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없는 일 아베 담화…과거형 사죄

입력 2015.08.15 (08:18) 수정 2015.08.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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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일제 폭압 통치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지났습니다.

강제 징용으로, 위안부로 통한의 세월을 견뎌 내거나, 끝내 타국에서 숨져간 그분들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저희 KBS 특파원들이 강제 징용자와 위안부의 한 맺힌 현장을 찾아봤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의 폴란드는 독일의 지배를 받으면서 참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두 나라는 지금 화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오늘의 한일 관계와 극적으로 대비되는데요.

어떻게 화해가 가능했을까요?

특파원 현장보고 시작합니다.

아베 총리가 어제 전후 70주년 담화를 발표했는데, 자신이 주체가 된 사죄는 없었습니다.

전쟁에 대한 반성은 있었지만,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는 그동안 역대 내각이 해왔다며 과거형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도쿄 연결합니다.

이재호 특파원?

<질문>
아베 담화에 진정성 있는 사죄가 담기길 기대했었는데요.

기대에 훨씬 못미쳤죠?

<답변>
어제 아베 총리의 담화에는 식민 지배, 침략, 반성, 사과 등 과거 무라야마 담화의 4개 핵심 문구가 다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사죄, 즉 진정성 있는 사죄로 볼 수 있는 표현은 없었습니다.

통절한 반성과, 사죄라는 문구를 쓰긴 했지만,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 때문이라는 점은 뺐습니다.

<녹취> 아베 신조(일본 총리) : "일본은 앞선 세계대전에서의 행위에 대해 반복해서 통절한 반성과,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마음을 표현해 왔습니다."

한-일 간 최대 외교 쟁점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전장의 그늘에서 명예와 존경에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있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애둘러 표현하는데 그쳤습니다.

<질문>
과거형이고 간접 화법인데요.

그래서 과거보다 대폭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거죠?

<답변>
아베 담화를 보면 사죄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는 어떻게든 하지 않기 위한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입니다.

역대 내각이 사죄해 왔다는 과거형, 간접 화법 표현으로 빠져 나간 것입니다.

또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1993년의 '고노 담화'도 애써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지난 1995년 무라야마 당시 총리는 전후 50년 담화에서 식민 지배와 침략 사실을 인정하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이 침략 전쟁이었다는 것을 일본이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었습니다.

2005년 전후 60년의 고이즈미 담화에서도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강조했습니다.

<질문>
결국 아베 총리가 그동안 밝혀온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은데요.

일본도 피해국이며 더 이상의 사죄는 필요 없다는 걸 분명히 한 것 같죠?

<답변>
아베 총리는 전쟁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에 큰 피해를 끼쳤다고 하면서도 일본의 피해도 컸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습니다.

300만 명이 넘는 일본인이 숨졌다면서 침략을 반성하는 것보다는 원폭 피폭국, 무고한 생명 희생이라는 점만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 러일 전쟁이 식민 지배 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줬다면서 러일 전쟁을 미화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대전을 일으킨 것도 유럽 국가들이 경제 블럭을 형성해 일본을 외교적,경제적으로 고립시켰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살짝 비켜갔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전후세대가 지금 인구의 80%를 넘겼으며, 당시 전쟁과 어떠한 관여도 없다며 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워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아베 총리 : "자녀들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아베 총리는 침략을 국제 분쟁의 해결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도 영구히 결별한다고 표명했지만, 전후 체제 극복이라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습니다.

<질문>
오늘 아키히토 일왕도 메시지를 내놓을 텐데요.

아베 담화와는 기조가 다를 수 있을까요?

<답변>
예,우리의 광복절인 오늘 일본은 종전의 날로 지정해 전몰자 추도식을 갖습니다.

아키히토 일왕과 아베 총리는 이 추도식에 참석해 나란히 연설을 할 예정인데요.

일왕의 메시지는 그동안 평화에 대한 기원을 담아 왔습니다.

지난해 8월 15일에는 역사를 돌아보고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고 했고, 올 1월 신년사에서는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의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앞으로 일본의 존재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쟁법안인 안보법제를 밀어붙이는 아베 총리와는 다소 다른 인식이고 행보입니다.

이에 따라 오늘도 일본의 전쟁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일왕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질문>
아베 담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라서 한-일 관계의 조속한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겠죠?

<답변>
한국 정부가 과거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해 처절한 반성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거듭 촉구했지만, 아베 총리는 결국 외면했습니다.

지난 6월 22일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잠시 개선되는 듯했던 분위기도 다시 냉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도 애써 외면했습니다.

