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농촌마을 ‘독극물 테러’…범인은 누구?
입력 2015.07.17 (08:32)
수정 2015.07.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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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경북 상주의 농촌 마을회관입니다.
이곳에서 할머니 6명이 음료수를 나눠 마신 뒤 중태에 빠지는 의문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음료수를 마신 할머니 가운데 한 명은 숨졌고, 4명은 지금 위독한 상황입니다.
음료수 안에서는 맹독성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는데요,
대체 누가 왜, 사람들이 마시는 음료수에 농약을 넣은 걸까요?
미궁에 빠진 독극물 테러 사건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마흔 가구, 60여 명이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
마을 주민들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러니까 마을도 지금 풍비박산됐다니까."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사람 못 믿는 거지. 그런 동네가 아니거든."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마음 편히 일도 못 하고 이웃 사람끼리 서먹서먹하고 이웃 사람들끼리도 그렇고 그래요."
사건이 일어난 건 사흘 전인 지난 화요일.
할머니들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마을 회관으로 모인 시간이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촌에서 맨날 눈 뜨면 보고 눈만 뜨면 회관에 가서 점심 드시고 저녁 드시고."
평소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할머니들.
그런데, 날벼락 같은 일이 생기고 맙니다.
<녹취> 신고자(음성변조) : "(할머니 한 분이) 벌벌 떨고 있었지. 말이 안 되니까 중풍인 줄 알았어요. 정신이 없고 말이 안 돼. 사람이 이상하다고 119에 빨리 오라고 했지."
갑자기 마을회관 밖으로 뛰쳐나와 이상 증세를 보이는 할머니.
<인터뷰> 박현선(소방교/경북 상주소방서 청리 119안전센터) : "환자분이 일단 식은땀 많이 흘리고 계셨고요. 입 쪽에 분비물이 좀 묻어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바로 구급차로 이송해서 병원으로 모셔다 드렸어요."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밖에서 발견된 할머니 말고도, 마을 회관 안에는 무려 5명의 할머니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한 사람만 그런 줄 알고 한 사람만 병원에 보내고 한 시간 후에 (마을회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난 여사님이 자는 줄 알았어. 거품을 북적북적 내놓고 있는데……."
병원으로 옮겨진 6명의 할머니 가운데 1명은 숨을 거뒀고, 4명은 아직까지 위독한 상태입니다.
<인터뷰> 강정현(과장/상주 성모병원 제 2 내과) : "구체적인 약물은 알 수 없었지만, 환자가 침을 많이 흘린다거나 대변을 봤다거나 그다음에 눈 상태로 봤을 때 축동(동공이 축소된 상태) 등이 일어난 상태라서 몇 가지 약물 (중독)을 의심할 수 있었고."
독극물 중독이 의심된다는 의료진의 말.
대체 왜 한두 명도 아닌 6명의 할머니가 한꺼번에 독극물에 노출된걸까?
사건 당일, 마을 회관에 있던 할머니는 모두 7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1명이 집으로 돌아간 다음, 나머지 6명이 얘기를 나누다 냉장고 안에 있던 음료수를 꺼내 마셨다고 합니다.
할머니들이 나눠 마신 건 하루 전인 초복날, 마을 잔치에서 쓰고 남은 사이다였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매년 해요, 초복 때는. 닭백숙해서 다 먹고 다 윷놀이하고."
할머니들이 마신 이 사이다에서는 맹독성의 농약이 검출됐습니다.
안전상의 이유로 몇 년 전 판매가 금지된 제품입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살충제인데 무색무취 살충제다 보니까 색깔이 없고 냄새가 없는 살충제는 2012년도에 판매가 금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할머니들이 마신 음료수에 왜 이런 맹독성 농약이 들어있었던 걸까?
현재로선 누군가 고의로 사이다에 농약을 탔을거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굳이 냉장고에다가 농약을, 독극물을 투입했다는 점. 그게 하필이면 음료수병, 그것도 작은 음료수병이 아니고 다 쏟아 먹을 수 있는 1.5L짜리 페트병에다가 이걸 혼입한 점. 이걸로 봤을 때는 누군가 고의적으로 누구를 먹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넣지 않았겠냐……."
하지만 주민들은 대부분, 도무지 짚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동네도 크지 않아서 다 알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상상도 못 해요. 진짜 말다툼도 하나 안 하고……."
원한 살 일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자기 딸같이 그렇게 하고 그렇게 지내는 사인데.
