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보도…문제 없나?

입력 2015.07.05 (17:09) 수정 2015.07.0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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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검찰이 사흘 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8명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단 2명,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뿐입니다.

이 때문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것에 비하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진 것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석 달 동안 언론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해왔을까요?

오늘은 먼저 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류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우선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언론의 반응부터 살펴볼까요?

<답변>
방송과 신문은 대부분 검찰수사결과를 톱뉴스나 1면 머리기사로 다뤘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이 검찰 수사가 미진했다고 지적했지만 매체마다 강조하는 내용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리포트>
검찰 수사발표 당일 저녁 방송 3사 메인뉴스에서는 검찰의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매서운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녹취> KBS 뉴스9(7.2) :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워낙컸던 만큼 수사결과는 그야말로 태산명동에 서일필 격이 됐습니다."

<녹취> SBS 8뉴스(7.2) : "한마디로 표현하면 '용두사미' 그야말로 허무한 결론입니다."

미진한 수사에 대한 대안으로 특검 도입 필요성까지 제기됐습니다.

<녹취> MBC뉴스데스크(7.2) : "검찰의 발표 직후 정치권에선 특검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여야 모두 특검 도입에 반대하진 않지만 방식이나 대상에 있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일간지들은 모두 1면에서 검찰 발표를 다뤘지만 성향에 따라 강조한 내용은 달랐습니다.

한겨레와 경향, 그리고 중앙일보는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한겨레(7.3) : "성완종 리스트 수사,청와대 뜻대로 끝났다"

<녹취> 경향신문(7.3) : "친박 무죄, 비박 유죄, 폭로엔 괘씸죄"

<녹취> 중앙일보(7.3) : "82일간의 수사...대선자금 의혹, 계좌추적도 안 했다"

또 한국일보를 포함한 일부 언론에서는, 유독 노건평 씨 수사결과만 자세하게 발표한 점도 비판했습니다.

<녹취> 한국일보(7.3) : "예리한 검...노건평 혐의는 조목조목" 전체 A4용지 15장 분량의 발표문 가운데 노 씨의 혐의는 두 장가량 할애됐는데, 다른 인물들은 1장을 넘지 않았다. 검찰이 정치권 특히 여권의 보여주기식 수사를 진행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반면 조선과 동아일보는 노건평 씨가 특별사면과 관련해 5억 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는 검찰 발표를 1면 제목으로 전하면서, 노 씨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는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녹취> 조선/동아(7.3) : "성완종,특사 대가로 노건평 측에 5억 줘"

하지만 조선과 동아일보 역시 사설에서는 검찰 수사결과를 질타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7.3) : "노건평 특사 개입 어이없고 산 권력 피해간 검도 한심"

<녹취> 동아일보 사설(7.3) : "성완종 리스트 수사 권력실세에 면죄부로 끝냈다"

<질문>
언론이 검찰의 수사 결과를 비판하고 있지만, 언론도 초기의 의욕적인 태도와는 달리 점차 보도의지가 약해진 건 아닌가요?

<답변>
네. 사건 초기 언론들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집중적으로 쏟아 냈습니다.

하지만 이후 점차 정치적 공방을 부각시키거나 검찰 수사를 따라가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성완종 전 경남 기업 회장이 정권실세 8명의 이름과 돈 액수를 적은 메모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자, 언론들은 의혹 제기에 집중했습니다.

성 전 회장과 마지막 인터뷰를 했던 경향신문이 연이은 단독 보도를 통해 의혹 제기에 앞장섰습니다.

<녹취> 경향신문(4.10 1면) : "성완종 "김기춘 10만 달러, 허태열 7억 줬다""

<녹취> 경향신문(4.11 1면) : "성완종 "2012년 홍문종에 대선자금 2억 줬다""

다른 언론들도 리스트 속 인물들의 주변 취재 등을 통해 의혹들과 관련된 정황들을 경쟁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노컷뉴스(4.16) : "이완구 전 운전기사 "4월 4일 성완종 찾아와 독대했다""

<녹취> 동아일보(4.14) : "성완종, 홍준표에 전화해 1억 잘 받았나 확인, 경남기업 측 "측근 통해 보낸 뒤 통화""

리스트를 통해 여권 인사들에 집중됐던 의혹은 성 전회장의 특별사면을 받았던 과정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며 야권으로도 확산됐습니다.

