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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관객 근육통? 이제 아프게하는 법은 좀 알죠”
입력 2015.07.23 (18:04) 연합뉴스
내달 5일 개봉하는 '베테랑'은 '액션키드' 류승완 감독의 연출도, '천만배우' 황정민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물이 올랐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영화다.

배우들이 이쪽 집 옥상에서 저쪽 집 베란다로 뛰어내리고, 주먹과 발길질을 주고받고, 패대기를 치고, 바닥을 구르는 모습을 보다 보면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까지 근육통이 느껴진다. 도심 8차로에서 벌어지는 차량 추격전도 관객의 품에 훅 들어오는 느낌을 준다.

비정한 사회 현실을 촘촘한 스릴러로 풀어낸 '부당거래'(2010), 유럽 무대에서 남북한 정보요원들이 펼치는 액션 블록버스터 '베를린'(2013) 등 전작들보다 어깨에 힘을 뺐으나 박진감은 더욱 넘친다.

23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 감독은 "이제 (관객을) 아프게 하는 건 좀 알 것 같다"고 말하며 씩 웃었다.

"'부당거래' 이후부터 권투를 즐겨 하는데 경력이 많이 쌓인 복서일수록 스텝이 가벼워요. 제게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일종의 공부와 수련인데 저한테도 뭔가 쌓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웃음)"

그러면서 그는 이내 잘 빠진 액션 장면들의 공을 정두홍 무술감독과 서울액션스쿨 멤버들에게 돌렸다. 이번 영화 촬영 중에는 오토바이와 차량 충돌 때 사고가 나 액션배우가 크게 다친 일도 있었다.

"영화가 뭔데 이렇게 사람이 다쳐야 하나 생각도 들었어요. 그럴수록 이 친구가 자랑할 만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저는 컴퓨터그래픽(CG) 티가 나는 걸 못 견디겠어요. 아무리 화려한 CG도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건 못 따라가요. 진짜 사람이 하는 걸 보는 쾌감이 있거든요. 아직은 관객에게 그런 게 통한다고 생각해요."

'베테랑'은 행동파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안하무인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범죄행각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일을 조용히 넘기라는 압력이 여기저기서 들어올수록 서도철은 끈질기게 달려든다.

류 감독은 서도철이라는 인물을 분명히 '서민영웅'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계급적으로 서민이라는 게 아니라 하나의 직업을 가진 사람, 가장으로서 책임을 지며 살아가는 사람을 그리고 싶었어요. 실제 황정민이라는 배우도 부당한 걸 못 참는 성격이라 현장에서 그런 모습을 자주 보이고요. 우리 사회에 집단 무기력증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게 싫더라고요. 나 자신부터 내가 응원하는 대상이 승리하는 걸 보고 싶었어요. 관객이 그런 쾌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영화의 대결구도가 뚜렷하고 들려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배우들뿐 아니라 사회 속성을 보여주는 설정에서 '부당거래'가 연상될 수 있지만, '베테랑'은 그보다 훨씬 직설적이며 오락적이다.

"제가 잊지 않으려는 게 '영화는 의식주가 아니다'라는 거예요. 관객이 자발적으로 온전히 2시간 '결박' 당하는 건데, 그만큼 의미나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렇다고 메시지를 크게 전달하려는 건 아니고요. 전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개인에게는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그랬고요."

널리 알려졌듯이 류 감독은 성장기에 액션영화를 끼고 자란 액션키드이자 영화광이다.

그동안 액션물에 이런저런 변주를 시도했던 류 감독은 '베테랑'에서 자신의 '전공'과 취향을 망설임 없이 밀어붙이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과거 홍콩 액션영화에서 봤을 법한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운 '헛발질 액션'도 그중 하나다.

"제 데뷔작('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도 그런 헛발질이 있어요. 그때 승범(동생인 배우 류승범)이가 '바바박' 떴다가 눈앞에서 똑 떨어지거든요. 제가 청룽(성룡·成龍)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버스터 키튼도 좋아하고요. 무성영화 시대의 슬랩스틱 걸작들은 이제는 흉내도 못 내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죠. 그 경지를 조금이나마 흉내 내고 싶었어요. 그거야말로 정말 영화적이잖아요."

