5번째 빠른 기록이기도 하다.

오구노데 덕에 아시아도 단거리 육상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오구노데는 '용병'이란 달갑지 않은 수식어도 얻었다.

지난해 9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육상에 걸린 47개의 금메달 중 15개를 아프리카 출신이 따냈다. "아시안게임 육상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는 아프리카 출신의 들러리"란 쓴소리도 나왔다.

중동 국가가 적극적으로 '아프리카 육상 선수 수입'에 나서면서 아시아 육상계의 지도가 바뀌었다.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다.

케냐 출신의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가 귀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부터다.

에루페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반대파'들도 귀화까지는 반대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에루페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등의 무대를 누비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확실히 드러냈다.

에루페의 국가대표 선발을 찬성하는 쪽은 "황영조, 이봉주로 꽃피운 한국 마라톤은 2011년 정진혁(2시간9분28초) 이후 2시간 10분 내로 진입한 선수가 없을 정도로 침체한 상황이다"라며 "2시간5분37초의 개인 기록을 지닌 '젊은' 에루페는 한국 마라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루페는 10월 경주마라톤대회에 참가한 후 '특별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2011년 국적법 개정으로 '체육 분야 우수 인재 특별 귀화' 제도가 정착하면서 스포츠 선수의 귀화 절차가 간편해졌다.

일반 귀화자와 달리 거주 기한이나 한국어 능력 등에서 한결 자유롭다.

국내외 공신력 있는 단체나 기관이 대한체육회에 추천하고, 대한체육회가 다시 법무부에 추천해 국적심의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다.

에루페도 대한육상경기연맹의 도움을 받아 특별귀화를 추진한다.

이미 문태종, 문태영(이상 남자 농구), 김한별(여자 농구), 공상정(쇼트트랙), 브록 라던스키, 브라이언 영, 마이클 스위프트, 마이크 테스트위드, 박은정(이상 아이스하키) 등 9명이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됐다.

절반 이상이 5명이 아이스하키에서 나올 정도로 한국이 '불모지'인 종목에서 특별 귀화가 자주 추진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더 많은 동계 종목 선수가 특별귀화를 신청할 전망이다.

이미 한국 스포츠는 귀화선수 덕을 보기도 했다.

한국 최초 귀화 선수 국가대표로 알려진 남자 배구 후인정은 고교시절이던 1994년 귀화를 했고, 이후 10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화교라는 이유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부친 후국기씨의 한을 아들이 풀었다.

탁구에서도 꾸준히 귀화 선수가 등장했다. 대부분 '탁구 최강국' 중국계였다.

당예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어 귀화 선수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남았다.

대만 출신 공상정은 2014년 소치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귀화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프로스포츠에도 귀화 선수가 있다. 축구는 2000년 사리체프를 시작으로 데니스, 사비토비치, 마니치 등 유럽 출신 선수의 귀화가 이어졌고, 농구는 프로농구연맹의 혼혈선수 귀화 정책에 따라 귀화 선수가 늘었다.

케이티 위즈 신인 투수 주권은 중국 지린성 출신으로 한국 프로야구 첫 귀화 선수가 됐다.

중국 지린성 출신의 여자배구선수 이영도 2014년 GS칼텍스에 입단하며 한국여자프로배구 첫 귀화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프로선수의 귀화는 상대적으로 논란이 덜하다. 더 나은 환경에서 뛰기 위한 '노동 이주'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림픽 등에 출전하는 아마추어종목 엘리트 선수다.

아직 민족주의 성향이 짙은 올림픽 무대에서 귀화 선수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귀화 선수를 '메달 획득을 얻기 위해 고용한 용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으로 떠난 안현수(러시아), 최민경(프랑스·이상 쇼트트랙), 김하늘(호주), 엄혜련·혜랑 자매(일본, 이상 양궁) 등도 달가울 리 없다.

스포츠 선수의 귀화와 국가대표 선발에 찬성하는 쪽은 '메기 효과'를 이야기한다.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적절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침체된 종목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국가대표 선발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다.

스포츠칼럼니스트 장달영 법무법인 에어펙스 파트너 변호사는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를 앞두고 급하게 귀화를 추진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비난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선수를 국가대표라기보다 성과를 내고자 영입한 용병으로 보는 팬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귀화 선수가 국가대표가 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한국에서 충분히 생활하며 한국에 대한 로열티, 국가대표에 대한 이해 등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귀화 선수가 늘어나는 상황이니 국가대표 선발 기준을 재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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