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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시선] 정권에 따라 춤추는 ‘분단 영화’들
입력 2015.07.21 (21:42) 수정 2015.07.21 (21:55) 까칠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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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한국영화에서 자주 다뤄져 온 소재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가 바로 분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 그렇죠. 여전히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로 남아 있는 만큼, 적지 않은 영화들이 그 아픔을 꾸준히 담아왔죠.

최: 그런데, 같은 분단을 소재로 삼고는 있지만 이게 시대별로 조금씩, 아니 상당히 큰 편차가 있다는 거 혹시 아시나요?

박: 편차가 크다는 건 무슨 말씀이시죠?

최: 분단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크게 나눠 보면 남북간의 ‘화해’에 방점을 찍는 영화와, 북한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애국’에 방점을 찍는 영화들로 구분할 수 있겠는데요. 분단 소재 영화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요, 지금부터 까칠하게 짚어 봅니다.


[VCR] 공동경비구역 JSA


최: 분단을 소재로 삼은 한국영화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이렇게 평가해도 무방할 작품이죠.

박: 바로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네요.

최: 그렇습니다. 개봉 당시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정상 회담이 열린 것도 어느 정도 작용을 했겠지만요, 당시로선 상당한 규모의 흥행을 했죠.

박: 판문점의 공동경비구역에서 근무하는 남북한 병사들이 몰래 우정을 나눈다, 이런 설정이었죠.

최: 그렇습니다. 그런 설정이 관객들에겐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데다, 당시 남북 화해 무드로 맞물리면서 영화가 담고 있는 휴머니즘적인 메시지가 폭 넓은 공감대를 만들어냈죠.
박: 남한 병사로 나온 이병헌, 김태우만큼이나 북한 병사로 나온 송강호, 신하균의 연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기억을 해요.

최: 바로 그겁니다. 북한 사람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라는 게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죠. 어릴 때 북한 사람은 머리에 뿔이 난 늑대처럼 생각했던 반공 교육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관객들에겐 신선한 도발이었죠.


[VCR] 태극기 휘날리며


박: 그런 면에서 한국 전쟁을 소재로 삼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도 빼놓을 수 없겠죠.

최: 맞습니다. 시간 차가 살짝 나긴 합니다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실미도>와 거의 동시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였는데요.

박: 장동건과 원빈, 형제 사이인데, 어쩔 수 없이 남북한 군인으로 나뉘어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눠야 하는 상황. 그야말로 동족 상잔의 비극을 참 드라마틱하게 상징화시켰죠.

최: 맞습니다. 반세기 전의 전쟁의 아픔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많은 한국인들이,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 아파하고 눈물을 훔쳤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VCR] 웰컴 투 동막골


박: 분단 소재 영화라고 해서 다 손수건을 적시게 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웰컴 투 동막골>은 분단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코미디로 가볍게 풀어냈잖아요.

최: 신선했죠. 전쟁이 일어난지도 모르는 강원도 오지 마을에 국군과 인민군, 그리고 미군까지 들어오게 되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죠. 그런데 결국 이들은 이 평화로운 마을을 지키기 위해 하나가 됩니다.

박: 총을 내려놓으면 똑같이 따뜻한 체온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주제 의식은 <공동경비구역 JSA>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봐야겠네요.

최: 그렇죠. 그래서일까요? 이 영화 역시 6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불러 모으면서 엄청난 대 히트를 기록하게 됩니다.

박: 그러고 보면 분단 소재 영화들이 대부분 꽤나 흥행이 잘 된 것 같아요.


[VCR] 의형제


최: 그렇습니다.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죠.

박: 송강호 씨와 강동원 씨가 함께 나왔던 <의형제>라는 영화군요.

최: 네, 이 영화도 제 기억엔 500만 명이 넘었습니다.

박: 남한의 전직 국정원 직원, 북한의 버려진 간첩이 한 지붕 밑에서 살게 되면서 결국 우정을 나누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코믹하면서도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던 거 같아요.

최: 맞습니다. 이 영화 역시 앞서 보신 영화들처럼 그들도 사람이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 간의 화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 그런데 꼭 화해에만 무게 중심을 두지 않는 분단 소재 영화도 있지 않나요?


[VCR] 포화 속으로


최: 왜 없겠습니까? 지난 2010년에 나왔던 <포화 속으로>라는 작품이 그렇죠.

박: 권상우 씨와 최승현이 한국 전쟁 당시의 학도병으로 출연하고, 차승원이 인민군 장교로 등장하는 전쟁 영화였죠.

