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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 ‘트럼프 변수’…태풍인가? 미풍인가?
입력 2015.07.22 (10:02) 수정 2015.07.22 (17:49) 국제
■ 대선 출사표부터 ‘막말 퍼레이드’

“멕시코는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미국에 보내 문제를 일으킨다. 마약을 가져오고 범죄를 가져온다. 그 사람들은 강간범들이다." (6월 16일, 도널드 트럼트 대선 출마회견 중)

미국 대통령 출마 회견에서 이렇게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막말'을 내뱉은 사람은 없었다. 사실 이 정도의 표현은, 속마음이야 어떻든, 미국의 갑남을녀가 공개석상에서 꺼내기 힘든 수준이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인종간, 민족간 공존은 사회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합의다. 그런데, 화합을 노래하고, 미래를 이야기해야 할 자리에서 대놓고, 사실 관계도 정확하지 않은 독설을 퍼부었다. 평소 기행(奇行)으로 잘 알려져 있는 트럼프지만 나가도 너무 나간 언사였다. 그를 향해 비난과 비아냥이 쏟아지는 건 예상할 만한 일이었다.

올해 69살인 갑부 도널드 트럼프는 본업인 부동산 투자 못지 않게 텔레비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독설을 일삼고, 프로 레슬링 무대에서 쇼맨십을 발휘하고, 여성들과 염문을 뿌려왔다. '돈 많은 허풍쟁이' 쯤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미국 대선미국 대선


이렇게 화려하게(?) 공화당 후보로 대선전에 뛰어든 트럼프의 거친 입은, 이번에는 같은 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향했다. 지난 18일 한 행사에서 대담 도중 "매케인은 포로로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 영웅이 됐다... 나는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매케인이 베트남전 때 5년 간 포로로 잡혀 있다가 석방된 것을 빗댄 말이었다. 매케인이 "미치광이들을 흥분시킨다."며 트럼프를 공격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그런데 트럼프의 전쟁 포로 발언은 매케인 뿐 아니라 포로로 잡힌 적이 있는 수많은 참전 용사들을 폄훼할 소지가 있었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군인들을 각별하게 대하는 나라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각계에서 비난이 나오는 가운데 백악관도 "참전 용사들에게 사과하라"며 발끈했다.

■ ‘막말’에 지지율 급등…공화당 1위 굳히나?

자. 이 정도로 물의(?)를 일으킨 후보라면 대선 레이스에서 떨어져나가야 하는 게 당연할 것 같지만 상황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주목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 5%에도 미치지 못하던 지지율이 급상승해 7월 초부터는 공화당의 유력한 후보 젭 부시를 누르더니 그 차이를 더욱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24%, 스콧 워커가 13%, 젭 부시가 12%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미국 대선전에서 의외의 변수가 등장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좌충우돌에 무례하고 천박하기까지 한 트럼프의 초반 돌풍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첫째, 강력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군소 후보의 지위를 단숨에 벗어던졌다. 여기서 언론의 집중 조명은 대부분 부정적이거나 조롱섞인 내용이다.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선거유세가 구경거리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치면이 아니라 연예면에서 다룰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좋든 나쁘든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뉴스의 소재로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들을 관심 밖으로 몰아내는 효과를 내고 있다.

트럼트 타워트럼트 타워

▲ 도널드 트럼프의 부를 상징하는 뉴욕 맨해튼의 트럼트 타워


둘째, 69세의 트럼프는 부동산 갑부다. 출마 회견에서 "나는 진짜 부자"라며 재산이 100억 달러라고 말했다. 우리돈 11조 원 정도다. 실제 재산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미국 언론들이 추산하고 있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 사상 '역대급' 갑부 후보임에 틀림 없다. 미국에서 부자는 '성공'과 '승리'로 통한다. 너나 없이 경제적 미래가 불확실한 현실에서 트럼프의 부(富)는 미국인들이 염원하는 물질적 번영의 이미지와 조화된다.

셋째, 고령 백인을 주축으로 한 보수 공화당원들의 열렬한 지지다. 이들은 이민자에게 적대적이고 인종적, 종교적으로 배타적이고, 오바마케어로 대표되는 복지에 부정적이다. 보수 스펙트럼 상 맨 오른쪽에 위치한 극우형 보수주의자들이다. 이들에게 흑인 대통령이라는 존재 자체, 오바마 재임 기간에 이뤄진 각종 개혁 조치(오바마케어, 동성결혼 합법화, 이민 개혁 등)는 모두 '나라에 망조 들 일'이다. 트럼프만이 속시원히 말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 트럼프 돌풍…태풍인가? 미풍인가?

그렇다면, 트럼프의 초반 돌풍은 지속 가능할까?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먼저 지난 9일 발표된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조사인데, 이 때 트럼프는 15%의 지지율로 젭 부시(11%)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최종적으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7%에 불과해 젭 부시의 29%에 크게 뒤졌다. 갤럽이 지난 14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유권자 중 트럼프를 '진지한 후보'로 생각한다는 의견은 25%에 불과했다. 74%가 '진지하지 않다'고 답했다.

