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아빠가 되고 보니 음악도, 연기도 달라졌다”

입력 2015.08.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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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전사' 양동근이 '가스펠'을 들고 왔다. 다큐멘터리 출연작 '블랙가스펠2'로 제1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은 것.

이 영화는 양동근이 미국 뉴욕 할렘가를 다시 찾아가 '블랙가스펠'(2013) 1편에서 흑인 솔을 가르쳐줬던 나이 지긋한 목사와 가스펠 가수들로부터 삶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여정을 담았다.

영화가 상영된 15일 오후 제천문화회관에서 양팔을 벌린 장난스러운 자세로 무대에 뛰어올라 관객에게 큰 웃음을 안긴 양동근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가스펠 선생님들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무대 인사가 끝나고 나서 인근 카페에서 만난 양동근에게 그동안 했던 '쇼미더머니' 같은 힙합과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가스펠을 한데 묶어 생각하기 어렵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이번 영화 작업이나 가스펠 그룹과의 협업을 '교회 힙합'이라고 부르면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쇼미더머니'도 있고 '교회 힙합'도 있어야 하는 거죠. 어느 쪽이 정답인 게 아니거든요. 이쪽에서 오래 활동하던 헤리티지(가스펠 그룹)와 연이 닿아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랩과 가스펠이 만나면 조화가 되겠다 싶어 함께했더니 반응이 아주 좋더라고요."

실제로 그가 최근 절친한 친구인 배우 정준, 헤리티지 메스콰이어와 함께 KBS2TV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선보인 '오 해피 데이' 공연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곡은 영화 '시스터 액트2' OST이기도 하다.

함께 하면 할수록 그 안에 숨겨진 '보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에게 그 보물이 무엇인지 묻자 양동근은 한참 생각하더니 '생명력'이라고 답했다.

"에너지 같은 거죠. 저는 상업적 음악을 하는 '오버 그라운드'에서 치열하게 살아왔잖아요. 그런데 가스펠을 하는 분들을 보니 삶과 생각, 음악에 대한 접근 같은 토양이 다르더라고요. 가사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죠. 사람을 밝은 곳으로 계속 끄집어 나오게 하는 힘 같은 게 음악에서 느껴져요. '교회 힙합'을 하면서 저 자신도 더 단단해지는 걸 느껴요."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김성권 감독은 "양동근씨가 촬영하면서 단순히 음악의 기능적 측면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 가진 '솔'에 소통하는 느낌이 있었다"고 거들었다.

이날 양동근의 모습은 인터뷰 전에 했던 예상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했다.

질문 하나하나에 기계적으로 답하지 않고 진짜 생각을 담으려 애쓰면서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하는 자유로운 모습은 예상대로였고, 성격이 '까칠해서' 인터뷰하기 어려운 상대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소통의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남들이 다 알 거라고 생각했어요. 작품에서 연기를 다 했으니 그걸로 다 된 거지, 인터뷰에서 말로 뭘 설명해야 하나 싶었고요. 그런데 (대인관계에서는) 설명을 잘해도 못 알아듣는 거더라고요. 진심을 잘 전달하려면 대화를 잘해야겠다, 생각하고 노력하게 됐어요."

그렇게 바뀌게 된 계기에 결혼과 출산 등 개인적인 성장도 포함된다. 음악을 하면서도, 연기를 하면서도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된 일은 영향이 컸다고 했다. 그는 2013년 결혼한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을 두고 있으며 곧 둘째 아이도 탄생한다.

"영향이 엄청 있죠. '싱글 음악'이랑 '유부남 음악'은 달라요. (웃음) 예전에는 욕설이 난무하고 퇴폐적인 센 음악을 했는데 이제 집안의 가장이 된 거니까요. 마음가짐이 다르죠. 아빠가 되니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 생기더라고요. 물론 예전의 음악도 계속 해야 해요. 과거를 부정하면 제 인생이 없어지는 거니까요. 아빠가 되고 처음에는 예전 모습을 버리고 탈바꿈하려 했는데, 이제는 나라고 하는 넓은 대야에 그 모습들을 다 싸잡아 넣자 생각해요."

연기도 마찬가지다.

양동근의 연기는 '기교'와는 거리가 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편에 가깝다.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며 여러 작품을 했지만, '네 멋대로 해라'에서 그가 보여준 살아 있는 연기는 아직도 많은 팬의 뇌리에 '전설'처럼 남아 있다.

"연기란 10대, 20대, 30대에 하는 게 다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진짜 살아봐야 진정한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지, 경험하지 않고서 연기하면 거짓이 되는 거잖아요. 물론 기술적으로 잘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그래요. 내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게 연기 폭을 넓히는 방법이에요."

그렇다면 아버지 역할이 들어오면 자신 있게 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이제 '막장드라마'도 할 수 있다"고 외쳤다.

"예전에는 그런 드라마를 왜 만들지 싶었어요. 이제는 출연 제의가 오면 어떤 대본을 줘도 바로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막장드라마'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을 쏠 준비가 됐어요. (웃음)"

양동근은 내달 막을 올리는 뮤지컬 '인더하이츠' 연습에 한창이다. 뮤지컬은 군 복무 중에 했던 것을 제외하고 첫 도전이라고 한다.