일제 때 강제 징용 시설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강제 징용 사실을 알리는 시설이나 간판 설치를 약속하고도 아직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올 가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진통이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도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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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성 없는 일 아베 담화…과거형 사죄
    • 입력 2015-08-15 09:33:48
    • 수정2015-08-15 16:56:5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일제 폭압 통치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지났습니다.

강제 징용으로, 위안부로 통한의 세월을 견뎌 내거나, 끝내 타국에서 숨져간 그분들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저희 KBS 특파원들이 강제 징용자와 위안부의 한 맺힌 현장을 찾아봤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의 폴란드는 독일의 지배를 받으면서 참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두 나라는 지금 화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오늘의 한일 관계와 극적으로 대비되는데요.

어떻게 화해가 가능했을까요?

특파원 현장보고 시작합니다.

아베 총리가 어제 전후 70주년 담화를 발표했는데, 자신이 주체가 된 사죄는 없었습니다.

전쟁에 대한 반성은 있었지만,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는 그동안 역대 내각이 해왔다며 과거형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도쿄 연결합니다.

이재호 특파원?

<질문>
아베 담화에 진정성 있는 사죄가 담기길 기대했었는데요.

기대에 훨씬 못미쳤죠?

<답변>
어제 아베 총리의 담화에는 식민 지배, 침략, 반성, 사과 등 과거 무라야마 담화의 4개 핵심 문구가 다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사죄, 즉 진정성 있는 사죄로 볼 수 있는 표현은 없었습니다.

통절한 반성과, 사죄라는 문구를 쓰긴 했지만,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 때문이라는 점은 뺐습니다.

<녹취> 아베 신조(일본 총리) : "일본은 앞선 세계대전에서의 행위에 대해 반복해서 통절한 반성과,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마음을 표현해 왔습니다."

한-일 간 최대 외교 쟁점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전장의 그늘에서 명예와 존경에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있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애둘러 표현하는데 그쳤습니다.

<질문>
과거형이고 간접 화법인데요.

그래서 과거보다 대폭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거죠?

<답변>
아베 담화를 보면 사죄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는 어떻게든 하지 않기 위한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입니다.

역대 내각이 사죄해 왔다는 과거형, 간접 화법 표현으로 빠져 나간 것입니다.

또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1993년의 '고노 담화'도 애써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지난 1995년 무라야마 당시 총리는 전후 50년 담화에서 식민 지배와 침략 사실을 인정하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이 침략 전쟁이었다는 것을 일본이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었습니다.

2005년 전후 60년의 고이즈미 담화에서도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강조했습니다.

<질문>
결국 아베 총리가 그동안 밝혀온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은데요.

일본도 피해국이며 더 이상의 사죄는 필요 없다는 걸 분명히 한 것 같죠?

<답변>
아베 총리는 전쟁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에 큰 피해를 끼쳤다고 하면서도 일본의 피해도 컸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습니다.

300만 명이 넘는 일본인이 숨졌다면서 침략을 반성하는 것보다는 원폭 피폭국, 무고한 생명 희생이라는 점만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 러일 전쟁이 식민 지배 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줬다면서 러일 전쟁을 미화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대전을 일으킨 것도 유럽 국가들이 경제 블럭을 형성해 일본을 외교적,경제적으로 고립시켰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살짝 비켜갔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전후세대가 지금 인구의 80%를 넘겼으며, 당시 전쟁과 어떠한 관여도 없다며 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워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아베 총리 : "자녀들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아베 총리는 침략을 국제 분쟁의 해결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도 영구히 결별한다고 표명했지만, 전후 체제 극복이라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습니다.

<질문>
오늘 아키히토 일왕도 메시지를 내놓을 텐데요.

아베 담화와는 기조가 다를 수 있을까요?

<답변>
예,우리의 광복절인 오늘 일본은 종전의 날로 지정해 전몰자 추도식을 갖습니다.

아키히토 일왕과 아베 총리는 이 추도식에 참석해 나란히 연설을 할 예정인데요.

일왕의 메시지는 그동안 평화에 대한 기원을 담아 왔습니다.

지난해 8월 15일에는 역사를 돌아보고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고 했고, 올 1월 신년사에서는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의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앞으로 일본의 존재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쟁법안인 안보법제를 밀어붙이는 아베 총리와는 다소 다른 인식이고 행보입니다.

이에 따라 오늘도 일본의 전쟁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일왕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질문>
아베 담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라서 한-일 관계의 조속한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겠죠?

<답변>
한국 정부가 과거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해 처절한 반성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거듭 촉구했지만, 아베 총리는 결국 외면했습니다.

지난 6월 22일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잠시 개선되는 듯했던 분위기도 다시 냉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도 애써 외면했습니다.

일제 때 강제 징용 시설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강제 징용 사실을 알리는 시설이나 간판 설치를 약속하고도 아직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올 가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진통이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도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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