결국 트럼프의 초반 돌풍은 '반짝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공화당원 중 보수파의 지지를 받고는 있지만, 내년 2월부터 당내 경선이 본격화할 경우, 부동층이 과연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선택할 지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만나게 될 상대는 막강 후보 힐러리일 가능성이 큰데 말이다. 만일 트럼트가 공화당 후보로 선출된다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본선 경쟁력이 가뜩이나 열세인 공화당으로선 비극적 사건일테지만, 민주당으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건일 것이다. 미국 전체로 볼 때는, 대통령 후보가 무지막지한 막말을 쏟아내는 선거전 자체가 국격 하락의 결정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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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07-22 17:49:04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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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는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미국에 보내 문제를 일으킨다. 마약을 가져오고 범죄를 가져온다. 그 사람들은 강간범들이다." (6월 16일, 도널드 트럼트 대선 출마회견 중)

미국 대통령 출마 회견에서 이렇게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막말'을 내뱉은 사람은 없었다. 사실 이 정도의 표현은, 속마음이야 어떻든, 미국의 갑남을녀가 공개석상에서 꺼내기 힘든 수준이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인종간, 민족간 공존은 사회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합의다. 그런데, 화합을 노래하고, 미래를 이야기해야 할 자리에서 대놓고, 사실 관계도 정확하지 않은 독설을 퍼부었다. 평소 기행(奇行)으로 잘 알려져 있는 트럼프지만 나가도 너무 나간 언사였다. 그를 향해 비난과 비아냥이 쏟아지는 건 예상할 만한 일이었다.

올해 69살인 갑부 도널드 트럼프는 본업인 부동산 투자 못지 않게 텔레비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독설을 일삼고, 프로 레슬링 무대에서 쇼맨십을 발휘하고, 여성들과 염문을 뿌려왔다. '돈 많은 허풍쟁이' 쯤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미국 대선미국 대선


이렇게 화려하게(?) 공화당 후보로 대선전에 뛰어든 트럼프의 거친 입은, 이번에는 같은 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향했다. 지난 18일 한 행사에서 대담 도중 "매케인은 포로로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 영웅이 됐다... 나는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매케인이 베트남전 때 5년 간 포로로 잡혀 있다가 석방된 것을 빗댄 말이었다. 매케인이 "미치광이들을 흥분시킨다."며 트럼프를 공격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그런데 트럼프의 전쟁 포로 발언은 매케인 뿐 아니라 포로로 잡힌 적이 있는 수많은 참전 용사들을 폄훼할 소지가 있었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군인들을 각별하게 대하는 나라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각계에서 비난이 나오는 가운데 백악관도 "참전 용사들에게 사과하라"며 발끈했다.

■ ‘막말’에 지지율 급등…공화당 1위 굳히나?

자. 이 정도로 물의(?)를 일으킨 후보라면 대선 레이스에서 떨어져나가야 하는 게 당연할 것 같지만 상황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주목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 5%에도 미치지 못하던 지지율이 급상승해 7월 초부터는 공화당의 유력한 후보 젭 부시를 누르더니 그 차이를 더욱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24%, 스콧 워커가 13%, 젭 부시가 12%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미국 대선전에서 의외의 변수가 등장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좌충우돌에 무례하고 천박하기까지 한 트럼프의 초반 돌풍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첫째, 강력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군소 후보의 지위를 단숨에 벗어던졌다. 여기서 언론의 집중 조명은 대부분 부정적이거나 조롱섞인 내용이다.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선거유세가 구경거리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치면이 아니라 연예면에서 다룰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좋든 나쁘든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뉴스의 소재로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들을 관심 밖으로 몰아내는 효과를 내고 있다.

트럼트 타워트럼트 타워

▲ 도널드 트럼프의 부를 상징하는 뉴욕 맨해튼의 트럼트 타워


둘째, 69세의 트럼프는 부동산 갑부다. 출마 회견에서 "나는 진짜 부자"라며 재산이 100억 달러라고 말했다. 우리돈 11조 원 정도다. 실제 재산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미국 언론들이 추산하고 있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 사상 '역대급' 갑부 후보임에 틀림 없다. 미국에서 부자는 '성공'과 '승리'로 통한다. 너나 없이 경제적 미래가 불확실한 현실에서 트럼프의 부(富)는 미국인들이 염원하는 물질적 번영의 이미지와 조화된다.

셋째, 고령 백인을 주축으로 한 보수 공화당원들의 열렬한 지지다. 이들은 이민자에게 적대적이고 인종적, 종교적으로 배타적이고, 오바마케어로 대표되는 복지에 부정적이다. 보수 스펙트럼 상 맨 오른쪽에 위치한 극우형 보수주의자들이다. 이들에게 흑인 대통령이라는 존재 자체, 오바마 재임 기간에 이뤄진 각종 개혁 조치(오바마케어, 동성결혼 합법화, 이민 개혁 등)는 모두 '나라에 망조 들 일'이다. 트럼프만이 속시원히 말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 트럼프 돌풍…태풍인가? 미풍인가?

그렇다면, 트럼프의 초반 돌풍은 지속 가능할까?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먼저 지난 9일 발표된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조사인데, 이 때 트럼프는 15%의 지지율로 젭 부시(11%)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최종적으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7%에 불과해 젭 부시의 29%에 크게 뒤졌다. 갤럽이 지난 14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유권자 중 트럼프를 '진지한 후보'로 생각한다는 의견은 25%에 불과했다. 74%가 '진지하지 않다'고 답했다.

결국 트럼프의 초반 돌풍은 '반짝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공화당원 중 보수파의 지지를 받고는 있지만, 내년 2월부터 당내 경선이 본격화할 경우, 부동층이 과연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선택할 지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만나게 될 상대는 막강 후보 힐러리일 가능성이 큰데 말이다. 만일 트럼트가 공화당 후보로 선출된다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본선 경쟁력이 가뜩이나 열세인 공화당으로선 비극적 사건일테지만, 민주당으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건일 것이다. 미국 전체로 볼 때는, 대통령 후보가 무지막지한 막말을 쏟아내는 선거전 자체가 국격 하락의 결정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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