그렇다고, 경찰의 수사가 쉬운 상황도 아닙니다.
마을 회관에 주변에 CCTV가 없고, 사이다병에서도 범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여러 사람이 만진 흔적은 있는데 지문을 확인하려면 몇 % 이상 지문이 나와야 하는데 작은 쪽지문이다 보니까 그거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렇게 미궁에 빠진 독극물 살인 사건.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범인이 마을 주민이거나 마을의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사람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할머니들이 낮 시간대에 어떤 종류의 활동을 하면서 마을회관을 드나드는지 인지하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죠. 핵심은 사이다병이에요. 사이다병이 마을 회관에 있다는 사실을 안 사람."
그리고 범인이 내부인이라면 필시 피해자들이나 다수의 마을 주민에게 원한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틀림없이 여러 할머니에 의해서 따돌림을 받거나 무시를 당했거나 그랬다는 어떤 피해 의식이 있는 사람이 자기를 무시하던 사람들을 한번 혼내줘야겠다는 의도로."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평화로워 보이는 농촌 지역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알력 갈등이 상당합니다. 특히 60대 70대 80대가 섞여 있는 농촌 문화가 되다 보니까 친구보다는 연령대별로 갈등이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먹다남은 문제의 사이다 병에 닫혀져 있던 박카스 뚜껑.
이게, 사건 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도 강조합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목소리만) 그 병(박카스병)에 보통 농약을 많이 넣으시거든요. 그 병을 들고 와서 집어넣은 다음에 마개를 막는 과정에서 실수로 농약 용기의 뚜껑을 닫은 거죠. 뚜껑이 범인이 갖다 막아 넣은 용기, 그 이동 용기의 뚜껑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거죠."
평화롭던 농촌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독극물 테러 사건.
취재팀이 만난 전문가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주민들은, 죄송하지만 알 수도 있어요. 누가 했는지 알 순 있는데 나로 인해서 그 사람이 검거되는 게 싫은 거죠. 이걸 ‘방관자 효과’라고 합니다. 한 분이 돌아가셨잖아요, 멀쩡한 분이. 상황에 대한 의구심이 간다면 결단력을 가지고 경찰에 얘기해주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경찰은 마을 입구에 설치된 CCTV와 현장 정밀 감식 결과, 그리고 의식을 회복한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북 상주의 농촌 마을회관입니다.
이곳에서 할머니 6명이 음료수를 나눠 마신 뒤 중태에 빠지는 의문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음료수를 마신 할머니 가운데 한 명은 숨졌고, 4명은 지금 위독한 상황입니다.
음료수 안에서는 맹독성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는데요,
대체 누가 왜, 사람들이 마시는 음료수에 농약을 넣은 걸까요?
미궁에 빠진 독극물 테러 사건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마흔 가구, 60여 명이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
마을 주민들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러니까 마을도 지금 풍비박산됐다니까."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사람 못 믿는 거지. 그런 동네가 아니거든."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마음 편히 일도 못 하고 이웃 사람끼리 서먹서먹하고 이웃 사람들끼리도 그렇고 그래요."
사건이 일어난 건 사흘 전인 지난 화요일.
할머니들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마을 회관으로 모인 시간이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촌에서 맨날 눈 뜨면 보고 눈만 뜨면 회관에 가서 점심 드시고 저녁 드시고."
평소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할머니들.
그런데, 날벼락 같은 일이 생기고 맙니다.
<녹취> 신고자(음성변조) : "(할머니 한 분이) 벌벌 떨고 있었지. 말이 안 되니까 중풍인 줄 알았어요. 정신이 없고 말이 안 돼. 사람이 이상하다고 119에 빨리 오라고 했지."
갑자기 마을회관 밖으로 뛰쳐나와 이상 증세를 보이는 할머니.
<인터뷰> 박현선(소방교/경북 상주소방서 청리 119안전센터) : "환자분이 일단 식은땀 많이 흘리고 계셨고요. 입 쪽에 분비물이 좀 묻어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바로 구급차로 이송해서 병원으로 모셔다 드렸어요."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밖에서 발견된 할머니 말고도, 마을 회관 안에는 무려 5명의 할머니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한 사람만 그런 줄 알고 한 사람만 병원에 보내고 한 시간 후에 (마을회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난 여사님이 자는 줄 알았어. 거품을 북적북적 내놓고 있는데……."
병원으로 옮겨진 6명의 할머니 가운데 1명은 숨을 거뒀고, 4명은 아직까지 위독한 상태입니다.
