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제2 수에즈 운하, 장기 집권 승부수?

입력 2015.08.29 (08:26) 수정 2015.08.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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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적으로 운하의 확장과 신설 붐이 일고 있습니다.

파나마 운하 확장과 제2의 파나마 운하 건설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데요.

이집트에서는 제2 수에즈 운하가 개통됐습니다.

140여 년 전 건설된 수에즈 운하 옆에 만들어져 선박의 양방향 동시 통행이 가능해졌습니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물류가 그만큼 활발해지게 된 겁니다.

1년이라는 단기간에 10조 가까운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고 하죠?

현 군사정부가 제2 운하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려 장기 집권 기반을 다지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랍의 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치안 불안에다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로 물류도 늘지 않고 있어서 이집트 정부의 장밋빛 꿈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창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홍해와 지중해를 이어 아시아와 유럽를 연결하는 관문인 수에즈 운하.

운하가 들어선 지 146년 만에 대형 화물선들이 예전과 달리 양방향으로 통과합니다.

새로 개통된 제2 수에즈 운하 덕분입니다.

새 운하는 기존 구간 가운데 35km는 새로 뱃길을 내고 37km는 기존 구간의 폭을 넓혀 만들어졌습니다.

<녹취> 아흐마드 하나피(선장) : "새 수에즈 운하는 모든 이집트인들의 꿈입니다. 새 운하가 개통돼 정말 기쁩니다."

새 운하 건설에는 80억 달러, 9조 6천억 원 가량이 투입됐습니다.

첫 삽을 뜬 지 1년 만입니다.

<녹취> 엘 시시(이집트 대통령) : "이집트인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전 세계에 확인 시켜 줬습니다.새 운하는 앞으로 우리가 이뤄낼 많은 일들 가운데 첫 번째입니다."

지난 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한 선박은 만 7천여 척.

세계 해상 무역량의 7% 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이번에 새 운하가 건설되면서 선박의 운하 통과 시간이 11시간으로 7시간 가량 줄어들 게 됩니다.

수에즈 운하청은 하루 통과 선박이 현재 49척에서 2023년까지 97척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녹취> 타렉 하사니엔(수에즈운하청 대변인) :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들의 연료 소비를 줄여 대기 환경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음식 등 다양한 화물도 더 빨리 수송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6일 이스마일리아에서 열린 새 운하 개통식.

현대판 피라미드 대역사로 비유되는 새 운하에 걸맞게 화려함의 극치였습니다.

운하 건설을 주도한 엘 시시 대통령은 제2의 건국 영웅, 제2의 나세르를 꿈꾸고 있습니다.

나세르 전 대통령은 제2차 중동전쟁 이후인 1956년 서구 열강들의 중재 속에 영국으로부터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 하면서 되찾아 사실상 건국 영웅으로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거리 곳곳엔 엘 시시 대통령 사진과 함께 새 운하는 이집트가 전 세계인들에게 주는 선물이란 축하 문구가 걸렸습니다.

엘 시시는 첫 수에즈 운하와 달리 외국 자본의 투자 제안을 거부하고 국민 펀드를 발행해 이집트 국민의 애국심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개통식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전 세계 지도자와 외교관 등 5천여 명이 초청됐습니다.

<녹취> 오타이피(알 샤르크 트리분 편집장) : "이집트인들이 밤낮으로 일해 이런 역사적인 성과를 얻어냈습니다.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새 운하는 이집트인들에게 희망의 물줄기가 되고 있습니다.

제2 수에즈 운하 개통을 계기로 이집트는 큰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이집트 당국은 침체된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수에즈 운하청은 새 운하 개통으로 운하 통관 수익이 올해 53억 달러에서 2023년까지 15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녹취> 아흐메드 하사니엔(이집트인 사업가) :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 인과 이집트 경제에 매우 중요합니다. 경제가 하루 빨리 회복되길 기대합니다."

이집트 정부는 수에즈 운하 일대를 선박 제조와 수리 그리고 물류 허브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새 운하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 100만개도 창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재 이집트의 실업률은 13%.

대규모 토목공사로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률을 해소한다는 이른바 '파라오식 프로젝트'인 셈입니다.

<녹취> 엘 시시(이집트 대통령) : "새 운하 건설 계획엔 많은 사업들이 있습니다. 이집트와 전 세계 간 더 많은 교역을 가능하게 할 겁니다."

