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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재벌들의 이상한 계산법과 ‘칠포세대’의 분노
입력 2015.08.20 (11:57) 취재후
● 청년실업률 10.2%? 현실은 4명 중 1명이 ‘백수’

통계청의 발표로는 지난 6월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10.2% 입니다. 청년 10명 중에 1명 꼴로 실업 상태라는 거죠. 그런데 주변을 보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태반입니다. 왜 그럴까요? 공식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은 공식 실업률 통계를 작성할 때 어떤 일이든지 일을 하고 있으면 모두 취업자로 분류합니다. 취업 준비나 고시 공부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취업자로 간주합니다. 어쩔 수 없이 대학 졸업을 미루고 취업 준비를 하는 경우에도 학생으로 분류해 실업자로 보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실업 상태인 이런 경우를 모두 합하면 청년 실업자는 무려 116만 명에 이릅니다. 이 현실을 반영한 '청년체감실업률'은 23%로 정부의 공식 '청년실업률' 10.2%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현재 실업 상태인 청년은 10명에 1명꼴이 아니라 4명에 1명꼴입니다.

이처럼 현실과 다른 '공허한' 수치는 비단 실업률만이 아닙니다.

● 연일 발표된 ‘최대 규모’ 고용 계획

채용 계획 발표한 재벌 기업들채용 계획 발표한 재벌 기업들


삼성 2년간 3만 명, SK 2년간 2만 4천 명, 롯데 3년간 2만 4천 명, 현대차 올해 역대 최대인 1만 500명…. 최근 재벌 기업들이 잇따라 발표한 청년 고용 규모입니다. 정부가 지난달 말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내놓고 대기업부터 청년 고용을 늘려야 우리 경제가 살 수 있다고 연일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기업들이 청년 고용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여기에 재벌들이 곧장 화답한 모습입니다. 내놓은 고용계획 규모, 얼핏 보면 대단한 숫자입니다. 이만큼 청년을 고용하면 청년 실업 문제는 금세 풀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현실과 다른 '공허한' 수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따져볼까요?

● 태반이 인턴과 창업교육…이게 청년 일자리?

SK 채용 계획 발표SK 채용 계획 발표


삼성의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에 나온 숫자 3만 명 중 직접 채용은 만 명뿐입니다. 나머지 2만 명은 인턴 프로그램과 교육, 창업 활성화 지원 등을 하겠다는 숫자입니다. 먼저 3천 명에 해당하는 '고용 디딤돌'의 내용을 보면, 삼성 계열사에서 3개월 직무교육에 이어 협력사에서 3개월 인턴십을 거친 뒤에 삼성 협력사에 채용되도록 '연계'하는 겁니다. 삼성이 직접 채용하는 것도, 협력사가 채용하는 것도 아닌, 협력사에 채용되도록 하겠다는 거죠. 물론 6개월간 직무교육과 인턴십에 필요한 비용은 삼성이 대겠다고는 하지만, 해당 청년 처지에서 보면 최저 임금을 조금 웃도는 월 150만 원을 받고 6개월간 '잡일'만 하다가 다시 실업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직업체험 인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제품 영업 업무를 3개월간 체험할 수 있도록 2천 명을 선발하겠다는 건데, 3개월 뒤 그중에 몇 명을 채용하겠다는 약속은 전혀 없습니다. 이 계획만 놓고 보면 청년들은 삼성의 영업만 해주고 나서 3개월 만에 다시 백수가 될 판입니다. 창업을 돕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 역시 고용과는 관련 없는 거죠. 그나마 직접 채용 계획을 밝힌 만 명이라는 숫자도 따져보면 삼성이 생색낼 형편은 아닙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와 호텔신라 면세점 등에 신규투자를 해서 일자리 만 개를 만들어 채용하겠다는 건데, 반도체 공장 증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된 투자입니다. 면세점은 삼성의 과감한 투자가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 사업권을 따낸 덕에 당연히 신규 인력이 필요해진 부분입니다.

최태원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느냐 마느냐 관심이었던 지난 5일, SK는 내년부터 2년간 2만 4천 명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협력사들과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채용 대상은 그중에 한 명도 없습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고용 디딤돌'로 이름 붙인 인턴이 4천 명이고 나머지 2만 명은 창업교육 지원입니다.

롯데는 어떨까요?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의 뭇매가 매서웠던 지난 6일, 롯데는 2018년까지 청년 2만 4천 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신입사원과 인턴사원을 포함하여'라고 했습니다. 2만 4천 명 중에 과연 몇 명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게 될까요? 롯데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차도 보겠습니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만 500명을 뽑겠다고 생색을 냈는데, 이미 밝혀온 올해 채용규모가 9천500명에다가 천 명을 늘려 발표한 겁니다. 그런데 그 천 명은 임금피크제를 통해서 채용하겠다는 겁니다. 현대차는 아무런 부담을 지지 않고, 기성세대 직원의 월급을 깎아서 청년을 더 뽑겠다는 셈법입니다.

