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총리에서 징역형으로 불명예 퇴진…굴곡진 정치인생

입력 2015.08.20 (18:26) 수정 2015.08.2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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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운동의 대모로 정치계에 입문해 첫 여성 총리까지 지냈던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돼 일흔이 넘은 나이에 2년간 옥살이를 하게 됐다.

징역형을 마친 후에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정치무대를 떠나게 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의원에 대해 8(유죄)대 5(일부 무죄) 의견으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3차례에 걸쳐 불법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됐다. 1심은 한 전 대표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한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9월 서울고등법원은 한 전 대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유죄를 징역 2년 실형과 추징금 8억8천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여성운동 아이콘 -> 첫 여성 총리 -> 첫 총리 출신 수감자로

1944년 태어난 한 전 총리의 인생은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가 결혼 6개월 만에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급변했다. 박 교수의 옥바라지를 하면서 '크리스천 아카데미'에 들어가 여성운동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크리스천 아카데미에서 여성분과 간사를 역임하다 1979년 이념서적을 학습·반포한 혐의로 구속돼 2년 넘게 옥고를 치렀다.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뒤 한국여성민우회 회장,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등을 거치면서 여성운동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한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치권에 입성했다. 이듬해 여성부가 신설되면서 초대 여성부 장관에 발탁됐고, 참여정부 탄생과 함께 환경부 장관에 오르기도 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경기도 고양일산갑에 출마해 당시 5선 의원이던 홍사덕 의원을 꺾고 당선됐고, 2006년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임명돼 정치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참여정부까지 누구보다 화려한 여성정치인의 길을 걸었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순탄치 않은 날이 계속됐다. 2009년부터 검찰과의 질긴 악연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2009년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미화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한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에도 이듬해 4월 서울 중앙지법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한 의원은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첫 여성 서울시장에 도전했지만 당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0.6%의 표차로 분패했고, 검찰은 선거에서 패한 지 한 달 반 만에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한 의원을 다시 불구속 기소 됐다.

5만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2012년 1월 2심에서까지 무죄 선고를 받고, 2013년 대법원에서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것이 결국 한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

그해 9월 서울고등법원이 추징금 8억8천만원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2년이 지난 오늘(20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국무총리 출신 첫 수감자 생활을 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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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20 18:26:14
    • 수정2015-08-20 22: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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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운동의 대모로 정치계에 입문해 첫 여성 총리까지 지냈던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돼 일흔이 넘은 나이에 2년간 옥살이를 하게 됐다. 징역형을 마친 후에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정치무대를 떠나게 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의원에 대해 8(유죄)대 5(일부 무죄) 의견으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3차례에 걸쳐 불법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됐다. 1심은 한 전 대표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한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9월 서울고등법원은 한 전 대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유죄를 징역 2년 실형과 추징금 8억8천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여성운동 아이콘 -> 첫 여성 총리 -> 첫 총리 출신 수감자로 1944년 태어난 한 전 총리의 인생은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가 결혼 6개월 만에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급변했다. 박 교수의 옥바라지를 하면서 '크리스천 아카데미'에 들어가 여성운동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크리스천 아카데미에서 여성분과 간사를 역임하다 1979년 이념서적을 학습·반포한 혐의로 구속돼 2년 넘게 옥고를 치렀다.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뒤 한국여성민우회 회장,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등을 거치면서 여성운동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한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치권에 입성했다. 이듬해 여성부가 신설되면서 초대 여성부 장관에 발탁됐고, 참여정부 탄생과 함께 환경부 장관에 오르기도 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경기도 고양일산갑에 출마해 당시 5선 의원이던 홍사덕 의원을 꺾고 당선됐고, 2006년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임명돼 정치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참여정부까지 누구보다 화려한 여성정치인의 길을 걸었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순탄치 않은 날이 계속됐다. 2009년부터 검찰과의 질긴 악연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2009년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미화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한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에도 이듬해 4월 서울 중앙지법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한 의원은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첫 여성 서울시장에 도전했지만 당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0.6%의 표차로 분패했고, 검찰은 선거에서 패한 지 한 달 반 만에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한 의원을 다시 불구속 기소 됐다. 5만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2012년 1월 2심에서까지 무죄 선고를 받고, 2013년 대법원에서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것이 결국 한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 그해 9월 서울고등법원이 추징금 8억8천만원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2년이 지난 오늘(20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국무총리 출신 첫 수감자 생활을 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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