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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한반도] 대결에서 대화로…“합의 이행이 관건”
입력 2015.08.29 (07:49) 수정 2015.08.29 (09:02) 남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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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 고위급 접촉이 전격 타결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던 남북관계가 일거에 대화 국면으로 전환됐습니다.

남북 합의에 따라 당장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이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협상은 타결됐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합의 이행이라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긴박했던 3박 4일의 마라톤협상 과정과, 협상 타결 이후 남북 관계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송지현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녹취> 김관진(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도발 행위에 대한 재발방지 및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녹취>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 “온 겨레가 바라는 민족번영의 시대, 통일의 시대를 앞당기기 위하여 모든 힘을 다할 것입니다.”

지난 22일 오후 3시.

북한이 남측에 통보한 이른바 ‘최후통첩시한’ 2시간 전 남북이 전격적으로 고위 당국자 접촉을 갖기로 합의한 사실이 발표됩니다.

<녹취> 김규현(청와대 국가 안보실 1차장) : "우리 시간 오늘 오후 6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 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의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비서 간 접촉을 갖기로 오늘 오후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3시간 반 뒤인 오후 6시 반,

판문점 우리 측 구역인 평화의 집에서 남북 간에 담판이 시작됐습니다.

우리 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남북의 안보와 남북관계 책임자들이 지난해 아시안게임 폐막식 이후 열 달 만에 협상장에 마주 앉은 겁니다.

하지만 회담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습니다.

우리 측은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미래에 관한 논의를 하자고 맞섰습니다.

<녹취> 홍용표(통일부 장관) : "이런 긴장 상태가 북한의 그런 지뢰 도발로 인해서 촉발됐고 그래서 우리는 북한이 그 부분에 대해서 분명히 시인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강력하게 했고, 하지만 북한은 계속 그것을 부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담장에서는 고성이 오갔고 '전쟁' 언급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김관진 실장은 전군을 지휘한 경력을 강조하며 지뢰도발과 관련한 증거 자료를 제시해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 북한은 집요하게 대북 확성기 방송의 우선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홍용표(통일부 장관) :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을 굉장히 중요 목표로 설정했다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치열한 밀고 당기기는 회담장 너머 서울과 평양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중앙 테이블 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회담 상황이 실시간으로 서울과 평양에 전달됐습니다.

남북의 정상들이 회담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할 경우 지침을 내리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대리 회담을 진행한 겁니다.

하지만 회담 시작 열 시간 뒤, 남북 대표들은 끝내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정회를 선언합니다.

그리고 당일 오후 3시 반, 정회 11시간 만에 2차 접촉이 시작됩니다.

남북은 1차 접촉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합의문 작성을 위한 문안 협상을 본격화합니다.

북한과 사과를 어느 수위로 표현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어떤 방식으로 합의문에 담을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홍용표(통일부 장관) : “북한의 시인과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그런 과정이 어떻게 보면 길기도 했고 가장 어려웠던 순간입니다. (북한의 입장이)협의 과정에서 서서히 변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틀 밤을 지내며 무려 33시간이 걸린 2차 회담.

협상 중간중간 북측은 회담장에서 2분 거리인 통일각에서 식사와 짧은 휴식을 취했고 우리 측은 평화의 집에서 쪽잠과 배달음식으로 버티며 회담을 이어갔습니다.

<녹취> 홍용표(통일부 장관) : “계속 실내에 있다 보니까 밤낮의 구분도 없었고 밤에도 회담이 열리는 경우도 있고 해서 편히 잘 수는 없었고요 잠깐 짬 날 때 조는 정도였습니다.”

공전을 거듭하던 협상은 양측의 수석대표인 김관진 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1대1 비공개 접촉을 통해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5일 오전 0시 55분, 나흘간에 걸친 총 43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남북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남북은 25일 새벽 2시, 공동 보도문 형식으로 합의문을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녹취> 김관진(청와대 국가 안보실장) :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의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북한은 특히 최대 쟁점이었던 도발 사과 문제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녹취>황병서(북한군 총정치국장) :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데 대하여 유감을 표명한 것입니다.