● ‘나쁜 일자리’는 고용 대책 아니다

사실 경기 불황에 실적이 좋지 않은 여건인데도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린다고 하니 반길 일입니다. 그러나 살펴본 것처럼 재벌기업이 발표한 숫자의 상당수는 취업과는 거리가 있는 창업 교육 지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또 상당수는 몇 달간의 인턴에 불과합니다.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단기 일자리, 노동 여건이 열악한 '나쁜 일자리'입니다. '나쁜 일자리'는 근본적인 실업 해소와 고용 확대를 위한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우광호 박사는, "지금 기업들이 내놓은 대책은 한계가 있다. 당장 통계치로는 조금 나아지는 현상을 보이겠지만 앞으로 그 청년들이 다시 취업시장에 들어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재벌기업들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은 없이 숫자에만 집중해 고용대책을 잇따라 발표한 건 왜일까요? 청년 일자리를 늘리라고 압박하는 정부에 당장 실적을 내보이기 위해 졸속으로 만든 고육책이었을까요? 청년 일자리 창출의 명분을 쌓아 '해고 요건 완화'나 '임금피크제' 도입과 같은 기업들의 요구를 은근슬쩍 달성하기 위한 포석은 아닐까요?

● 재벌들의 이상한 계산법과 ‘칠포세대’의 분노

요즘 청년들의 현실을 빗댄 '칠포세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취업이 어려워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여기에다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오포세대'. 나아가 꿈과 희망마저 잃어버려 '칠포세대'라는 겁니다. 청년 실업자와 청년 신용불량자를 더한 '청년 실신'이란 말도 나오고, 화려한 취업 조건을 갖추고도 장기간 미취업 상태의 취업준비생을 뜻하는 '장미족'이란 신조어도 나왔다고 합니다. 참 암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기업들은 정작 제대로 된 일자리 숫자는 얼마 되지도 않는 계획을 내놓으며 "몇만 명 일자리를 만들겠다", "사상 최대의 고용이다"라고 자랑합니다. 그들만의 계산법으로 부풀린 수치를 들이대고 생색을 냅니다. 이런 태도가 절망에 빠진 '칠포세대'에게는 어떻게 느껴질까요 ? 희망과 공감을 주기는 커녕 허탈과 분노만 일깨우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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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후
● 청년실업률 10.2%? 현실은 4명 중 1명이 ‘백수’

통계청의 발표로는 지난 6월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10.2% 입니다. 청년 10명 중에 1명 꼴로 실업 상태라는 거죠. 그런데 주변을 보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태반입니다. 왜 그럴까요? 공식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은 공식 실업률 통계를 작성할 때 어떤 일이든지 일을 하고 있으면 모두 취업자로 분류합니다. 취업 준비나 고시 공부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취업자로 간주합니다. 어쩔 수 없이 대학 졸업을 미루고 취업 준비를 하는 경우에도 학생으로 분류해 실업자로 보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실업 상태인 이런 경우를 모두 합하면 청년 실업자는 무려 116만 명에 이릅니다. 이 현실을 반영한 '청년체감실업률'은 23%로 정부의 공식 '청년실업률' 10.2%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현재 실업 상태인 청년은 10명에 1명꼴이 아니라 4명에 1명꼴입니다.

이처럼 현실과 다른 '공허한' 수치는 비단 실업률만이 아닙니다.

● 연일 발표된 ‘최대 규모’ 고용 계획

채용 계획 발표한 재벌 기업들채용 계획 발표한 재벌 기업들


삼성 2년간 3만 명, SK 2년간 2만 4천 명, 롯데 3년간 2만 4천 명, 현대차 올해 역대 최대인 1만 500명…. 최근 재벌 기업들이 잇따라 발표한 청년 고용 규모입니다. 정부가 지난달 말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내놓고 대기업부터 청년 고용을 늘려야 우리 경제가 살 수 있다고 연일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기업들이 청년 고용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여기에 재벌들이 곧장 화답한 모습입니다. 내놓은 고용계획 규모, 얼핏 보면 대단한 숫자입니다. 이만큼 청년을 고용하면 청년 실업 문제는 금세 풀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현실과 다른 '공허한' 수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따져볼까요?

● 태반이 인턴과 창업교육…이게 청년 일자리?

