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시선] 배우 출신 ‘명’감독…우리는 어려운 걸까?

입력 2015.08.18 (22:52) 수정 2015.08.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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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할리우드에 배우 출신 감독이 꽤 많다는 거 아시죠?

박: 그럼요. 제일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비롯해서 숀 펜이나 멜 깁슨, 최근에는 벤 애플렉까지, 다들 유명 배우 출신에서 감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죠.

최: 여배우 가운데는 조디 포스터나 헬렌 헌트도 감독으로서 훌륭한 활동을 하고 있죠.

박: 맞아요. 그런데 배우 출신 감독, 우리나라에도 있지 않나요?

최: 왜 없겠습니까. 있긴 있는데, 글쎄요, 아직까지는 두각을 드러내는 배우 출신 감독들이 딱히 눈에 띄지 않는 거 같아요.

박: 배우로서의 지명도를 본다면, 감독이 되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몰릴텐데 왜 부진할까요?

최: 그러게요, 왜 부진할까요. 이번 주 까칠한 시선의 주제 되겠습니다. 과연 배우 출신 감독은, 한국에서 불가능한 도전일까요?

[VCR] 마이 라띠마+나도 모르게+초대

최: 사실 우리나라 배우들 가운데 가장 꾸준하게 연출을 시도한 사람은 바로 이 영화의 감독 유지태입니다.

박: 아, 훈남 배우 가운데 훈남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조금 낯선데요?

최: 네, 이 영화 <마이 라띠마>는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아가씨의 이야기를 담은 순정 멜로인데요. 지난 2012년에 만들어져서 부산국제영화에서도 상영된 바 있습니다. 유지태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죠.

박: 그렇군요. 유지태 씨, 아니 유지태 감독이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니죠?

최: 네, 지난 2007년에 <나도 모르게>라는 작품을 연출한 바 있구요. 2009년에는 본인이 각본과 연출, 주연 1인 3역을 한 <초대>라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박: 대중적인 호흡의 영화들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최: 그렇습니다. 본인은 대중적인 영화에 배우로 출연하면서 감독을 할 때는 상당히 독립영화적인 호흡의 작품들을 찍었습니다.

박: 좋게 말하면 욕심 안 부리고 겸손하게 찍었다, 이거군요.

최: 그런 셈이죠. 그런 면에서 유지태의 영화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읽을 수 있는데요. 단순히 스타 배우로서만 남아 있지 않겠다는 야심 또한 읽혀지는 대목이죠. 하지만 역시 아직은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완전히 입증 받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VCR] 다우더+요술

박: 여배우 가운데서도 있죠. 구혜선 씨.

최: 네,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인기 상종가를 쳤던 배우인데요. 감독으로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개봉했던 <다우더>라는 작품에서는 역시 각본, 연출, 주연, 1인 3역을 소화해 냈습니다.

박: 유지태 씨처럼 이 영화도 대중영화는 아니네요. 구혜선 씨가 감독이 된 건 조금 더 전이었던 것 같은데요.

최: 맞아요. 2010년 <요술>이라는 작품이 감독 데뷔작이었구요. 같은 해에 <당신>이라는 영화도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평단과 흥행 양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죠.

박: 그래도 꾸준하게 연출을 시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그런데 여배우 출신 감독 가운데는 이 분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최: 누구죠?

[VCR] 용의자 X + 집으로 가는 길

박: 방은진 감독이요.

최: 아, 이 분은 사실 이제는 전업 감독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배우 출신 감독 가운데서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죠.

박: 그렇죠. <용의자 X>라든가 <집으로 가는 길> 같은 영화들 보면 연출력도 꽤나 인정을 받고 있는 거 같아요.

최: 사실 방은진 감독은 오래전부터 감독 수업을 받아왔구요. 어찌 보면 준비된 감독이다, 이렇게 불러도 무방할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대표작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하고 싶어요.

박: 그렇다면 최 평론가님이 배우 출신 감독으로 제일 높이 평가하는 분은 누군가요?