최: 네, 이 영화는 실제 한국 전쟁 당시, 포항에서 인민군의 남하를 저지했던 학도병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그들의 장렬한 희생을 재연하는 데 연출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박: 앞서 보신 많은 분단 소재 영화들과는 조금 포인트가 다르다고 봐야겠지요?

최: 조금이 아니라 많이 다르지요. 이 영화 속의 인민군 대장으로 나오는 차승원을 묘사하는 방식만 보더라도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죠.

박: 한마디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등장하죠.

최: 전형적인 악당이죠. 사실 북한군을 악당으로 묘사하는 건, 1970년대에 많이 나왔던 반공영화의 전형이었죠. 그 전형을 이 영화가 다시 불러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VCR] 연평해전


박: 그런 면에서는 지금 한창 극장가에서 상영중인 이 영화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최: 맞습니다. 이 영화는 2002년 월드컵 기간 중에 있었던 서해 교전의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는데요.

박: 당시 남북한 해군 사이에 벌어졌던 교전으로 희생된 장병들에게 애도를 보내고 있는 작품이죠.

최: 그렇습니다. 비극이죠. 그런데 그 비극을 담아내는 방식은, 역시나 <포화 속으로>와 유사한 맥락입니다. 한국 장병들의 억울한 희생, 교전을 미리 계획한 악마와도 같은 북한군. 이런 선악 구도를 가지고 있죠.

박: 분단으로 인해 벌어진 비극, 기억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기억하는 방식에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거, 어떻게 봐야 할까요?




박: 이렇게 분단 소재 영화의 변천사를 살펴보니까 앞서 최 평론가님이 말씀하신대로 남북 화해를 강조하는 쪽에서 애국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해온 흐름이 엿보이는 것 같네요.

최: 정확하게 그렇습니다. 근데 사실 이게 정치 권력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는 건 흥미로운 사실이죠.

박: 어려운 얘기 나오네요.

최: 햇볕 정책이 남북 관계의 기조였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영화들이 남북 간의 화해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이명박 정부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영화들은 애국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겁니다.

박: 영화는 정치와 무관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군요.

최: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적인 환경이 영화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죠. 그런 맥락도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겠다, 하는 생각입니다.

박: 맥락, 좋은 말씀입니다. 최 평론가님 호를 방점에서 맥락으로 바꿔야겠어요. 지금까지 최광희의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 [까칠한 시선] 정권에 따라 춤추는 ‘분단 영화’들
    • 입력 2015-07-21 21:42:05
    • 수정2015-07-21 21:55:48
    까칠한 시선
최: 한국영화에서 자주 다뤄져 온 소재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가 바로 분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 그렇죠. 여전히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로 남아 있는 만큼, 적지 않은 영화들이 그 아픔을 꾸준히 담아왔죠.

최: 그런데, 같은 분단을 소재로 삼고는 있지만 이게 시대별로 조금씩, 아니 상당히 큰 편차가 있다는 거 혹시 아시나요?

박: 편차가 크다는 건 무슨 말씀이시죠?

최: 분단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크게 나눠 보면 남북간의 ‘화해’에 방점을 찍는 영화와, 북한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애국’에 방점을 찍는 영화들로 구분할 수 있겠는데요. 분단 소재 영화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요, 지금부터 까칠하게 짚어 봅니다.


[VCR] 공동경비구역 JSA


최: 분단을 소재로 삼은 한국영화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이렇게 평가해도 무방할 작품이죠.

박: 바로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네요.

최: 그렇습니다. 개봉 당시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정상 회담이 열린 것도 어느 정도 작용을 했겠지만요, 당시로선 상당한 규모의 흥행을 했죠.

박: 판문점의 공동경비구역에서 근무하는 남북한 병사들이 몰래 우정을 나눈다, 이런 설정이었죠.

최: 그렇습니다. 그런 설정이 관객들에겐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데다, 당시 남북 화해 무드로 맞물리면서 영화가 담고 있는 휴머니즘적인 메시지가 폭 넓은 공감대를 만들어냈죠.
박: 남한 병사로 나온 이병헌, 김태우만큼이나 북한 병사로 나온 송강호, 신하균의 연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기억을 해요.

최: 바로 그겁니다. 북한 사람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라는 게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죠. 어릴 때 북한 사람은 머리에 뿔이 난 늑대처럼 생각했던 반공 교육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관객들에겐 신선한 도발이었죠.


[VCR] 태극기 휘날리며


박: 그런 면에서 한국 전쟁을 소재로 삼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도 빼놓을 수 없겠죠.

최: 맞습니다. 시간 차가 살짝 나긴 합니다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실미도>와 거의 동시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였는데요.

