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역사는 숨길 수 없다

입력 2015.08.15 (07:45) 수정 2015.08.1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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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해설위원]

식민 지배, 침략, 반성, 사죄… 일본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기대됐던 키워드들입니다. 그러나 어제 담화에서 식민 지배와 침략의 역사는 전쟁이 가져온 불행한 역사로, 반성과 사죄는 과거 일본 역대 정부의 그것으로 대체됐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은 앞으로 절대로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역사에 대한 정직한 대면과 통렬한 반성 없는 맹세에서는 어떤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본은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손해와 고통을 가했다. 이 사실에 대해 그저 심장이 끊어지듯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어제 담화에서 가장 반성과 사죄에 가까운 표현입니다. 여기서도 식민 지배나 침략이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다만, 문맥상 전쟁 때문으로 이해될 뿐입니다. 물론 어제 담화는 종전 70주년에 즈음한 것이기에 일본이 일으켰던 전쟁이라는 잘못된 역사에 대한 내용이 담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게 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식민 지배와 침략을 거론한 1995년 무라야먀 총리 담화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2005년 고이즈미 총리 담화 내용보다도 한참 후퇴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대신 일본 정부가 반복적인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 왔다며 이들 앞선 총리들의 담화 내용을 계승하는 듯한, 그래서 반성과 사죄를 하는 듯한 시늉에 그쳤습니다. 무엇이 일본의 양심과 양식을 이토록 퇴보시켰는지 아쉬움을 넘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러나 며칠 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의 서대문 형무소 방문은 일본에 대한 희망을 접기엔 아직 이르다는 점을 인식시켜 줍니다. 서대문 형무소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일본의 전직 총리… 그는 그곳에서 독립투사들에게 가해진 가혹한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했습니다. 과연 어떤 것이 진짜 일본의 얼굴일까요? 역사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절대 숨길 수가 없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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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역사는 숨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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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08-15 08: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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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해설위원]

식민 지배, 침략, 반성, 사죄… 일본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기대됐던 키워드들입니다. 그러나 어제 담화에서 식민 지배와 침략의 역사는 전쟁이 가져온 불행한 역사로, 반성과 사죄는 과거 일본 역대 정부의 그것으로 대체됐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은 앞으로 절대로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역사에 대한 정직한 대면과 통렬한 반성 없는 맹세에서는 어떤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본은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손해와 고통을 가했다. 이 사실에 대해 그저 심장이 끊어지듯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어제 담화에서 가장 반성과 사죄에 가까운 표현입니다. 여기서도 식민 지배나 침략이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다만, 문맥상 전쟁 때문으로 이해될 뿐입니다. 물론 어제 담화는 종전 70주년에 즈음한 것이기에 일본이 일으켰던 전쟁이라는 잘못된 역사에 대한 내용이 담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게 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식민 지배와 침략을 거론한 1995년 무라야먀 총리 담화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2005년 고이즈미 총리 담화 내용보다도 한참 후퇴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대신 일본 정부가 반복적인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 왔다며 이들 앞선 총리들의 담화 내용을 계승하는 듯한, 그래서 반성과 사죄를 하는 듯한 시늉에 그쳤습니다. 무엇이 일본의 양심과 양식을 이토록 퇴보시켰는지 아쉬움을 넘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러나 며칠 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의 서대문 형무소 방문은 일본에 대한 희망을 접기엔 아직 이르다는 점을 인식시켜 줍니다. 서대문 형무소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일본의 전직 총리… 그는 그곳에서 독립투사들에게 가해진 가혹한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했습니다. 과연 어떤 것이 진짜 일본의 얼굴일까요? 역사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절대 숨길 수가 없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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