SK 채용 계획 발표SK 채용 계획 발표


삼성의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에 나온 숫자 3만 명 중 직접 채용은 만 명뿐입니다. 나머지 2만 명은 인턴 프로그램과 교육, 창업 활성화 지원 등을 하겠다는 숫자입니다. 먼저 3천 명에 해당하는 '고용 디딤돌'의 내용을 보면, 삼성 계열사에서 3개월 직무교육에 이어 협력사에서 3개월 인턴십을 거친 뒤에 삼성 협력사에 채용되도록 '연계'하는 겁니다. 삼성이 직접 채용하는 것도, 협력사가 채용하는 것도 아닌, 협력사에 채용되도록 하겠다는 거죠. 물론 6개월간 직무교육과 인턴십에 필요한 비용은 삼성이 대겠다고는 하지만, 해당 청년 처지에서 보면 최저 임금을 조금 웃도는 월 150만 원을 받고 6개월간 '잡일'만 하다가 다시 실업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직업체험 인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제품 영업 업무를 3개월간 체험할 수 있도록 2천 명을 선발하겠다는 건데, 3개월 뒤 그중에 몇 명을 채용하겠다는 약속은 전혀 없습니다. 이 계획만 놓고 보면 청년들은 삼성의 영업만 해주고 나서 3개월 만에 다시 백수가 될 판입니다. 창업을 돕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 역시 고용과는 관련 없는 거죠. 그나마 직접 채용 계획을 밝힌 만 명이라는 숫자도 따져보면 삼성이 생색낼 형편은 아닙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와 호텔신라 면세점 등에 신규투자를 해서 일자리 만 개를 만들어 채용하겠다는 건데, 반도체 공장 증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된 투자입니다. 면세점은 삼성의 과감한 투자가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 사업권을 따낸 덕에 당연히 신규 인력이 필요해진 부분입니다.

최태원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느냐 마느냐 관심이었던 지난 5일, SK는 내년부터 2년간 2만 4천 명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협력사들과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채용 대상은 그중에 한 명도 없습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고용 디딤돌'로 이름 붙인 인턴이 4천 명이고 나머지 2만 명은 창업교육 지원입니다.

롯데는 어떨까요?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의 뭇매가 매서웠던 지난 6일, 롯데는 2018년까지 청년 2만 4천 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신입사원과 인턴사원을 포함하여'라고 했습니다. 2만 4천 명 중에 과연 몇 명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게 될까요? 롯데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차도 보겠습니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만 500명을 뽑겠다고 생색을 냈는데, 이미 밝혀온 올해 채용규모가 9천500명에다가 천 명을 늘려 발표한 겁니다. 그런데 그 천 명은 임금피크제를 통해서 채용하겠다는 겁니다. 현대차는 아무런 부담을 지지 않고, 기성세대 직원의 월급을 깎아서 청년을 더 뽑겠다는 셈법입니다.

● ‘나쁜 일자리’는 고용 대책 아니다

사실 경기 불황에 실적이 좋지 않은 여건인데도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린다고 하니 반길 일입니다. 그러나 살펴본 것처럼 재벌기업이 발표한 숫자의 상당수는 취업과는 거리가 있는 창업 교육 지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또 상당수는 몇 달간의 인턴에 불과합니다.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단기 일자리, 노동 여건이 열악한 '나쁜 일자리'입니다. '나쁜 일자리'는 근본적인 실업 해소와 고용 확대를 위한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우광호 박사는, "지금 기업들이 내놓은 대책은 한계가 있다. 당장 통계치로는 조금 나아지는 현상을 보이겠지만 앞으로 그 청년들이 다시 취업시장에 들어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재벌기업들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은 없이 숫자에만 집중해 고용대책을 잇따라 발표한 건 왜일까요? 청년 일자리를 늘리라고 압박하는 정부에 당장 실적을 내보이기 위해 졸속으로 만든 고육책이었을까요? 청년 일자리 창출의 명분을 쌓아 '해고 요건 완화'나 '임금피크제' 도입과 같은 기업들의 요구를 은근슬쩍 달성하기 위한 포석은 아닐까요?

● 재벌들의 이상한 계산법과 ‘칠포세대’의 분노

요즘 청년들의 현실을 빗댄 '칠포세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취업이 어려워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여기에다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오포세대'. 나아가 꿈과 희망마저 잃어버려 '칠포세대'라는 겁니다. 청년 실업자와 청년 신용불량자를 더한 '청년 실신'이란 말도 나오고, 화려한 취업 조건을 갖추고도 장기간 미취업 상태의 취업준비생을 뜻하는 '장미족'이란 신조어도 나왔다고 합니다. 참 암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기업들은 정작 제대로 된 일자리 숫자는 얼마 되지도 않는 계획을 내놓으며 "몇만 명 일자리를 만들겠다", "사상 최대의 고용이다"라고 자랑합니다. 그들만의 계산법으로 부풀린 수치를 들이대고 생색을 냅니다. 이런 태도가 절망에 빠진 '칠포세대'에게는 어떻게 느껴질까요 ? 희망과 공감을 주기는 커녕 허탈과 분노만 일깨우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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