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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17년 전 사건의 진실…결국엔 미제로?
입력 2015.08.14 (08:32) 수정 2015.08.14 (11:18) 아침뉴스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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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대구에 있는 한 고속도로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이 고속도로에서 꽃다운 나이의 여대생이 숨을 거둔 채 발견이 됩니다.

당초 교통사고로 마무리됐던 이 사건은, 가족들이 현장 주변에서 피해자의 벗겨진 속옷을 발견하고, 또, 10여 년이 지난 뒤 속옷에 묻어 있던 DNA와 일치하는 외국인이 검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그런데 이 외국인 피의자.

성범죄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화요일.

중년의 외국인 남성이 법정으로 들어섭니다.

이 남성은 17년 전, 그러니까 1998년에 발생한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의 피고 스리랑카인 K모 씨입니다.

기다림 끝에 내려진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재판부가 내린 결정은 '무죄'였습니다.

1심에 이어 2심도 피고인의 죄를 인정하지 않은겁니다.

<인터뷰> 피해자 아버지 : "(판결이 잘못됐다고 보십니까?) 나는 그렇다고 봅니다. 저로서는 더 할 게 없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법정을 떠난 유족들.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사건은 17년 전인 1998년으로 거슬러갑니다.

새내기 여대생 정 모 양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종적이 묘연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 아버지 : "축제 마지막 기간인 거예요. 그래서 모인 건데 친구하고 둘만 남은 광경을 본 애들이 있는 거예요. 그게 22시 한 40분쯤. 그 이후부터는 5시 10분까지 행적을 모르는 거지."

안타깝게도 정 양은 학교에서 7km정도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화물차에 치여 숨진 채로 발견됩니다.

경찰은 정양이 무단횡단을 한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속옷이 없어졌음을 수상히 여긴 가족들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아버지 : "동생이 하나 있는데 데리고 가서 그 사고 장소 어디에 가면 속옷을 한 번 확인해 봐라 이랬는데 같이 가보니 자기 언니 속옷이 맞아요. 교통사고인데 무슨 속옷이 거기 있을 수 있나?"

가족들이 사건 현장 부근에서 수거한 속옷에는 정 양의 DNA와 더불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누군가의 DNA도 함께 검출됐습니다.

가족들은 정 양이 성범죄를 당한거라며, 재수사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 피해자 아버지 : "탄원서 계속 내고 고소해 놓고 대검찰청까지 가서 무혐의 이렇게 나오니까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청와대에 진정서를 넣어놓고."

그렇게 시간이 허비되는 사이.

성폭행의 공소 시효 10년이 훌쩍 지나버립니다.

가족들의 눈물을 뒤로 한 채 그렇게 덮일 뻔했던 사건은 발생 15년째인 지난 2013년, 속옷에 묻은 DNA와 일치하는 남성이 나타나고 나서야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지목된 용의자는 다른 성범죄 혐의로 입건된 스리랑카인 K모 씨였습니다.

검찰은 즉시, K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고, 가족들의 주장대로 정 양이 숨지기 직전 성범죄를 당한 정황을 밝히게 됩니다.

<인터뷰> 2013년 검찰 기자회견 : "(피의자가) 길을 가던 중 술에 취한 피해자 정 모양을 발견하고 피해자를 자전거에 태워 구마고속도로 아래 굴다리 근처로 데려가 공범들과 순차적으로 성폭행했다는 혐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공소시효였습니다.

성폭행의 공소시효는 10년.

죄가 인정된다 해도, 이미 시간이 지나 처벌을 할 수가 없습니다.

고민에 빠진 검찰.

그런데, 주변 인물을 조사하던 도중 한 가지 중요한 진술을 접하게 됩니다.

<인터뷰> 김영대(1차장 검사/대구지방검찰청) : "(증인이 들은 얘기가) 구마고속도로 굴다리에서 성폭행을 하고 그 와중에 또 물품을 강취를 하고……."

바로 이 대목입니다.

물품을 빼앗았다는 얘기.

이렇게 되면, 성폭행에 특수강도 혐의가 추가돼 공소 시효는 15년으로 늘게 됩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한 달 정도 남은 특수강도 성폭행 혐의를 적용해 K씨를 기소했습니다.

