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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대형 포털 폐해’ 사라진 공적 책임
[취재후 / 포털시리즈] ⑩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엔 왜 ‘셰릴 샌드버그’가 없을까?
입력 2015.07.22 (06:00) 수정 2015.07.22 (06:13) 취재후
남편의 죽음 뒤 SNS에 띄운 추도문으로 주목을 받았던 셰릴 샌드버그를 기억하십니까? 죽은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 가족에 대한 사랑, 또 남편을 잃은 자신에게 이웃이 보여준 배려들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글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올해 46살. 페이스북 최고경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하버드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 재무부에서 일했습니다. 재무부 장관의 비서실장이던 그녀가 구글에 합류한 것은 2001년. 당시 검색 기능 외에는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던, 그래서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 없던 구글에서 그녀는 '에드워즈'라는 새로운 수익 구조를 개발했습니다.

구글에드워즈구글에드워즈


에드워즈는 이용자가 검색을 하면 검색 결과 옆에 문자 광고를 표시해주는 이른바 '광고'입니다. 그런데 이 에드워즈는 다른 사람들이 검색했던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가장 필요할 것 같은 제품을 파는 곳을 알려줍니다. 기사 하나 읽는데 아무 관련없는 광고 팝업창이 떠서 팝업창을 피해 다니느라 짜증을 느끼는 국내 포털의 광고와는 다릅니다.

구글블루투스에드워즈구글블루투스에드워즈


구글을 반석에 올려놓은 그녀가 다음에 간 곳은 페이스북입니다. 구글이 그랬던 것처럼 2007년까지 페이스북은 가벼운 사회관계망(SNS)일 뿐이었습니다. 2008년 페이스북에 합류한 그녀는 모든 임원진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회사의 방향과 수익 모델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유료화, 온라인 광고, 온라인 쇼핑 사이를 헤매던 페이스북은 그녀의 주도로 온라인 광고쪽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2010년부터 페이스북은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지난해 연간 수익이 49억달러(약 5조5천억원)로 성장했습니다.

지금 페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페친(페북 친구)들이 올리는 글 사이사이에 광고가 끼어들어오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페북의 온라인 광고죠. 이 광고들은 친구의 글을 읽는데 짜증을 유발할 만큼 많지는 않고 또 노골적으로 제품을 홍보하지도 않습니다. 가끔은 여행을 가고 싶은 내 심정을 어떻게 뚫어본 건지 가격이 싼 항공권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광고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광고주도 소비자도 함께 이익을 보는 '윈윈 전략'을 구사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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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수많은 온라인 기업에서 많은 인재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그녀만큼 독특한 인물은 많지 않습니다. 그녀의 경쟁력은 기존의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데 있습니다. 검색에 올인한 구글에 검색과 연관한 광고를 보여주고, 친구 사이를 중시하는 페북에서 내 친구가 '좋아요'를 누른 광고 페이지를 보여주는 방식. 다른 회사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광고 시장을 형성했고 소비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기분을 주고 있습니다. 아이비 리그를 졸업한 미국의 인재는 이렇게 일을 하는구나 하는 하는 감탄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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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한때 최고의 인재들이 벤처에 투신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1998년 네이버와 다음이 창업했을 때 제가 만나본 이해진 사장, 이재웅 사장도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대기업의 사원이 아니라 내가 주인이 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서울대 출신, KAIST 출신이 잇따라 창업을 했고 하루하루 새로운 테헤란 밸리의 역사를 썼습니다. '온라인 세계'를 건설해가는 그들을 취재하는 저도 함께 즐거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셰릴 샌드버그 같은 인재가 우리 벤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못 들었습니다. 벤처 창립자들은 스스로 '의장님(이사회 의장)'이 되어 뒤로 한발 물러났고 변호사 출신들이 최고 경영자를 맡고 있습니다.

셰릴 샌드버그, 이해진, 김범수셰릴 샌드버그, 이해진, 김범수

▲ 왼쪽부터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46세),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48세), 김범수 다음카카오이사회 의장(49세)

이번에 포털 시리즈를 맡으면서 오랜만에 네이버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시작할 때는 그래도 우리나라 대표 인터넷 기업인데 너무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하나하나 나갈수록 주변에서는 '속시원하다' '좀더 세게 비판해달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포털에 대한 날선 비판에는 일반 국민이나 네티즌뿐 아니라 인터넷 기업을 운영해본, 혹은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 IT인들도 공감하고 동조했습니다. 거대 포털 기업이 '민심'을 잃어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해당 기업인들은 이런 비판에 대해 불만이 많을 겁니다. 저도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벤처 캐피탈과 엔젤 펀드가 발달해 아이디어만 있으면 실패를 걱정하지 않고 꿈을 펼쳐볼 수 있는 미국과, 대표이사의 집을 담보로 맡겨야 은행 대출을 얻을 수 있었던 우리나라는 큰 차이가 있죠. 특히 2000년 초반 '검은 월요일'로 벤처 거품이 꺼진 뒤 수년 간 고생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인터넷 기업, 포털 기업에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미래를 열어갈 곳이며 새로운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는 구글이 드론과 스마트 카를 연구하고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기업을 인수하며 인류의 다음 과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기업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상당한 변화의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돌아가는 일입니다. 셰릴 샌드버그와 같은 인재가 벤처에 본인의 철학을 구현하며 돈을 벌 수 있는 환경. 당장은 돈이 덜 되더라도 온라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마음을 얻는 진심이 필요합니다.

