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 포털시리즈] ⑥ “포털이 입구 막으면 안 돼!” 중소 상권 어떡하라고?

입력 2015.07.14 (09:40) 수정 2015.07.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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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가 자사의 콜택시 앱인 '카카오택시'를 공식 출시한 건 지난 3월 31일입니다. 출시 이후 월 38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 수를 바탕으로 다음카카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택시' 이용자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이벤트나 카카오톡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선물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이벤트였죠.

■ “사용하기 너무 편해요”

카카오 택시카카오 택시


이제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카카오택시'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평소 이동해야할 일이 많은 저도 가끔 택시가 잘 안 잡힐 때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카카오택시'를 이용합니다. 도착지를 설정하면 5분도 안돼 택시가 도착합니다. 그만큼 편리하죠.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 분들께도 '카카오택시' 사용에 대해 평을 묻곤 합니다. 대부분의 기사님들은 '카카오 택시'가 이용도 편한 데다 무엇보다 승객을 많이 알선해준다며 다들 만족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이런 호평 속에 현재 '카카오택시'의 성장 속도는 기대 이상입니다. 지난 6일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의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호출 건수 500만건을 돌파했다고 다음카카오는 밝혔습니다. 하루 호출 건수도 15만건에 달합니다.

더 주목할 부분은 택시기사 회원의 가입자 수 인데요. 기사 회원 가입자 수 역시 가파르게 증가해 11만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전국에서 영업하는 일반 콜택시 약 6만 3천대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 “택시 호출 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

다음카카오다음카카오


다음카카오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카카오 택시'로 인해 "택시 호출 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전보다 콜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도 늘었고, 콜을 받는 택시의 수도 늘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카카오 택시' 성장에도 그늘은 있습니다. '카카오 택시'가 하루 15만 건의 콜을 받기까지 기존 콜택시 업체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콜택시 업체들의 경영난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입니다.

"7년 전부터 오프라인 상에서 온라인까지 이제 콜 택시 사업을 쭉 이어왔는데요. 이 사업에서 이제 철수해야 되지않을까 싶어요."

취재를 위해 찾아간 콜택시 업체의 대표가 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카카오택시'가 나오기 전부터 콜택시 업체를 운영해왔던 이 업체는 '카카오 택시' 출시 이후 이용 건수가 이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수수료도 챙기지 않는 '카카오택시'와 경쟁 자체가 어렵다고 업체 대표는 말했습니다.

■ “네이버가 없으면 영업이 안돼요”

네이버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2009년부터 자체 부동산 매물 정보업을 시작했습니다. 하루 1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순식간에 네이버는 부동산 매물 정보의 메카가 됐습니다. 결국 부동산 매물 정보가 네이버로만 몰리는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지난 2013년 네이버의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가 '온라인 골목상권 침해' 사례로 지적되면서 언론과 시민들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네이버는 부동산정보 업체의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하겠다며 부동산 매물 중개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여가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네이버가 상생의 대상이라며 자신의 권한을 넘기겠다던 중소 부동산 정보 업체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 대부분의 중소 부동산 정보 업체들은 이제 네이버에 올린 부동산 매물을 많이 따오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던 부동산 정보 사이트는 대부분 이용자들의 발길이 뜸해진 지가 오랩니다. 쉽게 말해 네이버에 올린 부동산 정보를 부동산 공인중개사로부터 따오는 하청업체 수준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들도 이들 중소 정보 업체들을 네이버에 매물 광고를 올릴 수 있는 중간 매체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자체적인 서비스에 대해 고민은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버렸고, 네이버에 대한 부동산 시장의 의존도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 대형 포털…‘포털(portal)’ 의미 되새겨야 할 때

자신의 PC로 때로는 스마트폰으로 포털에 접속하는 게 어느 순간 우리 모두의 일상 생활이 돼버렸는데요. 포털 안에서 소비자는 더 편리하게 다양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고, 공급자는 더 좋은 창업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소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더 쉽게 다갈 수 있게 하고 건전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포털 운영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포털을 이용하지 않고는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가 더욱 더 힘들어진 상황이다. 이걸 만약에 독점, 독과점적인 어떤 지위로 판단하고 힘을 남용하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거죠." - 이정희/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포털은 말 그대로 출입구입니다. 포털 운영사는 일종의 문지기로 문을 지나다니는 사람과 물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대형 포털은 문의 길목을 틀어막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포털이 자신이 만들어 놓은 문을 만약 지금과 같이 새로운 창업의 기회로 제공하지 않고 직접적인 사업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포털이 가진 여러 장점이 사라질 뿐 아니라, 국내 경제 생태계에도 큰 비극이 될 것이 자명합니다.