<인터뷰> 강정현(과장/상주 성모병원 제 2 내과) : "구체적인 약물은 알 수 없었지만, 환자가 침을 많이 흘린다거나 대변을 봤다거나 그다음에 눈 상태로 봤을 때 축동(동공이 축소된 상태) 등이 일어난 상태라서 몇 가지 약물 (중독)을 의심할 수 있었고."
독극물 중독이 의심된다는 의료진의 말.
대체 왜 한두 명도 아닌 6명의 할머니가 한꺼번에 독극물에 노출된걸까?
사건 당일, 마을 회관에 있던 할머니는 모두 7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1명이 집으로 돌아간 다음, 나머지 6명이 얘기를 나누다 냉장고 안에 있던 음료수를 꺼내 마셨다고 합니다.
할머니들이 나눠 마신 건 하루 전인 초복날, 마을 잔치에서 쓰고 남은 사이다였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매년 해요, 초복 때는. 닭백숙해서 다 먹고 다 윷놀이하고."
할머니들이 마신 이 사이다에서는 맹독성의 농약이 검출됐습니다.
안전상의 이유로 몇 년 전 판매가 금지된 제품입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살충제인데 무색무취 살충제다 보니까 색깔이 없고 냄새가 없는 살충제는 2012년도에 판매가 금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할머니들이 마신 음료수에 왜 이런 맹독성 농약이 들어있었던 걸까?
현재로선 누군가 고의로 사이다에 농약을 탔을거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굳이 냉장고에다가 농약을, 독극물을 투입했다는 점. 그게 하필이면 음료수병, 그것도 작은 음료수병이 아니고 다 쏟아 먹을 수 있는 1.5L짜리 페트병에다가 이걸 혼입한 점. 이걸로 봤을 때는 누군가 고의적으로 누구를 먹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넣지 않았겠냐……."
하지만 주민들은 대부분, 도무지 짚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동네도 크지 않아서 다 알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상상도 못 해요. 진짜 말다툼도 하나 안 하고……."
원한 살 일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자기 딸같이 그렇게 하고 그렇게 지내는 사인데.
그렇다고, 경찰의 수사가 쉬운 상황도 아닙니다.
마을 회관에 주변에 CCTV가 없고, 사이다병에서도 범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여러 사람이 만진 흔적은 있는데 지문을 확인하려면 몇 % 이상 지문이 나와야 하는데 작은 쪽지문이다 보니까 그거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렇게 미궁에 빠진 독극물 살인 사건.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범인이 마을 주민이거나 마을의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사람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할머니들이 낮 시간대에 어떤 종류의 활동을 하면서 마을회관을 드나드는지 인지하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죠. 핵심은 사이다병이에요. 사이다병이 마을 회관에 있다는 사실을 안 사람."
그리고 범인이 내부인이라면 필시 피해자들이나 다수의 마을 주민에게 원한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틀림없이 여러 할머니에 의해서 따돌림을 받거나 무시를 당했거나 그랬다는 어떤 피해 의식이 있는 사람이 자기를 무시하던 사람들을 한번 혼내줘야겠다는 의도로."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평화로워 보이는 농촌 지역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알력 갈등이 상당합니다. 특히 60대 70대 80대가 섞여 있는 농촌 문화가 되다 보니까 친구보다는 연령대별로 갈등이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먹다남은 문제의 사이다 병에 닫혀져 있던 박카스 뚜껑.
이게, 사건 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도 강조합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목소리만) 그 병(박카스병)에 보통 농약을 많이 넣으시거든요. 그 병을 들고 와서 집어넣은 다음에 마개를 막는 과정에서 실수로 농약 용기의 뚜껑을 닫은 거죠. 뚜껑이 범인이 갖다 막아 넣은 용기, 그 이동 용기의 뚜껑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거죠."
평화롭던 농촌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독극물 테러 사건.
취재팀이 만난 전문가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주민들은, 죄송하지만 알 수도 있어요. 누가 했는지 알 순 있는데 나로 인해서 그 사람이 검거되는 게 싫은 거죠. 이걸 ‘방관자 효과’라고 합니다. 한 분이 돌아가셨잖아요, 멀쩡한 분이. 상황에 대한 의구심이 간다면 결단력을 가지고 경찰에 얘기해주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경찰은 마을 입구에 설치된 CCTV와 현장 정밀 감식 결과, 그리고 의식을 회복한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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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농촌마을 ‘독극물 테러’…범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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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7-17 08:35:34
- 수정2015-07-17 15:38:07
<기자 멘트>
경북 상주의 농촌 마을회관입니다.