아이비 리그의 우수한 인재가 실리콘 밸리에서 나래를 펼친 것처럼 판교 밸리에도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와야 한국의 미래도 있을 겁니다. 이것이 KBS가 포털 시리즈를 운영한 마음이었습니다.
  • [취재후 / 포털시리즈] ⑩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엔 왜 ‘셰릴 샌드버그’가 없을까?
    • 입력 2015-07-22 06:00:26
    • 수정2015-07-22 06:13:20
    취재후
남편의 죽음 뒤 SNS에 띄운 추도문으로 주목을 받았던 셰릴 샌드버그를 기억하십니까? 죽은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 가족에 대한 사랑, 또 남편을 잃은 자신에게 이웃이 보여준 배려들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글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올해 46살. 페이스북 최고경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하버드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 재무부에서 일했습니다. 재무부 장관의 비서실장이던 그녀가 구글에 합류한 것은 2001년. 당시 검색 기능 외에는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던, 그래서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 없던 구글에서 그녀는 '에드워즈'라는 새로운 수익 구조를 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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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즈는 이용자가 검색을 하면 검색 결과 옆에 문자 광고를 표시해주는 이른바 '광고'입니다. 그런데 이 에드워즈는 다른 사람들이 검색했던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가장 필요할 것 같은 제품을 파는 곳을 알려줍니다. 기사 하나 읽는데 아무 관련없는 광고 팝업창이 떠서 팝업창을 피해 다니느라 짜증을 느끼는 국내 포털의 광고와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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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을 반석에 올려놓은 그녀가 다음에 간 곳은 페이스북입니다. 구글이 그랬던 것처럼 2007년까지 페이스북은 가벼운 사회관계망(SNS)일 뿐이었습니다. 2008년 페이스북에 합류한 그녀는 모든 임원진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회사의 방향과 수익 모델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유료화, 온라인 광고, 온라인 쇼핑 사이를 헤매던 페이스북은 그녀의 주도로 온라인 광고쪽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2010년부터 페이스북은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지난해 연간 수익이 49억달러(약 5조5천억원)로 성장했습니다.

지금 페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페친(페북 친구)들이 올리는 글 사이사이에 광고가 끼어들어오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페북의 온라인 광고죠. 이 광고들은 친구의 글을 읽는데 짜증을 유발할 만큼 많지는 않고 또 노골적으로 제품을 홍보하지도 않습니다. 가끔은 여행을 가고 싶은 내 심정을 어떻게 뚫어본 건지 가격이 싼 항공권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광고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광고주도 소비자도 함께 이익을 보는 '윈윈 전략'을 구사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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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한때 최고의 인재들이 벤처에 투신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1998년 네이버와 다음이 창업했을 때 제가 만나본 이해진 사장, 이재웅 사장도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대기업의 사원이 아니라 내가 주인이 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서울대 출신, KAIST 출신이 잇따라 창업을 했고 하루하루 새로운 테헤란 밸리의 역사를 썼습니다. '온라인 세계'를 건설해가는 그들을 취재하는 저도 함께 즐거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셰릴 샌드버그 같은 인재가 우리 벤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못 들었습니다. 벤처 창립자들은 스스로 '의장님(이사회 의장)'이 되어 뒤로 한발 물러났고 변호사 출신들이 최고 경영자를 맡고 있습니다.

셰릴 샌드버그, 이해진, 김범수셰릴 샌드버그, 이해진, 김범수

▲ 왼쪽부터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46세),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48세), 김범수 다음카카오이사회 의장(49세)

이번에 포털 시리즈를 맡으면서 오랜만에 네이버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시작할 때는 그래도 우리나라 대표 인터넷 기업인데 너무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하나하나 나갈수록 주변에서는 '속시원하다' '좀더 세게 비판해달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포털에 대한 날선 비판에는 일반 국민이나 네티즌뿐 아니라 인터넷 기업을 운영해본, 혹은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 IT인들도 공감하고 동조했습니다. 거대 포털 기업이 '민심'을 잃어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해당 기업인들은 이런 비판에 대해 불만이 많을 겁니다. 저도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벤처 캐피탈과 엔젤 펀드가 발달해 아이디어만 있으면 실패를 걱정하지 않고 꿈을 펼쳐볼 수 있는 미국과, 대표이사의 집을 담보로 맡겨야 은행 대출을 얻을 수 있었던 우리나라는 큰 차이가 있죠. 특히 2000년 초반 '검은 월요일'로 벤처 거품이 꺼진 뒤 수년 간 고생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인터넷 기업, 포털 기업에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미래를 열어갈 곳이며 새로운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는 구글이 드론과 스마트 카를 연구하고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기업을 인수하며 인류의 다음 과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기업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상당한 변화의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돌아가는 일입니다. 셰릴 샌드버그와 같은 인재가 벤처에 본인의 철학을 구현하며 돈을 벌 수 있는 환경. 당장은 돈이 덜 되더라도 온라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마음을 얻는 진심이 필요합니다.

아이비 리그의 우수한 인재가 실리콘 밸리에서 나래를 펼친 것처럼 판교 밸리에도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와야 한국의 미래도 있을 겁니다. 이것이 KBS가 포털 시리즈를 운영한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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