이런 자신감에도 류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만들 때의 무게중심이 점점 '류승완'에서 '작품'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했다.

"영화의 재미란 새로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익숙함과 새로움이 얼마나 조화를 잘 이뤄야 하는가, 이게 영화를 만들 때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어요. 점점 영화가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생각하게 돼요. 부모가 자식에 대해 바라는 길이 있더라도 자식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바라보며 그 판을 만들어줄 때 좋은 부모가 되는 거잖아요. 점점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요."

배우들의 색깔이 점점 잘 드러난다는 것도 그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변화다.

'베테랑'에서는 특히 거칠고 투박한 집념의 형사 황정민, 귀티 나는 악당 유아인 등 적재적소에 배치된 배우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팔딱거린다. 두 주연배우뿐 아니라 오달수, 유해진, 정웅인, 장윤주, 유인영, 천호진, 김응수 등 쟁쟁한 배우들이 끝도 없이 등장한다.

"저도 하루는 촬영하다가 캐스팅 보드를 보고 '헉'했어요. 내가 이 배우들을 어떻게 다 모았나 싶어서요. 아무래도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엄지 내밀고 '기준! 여기 여기 붙어라!' 하니까 다들 모인 게 아닐까요? (웃음) 이전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또 저랑 하겠다는 배우들에게는 정말 감사해요. 새로 모신 분들께도 당연히 그렇고. 배우들을 보면 나도 뭔가 해야지 하게 되죠. 이 영화는 배우에 의한, 배우를 위한, 배우의 영화예요."

류 감독은 차기작으로는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이자 세계문화유산 등재 논란이 일어난 하시마(端島)를 배경으로 하는 '군함도'(가제)를 생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테랑' 들어가기 전부터 시나리오 개발을 하고 있던 작품이에요. 사진 한 장을 봤는데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극적인 사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거 해야 하는데 자꾸 배우들은 '베테랑 2' 하자고 하네요. 이거 참."
  • 류승완 “관객 근육통? 이제 아프게하는 법은 좀 알죠”
    • 입력 2015-07-23 18:04:13
    연합뉴스
내달 5일 개봉하는 '베테랑'은 '액션키드' 류승완 감독의 연출도, '천만배우' 황정민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물이 올랐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영화다.

배우들이 이쪽 집 옥상에서 저쪽 집 베란다로 뛰어내리고, 주먹과 발길질을 주고받고, 패대기를 치고, 바닥을 구르는 모습을 보다 보면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까지 근육통이 느껴진다. 도심 8차로에서 벌어지는 차량 추격전도 관객의 품에 훅 들어오는 느낌을 준다.

비정한 사회 현실을 촘촘한 스릴러로 풀어낸 '부당거래'(2010), 유럽 무대에서 남북한 정보요원들이 펼치는 액션 블록버스터 '베를린'(2013) 등 전작들보다 어깨에 힘을 뺐으나 박진감은 더욱 넘친다.

23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 감독은 "이제 (관객을) 아프게 하는 건 좀 알 것 같다"고 말하며 씩 웃었다.

"'부당거래' 이후부터 권투를 즐겨 하는데 경력이 많이 쌓인 복서일수록 스텝이 가벼워요. 제게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일종의 공부와 수련인데 저한테도 뭔가 쌓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웃음)"

그러면서 그는 이내 잘 빠진 액션 장면들의 공을 정두홍 무술감독과 서울액션스쿨 멤버들에게 돌렸다. 이번 영화 촬영 중에는 오토바이와 차량 충돌 때 사고가 나 액션배우가 크게 다친 일도 있었다.

"영화가 뭔데 이렇게 사람이 다쳐야 하나 생각도 들었어요. 그럴수록 이 친구가 자랑할 만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저는 컴퓨터그래픽(CG) 티가 나는 걸 못 견디겠어요. 아무리 화려한 CG도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건 못 따라가요. 진짜 사람이 하는 걸 보는 쾌감이 있거든요. 아직은 관객에게 그런 게 통한다고 생각해요."