[VCR] 톱스타

최: 이제 단 한 편의 영화를 연출했지만 저는 <톱스타>의 감독 박중훈이 한국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봅니다.

박: 와우, 그렇게 평가하시는 이유는요?

최: 일단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 영화계 이면의 이야기를 데뷔작으로 선택한 것도 영리했던 것 같아요. 물론 흥행은 실패했지만요.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솜씨나 장면을 만들어내는 실력이 남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박: 역시 현장에서의 오랜 배우 생활이 그런 내공의 바탕이 됐겠군요.

최: 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는 배우 출신 감독 중 한명입니다.

박: 한 명 빼먹으셨네요?

최: 누구죠?

[VCR] 허삼관

박: <허삼관>을 연출했던 하정우 씨.

최: 아하, 네. 큰일날 뻔했네요. 하정우 씨 역시 <허삼관>이 첫 작품이 아니죠. 그 전에 <롤러코스터>라는 작품 역시 연출했는데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박: 어떤 공통점이죠?

최: 둘 다 흥행 실패했다는 것.

박: 너무 짓궂으시다.

최: 하지만 하정우 역시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언젠가 자기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는 작품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박: 이렇게 주욱 살펴보니까 한국에서 배우 출신으로 감독으로서의 성공까지 거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최: 그런 셈이죠.

박: 왜 그런 걸까요?

최: 감독을 할 때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굴레가 되는 게 아닐까도 싶어요. 관객들이 편견을 갖는 게 아닌가, 배우나 잘하지 뭐 감독씩이나, 이런 식으로 말이죠.

박: 배우 출신이니까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못한 것도 그런 편견을 만들어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요?

최: 아니, 이런, 저보다 더 까칠한 결론을 내려버리시면 어찌하란 말입니까?

박: 최평론가님이 워낙 두루뭉술하게 말씀하셔서 답답해서 그랬어요.

최: 아나운서 출신 평론가로 데뷔하시죠.