<녹취> 조선일보(4.14) : "문재인, 노무현 정부 때 성완종 2번 특사 해명해야"

이후 많은 언론들이 여-야간 공방에 초점을 맞춰 기사화하면서 리스트의 실체 규명보다는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을 부각시켰습니다.

<녹취> 한겨레(4.23) : "여 "노 대통령, 성완종 사면 추가로 재가" 야 "당시 이명박 인수위 요청에 따른 것""

<녹취> 경향신문(4.25) : "여야, 성완종 특별사면.특검 공방 '확전일로'"

<녹취> 조선일보 4.23 "'성완종 두 번째 특사' 盧(노) 냐 MB냐...치고받는 여야"

<인터뷰> 정미정(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 "물론 정치권의 입장은 대립될 수도 있고 또 정치권이 어떤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충분히 보도될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산술적인 비중을 맞춰서 양측의 주장을 그냥 전달만 하다 보니까 결국 또 정보가 되기보다는 정치 쟁점화가 돼버리는 거죠."

5월 들어, 검찰이 홍준표 경기도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언론보도는 의혹 제기에서 검찰 수사 내용으로 옮겨졌습니다.

관련 기사 양은 크게 줄었습니다.

4월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4개 일간지가 664개의 기사를 쏟아냈는데, 5월에 같은 조건으로 검색된 기사는 203건,약 3분의 1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녹취> 조선일보(5.08) : "특별수사팀이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 동아일보(5.11) : "'홍준표 고개' 넘은 검찰...이완구 이번주 피의자 소환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검찰이 이번 주 안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메르스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6월에는 관련 보도 건수가 5월의 4분의 1 정도로 크게 줄었습니다.

기사 내용은 대부분 검찰 수사와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일부 언론이 대선자금 의혹을 제기한 홍문종 의원을 소환 조사하고, 나머지 관련자들은 서면으로 조사하는 등 리스트 관련 수사 내용과 함께,

검찰 수사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여야 정치인과 성 전 회장의 특별 사면 과정에 관한 기사도 있었습니다.

<질문>
그런데 과거 언론 보도 관행을 보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흘려주는 정보를 취재원을 밝히지 않고 인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어땠습니까?

<질문>
네, 검찰 수사 결과를 전한 상당수 기사들은 익명의 관계자 말을 그대로 전하는 받아쓰기 식의 보도를 하면서도, 충분한 반론을 실은 경우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리포트>
<미디어인사이드>는 지난 5월과 6월, 국내 일간지 네 곳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관해 보도한 기사 256건에서 주요 취재원을 '검찰과 非검찰'로 구분해봤습니다.

검찰이 아닌 취재원을 통해 쓴 기사는 기사는 71건, 약 27%에 불과했습니다.//

검찰이 밝힌 내용을 확인 작업을 통해 검증해보는 등 심층적으로 취재했거나, 반론을 비중 있게 다룬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최영재(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검찰이 일방적으로 범죄 내용에 대해서 발표하거나 흘리는 것을 언론이 그대로 중계 보도하는 그런 관행이 있는데, 예를 들면 피의자나 피고인의 입장에 어떤 내용, 주장 이것들이 전혀 개입되지 않는 불공정한 보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거죠."

검찰 출입 기자들은 이런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인터뷰> 안 희(중앙지검 출입기자단 간사) :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사건 관계자들을 취재 기자들은 만납니다. 만나는데, 사건 관계자들의 얘기가 진실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해서 판단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죠. /그렇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파악해야 하는 언론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의견,다양한 진술을 받은 검찰이/ 이 부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주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죠."

또, 검찰 측을 인용한 기사는 대부분 취재원을 익명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성완종 리스트'를 다룬 기사에서 취재원이 검찰인 기사만 골라 익명과 기명을 나눴더니, 이번 수사를 담당한'특수수사팀'을 실명으로 치더라도, 익명 보도의 비중이 70~80%나 됐습니다.