"뮤지컬은 예술가로서 마지막 종착역인 것 같아요. 연기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랩도 해요. 누구나 저를 만나면 '연기가 좋아요, 음악이 좋아요?', '배우예요, 가수예요?'라고 물었거든요. 이제 그 질문의 의미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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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동근 “아빠가 되고 보니 음악도, 연기도 달라졌다”
    • 입력 2015-08-16 11:07:54
    연합뉴스
'힙합전사' 양동근이 '가스펠'을 들고 왔다. 다큐멘터리 출연작 '블랙가스펠2'로 제1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은 것. 이 영화는 양동근이 미국 뉴욕 할렘가를 다시 찾아가 '블랙가스펠'(2013) 1편에서 흑인 솔을 가르쳐줬던 나이 지긋한 목사와 가스펠 가수들로부터 삶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여정을 담았다. 영화가 상영된 15일 오후 제천문화회관에서 양팔을 벌린 장난스러운 자세로 무대에 뛰어올라 관객에게 큰 웃음을 안긴 양동근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가스펠 선생님들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무대 인사가 끝나고 나서 인근 카페에서 만난 양동근에게 그동안 했던 '쇼미더머니' 같은 힙합과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가스펠을 한데 묶어 생각하기 어렵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이번 영화 작업이나 가스펠 그룹과의 협업을 '교회 힙합'이라고 부르면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쇼미더머니'도 있고 '교회 힙합'도 있어야 하는 거죠. 어느 쪽이 정답인 게 아니거든요. 이쪽에서 오래 활동하던 헤리티지(가스펠 그룹)와 연이 닿아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랩과 가스펠이 만나면 조화가 되겠다 싶어 함께했더니 반응이 아주 좋더라고요." 실제로 그가 최근 절친한 친구인 배우 정준, 헤리티지 메스콰이어와 함께 KBS2TV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선보인 '오 해피 데이' 공연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곡은 영화 '시스터 액트2' OST이기도 하다. 함께 하면 할수록 그 안에 숨겨진 '보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에게 그 보물이 무엇인지 묻자 양동근은 한참 생각하더니 '생명력'이라고 답했다. "에너지 같은 거죠. 저는 상업적 음악을 하는 '오버 그라운드'에서 치열하게 살아왔잖아요. 그런데 가스펠을 하는 분들을 보니 삶과 생각, 음악에 대한 접근 같은 토양이 다르더라고요. 가사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죠. 사람을 밝은 곳으로 계속 끄집어 나오게 하는 힘 같은 게 음악에서 느껴져요. '교회 힙합'을 하면서 저 자신도 더 단단해지는 걸 느껴요."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김성권 감독은 "양동근씨가 촬영하면서 단순히 음악의 기능적 측면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 가진 '솔'에 소통하는 느낌이 있었다"고 거들었다. 이날 양동근의 모습은 인터뷰 전에 했던 예상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했다. 질문 하나하나에 기계적으로 답하지 않고 진짜 생각을 담으려 애쓰면서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하는 자유로운 모습은 예상대로였고, 성격이 '까칠해서' 인터뷰하기 어려운 상대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소통의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남들이 다 알 거라고 생각했어요. 작품에서 연기를 다 했으니 그걸로 다 된 거지, 인터뷰에서 말로 뭘 설명해야 하나 싶었고요. 그런데 (대인관계에서는) 설명을 잘해도 못 알아듣는 거더라고요. 진심을 잘 전달하려면 대화를 잘해야겠다, 생각하고 노력하게 됐어요." 그렇게 바뀌게 된 계기에 결혼과 출산 등 개인적인 성장도 포함된다. 음악을 하면서도, 연기를 하면서도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된 일은 영향이 컸다고 했다. 그는 2013년 결혼한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을 두고 있으며 곧 둘째 아이도 탄생한다. "영향이 엄청 있죠. '싱글 음악'이랑 '유부남 음악'은 달라요. (웃음) 예전에는 욕설이 난무하고 퇴폐적인 센 음악을 했는데 이제 집안의 가장이 된 거니까요. 마음가짐이 다르죠. 아빠가 되니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 생기더라고요. 물론 예전의 음악도 계속 해야 해요. 과거를 부정하면 제 인생이 없어지는 거니까요. 아빠가 되고 처음에는 예전 모습을 버리고 탈바꿈하려 했는데, 이제는 나라고 하는 넓은 대야에 그 모습들을 다 싸잡아 넣자 생각해요." 연기도 마찬가지다. 양동근의 연기는 '기교'와는 거리가 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편에 가깝다.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며 여러 작품을 했지만, '네 멋대로 해라'에서 그가 보여준 살아 있는 연기는 아직도 많은 팬의 뇌리에 '전설'처럼 남아 있다. "연기란 10대, 20대, 30대에 하는 게 다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진짜 살아봐야 진정한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지, 경험하지 않고서 연기하면 거짓이 되는 거잖아요. 물론 기술적으로 잘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그래요. 내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게 연기 폭을 넓히는 방법이에요." 그렇다면 아버지 역할이 들어오면 자신 있게 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이제 '막장드라마'도 할 수 있다"고 외쳤다. "예전에는 그런 드라마를 왜 만들지 싶었어요. 이제는 출연 제의가 오면 어떤 대본을 줘도 바로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막장드라마'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을 쏠 준비가 됐어요. (웃음)" 양동근은 내달 막을 올리는 뮤지컬 '인더하이츠' 연습에 한창이다. 뮤지컬은 군 복무 중에 했던 것을 제외하고 첫 도전이라고 한다. "뮤지컬은 예술가로서 마지막 종착역인 것 같아요. 연기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랩도 해요. 누구나 저를 만나면 '연기가 좋아요, 음악이 좋아요?', '배우예요, 가수예요?'라고 물었거든요. 이제 그 질문의 의미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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