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 탈옥은 위장…멕시코 ‘마약왕’ 정부와 거래”

입력 2015.07.15 (10:48) 수정 2015.07.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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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아킨 구스만


지난 11일(현지날짜) 멕시코 연방 교도소에서 탈출한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6)의 탈옥은 정부와의 거래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은 14일 중남미 지역 매체인 텔레수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훌리오 마르티네스라는 가명을 사용한 이 요원은 자신이 과거 구스만이 운영하는 조직의 중간 간부급과 일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멕시코 연방순회법원이 구스만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닌 '마약 대부' 라파엘 카로 킨테로를 모호한 이유로 석방한 뒤 미국의 항의가 거세자 멕시코 정부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도주 중이던 구스만과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거래 내용에 따라 구스만이 지난 11일 교도소에서 탈옥하는 형식으로 풀려났다는 것이다.

구스만 독방 샤워실 내 땅굴 입구구스만 독방 샤워실 내 땅굴 입구

▲ 구스만 독방 샤워실 내 땅굴 입구


멕시코 당국은 애초 구스만이 11일 오후 9시 교도소 독방 내 샤워실에 미리 파 놓은 땅굴을 통해 탈옥했다고 발표했다.

마르티네스는 이에 대해 "순진한 생각"이라며 "구스만은 정문으로 유유히 나갔을 것이고 땅굴은 이를 위장하기 위한 명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로 마르티네스는 마약계 거물인 킨테로를 석방한 데 대한 미국의 항의가 크다는 점을 들었다.

2013년 8월 멕시코 연방순회법원은 28년째 복역 중이던 킨테로에 대해 형 집행정지 처분을 내리고 석방했다. 킨테로는 한 DEA 요원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1985년 검거돼 4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멕시코 법원은 석방 이유에 대해 "연방법원이 아닌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지만 법적인 처리 절차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은 이 '석연찮은' 석방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킨테로에 현상금 53억 원을 내걸었다. 그 후 멕시코 대법원은 석 달 뒤 킨테로의 석방이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체포 영장을 다시 발부했지만 아직까지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킨테로 석방에 따른 미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구스만과 정부가 거래를 했다는 게 마르티네스의 주장이다.

그는 멕시코 정부가 첫번째 탈옥 후 도주 중이던 구스만에게 "잠시 들어와 달라"고 요청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구스만이 13년간 도피생활을 하는 동안 멕시코 당국이 '못 잡은 게 아니라 안 잡은 것'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이 사실인 셈이다.

마르티네스는 2014년 구스만이 체포될 당시 무방비 상태였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일'이라고 말했다. 구스만은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동원해 평소 100명 안팎의 중무장 호위대를 거느리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마르티네스는 구스만의 아들 중 한 명인 이반이 지난 5월 트위터에 "대장은 곧 돌아온다. 아버지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는 점도 언급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마르티네스는 "구스만이 고향인 시날로아의 산속에 숨어 아내와 아이들, 동료와 축하 파티를 계획하고 있을 것"으로 말했다. 구스만의 돈에 매수된 군경이 있는 시날로아 지역이 오히려 안전할 것이라는 게 그의 추정이다.

그는 "시날로아에서 경찰이나 군이 통행을 차단한다면 자신들이 보호하는 마약조직의 두목이 떴다고 보면 된다"며 "이들의 목적은 두목을 잡는 게 아니라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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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15 10:48:15
    • 수정2015-07-15 15:46:22
    국제
▲ 호아킨 구스만


지난 11일(현지날짜) 멕시코 연방 교도소에서 탈출한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6)의 탈옥은 정부와의 거래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은 14일 중남미 지역 매체인 텔레수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훌리오 마르티네스라는 가명을 사용한 이 요원은 자신이 과거 구스만이 운영하는 조직의 중간 간부급과 일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멕시코 연방순회법원이 구스만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닌 '마약 대부' 라파엘 카로 킨테로를 모호한 이유로 석방한 뒤 미국의 항의가 거세자 멕시코 정부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도주 중이던 구스만과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거래 내용에 따라 구스만이 지난 11일 교도소에서 탈옥하는 형식으로 풀려났다는 것이다.

구스만 독방 샤워실 내 땅굴 입구

▲ 구스만 독방 샤워실 내 땅굴 입구


멕시코 당국은 애초 구스만이 11일 오후 9시 교도소 독방 내 샤워실에 미리 파 놓은 땅굴을 통해 탈옥했다고 발표했다.

마르티네스는 이에 대해 "순진한 생각"이라며 "구스만은 정문으로 유유히 나갔을 것이고 땅굴은 이를 위장하기 위한 명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로 마르티네스는 마약계 거물인 킨테로를 석방한 데 대한 미국의 항의가 크다는 점을 들었다.

2013년 8월 멕시코 연방순회법원은 28년째 복역 중이던 킨테로에 대해 형 집행정지 처분을 내리고 석방했다. 킨테로는 한 DEA 요원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1985년 검거돼 4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멕시코 법원은 석방 이유에 대해 "연방법원이 아닌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지만 법적인 처리 절차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은 이 '석연찮은' 석방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킨테로에 현상금 53억 원을 내걸었다. 그 후 멕시코 대법원은 석 달 뒤 킨테로의 석방이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체포 영장을 다시 발부했지만 아직까지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킨테로 석방에 따른 미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구스만과 정부가 거래를 했다는 게 마르티네스의 주장이다.

그는 멕시코 정부가 첫번째 탈옥 후 도주 중이던 구스만에게 "잠시 들어와 달라"고 요청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구스만이 13년간 도피생활을 하는 동안 멕시코 당국이 '못 잡은 게 아니라 안 잡은 것'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이 사실인 셈이다.

마르티네스는 2014년 구스만이 체포될 당시 무방비 상태였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일'이라고 말했다. 구스만은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동원해 평소 100명 안팎의 중무장 호위대를 거느리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마르티네스는 구스만의 아들 중 한 명인 이반이 지난 5월 트위터에 "대장은 곧 돌아온다. 아버지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는 점도 언급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마르티네스는 "구스만이 고향인 시날로아의 산속에 숨어 아내와 아이들, 동료와 축하 파티를 계획하고 있을 것"으로 말했다. 구스만의 돈에 매수된 군경이 있는 시날로아 지역이 오히려 안전할 것이라는 게 그의 추정이다.

그는 "시날로아에서 경찰이나 군이 통행을 차단한다면 자신들이 보호하는 마약조직의 두목이 떴다고 보면 된다"며 "이들의 목적은 두목을 잡는 게 아니라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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