'검찰'이나 '수사팀' '수사팀 관계자' 등이 주로 쓰였습니다.

또 기사 대부분이 '전해졌다'와 '보인다' 같은 유보적, 추측성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인터뷰> 정미정(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 "우리가 언론보도를 통해서 듣는 어떤 정보는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라고 생각하게 되기가 싶습니다. 근데 그런 식으로 누가 말했는지도 불명확한 정보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로써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라고 보기는 굉장히 힘들어 지는 것이죠."

이렇게 받아쓰기와 익명 보도, 추측성 기사가 많다보니 결과적으로 기사 내용이 틀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숨진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노건평 씨가 금품을 받았고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6.25) : "검찰 "노건평 씨 공소시효 남았다"…사법 처리 고심"

<녹취> 중앙일보(6.25) : "수사팀은 노 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소시효 7년이 가직 만료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수사 결과 발표에서 공소시효가 만료돼 경찰이 기소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습니다.

신문윤리강령은 피의사실은 진실여부를 확인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검찰이 익명을 전제로 수사 내용을 흘리고, 언론은 여기에 추측을 보태 기사를 쓰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선 기자들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도 있고, 매체간 경쟁과 취재원 접근이 쉽지 않은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안 희(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단 간사) : "기자의 입장에서는 그 표현을 안 쓰고자 노력을 합니다. 다만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여기까지인데 방향성은 보도를 통해서 전달을 해 주고 싶고, 하지만 그게 당사자로부터 확인 받은 사안이 아니었을 때 주로 동원하는 표현이 전해졌다, 알려졌다, 거든요. 과연 확정적인 팩트만을 보도한다, 라고 했을 때 저희가 보도할 수 있는 게 몇 가지나 될까...그런 고민들을 항상 안고 여기 검찰 기자들은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 독자나 시청자들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기자 멘트>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사실상 이렇게 마무리가 된 걸로 보입니다.

검찰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충분히 부끄럽지 않게 수사 했는지, 또 언론은 그동안 제기했던 의혹들에 대해 확인과 취재 등의 책임을 다 했는지 짚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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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완종 리스트’ 보도…문제 없나?
    • 입력 2015-07-05 18:04:52
    • 수정2015-07-05 19:53:20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검찰이 사흘 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8명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단 2명,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뿐입니다.

이 때문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것에 비하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진 것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석 달 동안 언론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해왔을까요?

오늘은 먼저 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류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우선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언론의 반응부터 살펴볼까요?

<답변>
방송과 신문은 대부분 검찰수사결과를 톱뉴스나 1면 머리기사로 다뤘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이 검찰 수사가 미진했다고 지적했지만 매체마다 강조하는 내용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리포트>
검찰 수사발표 당일 저녁 방송 3사 메인뉴스에서는 검찰의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매서운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녹취> KBS 뉴스9(7.2) :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워낙컸던 만큼 수사결과는 그야말로 태산명동에 서일필 격이 됐습니다."

<녹취> SBS 8뉴스(7.2) : "한마디로 표현하면 '용두사미' 그야말로 허무한 결론입니다."

미진한 수사에 대한 대안으로 특검 도입 필요성까지 제기됐습니다.

<녹취> MBC뉴스데스크(7.2) : "검찰의 발표 직후 정치권에선 특검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여야 모두 특검 도입에 반대하진 않지만 방식이나 대상에 있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일간지들은 모두 1면에서 검찰 발표를 다뤘지만 성향에 따라 강조한 내용은 달랐습니다.

한겨레와 경향, 그리고 중앙일보는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한겨레(7.3) : "성완종 리스트 수사,청와대 뜻대로 끝났다"

<녹취> 경향신문(7.3) : "친박 무죄, 비박 유죄, 폭로엔 괘씸죄"

<녹취> 중앙일보(7.3) : "82일간의 수사...대선자금 의혹, 계좌추적도 안 했다"

또 한국일보를 포함한 일부 언론에서는, 유독 노건평 씨 수사결과만 자세하게 발표한 점도 비판했습니다.