확성기 방송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북한이 남북 합의 문서로는 처음으로 스스로를 주체로 명시해 유감을 표명한 겁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과거의 것들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한 것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표현을 담아서 자기 방식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남과 북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최초의 사례라고 봅니다.“

남북은 또 이번 협상에서 당국 회담을 서울이나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 개최하고,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다음 달 초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고, 민간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을 일거에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는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도발 악순환을 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대북 원칙론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인터뷰> 김용현(교수/동국대 북한학과) : “북한의 무력시위 이후에 대화에 나서고 또다시 무력시위가 이어진 그런 악순환을 명확하게 끊는 이런 차원의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또 그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북한에 대해서 압박을 가하는 이런 형태가 실질적으로 이번에 북한이 대화에 나서게 만드는 그런 하나의 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체제를 위협하는 확성기방송만큼은 반드시 중단시키겠다는 북한의 절박함도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배경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남성욱(교수/고려대 북한학과) : “이번 합의의 1차적인 북한의 목적이 확성기 방송 중단이고 김정은이 직접 이를 지시했기 때문에 북한의 황병서 입장에서는 확성기를 중단하지 않고서는 판문점을 떠나서 평양으로 복귀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을 했고, 이 문제를 초지일관 요구해서 결국은 유감 표명의 단어와 맞바꾸는 그런 결과를 가져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합의 발표 10시간 뒤, 남북은 가장 먼저 휴전선 일대에서 합의를 이행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스위치가 정오를 기해 일제히 내려졌고 북한도 준전시 상태를 해제했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 NLL 근처로 이동했던 북한의 공기 부양정 10척이 철수하고, 서북도서 전방의 북한 해안포 기지에서 포구를 닫는 모습이 관측됐습니다.

또 잠시 한미 감시망을 벗어났던 북한 잠수함 50여 척도 속속 소속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군 당국도 최전방 부대에 하달했던 최고경계태세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녹취> 김민석(국방부 대변인) : "북한도 지금 준전시체제에 맞게 전방에 배치되어있는 군사력을 되돌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리의 대비태세, 경계태세도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할 계획입니다."

북한의 포격 도발이 발생했던 경기도 연천의 대피소.

협상이 타결되면서 주민들의 표정에 활기가 넘칩니다.

나흘간 대피소 생활을 했던 주민들이 서둘러 집에 가기 위해 짐을 싸고 있는 것입니다.

<녹취> "오랜만에 댁에 오시니까 기분이 어떠세요?“

<녹취> “좋죠, 집이니까요."

한동안 긴장이 감돌던 마을에도 모처럼 평화가 찾아 왔습니다.

떠났던 주민들이 돌아오면서 북한의 도발 3주 만에 마을이 일상을 되찾은 겁니다.

<녹취> 황춘자(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 “아이고 다행이다. 천만 다행이다. 오늘은 마음 가볍게 일하겠다. 그래서 아침 5시에 먹고 나와서 이렇게 일하고 그래요”

협상 타결 이틀 뒤,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이 자리에서 정부는 추석 이산가족 상봉 일정을 당면 과제로 협의했습니다.

합의 사항 중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가 가장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인터뷰> 홍용표(통일부 장관/지난 27일, 국회 보고) : "규모 문제는 양측이 만나서 적정규모를 협의를 해 나가야 될 것이고요. 규모가 크지 못할 경우에는 다행히 이번에 계속해 나가기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가족 분들이 빨리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그렇게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북한도 당중앙 군사위 확대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 제1 위원장은 이번 접촉에서 이룬 남북간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꿔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녹취> 어제 조선중앙TV : “김정은 동지께서는 북남고위급 긴급접촉에서 공동보도문이 발표된 것은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파국에 처한 북남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 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로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도 이번 공동 합의를 계기로 남북 간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이산상봉행사와 당국 회담 등 남북 대화와 교류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됩니다.

협상 타결 사흘 뒤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다음 달초 판문점에서 갖자고 북측에 제안했습니다.

<녹취> 정준희(통일부 대변인) :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합의한 대로 추석 계기 상봉을 포함한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 7일 월요일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했습니다.”