<인터뷰> 김영대(1차장 검사/대구지방검찰청) : "(물품을 빼앗는 사이) 피해자가 성폭행 범행을 피해서 고속도로 위로 도피하고 도피한 후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고......."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우선 성폭행 혐의는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성폭행은 이미 공소 시효가 지났고, 강도 혐의의 경우는 증거가 부족해 결국 처벌할 수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인터뷰> 김상윤(공보판사/대구고등법원) : "특수강도강간이라는 죄는 특수강도와 강간이라는 죄가 결합한 결합범입니다. 따라서 특수강간죄가 인정되려면 강간뿐 아니라 특수강도라는 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난감해진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공범으로부터 범행의 전모를 모두 전해 들었다는 유력한 증인을 찾는 데 성공합니다.

<인터뷰> 김영대(1차장 검사/대구지방검찰청) : "홍길동(가명)이라는 증인이 범죄의 시작과 끝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고 피고인들이 도주하는 범행의 시작과 끝 전체를 홍길동 증인이 처음으로 진술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열리게 된 2심 재판.

하지만, 2심 재판부 역시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상윤(공보판사/대구고등법원) : "증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느냐 여부가 쟁점이 됐는데 공범이 이 피해자의 책 등이 들어있는 가방을 (빼앗아) 가지고 갔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그 가방 그리고 그 피해자의 지갑이 고속도로 주변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홍길동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고."

결국, 두 번의 재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게 된 K씨.

올해로 17년째, 딸의 억울한 죽음을 풀겠다며 생업을 제치고 매달렸던 가족들은 눈물을 훔쳐야 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아버지 : "사람 잡혔다 하면서 공소시효가 안 돼서 끝난다 하니까 허무하잖아. 처음에 수사를 바로 했다면 우리 말을 듣고 했다면 여기까지 올 이유도 없고 또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는 거죠."

<인터뷰> 이길운(변호사) : "과학의 발달로 컴퓨터라든가 DNA 검사를 통해서 증거 자료가 시간이 흐르더라도 영구적으로 확보받을 수 있는 그런 방법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성범죄 같은 경우도 (공소시효 폐지에 대해) 다시 의견을 모아 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성범죄의 정황이 드러났지만 아무런 죗값을 물을 수 없게 된 피의자.

검찰은 법원의 판단에 승복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 [뉴스 따라잡기] 17년 전 사건의 진실…결국엔 미제로?
    • 입력 2015-08-14 08:35:22
    • 수정2015-08-14 11:18:01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대구에 있는 한 고속도로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이 고속도로에서 꽃다운 나이의 여대생이 숨을 거둔 채 발견이 됩니다.

당초 교통사고로 마무리됐던 이 사건은, 가족들이 현장 주변에서 피해자의 벗겨진 속옷을 발견하고, 또, 10여 년이 지난 뒤 속옷에 묻어 있던 DNA와 일치하는 외국인이 검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그런데 이 외국인 피의자.

성범죄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화요일.

중년의 외국인 남성이 법정으로 들어섭니다.

이 남성은 17년 전, 그러니까 1998년에 발생한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의 피고 스리랑카인 K모 씨입니다.

기다림 끝에 내려진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재판부가 내린 결정은 '무죄'였습니다.

1심에 이어 2심도 피고인의 죄를 인정하지 않은겁니다.

<인터뷰> 피해자 아버지 : "(판결이 잘못됐다고 보십니까?) 나는 그렇다고 봅니다. 저로서는 더 할 게 없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법정을 떠난 유족들.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사건은 17년 전인 1998년으로 거슬러갑니다.

새내기 여대생 정 모 양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종적이 묘연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 아버지 : "축제 마지막 기간인 거예요. 그래서 모인 건데 친구하고 둘만 남은 광경을 본 애들이 있는 거예요. 그게 22시 한 40분쯤. 그 이후부터는 5시 10분까지 행적을 모르는 거지."

안타깝게도 정 양은 학교에서 7km정도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화물차에 치여 숨진 채로 발견됩니다.

경찰은 정양이 무단횡단을 한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속옷이 없어졌음을 수상히 여긴 가족들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아버지 : "동생이 하나 있는데 데리고 가서 그 사고 장소 어디에 가면 속옷을 한 번 확인해 봐라 이랬는데 같이 가보니 자기 언니 속옷이 맞아요. 교통사고인데 무슨 속옷이 거기 있을 수 있나?"

가족들이 사건 현장 부근에서 수거한 속옷에는 정 양의 DNA와 더불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누군가의 DNA도 함께 검출됐습니다.

