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교체?…롯데, 총력전 무색해진 불펜 운용

입력 2015.08.17 (22:29) 수정 2015.08.1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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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불펜 운용에서 미숙함을 드러낸 것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17일 경기는 실패를 답습했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롯데는 1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방문경기에서 1-0으로 앞서던 3회말 무사 만루에서 박병호에게 그랜드 슬램을 얻어맞자 선발 이재곤을 내리고 김성배를 마운드에 올렸다.

2회말 2사 만루의 위기를 겨우 넘긴 이재곤을 3회말에 3타자 연속 안타를 내주고 무사 만루에서 박병호를 상대할 때까지 내버려둔 것도 사실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교체 카드는 더욱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재곤은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다. 바뀐 투수 김성배 역시 오른손 사이드암이라는 점에서 두 투수는 같다. 롯데는 지난 2일과 8일에 이재곤-홍성민-정대현 등 사이드암 투수 3명을 차례로 올렸다가 처절한 실패를 맛본 바 있지만 롯데 벤치는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한 듯 했다.

김성배는 올라오자마자 김민성에게 우월 2루타를 얻어맞았고, 이택근과 김하성에게 연속 적시타를 내주고 2점을 헌납했다.

그런데 4회초 롯데가 3점을 뽑아내면서 변수가 생겼다. 5점의 점수 차는 2점으로 좁혀졌고, 최근 넥센의 불펜진이 불안한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해 보였다.

롯데는 넥센과의 이번 2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도 0-3으로 뒤지던 경기를 8회 손아섭의 투런 홈런, 9회 강민호의 투런 홈런을 묶어 뒤집은 바 있다.

그러나 롯데는 흔들리는 김성배를 계속 마운드에 세웠다. 김성배가 박병호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주고 이어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을 때도 롯데 벤치는 요지부동이었다.

롯데 불펜에는 강영식, 홍성민, 김승회, 이명우, 정대현, 김원중이 남아 있었다. 노게임 처리된 전날 경기에서 1회만 던진 심수창도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교체 움직임은 없었다.

김성배가 1점을 더 내주고 4회를 힘겹게 끝낼 때까지 롯데는 김성배가 이닝을 마쳐주기만을 기다렸다.

롯데는 5회말부터는 우완 유망주 김원중을 올렸다. 상근예비역을 끝내고 올해 돌아온 2012년 1라운드 지명 선수 김원중은 롯데의 미래라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2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솎아내고 노히트로 막았다.

앞선 상황에서 차라리 김원중을 먼저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선발 이재곤과 패턴이 유사한 김성배를 쓰느니 우완 정통파인 김원중이 상대 타자들에게도 승부하기가 까다로웠을 터였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승부를 걸어서 5위 팀과의 승차를 좁혀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총력전이라는 단어를 꺼냈으면서도 김원중에 대해서는 경험 부족을 언급하며 부담이 적은 상황에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김원중이 좋은 경험을 계속 쌓으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돌보겠다는 것이다.

김원중을 4-6으로 추격한 4회말이 아닌 4-8로 점수 차가 벌어진 5회말에 투입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가 결정적인 점수를 내줬을 경우 젊은 투수가 받게 될 상처를 걱정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 감독이 말한 총력전이라는 의미와는 배치된다. 총력전은 말 그대로 '내일이 없는 승부'다. 승리의 여지가 보이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해 무조건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총력전의 의미에 가깝다.

무분별한 기용으로 구위가 떨어지면서 필승조에서 패전 처리조로 전락한 김성배보다는 지난 14일 수원 케이티 위즈전에서 1이닝 동안 세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는 등 빼어난 구위를 자랑한 김원중을 되든 안 되든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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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교체?…롯데, 총력전 무색해진 불펜 운용
    • 입력 2015-08-17 22:29:18
    • 수정2015-08-17 22: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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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불펜 운용에서 미숙함을 드러낸 것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17일 경기는 실패를 답습했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롯데는 1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방문경기에서 1-0으로 앞서던 3회말 무사 만루에서 박병호에게 그랜드 슬램을 얻어맞자 선발 이재곤을 내리고 김성배를 마운드에 올렸다. 2회말 2사 만루의 위기를 겨우 넘긴 이재곤을 3회말에 3타자 연속 안타를 내주고 무사 만루에서 박병호를 상대할 때까지 내버려둔 것도 사실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교체 카드는 더욱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재곤은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다. 바뀐 투수 김성배 역시 오른손 사이드암이라는 점에서 두 투수는 같다. 롯데는 지난 2일과 8일에 이재곤-홍성민-정대현 등 사이드암 투수 3명을 차례로 올렸다가 처절한 실패를 맛본 바 있지만 롯데 벤치는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한 듯 했다. 김성배는 올라오자마자 김민성에게 우월 2루타를 얻어맞았고, 이택근과 김하성에게 연속 적시타를 내주고 2점을 헌납했다. 그런데 4회초 롯데가 3점을 뽑아내면서 변수가 생겼다. 5점의 점수 차는 2점으로 좁혀졌고, 최근 넥센의 불펜진이 불안한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해 보였다. 롯데는 넥센과의 이번 2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도 0-3으로 뒤지던 경기를 8회 손아섭의 투런 홈런, 9회 강민호의 투런 홈런을 묶어 뒤집은 바 있다. 그러나 롯데는 흔들리는 김성배를 계속 마운드에 세웠다. 김성배가 박병호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주고 이어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을 때도 롯데 벤치는 요지부동이었다. 롯데 불펜에는 강영식, 홍성민, 김승회, 이명우, 정대현, 김원중이 남아 있었다. 노게임 처리된 전날 경기에서 1회만 던진 심수창도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교체 움직임은 없었다. 김성배가 1점을 더 내주고 4회를 힘겹게 끝낼 때까지 롯데는 김성배가 이닝을 마쳐주기만을 기다렸다. 롯데는 5회말부터는 우완 유망주 김원중을 올렸다. 상근예비역을 끝내고 올해 돌아온 2012년 1라운드 지명 선수 김원중은 롯데의 미래라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2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솎아내고 노히트로 막았다. 앞선 상황에서 차라리 김원중을 먼저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선발 이재곤과 패턴이 유사한 김성배를 쓰느니 우완 정통파인 김원중이 상대 타자들에게도 승부하기가 까다로웠을 터였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승부를 걸어서 5위 팀과의 승차를 좁혀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총력전이라는 단어를 꺼냈으면서도 김원중에 대해서는 경험 부족을 언급하며 부담이 적은 상황에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김원중이 좋은 경험을 계속 쌓으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돌보겠다는 것이다. 김원중을 4-6으로 추격한 4회말이 아닌 4-8로 점수 차가 벌어진 5회말에 투입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가 결정적인 점수를 내줬을 경우 젊은 투수가 받게 될 상처를 걱정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 감독이 말한 총력전이라는 의미와는 배치된다. 총력전은 말 그대로 '내일이 없는 승부'다. 승리의 여지가 보이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해 무조건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총력전의 의미에 가깝다. 무분별한 기용으로 구위가 떨어지면서 필승조에서 패전 처리조로 전락한 김성배보다는 지난 14일 수원 케이티 위즈전에서 1이닝 동안 세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는 등 빼어난 구위를 자랑한 김원중을 되든 안 되든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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