<녹취> 한국일보(7.3) : "예리한 검...노건평 혐의는 조목조목" 전체 A4용지 15장 분량의 발표문 가운데 노 씨의 혐의는 두 장가량 할애됐는데, 다른 인물들은 1장을 넘지 않았다. 검찰이 정치권 특히 여권의 보여주기식 수사를 진행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반면 조선과 동아일보는 노건평 씨가 특별사면과 관련해 5억 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는 검찰 발표를 1면 제목으로 전하면서, 노 씨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는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녹취> 조선/동아(7.3) : "성완종,특사 대가로 노건평 측에 5억 줘"

하지만 조선과 동아일보 역시 사설에서는 검찰 수사결과를 질타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7.3) : "노건평 특사 개입 어이없고 산 권력 피해간 검도 한심"

<녹취> 동아일보 사설(7.3) : "성완종 리스트 수사 권력실세에 면죄부로 끝냈다"

<질문>
언론이 검찰의 수사 결과를 비판하고 있지만, 언론도 초기의 의욕적인 태도와는 달리 점차 보도의지가 약해진 건 아닌가요?

<답변>
네. 사건 초기 언론들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집중적으로 쏟아 냈습니다.

하지만 이후 점차 정치적 공방을 부각시키거나 검찰 수사를 따라가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성완종 전 경남 기업 회장이 정권실세 8명의 이름과 돈 액수를 적은 메모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자, 언론들은 의혹 제기에 집중했습니다.

성 전 회장과 마지막 인터뷰를 했던 경향신문이 연이은 단독 보도를 통해 의혹 제기에 앞장섰습니다.

<녹취> 경향신문(4.10 1면) : "성완종 "김기춘 10만 달러, 허태열 7억 줬다""

<녹취> 경향신문(4.11 1면) : "성완종 "2012년 홍문종에 대선자금 2억 줬다""

다른 언론들도 리스트 속 인물들의 주변 취재 등을 통해 의혹들과 관련된 정황들을 경쟁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노컷뉴스(4.16) : "이완구 전 운전기사 "4월 4일 성완종 찾아와 독대했다""

<녹취> 동아일보(4.14) : "성완종, 홍준표에 전화해 1억 잘 받았나 확인, 경남기업 측 "측근 통해 보낸 뒤 통화""

리스트를 통해 여권 인사들에 집중됐던 의혹은 성 전회장의 특별사면을 받았던 과정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며 야권으로도 확산됐습니다.

<녹취> 조선일보(4.14) : "문재인, 노무현 정부 때 성완종 2번 특사 해명해야"

이후 많은 언론들이 여-야간 공방에 초점을 맞춰 기사화하면서 리스트의 실체 규명보다는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을 부각시켰습니다.

<녹취> 한겨레(4.23) : "여 "노 대통령, 성완종 사면 추가로 재가" 야 "당시 이명박 인수위 요청에 따른 것""

<녹취> 경향신문(4.25) : "여야, 성완종 특별사면.특검 공방 '확전일로'"

<녹취> 조선일보 4.23 "'성완종 두 번째 특사' 盧(노) 냐 MB냐...치고받는 여야"

<인터뷰> 정미정(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 "물론 정치권의 입장은 대립될 수도 있고 또 정치권이 어떤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충분히 보도될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산술적인 비중을 맞춰서 양측의 주장을 그냥 전달만 하다 보니까 결국 또 정보가 되기보다는 정치 쟁점화가 돼버리는 거죠."

5월 들어, 검찰이 홍준표 경기도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언론보도는 의혹 제기에서 검찰 수사 내용으로 옮겨졌습니다.

관련 기사 양은 크게 줄었습니다.

4월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4개 일간지가 664개의 기사를 쏟아냈는데, 5월에 같은 조건으로 검색된 기사는 203건,약 3분의 1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녹취> 조선일보(5.08) : "특별수사팀이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 동아일보(5.11) : "'홍준표 고개' 넘은 검찰...이완구 이번주 피의자 소환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검찰이 이번 주 안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메르스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6월에는 관련 보도 건수가 5월의 4분의 1 정도로 크게 줄었습니다.

