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신흥국…‘통화 급락·원자재 약세·미 금리’ 삼중고

입력 2015.07.30 (07:07) 수정 2015.07.30 (17: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신흥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강(强)달러에 따른 통화 약세, 원자재 가격 추락 등 많은 악재가 신흥국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예고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국 경제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신흥 시장에서는 자금 유출과 외채 상환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외화보유액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신흥국보다 충격은 덜하지만 신흥국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 신흥국 중심으로 통화가치 급락…외환위기 가능성도 높아

원자재 가격 추락으로 경제가 흔들리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러시아와 브라질, 베네수엘라,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우크라이나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산유국인 러시아와 브라질, 베네수엘라는 특히 저유가에 몸살을 앓았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더해 저유가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금융 시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인도네시아는 수출의 60% 이상을 원자재에 의존하는 나라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말레이시아 역시 원자재 가격 폭락이 달갑지 않다.

철광석, 망간 등 자원 부국인 우크라이나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원자재 가격 폭락이라는 악재까지 만났다.

원자재 가격 하락 속에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도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주가가 급락하면서 금융 불안이 커지고 있다.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 주요 신흥국은 십수년 만에 통화가치가 최저치를 찍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올해 21% 떨어지고 수입 물가가 크게 뛰면서 국민의 불만이 높아졌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4차례에 걸쳐 인상했지만 여전히 소비자 물가는 잡히지 않고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올해 초 대비 15% 하락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통화 약세가 심각해 수출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네시아는 루피아화 가치가 올해 8% 하락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 와중에 외환보유액도 올 6월 기준 1천8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국제금융센터는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며 "여타 신흥국으로 불안이 전이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신흥국엔 '설상가상'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주저앉은 경제를 살리려고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

미국은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에 나섰고 일본과 유럽 등도 시중에 자금을 풀었다.

주요국들의 양적완화로 신흥국 시장에도 풍부한 유동성이 흘러들었다.

5년여간 이어진 신흥국들의 '유동성 잔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줄면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리 인상 이후 달러화 강세가 심해지면 외채가 많고 외화 보유고가 적은 신흥국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신흥국의 대외 채무는 2008년 말 1조2천억 달러(약 1천392조원)에서 2조8천억 달러(3천249조원)로 대폭 늘어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특히 과대평가된 시장과 신흥국의 충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르네상스 캐피털의 찰스 로버트슨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달러 강세, 원자재가격 하락, 중국 경기 둔화는 예전에도 위험 요인이었지만 지금은 4가지가 한꺼번에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충격 정도는 다를 전망이다.

외화 보유액이 적고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특히 취약국가로 분류된다. 시장에선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위험할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와 외화보유액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가로 꼽힌다.

한국의 단기 외채는 2010년 1천400억달러(156조원)에서 2015년 현재 1천153억달러(129조원)로 줄어들었다. 외환보유고도 3천700억 달러(414조원)로 풍부한 편이다.

자금 유출 강도가 다른 신흥국보다 덜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한국이 미국발(發) 긴축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신흥국의 불안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한국 시장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위기의 신흥국…‘통화 급락·원자재 약세·미 금리’ 삼중고
    • 입력 2015-07-30 07:07:23
    • 수정2015-07-30 17:19:39
    연합뉴스
신흥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강(强)달러에 따른 통화 약세, 원자재 가격 추락 등 많은 악재가 신흥국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예고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국 경제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신흥 시장에서는 자금 유출과 외채 상환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외화보유액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신흥국보다 충격은 덜하지만 신흥국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 신흥국 중심으로 통화가치 급락…외환위기 가능성도 높아

원자재 가격 추락으로 경제가 흔들리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러시아와 브라질, 베네수엘라,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우크라이나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산유국인 러시아와 브라질, 베네수엘라는 특히 저유가에 몸살을 앓았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더해 저유가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금융 시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인도네시아는 수출의 60% 이상을 원자재에 의존하는 나라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말레이시아 역시 원자재 가격 폭락이 달갑지 않다.

철광석, 망간 등 자원 부국인 우크라이나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원자재 가격 폭락이라는 악재까지 만났다.

원자재 가격 하락 속에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도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주가가 급락하면서 금융 불안이 커지고 있다.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 주요 신흥국은 십수년 만에 통화가치가 최저치를 찍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올해 21% 떨어지고 수입 물가가 크게 뛰면서 국민의 불만이 높아졌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4차례에 걸쳐 인상했지만 여전히 소비자 물가는 잡히지 않고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올해 초 대비 15% 하락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통화 약세가 심각해 수출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네시아는 루피아화 가치가 올해 8% 하락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 와중에 외환보유액도 올 6월 기준 1천8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국제금융센터는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며 "여타 신흥국으로 불안이 전이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신흥국엔 '설상가상'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주저앉은 경제를 살리려고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

미국은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에 나섰고 일본과 유럽 등도 시중에 자금을 풀었다.

주요국들의 양적완화로 신흥국 시장에도 풍부한 유동성이 흘러들었다.

5년여간 이어진 신흥국들의 '유동성 잔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줄면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리 인상 이후 달러화 강세가 심해지면 외채가 많고 외화 보유고가 적은 신흥국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신흥국의 대외 채무는 2008년 말 1조2천억 달러(약 1천392조원)에서 2조8천억 달러(3천249조원)로 대폭 늘어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특히 과대평가된 시장과 신흥국의 충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르네상스 캐피털의 찰스 로버트슨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달러 강세, 원자재가격 하락, 중국 경기 둔화는 예전에도 위험 요인이었지만 지금은 4가지가 한꺼번에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충격 정도는 다를 전망이다.

외화 보유액이 적고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특히 취약국가로 분류된다. 시장에선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위험할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와 외화보유액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가로 꼽힌다.

한국의 단기 외채는 2010년 1천400억달러(156조원)에서 2015년 현재 1천153억달러(129조원)로 줄어들었다. 외환보유고도 3천700억 달러(414조원)로 풍부한 편이다.

자금 유출 강도가 다른 신흥국보다 덜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한국이 미국발(發) 긴축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신흥국의 불안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한국 시장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