박: 됐어욧! 요즘 저를 점점 더 까칠하게 하시는 최광희의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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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칠한 시선] 배우 출신 ‘명’감독…우리는 어려운 걸까?
    • 입력 2015-08-18 22:52:38
    • 수정2015-08-19 10:22:07
    까칠한 시선
  최: 할리우드에 배우 출신 감독이 꽤 많다는 거 아시죠? 박: 그럼요. 제일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비롯해서 숀 펜이나 멜 깁슨, 최근에는 벤 애플렉까지, 다들 유명 배우 출신에서 감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죠. 최: 여배우 가운데는 조디 포스터나 헬렌 헌트도 감독으로서 훌륭한 활동을 하고 있죠. 박: 맞아요. 그런데 배우 출신 감독, 우리나라에도 있지 않나요? 최: 왜 없겠습니까. 있긴 있는데, 글쎄요, 아직까지는 두각을 드러내는 배우 출신 감독들이 딱히 눈에 띄지 않는 거 같아요. 박: 배우로서의 지명도를 본다면, 감독이 되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몰릴텐데 왜 부진할까요? 최: 그러게요, 왜 부진할까요. 이번 주 까칠한 시선의 주제 되겠습니다. 과연 배우 출신 감독은, 한국에서 불가능한 도전일까요? [VCR] 마이 라띠마+나도 모르게+초대 최: 사실 우리나라 배우들 가운데 가장 꾸준하게 연출을 시도한 사람은 바로 이 영화의 감독 유지태입니다. 박: 아, 훈남 배우 가운데 훈남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조금 낯선데요? 최: 네, 이 영화 <마이 라띠마>는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아가씨의 이야기를 담은 순정 멜로인데요. 지난 2012년에 만들어져서 부산국제영화에서도 상영된 바 있습니다. 유지태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죠. 박: 그렇군요. 유지태 씨, 아니 유지태 감독이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니죠? 최: 네, 지난 2007년에 <나도 모르게>라는 작품을 연출한 바 있구요. 2009년에는 본인이 각본과 연출, 주연 1인 3역을 한 <초대>라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박: 대중적인 호흡의 영화들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최: 그렇습니다. 본인은 대중적인 영화에 배우로 출연하면서 감독을 할 때는 상당히 독립영화적인 호흡의 작품들을 찍었습니다. 박: 좋게 말하면 욕심 안 부리고 겸손하게 찍었다, 이거군요. 최: 그런 셈이죠. 그런 면에서 유지태의 영화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읽을 수 있는데요. 단순히 스타 배우로서만 남아 있지 않겠다는 야심 또한 읽혀지는 대목이죠. 하지만 역시 아직은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완전히 입증 받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VCR] 다우더+요술 박: 여배우 가운데서도 있죠. 구혜선 씨. 최: 네,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인기 상종가를 쳤던 배우인데요. 감독으로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개봉했던 <다우더>라는 작품에서는 역시 각본, 연출, 주연, 1인 3역을 소화해 냈습니다. 박: 유지태 씨처럼 이 영화도 대중영화는 아니네요. 구혜선 씨가 감독이 된 건 조금 더 전이었던 것 같은데요. 최: 맞아요. 2010년 <요술>이라는 작품이 감독 데뷔작이었구요. 같은 해에 <당신>이라는 영화도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평단과 흥행 양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죠. 박: 그래도 꾸준하게 연출을 시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그런데 여배우 출신 감독 가운데는 이 분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최: 누구죠? [VCR] 용의자 X + 집으로 가는 길 박: 방은진 감독이요. 최: 아, 이 분은 사실 이제는 전업 감독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배우 출신 감독 가운데서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죠. 박: 그렇죠. <용의자 X>라든가 <집으로 가는 길> 같은 영화들 보면 연출력도 꽤나 인정을 받고 있는 거 같아요. 최: 사실 방은진 감독은 오래전부터 감독 수업을 받아왔구요. 어찌 보면 준비된 감독이다, 이렇게 불러도 무방할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대표작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하고 싶어요. 박: 그렇다면 최 평론가님이 배우 출신 감독으로 제일 높이 평가하는 분은 누군가요? [VCR] 톱스타 최: 이제 단 한 편의 영화를 연출했지만 저는 <톱스타>의 감독 박중훈이 한국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봅니다. 박: 와우, 그렇게 평가하시는 이유는요? 최: 일단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 영화계 이면의 이야기를 데뷔작으로 선택한 것도 영리했던 것 같아요. 물론 흥행은 실패했지만요.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솜씨나 장면을 만들어내는 실력이 남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박: 역시 현장에서의 오랜 배우 생활이 그런 내공의 바탕이 됐겠군요. 최: 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는 배우 출신 감독 중 한명입니다. 박: 한 명 빼먹으셨네요? 최: 누구죠? [VCR] 허삼관 박: <허삼관>을 연출했던 하정우 씨. 최: 아하, 네. 큰일날 뻔했네요. 하정우 씨 역시 <허삼관>이 첫 작품이 아니죠. 그 전에 <롤러코스터>라는 작품 역시 연출했는데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박: 어떤 공통점이죠? 최: 둘 다 흥행 실패했다는 것. 박: 너무 짓궂으시다. 최: 하지만 하정우 역시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언젠가 자기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는 작품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박: 이렇게 주욱 살펴보니까 한국에서 배우 출신으로 감독으로서의 성공까지 거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최: 그런 셈이죠. 박: 왜 그런 걸까요? 최: 감독을 할 때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굴레가 되는 게 아닐까도 싶어요. 관객들이 편견을 갖는 게 아닌가, 배우나 잘하지 뭐 감독씩이나, 이런 식으로 말이죠. 박: 배우 출신이니까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못한 것도 그런 편견을 만들어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요? 최: 아니, 이런, 저보다 더 까칠한 결론을 내려버리시면 어찌하란 말입니까? 박: 최평론가님이 워낙 두루뭉술하게 말씀하셔서 답답해서 그랬어요. 최: 아나운서 출신 평론가로 데뷔하시죠. 박: 됐어욧! 요즘 저를 점점 더 까칠하게 하시는 최광희의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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