기사 내용은 대부분 검찰 수사와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일부 언론이 대선자금 의혹을 제기한 홍문종 의원을 소환 조사하고, 나머지 관련자들은 서면으로 조사하는 등 리스트 관련 수사 내용과 함께,

검찰 수사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여야 정치인과 성 전 회장의 특별 사면 과정에 관한 기사도 있었습니다.

<질문>
그런데 과거 언론 보도 관행을 보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흘려주는 정보를 취재원을 밝히지 않고 인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어땠습니까?

<질문>
네, 검찰 수사 결과를 전한 상당수 기사들은 익명의 관계자 말을 그대로 전하는 받아쓰기 식의 보도를 하면서도, 충분한 반론을 실은 경우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리포트>
<미디어인사이드>는 지난 5월과 6월, 국내 일간지 네 곳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관해 보도한 기사 256건에서 주요 취재원을 '검찰과 非검찰'로 구분해봤습니다.

검찰이 아닌 취재원을 통해 쓴 기사는 기사는 71건, 약 27%에 불과했습니다.//

검찰이 밝힌 내용을 확인 작업을 통해 검증해보는 등 심층적으로 취재했거나, 반론을 비중 있게 다룬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최영재(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검찰이 일방적으로 범죄 내용에 대해서 발표하거나 흘리는 것을 언론이 그대로 중계 보도하는 그런 관행이 있는데, 예를 들면 피의자나 피고인의 입장에 어떤 내용, 주장 이것들이 전혀 개입되지 않는 불공정한 보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거죠."

검찰 출입 기자들은 이런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인터뷰> 안 희(중앙지검 출입기자단 간사) :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사건 관계자들을 취재 기자들은 만납니다. 만나는데, 사건 관계자들의 얘기가 진실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해서 판단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죠. /그렇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파악해야 하는 언론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의견,다양한 진술을 받은 검찰이/ 이 부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주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죠."

또, 검찰 측을 인용한 기사는 대부분 취재원을 익명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성완종 리스트'를 다룬 기사에서 취재원이 검찰인 기사만 골라 익명과 기명을 나눴더니, 이번 수사를 담당한'특수수사팀'을 실명으로 치더라도, 익명 보도의 비중이 70~80%나 됐습니다.

'검찰'이나 '수사팀' '수사팀 관계자' 등이 주로 쓰였습니다.

또 기사 대부분이 '전해졌다'와 '보인다' 같은 유보적, 추측성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인터뷰> 정미정(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 "우리가 언론보도를 통해서 듣는 어떤 정보는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라고 생각하게 되기가 싶습니다. 근데 그런 식으로 누가 말했는지도 불명확한 정보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로써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라고 보기는 굉장히 힘들어 지는 것이죠."

이렇게 받아쓰기와 익명 보도, 추측성 기사가 많다보니 결과적으로 기사 내용이 틀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숨진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노건평 씨가 금품을 받았고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6.25) : "검찰 "노건평 씨 공소시효 남았다"…사법 처리 고심"

<녹취> 중앙일보(6.25) : "수사팀은 노 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소시효 7년이 가직 만료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수사 결과 발표에서 공소시효가 만료돼 경찰이 기소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습니다.

신문윤리강령은 피의사실은 진실여부를 확인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검찰이 익명을 전제로 수사 내용을 흘리고, 언론은 여기에 추측을 보태 기사를 쓰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선 기자들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도 있고, 매체간 경쟁과 취재원 접근이 쉽지 않은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안 희(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단 간사) : "기자의 입장에서는 그 표현을 안 쓰고자 노력을 합니다. 다만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여기까지인데 방향성은 보도를 통해서 전달을 해 주고 싶고, 하지만 그게 당사자로부터 확인 받은 사안이 아니었을 때 주로 동원하는 표현이 전해졌다, 알려졌다, 거든요. 과연 확정적인 팩트만을 보도한다, 라고 했을 때 저희가 보도할 수 있는 게 몇 가지나 될까...그런 고민들을 항상 안고 여기 검찰 기자들은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 독자나 시청자들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기자 멘트>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사실상 이렇게 마무리가 된 걸로 보입니다.

검찰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충분히 부끄럽지 않게 수사 했는지, 또 언론은 그동안 제기했던 의혹들에 대해 확인과 취재 등의 책임을 다 했는지 짚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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