이곳에서 할머니 6명이 음료수를 나눠 마신 뒤 중태에 빠지는 의문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음료수를 마신 할머니 가운데 한 명은 숨졌고, 4명은 지금 위독한 상황입니다.
음료수 안에서는 맹독성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는데요,
대체 누가 왜, 사람들이 마시는 음료수에 농약을 넣은 걸까요?
미궁에 빠진 독극물 테러 사건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마흔 가구, 60여 명이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
마을 주민들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러니까 마을도 지금 풍비박산됐다니까."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사람 못 믿는 거지. 그런 동네가 아니거든."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마음 편히 일도 못 하고 이웃 사람끼리 서먹서먹하고 이웃 사람들끼리도 그렇고 그래요."
사건이 일어난 건 사흘 전인 지난 화요일.
할머니들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마을 회관으로 모인 시간이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촌에서 맨날 눈 뜨면 보고 눈만 뜨면 회관에 가서 점심 드시고 저녁 드시고."
평소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할머니들.
그런데, 날벼락 같은 일이 생기고 맙니다.
<녹취> 신고자(음성변조) : "(할머니 한 분이) 벌벌 떨고 있었지. 말이 안 되니까 중풍인 줄 알았어요. 정신이 없고 말이 안 돼. 사람이 이상하다고 119에 빨리 오라고 했지."
갑자기 마을회관 밖으로 뛰쳐나와 이상 증세를 보이는 할머니.
<인터뷰> 박현선(소방교/경북 상주소방서 청리 119안전센터) : "환자분이 일단 식은땀 많이 흘리고 계셨고요. 입 쪽에 분비물이 좀 묻어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바로 구급차로 이송해서 병원으로 모셔다 드렸어요."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밖에서 발견된 할머니 말고도, 마을 회관 안에는 무려 5명의 할머니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한 사람만 그런 줄 알고 한 사람만 병원에 보내고 한 시간 후에 (마을회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난 여사님이 자는 줄 알았어. 거품을 북적북적 내놓고 있는데……."
병원으로 옮겨진 6명의 할머니 가운데 1명은 숨을 거뒀고, 4명은 아직까지 위독한 상태입니다.
<인터뷰> 강정현(과장/상주 성모병원 제 2 내과) : "구체적인 약물은 알 수 없었지만, 환자가 침을 많이 흘린다거나 대변을 봤다거나 그다음에 눈 상태로 봤을 때 축동(동공이 축소된 상태) 등이 일어난 상태라서 몇 가지 약물 (중독)을 의심할 수 있었고."
독극물 중독이 의심된다는 의료진의 말.
대체 왜 한두 명도 아닌 6명의 할머니가 한꺼번에 독극물에 노출된걸까?
사건 당일, 마을 회관에 있던 할머니는 모두 7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1명이 집으로 돌아간 다음, 나머지 6명이 얘기를 나누다 냉장고 안에 있던 음료수를 꺼내 마셨다고 합니다.
할머니들이 나눠 마신 건 하루 전인 초복날, 마을 잔치에서 쓰고 남은 사이다였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매년 해요, 초복 때는. 닭백숙해서 다 먹고 다 윷놀이하고."
할머니들이 마신 이 사이다에서는 맹독성의 농약이 검출됐습니다.
안전상의 이유로 몇 년 전 판매가 금지된 제품입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살충제인데 무색무취 살충제다 보니까 색깔이 없고 냄새가 없는 살충제는 2012년도에 판매가 금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할머니들이 마신 음료수에 왜 이런 맹독성 농약이 들어있었던 걸까?
현재로선 누군가 고의로 사이다에 농약을 탔을거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굳이 냉장고에다가 농약을, 독극물을 투입했다는 점. 그게 하필이면 음료수병, 그것도 작은 음료수병이 아니고 다 쏟아 먹을 수 있는 1.5L짜리 페트병에다가 이걸 혼입한 점. 이걸로 봤을 때는 누군가 고의적으로 누구를 먹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넣지 않았겠냐……."
하지만 주민들은 대부분, 도무지 짚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동네도 크지 않아서 다 알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상상도 못 해요. 진짜 말다툼도 하나 안 하고……."
원한 살 일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자기 딸같이 그렇게 하고 그렇게 지내는 사인데.
