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이후 끊이지 않는 ‘현대판 음서제’ 논란…왜?

입력 2015.08.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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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자녀 2명이 최근 잇따라 취업 특혜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들이 공통으로 거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법조인 코스가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며 논란이 뜨겁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자녀 취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과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자녀가 모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통과해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

윤 의원의 경우는 해당 업체에 전화했음을 인정하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사과했다. 윤 의원은 취업 청탁 사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 사건은 유력 인사의 자녀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되고 아버지의 영향력으로 대기업에 취업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인터넷에서는 관련 기사의 댓글에 해당 국회의원을 향한 지탄과 함께 우리 사회 고위층 자녀의 사회 진출 발판이 된 로스쿨 제도에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국회의원의 '갑질' 논란과 함께 현행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 로스쿨 통한 '신분 세습' 우려가 현실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집안의 자녀가 로스쿨에 입학하고 졸업 후에는 부모 배경에 힘입어 공직에 진출하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해 로스쿨이 '신분의 대물림'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제도 도입 전부터 있었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런 우려가 이미 현실화했으며 이번 사건은 그동안 물밑에 있던 수많은 의혹이 일부 표면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현직 국회의원과 법조인, 공직자의 자녀가 로스쿨 1기로 대거 입학해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을 거쳐 자격을 얻고 대형 로펌,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법원 재판연구관(로클럭)을 거쳐 법관으로 임용된 경우가 상당하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전했다. 변호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이들의 명단이 공공연히 떠돈 지 오래다.

이들 중에는 물론 경쟁자들보다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갖춰 채용·임용된 경우도 있다. 그보다는 집안의 배경이 더 크게 작용한 경우가 많다는 의혹이 계속 나온다.

문제는 의혹의 당사자들이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을 거쳐 기본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면접 심사 등을 거치는 채용 절차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문제가 된 두 의원 역시 각각의 자녀가 나름의 실력으로 채용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6월에도 감사원 고위직의 로스쿨 출신 자녀들이 감사원에 변호사로 채용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으로 국민감사 청구가 제기됐지만, 감사원은 법령 위반이나 부패 행위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 끊이지 않는 논란…해법은 '로스쿨 개혁'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주요 변호사 단체들은 이 문제의 첫 단추인 로스쿨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법시험을 사법부가 일괄 관장해 객관적인 점수를 기준으로 뽑던 것처럼 로스쿨 선발 전형 역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로스쿨은 교육부 소관으로 운영의 상당 부분을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선발 전형으로 기본적인 법학적성시험을 치르지만, 면접시험의 비중이 커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면접시험 비중을 줄이거나 면접관이 지원자의 신상을 알지 못하게 차단하는 등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변호사 단체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변호사시험 성적과 법관 임용 절차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수료 점수가 판사와 검사 임용에 그대로 반영돼 공직 임용에 시비가 없었던 것처럼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시험 성적과 함께 공직 임용 기준이 투명하게 알려져야 특혜 의혹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로 변호사시험 성적의 경우 올해 6월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를 금지한 변호사시험법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7월부터 응시자에 한해 처음 공개됐다.

이에 더해 서울변회는 대법원이 로스쿨 출신의 법조 경력자를 처음으로 경력법관으로 선발하면서 그 명단과 함께 평가 항목과 결과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며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로스쿨로 촉발된 음서제 논란은 관련 제도를 법적으로 개선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특히 로스쿨 선발 절차부터 시험 평가 위원, 평가 기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이것을 바꾸지 않으면 제2, 제3의 특혜 의혹이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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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쿨 이후 끊이지 않는 ‘현대판 음서제’ 논란…왜?
    • 입력 2015-08-20 09:54:24
    연합뉴스
국회의원 자녀 2명이 최근 잇따라 취업 특혜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들이 공통으로 거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법조인 코스가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며 논란이 뜨겁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자녀 취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과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자녀가 모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통과해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 윤 의원의 경우는 해당 업체에 전화했음을 인정하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사과했다. 윤 의원은 취업 청탁 사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 사건은 유력 인사의 자녀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되고 아버지의 영향력으로 대기업에 취업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인터넷에서는 관련 기사의 댓글에 해당 국회의원을 향한 지탄과 함께 우리 사회 고위층 자녀의 사회 진출 발판이 된 로스쿨 제도에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국회의원의 '갑질' 논란과 함께 현행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 로스쿨 통한 '신분 세습' 우려가 현실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집안의 자녀가 로스쿨에 입학하고 졸업 후에는 부모 배경에 힘입어 공직에 진출하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해 로스쿨이 '신분의 대물림'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제도 도입 전부터 있었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런 우려가 이미 현실화했으며 이번 사건은 그동안 물밑에 있던 수많은 의혹이 일부 표면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현직 국회의원과 법조인, 공직자의 자녀가 로스쿨 1기로 대거 입학해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을 거쳐 자격을 얻고 대형 로펌,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법원 재판연구관(로클럭)을 거쳐 법관으로 임용된 경우가 상당하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전했다. 변호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이들의 명단이 공공연히 떠돈 지 오래다. 이들 중에는 물론 경쟁자들보다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갖춰 채용·임용된 경우도 있다. 그보다는 집안의 배경이 더 크게 작용한 경우가 많다는 의혹이 계속 나온다. 문제는 의혹의 당사자들이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을 거쳐 기본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면접 심사 등을 거치는 채용 절차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문제가 된 두 의원 역시 각각의 자녀가 나름의 실력으로 채용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6월에도 감사원 고위직의 로스쿨 출신 자녀들이 감사원에 변호사로 채용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으로 국민감사 청구가 제기됐지만, 감사원은 법령 위반이나 부패 행위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 끊이지 않는 논란…해법은 '로스쿨 개혁'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주요 변호사 단체들은 이 문제의 첫 단추인 로스쿨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법시험을 사법부가 일괄 관장해 객관적인 점수를 기준으로 뽑던 것처럼 로스쿨 선발 전형 역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로스쿨은 교육부 소관으로 운영의 상당 부분을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선발 전형으로 기본적인 법학적성시험을 치르지만, 면접시험의 비중이 커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면접시험 비중을 줄이거나 면접관이 지원자의 신상을 알지 못하게 차단하는 등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변호사 단체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변호사시험 성적과 법관 임용 절차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수료 점수가 판사와 검사 임용에 그대로 반영돼 공직 임용에 시비가 없었던 것처럼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시험 성적과 함께 공직 임용 기준이 투명하게 알려져야 특혜 의혹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로 변호사시험 성적의 경우 올해 6월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를 금지한 변호사시험법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7월부터 응시자에 한해 처음 공개됐다. 이에 더해 서울변회는 대법원이 로스쿨 출신의 법조 경력자를 처음으로 경력법관으로 선발하면서 그 명단과 함께 평가 항목과 결과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며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로스쿨로 촉발된 음서제 논란은 관련 제도를 법적으로 개선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특히 로스쿨 선발 절차부터 시험 평가 위원, 평가 기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이것을 바꾸지 않으면 제2, 제3의 특혜 의혹이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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