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막후 지휘…‘대북 확성기’의 위력

입력 2015.08.25 (12:21) 수정 2015.08.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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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사흘 간 내리 진행된 남북 회담은 철통 같은 보안 속에 이뤄져 회담장 밖에서는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북한의 최고 지도자들은 협상 상황을 속속들이 다 보고 있었습니다.

남북간 접촉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후 6시 반 이 곳 회담장에는 소형 카메라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남북 회담 장면을 서울과 평양으로 실시간 전송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남측 뒤 CCTV는 북측 대표단을, 북측 뒤 CCTV는 남측 대표단을 비추며 얼굴 표정까지 포착합니다.

남북 최고 지도자들은 이 CCTV로 회담을 지켜보면서 그때 그때 훈령을 주거나 쪽지를 보내는 식으로 막후에서 협상을 지휘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박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협상단 네 명을 사이에 두고 일종의 간접 회담을 진행한 셈입니다.

협상을 주도한 김관진, 황병서 두 사람에게 나름의 재량권이 있다 해도 그때 그때 서울과 평양의 지시를 받고 정회와 재개를 반복하면서 회담이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이번 접촉은 남북한 정상이 최측근 실세를 내세운 대리전 성격이 컸던 만큼 양측 대표 모두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심정으로 회담에 임했을 거란 분석입니다.

고령에, 최고위급인 대표들이 연일 밤을 새우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가 힘듭니다.

특히 여차 하면 판을 깨고 자리를 떴던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는 끝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던 데는 무엇보다 '대북 확성기 중단'을 원하는 북측 수뇌부의 절박한 상황이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협상에서 다시금 확인된 '대북 확성기의 위력'은 계속해서 송영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녹취> "아리랑 아리랑"

군은 북한의 지뢰 도발에 강력 응징을 천명하며 2004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난 10일 재개했습니다.

대북 확성기는 최전방 11곳에 설치돼 하루에 두 번씩 모두 8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발전상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주로 선전했습니다.

<녹취> "대한민국은 자동차를 비롯해 첨단공산품인 컴퓨터와 스마트폰까지 수출하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입니다."

빅뱅과 소녀시대, 아이유 등 케이팝 스타들의 히트곡까지 북녘에 울려퍼졌습니다.

특히, 김정은 체제를 고발하는 등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뉴스는 북한 병사들에게 큰 심리적 충격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3번 방문했지만 김정은은 한번도 방문하지 못했다는 내용도 방송됐습니다.

급기야 북한은 선전포고라며, 추가 군사 행동을 경고했지만 물밑으론 대화의 손을 내밀었고, 남측은 북의 유감 표명을 받아내며 재개 15일 만인 오늘 정오에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협상 내내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습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확성기 방송이 북한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심리전 수단으로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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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25 12:23:24
    • 수정2015-08-25 1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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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사흘 간 내리 진행된 남북 회담은 철통 같은 보안 속에 이뤄져 회담장 밖에서는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북한의 최고 지도자들은 협상 상황을 속속들이 다 보고 있었습니다.

남북간 접촉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후 6시 반 이 곳 회담장에는 소형 카메라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남북 회담 장면을 서울과 평양으로 실시간 전송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남측 뒤 CCTV는 북측 대표단을, 북측 뒤 CCTV는 남측 대표단을 비추며 얼굴 표정까지 포착합니다.

남북 최고 지도자들은 이 CCTV로 회담을 지켜보면서 그때 그때 훈령을 주거나 쪽지를 보내는 식으로 막후에서 협상을 지휘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박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협상단 네 명을 사이에 두고 일종의 간접 회담을 진행한 셈입니다.

협상을 주도한 김관진, 황병서 두 사람에게 나름의 재량권이 있다 해도 그때 그때 서울과 평양의 지시를 받고 정회와 재개를 반복하면서 회담이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이번 접촉은 남북한 정상이 최측근 실세를 내세운 대리전 성격이 컸던 만큼 양측 대표 모두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심정으로 회담에 임했을 거란 분석입니다.

고령에, 최고위급인 대표들이 연일 밤을 새우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가 힘듭니다.

특히 여차 하면 판을 깨고 자리를 떴던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는 끝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던 데는 무엇보다 '대북 확성기 중단'을 원하는 북측 수뇌부의 절박한 상황이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협상에서 다시금 확인된 '대북 확성기의 위력'은 계속해서 송영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녹취> "아리랑 아리랑"

군은 북한의 지뢰 도발에 강력 응징을 천명하며 2004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난 10일 재개했습니다.

대북 확성기는 최전방 11곳에 설치돼 하루에 두 번씩 모두 8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발전상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주로 선전했습니다.

<녹취> "대한민국은 자동차를 비롯해 첨단공산품인 컴퓨터와 스마트폰까지 수출하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입니다."

빅뱅과 소녀시대, 아이유 등 케이팝 스타들의 히트곡까지 북녘에 울려퍼졌습니다.

특히, 김정은 체제를 고발하는 등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뉴스는 북한 병사들에게 큰 심리적 충격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3번 방문했지만 김정은은 한번도 방문하지 못했다는 내용도 방송됐습니다.

급기야 북한은 선전포고라며, 추가 군사 행동을 경고했지만 물밑으론 대화의 손을 내밀었고, 남측은 북의 유감 표명을 받아내며 재개 15일 만인 오늘 정오에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협상 내내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습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확성기 방송이 북한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심리전 수단으로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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