포털이 포털 본연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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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9] 대형 포털, 콜택시에 부동산까지…골목상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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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 포털시리즈] ⑥ “포털이 입구 막으면 안 돼!” 중소 상권 어떡하라고?
    • 입력 2015-07-14 09:40:50
    • 수정2015-07-20 15:33:40
    취재후·사건후
다음카카오가 자사의 콜택시 앱인 '카카오택시'를 공식 출시한 건 지난 3월 31일입니다. 출시 이후 월 38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 수를 바탕으로 다음카카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택시' 이용자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이벤트나 카카오톡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선물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이벤트였죠.

■ “사용하기 너무 편해요”

카카오 택시


이제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카카오택시'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평소 이동해야할 일이 많은 저도 가끔 택시가 잘 안 잡힐 때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카카오택시'를 이용합니다. 도착지를 설정하면 5분도 안돼 택시가 도착합니다. 그만큼 편리하죠.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 분들께도 '카카오택시' 사용에 대해 평을 묻곤 합니다. 대부분의 기사님들은 '카카오 택시'가 이용도 편한 데다 무엇보다 승객을 많이 알선해준다며 다들 만족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이런 호평 속에 현재 '카카오택시'의 성장 속도는 기대 이상입니다. 지난 6일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의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호출 건수 500만건을 돌파했다고 다음카카오는 밝혔습니다. 하루 호출 건수도 15만건에 달합니다.

더 주목할 부분은 택시기사 회원의 가입자 수 인데요. 기사 회원 가입자 수 역시 가파르게 증가해 11만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전국에서 영업하는 일반 콜택시 약 6만 3천대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 “택시 호출 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

다음카카오


다음카카오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카카오 택시'로 인해 "택시 호출 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전보다 콜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도 늘었고, 콜을 받는 택시의 수도 늘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카카오 택시' 성장에도 그늘은 있습니다. '카카오 택시'가 하루 15만 건의 콜을 받기까지 기존 콜택시 업체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콜택시 업체들의 경영난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입니다.

"7년 전부터 오프라인 상에서 온라인까지 이제 콜 택시 사업을 쭉 이어왔는데요. 이 사업에서 이제 철수해야 되지않을까 싶어요."

취재를 위해 찾아간 콜택시 업체의 대표가 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카카오택시'가 나오기 전부터 콜택시 업체를 운영해왔던 이 업체는 '카카오 택시' 출시 이후 이용 건수가 이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수수료도 챙기지 않는 '카카오택시'와 경쟁 자체가 어렵다고 업체 대표는 말했습니다.

■ “네이버가 없으면 영업이 안돼요”

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2009년부터 자체 부동산 매물 정보업을 시작했습니다. 하루 1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순식간에 네이버는 부동산 매물 정보의 메카가 됐습니다. 결국 부동산 매물 정보가 네이버로만 몰리는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지난 2013년 네이버의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가 '온라인 골목상권 침해' 사례로 지적되면서 언론과 시민들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네이버는 부동산정보 업체의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하겠다며 부동산 매물 중개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여가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네이버가 상생의 대상이라며 자신의 권한을 넘기겠다던 중소 부동산 정보 업체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 대부분의 중소 부동산 정보 업체들은 이제 네이버에 올린 부동산 매물을 많이 따오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던 부동산 정보 사이트는 대부분 이용자들의 발길이 뜸해진 지가 오랩니다. 쉽게 말해 네이버에 올린 부동산 정보를 부동산 공인중개사로부터 따오는 하청업체 수준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들도 이들 중소 정보 업체들을 네이버에 매물 광고를 올릴 수 있는 중간 매체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자체적인 서비스에 대해 고민은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버렸고, 네이버에 대한 부동산 시장의 의존도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 대형 포털…‘포털(portal)’ 의미 되새겨야 할 때

자신의 PC로 때로는 스마트폰으로 포털에 접속하는 게 어느 순간 우리 모두의 일상 생활이 돼버렸는데요. 포털 안에서 소비자는 더 편리하게 다양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고, 공급자는 더 좋은 창업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소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더 쉽게 다갈 수 있게 하고 건전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포털 운영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포털을 이용하지 않고는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가 더욱 더 힘들어진 상황이다. 이걸 만약에 독점, 독과점적인 어떤 지위로 판단하고 힘을 남용하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거죠." - 이정희/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포털은 말 그대로 출입구입니다. 포털 운영사는 일종의 문지기로 문을 지나다니는 사람과 물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대형 포털은 문의 길목을 틀어막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포털이 자신이 만들어 놓은 문을 만약 지금과 같이 새로운 창업의 기회로 제공하지 않고 직접적인 사업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포털이 가진 여러 장점이 사라질 뿐 아니라, 국내 경제 생태계에도 큰 비극이 될 것이 자명합니다.

포털이 포털 본연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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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9] 대형 포털, 콜택시에 부동산까지…골목상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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