가족들은 정 양이 성범죄를 당한거라며, 재수사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 피해자 아버지 : "탄원서 계속 내고 고소해 놓고 대검찰청까지 가서 무혐의 이렇게 나오니까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청와대에 진정서를 넣어놓고."

그렇게 시간이 허비되는 사이.

성폭행의 공소 시효 10년이 훌쩍 지나버립니다.

가족들의 눈물을 뒤로 한 채 그렇게 덮일 뻔했던 사건은 발생 15년째인 지난 2013년, 속옷에 묻은 DNA와 일치하는 남성이 나타나고 나서야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지목된 용의자는 다른 성범죄 혐의로 입건된 스리랑카인 K모 씨였습니다.

검찰은 즉시, K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고, 가족들의 주장대로 정 양이 숨지기 직전 성범죄를 당한 정황을 밝히게 됩니다.

<인터뷰> 2013년 검찰 기자회견 : "(피의자가) 길을 가던 중 술에 취한 피해자 정 모양을 발견하고 피해자를 자전거에 태워 구마고속도로 아래 굴다리 근처로 데려가 공범들과 순차적으로 성폭행했다는 혐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공소시효였습니다.

성폭행의 공소시효는 10년.

죄가 인정된다 해도, 이미 시간이 지나 처벌을 할 수가 없습니다.

고민에 빠진 검찰.

그런데, 주변 인물을 조사하던 도중 한 가지 중요한 진술을 접하게 됩니다.

<인터뷰> 김영대(1차장 검사/대구지방검찰청) : "(증인이 들은 얘기가) 구마고속도로 굴다리에서 성폭행을 하고 그 와중에 또 물품을 강취를 하고……."

바로 이 대목입니다.

물품을 빼앗았다는 얘기.

이렇게 되면, 성폭행에 특수강도 혐의가 추가돼 공소 시효는 15년으로 늘게 됩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한 달 정도 남은 특수강도 성폭행 혐의를 적용해 K씨를 기소했습니다.

<인터뷰> 김영대(1차장 검사/대구지방검찰청) : "(물품을 빼앗는 사이) 피해자가 성폭행 범행을 피해서 고속도로 위로 도피하고 도피한 후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고......."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우선 성폭행 혐의는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성폭행은 이미 공소 시효가 지났고, 강도 혐의의 경우는 증거가 부족해 결국 처벌할 수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인터뷰> 김상윤(공보판사/대구고등법원) : "특수강도강간이라는 죄는 특수강도와 강간이라는 죄가 결합한 결합범입니다. 따라서 특수강간죄가 인정되려면 강간뿐 아니라 특수강도라는 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난감해진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공범으로부터 범행의 전모를 모두 전해 들었다는 유력한 증인을 찾는 데 성공합니다.

<인터뷰> 김영대(1차장 검사/대구지방검찰청) : "홍길동(가명)이라는 증인이 범죄의 시작과 끝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고 피고인들이 도주하는 범행의 시작과 끝 전체를 홍길동 증인이 처음으로 진술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열리게 된 2심 재판.

하지만, 2심 재판부 역시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상윤(공보판사/대구고등법원) : "증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느냐 여부가 쟁점이 됐는데 공범이 이 피해자의 책 등이 들어있는 가방을 (빼앗아) 가지고 갔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그 가방 그리고 그 피해자의 지갑이 고속도로 주변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홍길동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고."

결국, 두 번의 재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게 된 K씨.

올해로 17년째, 딸의 억울한 죽음을 풀겠다며 생업을 제치고 매달렸던 가족들은 눈물을 훔쳐야 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아버지 : "사람 잡혔다 하면서 공소시효가 안 돼서 끝난다 하니까 허무하잖아. 처음에 수사를 바로 했다면 우리 말을 듣고 했다면 여기까지 올 이유도 없고 또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는 거죠."

<인터뷰> 이길운(변호사) : "과학의 발달로 컴퓨터라든가 DNA 검사를 통해서 증거 자료가 시간이 흐르더라도 영구적으로 확보받을 수 있는 그런 방법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성범죄 같은 경우도 (공소시효 폐지에 대해) 다시 의견을 모아 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성범죄의 정황이 드러났지만 아무런 죗값을 물을 수 없게 된 피의자.

검찰은 법원의 판단에 승복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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