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뜨겁고 선연한 삶의 기록 ‘위로공단’

입력 2015.08.0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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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의 다큐멘터리 '위로공단'은 올해 미술계 최대 축제 중 하나인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2등상인 은사자상을 받았다.

이런 사실은 물론 작가에게나 작품에나 영예지만, 그 작품이 극장에 내걸릴 때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보통 관객에게는 즐길 수 있는 한편의 영화라기보다는 추상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영상예술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로공단'은 아름답고도 심장 뜨거운, 진짜 영화다.

영화는 이미지를 단순하게 나열하고 조합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모습과 목소리를 삶의 현장에서 선명하게 담아냈다.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왔고 인간다운 삶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사람들은 이 안에서 담담히 말을 하고 조용히 걸어가고, 카메라는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다.

다큐멘터리로서 일반적인 극 영화의 기승전결과는 다르지만, 영화는 유연한 리듬감을 갖추고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현실을 짚어낸다.

임흥순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3년간 한국과 캄보디아, 베트남에서 65명을 인터뷰했다.

1970년대 방직공장, 봉제공장의 '공순이', 미싱 대신 콜센터 수화기를 들고 감정노동을 하는 현재의 '콜순이', 자신이 만드는 옷의 소매가격이 자신의 한달 봉급에 버금간다는 사실을 알거나 모르는 동남아 의류공장 노동자, 자신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손님을 마주해야 하는 승무원은 찬찬히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는 이들의 목소리를 '우리의 이야기'로 엮어 나간다. "세상 노동자 중 어느 누가 성실하게 일하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열심히 일하는데 이대로 잘살 수 있는 게 맞나"고 되묻는 이들은, 결국 일을 하며 살아가는 관객 모두가 된다.

이들의 인터뷰와 교차하는 주변 풍경과 조형된 이미지들은 스크린 위를 유영하듯 흐른다. 이 이미지들은 인간과 삶과 세상과 현실에 대한 은유를 담아 그 자체로 빛난다.

눈을 가린 소녀, 하얀 천으로 머리를 싸맨 사람들, 사람이 내뱉는 단어에 따라 통째로 바뀌는 화면의 색깔, 계산대에서 바코드 찍는 소리와 교차되는 피아노 건반음 등 갤러리에서 만날 법한 이미지와 소리는 분명히 실험적이지만, 작위적인 느낌이나 이질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상영 시간 객석은 진짜 사람만이 내뿜을 수 있는 선연한 공기로 가득 차고 엔딩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 난 뒤에도 여운은 오래도록 남는다.

13일 개봉.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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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뜨겁고 선연한 삶의 기록 ‘위로공단’
    • 입력 2015-08-04 16:59:36
    연합뉴스
임흥순의 다큐멘터리 '위로공단'은 올해 미술계 최대 축제 중 하나인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2등상인 은사자상을 받았다. 이런 사실은 물론 작가에게나 작품에나 영예지만, 그 작품이 극장에 내걸릴 때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보통 관객에게는 즐길 수 있는 한편의 영화라기보다는 추상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영상예술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로공단'은 아름답고도 심장 뜨거운, 진짜 영화다. 영화는 이미지를 단순하게 나열하고 조합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모습과 목소리를 삶의 현장에서 선명하게 담아냈다.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왔고 인간다운 삶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사람들은 이 안에서 담담히 말을 하고 조용히 걸어가고, 카메라는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다. 다큐멘터리로서 일반적인 극 영화의 기승전결과는 다르지만, 영화는 유연한 리듬감을 갖추고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현실을 짚어낸다. 임흥순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3년간 한국과 캄보디아, 베트남에서 65명을 인터뷰했다. 1970년대 방직공장, 봉제공장의 '공순이', 미싱 대신 콜센터 수화기를 들고 감정노동을 하는 현재의 '콜순이', 자신이 만드는 옷의 소매가격이 자신의 한달 봉급에 버금간다는 사실을 알거나 모르는 동남아 의류공장 노동자, 자신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손님을 마주해야 하는 승무원은 찬찬히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는 이들의 목소리를 '우리의 이야기'로 엮어 나간다. "세상 노동자 중 어느 누가 성실하게 일하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열심히 일하는데 이대로 잘살 수 있는 게 맞나"고 되묻는 이들은, 결국 일을 하며 살아가는 관객 모두가 된다. 이들의 인터뷰와 교차하는 주변 풍경과 조형된 이미지들은 스크린 위를 유영하듯 흐른다. 이 이미지들은 인간과 삶과 세상과 현실에 대한 은유를 담아 그 자체로 빛난다. 눈을 가린 소녀, 하얀 천으로 머리를 싸맨 사람들, 사람이 내뱉는 단어에 따라 통째로 바뀌는 화면의 색깔, 계산대에서 바코드 찍는 소리와 교차되는 피아노 건반음 등 갤러리에서 만날 법한 이미지와 소리는 분명히 실험적이지만, 작위적인 느낌이나 이질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상영 시간 객석은 진짜 사람만이 내뿜을 수 있는 선연한 공기로 가득 차고 엔딩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 난 뒤에도 여운은 오래도록 남는다. 13일 개봉.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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