박: 장동건과 원빈, 형제 사이인데, 어쩔 수 없이 남북한 군인으로 나뉘어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눠야 하는 상황. 그야말로 동족 상잔의 비극을 참 드라마틱하게 상징화시켰죠.

최: 맞습니다. 반세기 전의 전쟁의 아픔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많은 한국인들이,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 아파하고 눈물을 훔쳤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VCR] 웰컴 투 동막골


박: 분단 소재 영화라고 해서 다 손수건을 적시게 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웰컴 투 동막골>은 분단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코미디로 가볍게 풀어냈잖아요.

최: 신선했죠. 전쟁이 일어난지도 모르는 강원도 오지 마을에 국군과 인민군, 그리고 미군까지 들어오게 되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죠. 그런데 결국 이들은 이 평화로운 마을을 지키기 위해 하나가 됩니다.

박: 총을 내려놓으면 똑같이 따뜻한 체온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주제 의식은 <공동경비구역 JSA>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봐야겠네요.

최: 그렇죠. 그래서일까요? 이 영화 역시 6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불러 모으면서 엄청난 대 히트를 기록하게 됩니다.

박: 그러고 보면 분단 소재 영화들이 대부분 꽤나 흥행이 잘 된 것 같아요.


[VCR] 의형제


최: 그렇습니다.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죠.

박: 송강호 씨와 강동원 씨가 함께 나왔던 <의형제>라는 영화군요.

최: 네, 이 영화도 제 기억엔 500만 명이 넘었습니다.

박: 남한의 전직 국정원 직원, 북한의 버려진 간첩이 한 지붕 밑에서 살게 되면서 결국 우정을 나누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코믹하면서도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던 거 같아요.

최: 맞습니다. 이 영화 역시 앞서 보신 영화들처럼 그들도 사람이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 간의 화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 그런데 꼭 화해에만 무게 중심을 두지 않는 분단 소재 영화도 있지 않나요?


[VCR] 포화 속으로


최: 왜 없겠습니까? 지난 2010년에 나왔던 <포화 속으로>라는 작품이 그렇죠.

박: 권상우 씨와 최승현이 한국 전쟁 당시의 학도병으로 출연하고, 차승원이 인민군 장교로 등장하는 전쟁 영화였죠.

최: 네, 이 영화는 실제 한국 전쟁 당시, 포항에서 인민군의 남하를 저지했던 학도병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그들의 장렬한 희생을 재연하는 데 연출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박: 앞서 보신 많은 분단 소재 영화들과는 조금 포인트가 다르다고 봐야겠지요?

최: 조금이 아니라 많이 다르지요. 이 영화 속의 인민군 대장으로 나오는 차승원을 묘사하는 방식만 보더라도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죠.

박: 한마디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등장하죠.

최: 전형적인 악당이죠. 사실 북한군을 악당으로 묘사하는 건, 1970년대에 많이 나왔던 반공영화의 전형이었죠. 그 전형을 이 영화가 다시 불러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VCR] 연평해전


박: 그런 면에서는 지금 한창 극장가에서 상영중인 이 영화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최: 맞습니다. 이 영화는 2002년 월드컵 기간 중에 있었던 서해 교전의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는데요.

박: 당시 남북한 해군 사이에 벌어졌던 교전으로 희생된 장병들에게 애도를 보내고 있는 작품이죠.

최: 그렇습니다. 비극이죠. 그런데 그 비극을 담아내는 방식은, 역시나 <포화 속으로>와 유사한 맥락입니다. 한국 장병들의 억울한 희생, 교전을 미리 계획한 악마와도 같은 북한군. 이런 선악 구도를 가지고 있죠.

박: 분단으로 인해 벌어진 비극, 기억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기억하는 방식에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거, 어떻게 봐야 할까요?




박: 이렇게 분단 소재 영화의 변천사를 살펴보니까 앞서 최 평론가님이 말씀하신대로 남북 화해를 강조하는 쪽에서 애국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해온 흐름이 엿보이는 것 같네요.

최: 정확하게 그렇습니다. 근데 사실 이게 정치 권력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는 건 흥미로운 사실이죠.

박: 어려운 얘기 나오네요.

최: 햇볕 정책이 남북 관계의 기조였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영화들이 남북 간의 화해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이명박 정부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영화들은 애국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겁니다.

박: 영화는 정치와 무관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군요.

최: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적인 환경이 영화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죠. 그런 맥락도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겠다, 하는 생각입니다.

박: 맥락, 좋은 말씀입니다. 최 평론가님 호를 방점에서 맥락으로 바꿔야겠어요. 지금까지 최광희의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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