'베테랑'은 행동파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안하무인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범죄행각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일을 조용히 넘기라는 압력이 여기저기서 들어올수록 서도철은 끈질기게 달려든다.

류 감독은 서도철이라는 인물을 분명히 '서민영웅'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계급적으로 서민이라는 게 아니라 하나의 직업을 가진 사람, 가장으로서 책임을 지며 살아가는 사람을 그리고 싶었어요. 실제 황정민이라는 배우도 부당한 걸 못 참는 성격이라 현장에서 그런 모습을 자주 보이고요. 우리 사회에 집단 무기력증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게 싫더라고요. 나 자신부터 내가 응원하는 대상이 승리하는 걸 보고 싶었어요. 관객이 그런 쾌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영화의 대결구도가 뚜렷하고 들려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배우들뿐 아니라 사회 속성을 보여주는 설정에서 '부당거래'가 연상될 수 있지만, '베테랑'은 그보다 훨씬 직설적이며 오락적이다.

"제가 잊지 않으려는 게 '영화는 의식주가 아니다'라는 거예요. 관객이 자발적으로 온전히 2시간 '결박' 당하는 건데, 그만큼 의미나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렇다고 메시지를 크게 전달하려는 건 아니고요. 전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개인에게는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그랬고요."

널리 알려졌듯이 류 감독은 성장기에 액션영화를 끼고 자란 액션키드이자 영화광이다.

그동안 액션물에 이런저런 변주를 시도했던 류 감독은 '베테랑'에서 자신의 '전공'과 취향을 망설임 없이 밀어붙이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과거 홍콩 액션영화에서 봤을 법한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운 '헛발질 액션'도 그중 하나다.

"제 데뷔작('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도 그런 헛발질이 있어요. 그때 승범(동생인 배우 류승범)이가 '바바박' 떴다가 눈앞에서 똑 떨어지거든요. 제가 청룽(성룡·成龍)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버스터 키튼도 좋아하고요. 무성영화 시대의 슬랩스틱 걸작들은 이제는 흉내도 못 내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죠. 그 경지를 조금이나마 흉내 내고 싶었어요. 그거야말로 정말 영화적이잖아요."

이런 자신감에도 류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만들 때의 무게중심이 점점 '류승완'에서 '작품'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했다.

"영화의 재미란 새로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익숙함과 새로움이 얼마나 조화를 잘 이뤄야 하는가, 이게 영화를 만들 때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어요. 점점 영화가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생각하게 돼요. 부모가 자식에 대해 바라는 길이 있더라도 자식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바라보며 그 판을 만들어줄 때 좋은 부모가 되는 거잖아요. 점점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요."

배우들의 색깔이 점점 잘 드러난다는 것도 그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변화다.

'베테랑'에서는 특히 거칠고 투박한 집념의 형사 황정민, 귀티 나는 악당 유아인 등 적재적소에 배치된 배우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팔딱거린다. 두 주연배우뿐 아니라 오달수, 유해진, 정웅인, 장윤주, 유인영, 천호진, 김응수 등 쟁쟁한 배우들이 끝도 없이 등장한다.

"저도 하루는 촬영하다가 캐스팅 보드를 보고 '헉'했어요. 내가 이 배우들을 어떻게 다 모았나 싶어서요. 아무래도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엄지 내밀고 '기준! 여기 여기 붙어라!' 하니까 다들 모인 게 아닐까요? (웃음) 이전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또 저랑 하겠다는 배우들에게는 정말 감사해요. 새로 모신 분들께도 당연히 그렇고. 배우들을 보면 나도 뭔가 해야지 하게 되죠. 이 영화는 배우에 의한, 배우를 위한, 배우의 영화예요."

류 감독은 차기작으로는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이자 세계문화유산 등재 논란이 일어난 하시마(端島)를 배경으로 하는 '군함도'(가제)를 생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테랑' 들어가기 전부터 시나리오 개발을 하고 있던 작품이에요. 사진 한 장을 봤는데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극적인 사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거 해야 하는데 자꾸 배우들은 '베테랑 2' 하자고 하네요. 이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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