생존자 확인과 남북 간 명단 교환에 한 달 정도 걸리는 걸 감안하면 상봉 행사는 추석을 지나 10월이 돼야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김성근(대한적십자사 국제, 남북국 국장) : "대략 회담 이후에 한 달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9월 초에 실무 접촉이 열리게 되면 아무래도 추석 지나서 10월 초·중순 정도 상봉이 가능하지 않을까"

정부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상봉 정례화와 함께 이산가족 전체의 생사확인, 서신 교환 등을 본격 추진할 방침입니다.

당국 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검토 작업도 본격화됐습니다.

회담 형식으로는 이번에 성과를 낸 '2+2' 형식의 고위 당국자 접촉을 다시 가동하거나, 과거 정부 때처럼 총리급이나 장관급 회담을 수시로 여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또 이 회담을 축으로 그 아래 정치와 경제, 군사 등 분야별 회담을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됩니다.

북한의 협상을 주도했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도 이번 협상 타결을 계기로 남북이 대담하게 관계 개선에 나서야한다며 당국간 대화 재개는 물론 다양한 대화 틀을 제안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7일) : “북과 남은 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을 발전시켜 서로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며,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활성해 나가야 한다.“

고위급 협상 타결로 한숨을 돌린 정부는 향후 남북관계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인 만큼, 일단 이에 대한 합의 이행을 지켜본 뒤 후속 조치는 우선순위에 따라 차분하게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안정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합의대로 진행되는 게 중요합니다.

<인터뷰> 남성욱(교수/고려대 북한학과) : "9월 초로 예정된 남북 적십자 실무회담이 1차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 성의를 보이고, 뭐 상봉 정례화에 대해서 정례화라 하면 최소한 3개월에 한 번 정도 뭐 그런 정도의 약속을 하고 이를 이행한다면 남북 관계는 좀 탄력을 받을 것입니다."

특히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향후 북한의 도발 변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대화 국면을 지속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지뢰 도발로 촉발된 일촉즉발의 대결 국면을 일거에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킨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타결.

모처럼의 대화 분위기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실한 합의 이행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 [이슈&한반도] 대결에서 대화로…“합의 이행이 관건”
    • 입력 2015-08-29 08:36:02
    • 수정2015-08-29 09:02:22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 고위급 접촉이 전격 타결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던 남북관계가 일거에 대화 국면으로 전환됐습니다.

남북 합의에 따라 당장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이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협상은 타결됐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합의 이행이라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긴박했던 3박 4일의 마라톤협상 과정과, 협상 타결 이후 남북 관계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송지현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녹취> 김관진(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도발 행위에 대한 재발방지 및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녹취>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 “온 겨레가 바라는 민족번영의 시대, 통일의 시대를 앞당기기 위하여 모든 힘을 다할 것입니다.”

지난 22일 오후 3시.

북한이 남측에 통보한 이른바 ‘최후통첩시한’ 2시간 전 남북이 전격적으로 고위 당국자 접촉을 갖기로 합의한 사실이 발표됩니다.

<녹취> 김규현(청와대 국가 안보실 1차장) : "우리 시간 오늘 오후 6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 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의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비서 간 접촉을 갖기로 오늘 오후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3시간 반 뒤인 오후 6시 반,

판문점 우리 측 구역인 평화의 집에서 남북 간에 담판이 시작됐습니다.

우리 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남북의 안보와 남북관계 책임자들이 지난해 아시안게임 폐막식 이후 열 달 만에 협상장에 마주 앉은 겁니다.

하지만 회담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습니다.

우리 측은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미래에 관한 논의를 하자고 맞섰습니다.

<녹취> 홍용표(통일부 장관) : "이런 긴장 상태가 북한의 그런 지뢰 도발로 인해서 촉발됐고 그래서 우리는 북한이 그 부분에 대해서 분명히 시인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강력하게 했고, 하지만 북한은 계속 그것을 부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담장에서는 고성이 오갔고 '전쟁' 언급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김관진 실장은 전군을 지휘한 경력을 강조하며 지뢰도발과 관련한 증거 자료를 제시해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 북한은 집요하게 대북 확성기 방송의 우선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홍용표(통일부 장관) :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을 굉장히 중요 목표로 설정했다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치열한 밀고 당기기는 회담장 너머 서울과 평양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중앙 테이블 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회담 상황이 실시간으로 서울과 평양에 전달됐습니다.