그렇다고, 경찰의 수사가 쉬운 상황도 아닙니다.
마을 회관에 주변에 CCTV가 없고, 사이다병에서도 범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여러 사람이 만진 흔적은 있는데 지문을 확인하려면 몇 % 이상 지문이 나와야 하는데 작은 쪽지문이다 보니까 그거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렇게 미궁에 빠진 독극물 살인 사건.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범인이 마을 주민이거나 마을의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사람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할머니들이 낮 시간대에 어떤 종류의 활동을 하면서 마을회관을 드나드는지 인지하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죠. 핵심은 사이다병이에요. 사이다병이 마을 회관에 있다는 사실을 안 사람."
그리고 범인이 내부인이라면 필시 피해자들이나 다수의 마을 주민에게 원한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틀림없이 여러 할머니에 의해서 따돌림을 받거나 무시를 당했거나 그랬다는 어떤 피해 의식이 있는 사람이 자기를 무시하던 사람들을 한번 혼내줘야겠다는 의도로."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평화로워 보이는 농촌 지역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알력 갈등이 상당합니다. 특히 60대 70대 80대가 섞여 있는 농촌 문화가 되다 보니까 친구보다는 연령대별로 갈등이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먹다남은 문제의 사이다 병에 닫혀져 있던 박카스 뚜껑.
이게, 사건 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도 강조합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목소리만) 그 병(박카스병)에 보통 농약을 많이 넣으시거든요. 그 병을 들고 와서 집어넣은 다음에 마개를 막는 과정에서 실수로 농약 용기의 뚜껑을 닫은 거죠. 뚜껑이 범인이 갖다 막아 넣은 용기, 그 이동 용기의 뚜껑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거죠."
평화롭던 농촌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독극물 테러 사건.
취재팀이 만난 전문가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주민들은, 죄송하지만 알 수도 있어요. 누가 했는지 알 순 있는데 나로 인해서 그 사람이 검거되는 게 싫은 거죠. 이걸 ‘방관자 효과’라고 합니다. 한 분이 돌아가셨잖아요, 멀쩡한 분이. 상황에 대한 의구심이 간다면 결단력을 가지고 경찰에 얘기해주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경찰은 마을 입구에 설치된 CCTV와 현장 정밀 감식 결과, 그리고 의식을 회복한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북 상주의 농촌 마을회관입니다.
이곳에서 할머니 6명이 음료수를 나눠 마신 뒤 중태에 빠지는 의문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음료수를 마신 할머니 가운데 한 명은 숨졌고, 4명은 지금 위독한 상황입니다.
음료수 안에서는 맹독성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는데요,
대체 누가 왜, 사람들이 마시는 음료수에 농약을 넣은 걸까요?
미궁에 빠진 독극물 테러 사건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마흔 가구, 60여 명이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
마을 주민들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러니까 마을도 지금 풍비박산됐다니까."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사람 못 믿는 거지. 그런 동네가 아니거든."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마음 편히 일도 못 하고 이웃 사람끼리 서먹서먹하고 이웃 사람들끼리도 그렇고 그래요."
사건이 일어난 건 사흘 전인 지난 화요일.
할머니들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마을 회관으로 모인 시간이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촌에서 맨날 눈 뜨면 보고 눈만 뜨면 회관에 가서 점심 드시고 저녁 드시고."
평소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할머니들.
그런데, 날벼락 같은 일이 생기고 맙니다.
<녹취> 신고자(음성변조) : "(할머니 한 분이) 벌벌 떨고 있었지. 말이 안 되니까 중풍인 줄 알았어요. 정신이 없고 말이 안 돼. 사람이 이상하다고 119에 빨리 오라고 했지."
갑자기 마을회관 밖으로 뛰쳐나와 이상 증세를 보이는 할머니.
<인터뷰> 박현선(소방교/경북 상주소방서 청리 119안전센터) : "환자분이 일단 식은땀 많이 흘리고 계셨고요. 입 쪽에 분비물이 좀 묻어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바로 구급차로 이송해서 병원으로 모셔다 드렸어요."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밖에서 발견된 할머니 말고도, 마을 회관 안에는 무려 5명의 할머니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한 사람만 그런 줄 알고 한 사람만 병원에 보내고 한 시간 후에 (마을회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난 여사님이 자는 줄 알았어. 거품을 북적북적 내놓고 있는데……."
병원으로 옮겨진 6명의 할머니 가운데 1명은 숨을 거뒀고, 4명은 아직까지 위독한 상태입니다.