남북의 정상들이 회담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할 경우 지침을 내리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대리 회담을 진행한 겁니다.

하지만 회담 시작 열 시간 뒤, 남북 대표들은 끝내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정회를 선언합니다.

그리고 당일 오후 3시 반, 정회 11시간 만에 2차 접촉이 시작됩니다.

남북은 1차 접촉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합의문 작성을 위한 문안 협상을 본격화합니다.

북한과 사과를 어느 수위로 표현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어떤 방식으로 합의문에 담을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홍용표(통일부 장관) : “북한의 시인과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그런 과정이 어떻게 보면 길기도 했고 가장 어려웠던 순간입니다. (북한의 입장이)협의 과정에서 서서히 변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틀 밤을 지내며 무려 33시간이 걸린 2차 회담.

협상 중간중간 북측은 회담장에서 2분 거리인 통일각에서 식사와 짧은 휴식을 취했고 우리 측은 평화의 집에서 쪽잠과 배달음식으로 버티며 회담을 이어갔습니다.

<녹취> 홍용표(통일부 장관) : “계속 실내에 있다 보니까 밤낮의 구분도 없었고 밤에도 회담이 열리는 경우도 있고 해서 편히 잘 수는 없었고요 잠깐 짬 날 때 조는 정도였습니다.”

공전을 거듭하던 협상은 양측의 수석대표인 김관진 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1대1 비공개 접촉을 통해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5일 오전 0시 55분, 나흘간에 걸친 총 43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남북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남북은 25일 새벽 2시, 공동 보도문 형식으로 합의문을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녹취> 김관진(청와대 국가 안보실장) :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의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북한은 특히 최대 쟁점이었던 도발 사과 문제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녹취>황병서(북한군 총정치국장) :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데 대하여 유감을 표명한 것입니다.

확성기 방송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북한이 남북 합의 문서로는 처음으로 스스로를 주체로 명시해 유감을 표명한 겁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과거의 것들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한 것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표현을 담아서 자기 방식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남과 북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최초의 사례라고 봅니다.“

남북은 또 이번 협상에서 당국 회담을 서울이나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 개최하고,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다음 달 초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고, 민간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을 일거에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는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도발 악순환을 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대북 원칙론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인터뷰> 김용현(교수/동국대 북한학과) : “북한의 무력시위 이후에 대화에 나서고 또다시 무력시위가 이어진 그런 악순환을 명확하게 끊는 이런 차원의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또 그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북한에 대해서 압박을 가하는 이런 형태가 실질적으로 이번에 북한이 대화에 나서게 만드는 그런 하나의 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체제를 위협하는 확성기방송만큼은 반드시 중단시키겠다는 북한의 절박함도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배경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남성욱(교수/고려대 북한학과) : “이번 합의의 1차적인 북한의 목적이 확성기 방송 중단이고 김정은이 직접 이를 지시했기 때문에 북한의 황병서 입장에서는 확성기를 중단하지 않고서는 판문점을 떠나서 평양으로 복귀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을 했고, 이 문제를 초지일관 요구해서 결국은 유감 표명의 단어와 맞바꾸는 그런 결과를 가져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합의 발표 10시간 뒤, 남북은 가장 먼저 휴전선 일대에서 합의를 이행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스위치가 정오를 기해 일제히 내려졌고 북한도 준전시 상태를 해제했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 NLL 근처로 이동했던 북한의 공기 부양정 10척이 철수하고, 서북도서 전방의 북한 해안포 기지에서 포구를 닫는 모습이 관측됐습니다.

또 잠시 한미 감시망을 벗어났던 북한 잠수함 50여 척도 속속 소속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군 당국도 최전방 부대에 하달했던 최고경계태세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녹취> 김민석(국방부 대변인) : "북한도 지금 준전시체제에 맞게 전방에 배치되어있는 군사력을 되돌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리의 대비태세, 경계태세도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할 계획입니다."

북한의 포격 도발이 발생했던 경기도 연천의 대피소.

협상이 타결되면서 주민들의 표정에 활기가 넘칩니다.

나흘간 대피소 생활을 했던 주민들이 서둘러 집에 가기 위해 짐을 싸고 있는 것입니다.

<녹취> "오랜만에 댁에 오시니까 기분이 어떠세요?“

<녹취> “좋죠, 집이니까요."

한동안 긴장이 감돌던 마을에도 모처럼 평화가 찾아 왔습니다.

떠났던 주민들이 돌아오면서 북한의 도발 3주 만에 마을이 일상을 되찾은 겁니다.

<녹취> 황춘자(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 “아이고 다행이다. 천만 다행이다. 오늘은 마음 가볍게 일하겠다. 그래서 아침 5시에 먹고 나와서 이렇게 일하고 그래요”

협상 타결 이틀 뒤,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이 자리에서 정부는 추석 이산가족 상봉 일정을 당면 과제로 협의했습니다.

합의 사항 중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가 가장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인터뷰> 홍용표(통일부 장관/지난 27일, 국회 보고) : "규모 문제는 양측이 만나서 적정규모를 협의를 해 나가야 될 것이고요. 규모가 크지 못할 경우에는 다행히 이번에 계속해 나가기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가족 분들이 빨리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그렇게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북한도 당중앙 군사위 확대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 제1 위원장은 이번 접촉에서 이룬 남북간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꿔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녹취> 어제 조선중앙TV : “김정은 동지께서는 북남고위급 긴급접촉에서 공동보도문이 발표된 것은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파국에 처한 북남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 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로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도 이번 공동 합의를 계기로 남북 간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이산상봉행사와 당국 회담 등 남북 대화와 교류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됩니다.

협상 타결 사흘 뒤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다음 달초 판문점에서 갖자고 북측에 제안했습니다.

<녹취> 정준희(통일부 대변인) :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합의한 대로 추석 계기 상봉을 포함한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 7일 월요일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했습니다.”

생존자 확인과 남북 간 명단 교환에 한 달 정도 걸리는 걸 감안하면 상봉 행사는 추석을 지나 10월이 돼야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김성근(대한적십자사 국제, 남북국 국장) : "대략 회담 이후에 한 달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9월 초에 실무 접촉이 열리게 되면 아무래도 추석 지나서 10월 초·중순 정도 상봉이 가능하지 않을까"

정부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상봉 정례화와 함께 이산가족 전체의 생사확인, 서신 교환 등을 본격 추진할 방침입니다.

당국 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검토 작업도 본격화됐습니다.

회담 형식으로는 이번에 성과를 낸 '2+2' 형식의 고위 당국자 접촉을 다시 가동하거나, 과거 정부 때처럼 총리급이나 장관급 회담을 수시로 여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또 이 회담을 축으로 그 아래 정치와 경제, 군사 등 분야별 회담을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됩니다.

북한의 협상을 주도했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도 이번 협상 타결을 계기로 남북이 대담하게 관계 개선에 나서야한다며 당국간 대화 재개는 물론 다양한 대화 틀을 제안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7일) : “북과 남은 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을 발전시켜 서로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며,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활성해 나가야 한다.“

고위급 협상 타결로 한숨을 돌린 정부는 향후 남북관계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인 만큼, 일단 이에 대한 합의 이행을 지켜본 뒤 후속 조치는 우선순위에 따라 차분하게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안정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합의대로 진행되는 게 중요합니다.

<인터뷰> 남성욱(교수/고려대 북한학과) : "9월 초로 예정된 남북 적십자 실무회담이 1차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 성의를 보이고, 뭐 상봉 정례화에 대해서 정례화라 하면 최소한 3개월에 한 번 정도 뭐 그런 정도의 약속을 하고 이를 이행한다면 남북 관계는 좀 탄력을 받을 것입니다."

특히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향후 북한의 도발 변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대화 국면을 지속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지뢰 도발로 촉발된 일촉즉발의 대결 국면을 일거에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킨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타결.

모처럼의 대화 분위기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실한 합의 이행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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