<인터뷰> 강정현(과장/상주 성모병원 제 2 내과) : "구체적인 약물은 알 수 없었지만, 환자가 침을 많이 흘린다거나 대변을 봤다거나 그다음에 눈 상태로 봤을 때 축동(동공이 축소된 상태) 등이 일어난 상태라서 몇 가지 약물 (중독)을 의심할 수 있었고."
독극물 중독이 의심된다는 의료진의 말.
대체 왜 한두 명도 아닌 6명의 할머니가 한꺼번에 독극물에 노출된걸까?
사건 당일, 마을 회관에 있던 할머니는 모두 7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1명이 집으로 돌아간 다음, 나머지 6명이 얘기를 나누다 냉장고 안에 있던 음료수를 꺼내 마셨다고 합니다.
할머니들이 나눠 마신 건 하루 전인 초복날, 마을 잔치에서 쓰고 남은 사이다였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매년 해요, 초복 때는. 닭백숙해서 다 먹고 다 윷놀이하고."
할머니들이 마신 이 사이다에서는 맹독성의 농약이 검출됐습니다.
안전상의 이유로 몇 년 전 판매가 금지된 제품입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살충제인데 무색무취 살충제다 보니까 색깔이 없고 냄새가 없는 살충제는 2012년도에 판매가 금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할머니들이 마신 음료수에 왜 이런 맹독성 농약이 들어있었던 걸까?
현재로선 누군가 고의로 사이다에 농약을 탔을거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굳이 냉장고에다가 농약을, 독극물을 투입했다는 점. 그게 하필이면 음료수병, 그것도 작은 음료수병이 아니고 다 쏟아 먹을 수 있는 1.5L짜리 페트병에다가 이걸 혼입한 점. 이걸로 봤을 때는 누군가 고의적으로 누구를 먹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넣지 않았겠냐……."
하지만 주민들은 대부분, 도무지 짚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동네도 크지 않아서 다 알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상상도 못 해요. 진짜 말다툼도 하나 안 하고……."
원한 살 일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자기 딸같이 그렇게 하고 그렇게 지내는 사인데.
그렇다고, 경찰의 수사가 쉬운 상황도 아닙니다.
마을 회관에 주변에 CCTV가 없고, 사이다병에서도 범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여러 사람이 만진 흔적은 있는데 지문을 확인하려면 몇 % 이상 지문이 나와야 하는데 작은 쪽지문이다 보니까 그거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렇게 미궁에 빠진 독극물 살인 사건.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범인이 마을 주민이거나 마을의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사람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할머니들이 낮 시간대에 어떤 종류의 활동을 하면서 마을회관을 드나드는지 인지하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죠. 핵심은 사이다병이에요. 사이다병이 마을 회관에 있다는 사실을 안 사람."
그리고 범인이 내부인이라면 필시 피해자들이나 다수의 마을 주민에게 원한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틀림없이 여러 할머니에 의해서 따돌림을 받거나 무시를 당했거나 그랬다는 어떤 피해 의식이 있는 사람이 자기를 무시하던 사람들을 한번 혼내줘야겠다는 의도로."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평화로워 보이는 농촌 지역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알력 갈등이 상당합니다. 특히 60대 70대 80대가 섞여 있는 농촌 문화가 되다 보니까 친구보다는 연령대별로 갈등이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먹다남은 문제의 사이다 병에 닫혀져 있던 박카스 뚜껑.
이게, 사건 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도 강조합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목소리만) 그 병(박카스병)에 보통 농약을 많이 넣으시거든요. 그 병을 들고 와서 집어넣은 다음에 마개를 막는 과정에서 실수로 농약 용기의 뚜껑을 닫은 거죠. 뚜껑이 범인이 갖다 막아 넣은 용기, 그 이동 용기의 뚜껑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거죠."
평화롭던 농촌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독극물 테러 사건.
취재팀이 만난 전문가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주민들은, 죄송하지만 알 수도 있어요. 누가 했는지 알 순 있는데 나로 인해서 그 사람이 검거되는 게 싫은 거죠. 이걸 ‘방관자 효과’라고 합니다. 한 분이 돌아가셨잖아요, 멀쩡한 분이. 상황에 대한 의구심이 간다면 결단력을 가지고 경찰에 얘기해주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경찰은 마을 입구에 설치된 CCTV와 현장 정밀 감식 결과, 그리고 의식을 회복한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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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hun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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