하지만 새 운하 사업이 정부의 기대에 부응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이집트 당국이 추산한 이익은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수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전제여서 수입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세계 경제난 속에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에즈 운하 물류의 상당 부분인 유럽행 원유 이동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불안한 치안 상황이 문제입니다.

이집트 군 당국의 계속된 작전에도 수에즈 운하와 인접한 시나이 반도의 불안은 여전합니다.

2년 전 무슬림 형제단 출신의 무르스 이집트 전 대통령이 군부에 축출된 이후 시나이 반도에서는 무장 세력의 공격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새 운하 개통식 한달 전에는 IS 연계 테러 조직이 시나이 반도의 군 기지를 공격해 백여 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치안 불안은 수도 카이로도 마찬가지여서 지난 20일 국가보안부 건물 앞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일어나 경찰관 등 30명이 다쳤습니다.

다급해진 이집트 당국은 최근 군경의 공권력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 반 테러법안을 통과시켜 테러 방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녹취> 가말 바유미(국제협력부 사무총장) : "이집트의 치안을 백%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이집트인이든 외국인이든 테러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걸 용인할 수 없습니다."

치안 불안은 이집트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 산업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집트의 관광 수입은 75억 달러.

대규모 시위가 열렸던 지난 2013년 59억 달러에 비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시민 혁명 전인 2011년 125억 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침체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수에즈 운하 지구를 경제 자유 무역 지대로 설정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녹취> 알리아 알 마흐디(경제학 박사) : "외국인들 투자 유치를 위한 법과 제도를 개선해서 외국 자본과 이집트인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이집트의 건국 영웅, 나세르 따라잡기에 나선 엘 시시 대통령의 첫 사업인 '제 2 수에즈 운하'.

운하를 발판으로 신 이집트 건설과 경제 도약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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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제2 수에즈 운하, 장기 집권 승부수?
    • 입력 2015-08-29 08:55:40
    • 수정2015-08-29 09:21:4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세계적으로 운하의 확장과 신설 붐이 일고 있습니다.

파나마 운하 확장과 제2의 파나마 운하 건설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데요.

이집트에서는 제2 수에즈 운하가 개통됐습니다.

140여 년 전 건설된 수에즈 운하 옆에 만들어져 선박의 양방향 동시 통행이 가능해졌습니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물류가 그만큼 활발해지게 된 겁니다.

1년이라는 단기간에 10조 가까운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고 하죠?

현 군사정부가 제2 운하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려 장기 집권 기반을 다지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랍의 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치안 불안에다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로 물류도 늘지 않고 있어서 이집트 정부의 장밋빛 꿈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창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홍해와 지중해를 이어 아시아와 유럽를 연결하는 관문인 수에즈 운하.

운하가 들어선 지 146년 만에 대형 화물선들이 예전과 달리 양방향으로 통과합니다.

새로 개통된 제2 수에즈 운하 덕분입니다.

새 운하는 기존 구간 가운데 35km는 새로 뱃길을 내고 37km는 기존 구간의 폭을 넓혀 만들어졌습니다.

<녹취> 아흐마드 하나피(선장) : "새 수에즈 운하는 모든 이집트인들의 꿈입니다. 새 운하가 개통돼 정말 기쁩니다."

새 운하 건설에는 80억 달러, 9조 6천억 원 가량이 투입됐습니다.

첫 삽을 뜬 지 1년 만입니다.

<녹취> 엘 시시(이집트 대통령) : "이집트인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전 세계에 확인 시켜 줬습니다.새 운하는 앞으로 우리가 이뤄낼 많은 일들 가운데 첫 번째입니다."

지난 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한 선박은 만 7천여 척.

세계 해상 무역량의 7% 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이번에 새 운하가 건설되면서 선박의 운하 통과 시간이 11시간으로 7시간 가량 줄어들 게 됩니다.

수에즈 운하청은 하루 통과 선박이 현재 49척에서 2023년까지 97척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녹취> 타렉 하사니엔(수에즈운하청 대변인) :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들의 연료 소비를 줄여 대기 환경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음식 등 다양한 화물도 더 빨리 수송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6일 이스마일리아에서 열린 새 운하 개통식.

현대판 피라미드 대역사로 비유되는 새 운하에 걸맞게 화려함의 극치였습니다.

운하 건설을 주도한 엘 시시 대통령은 제2의 건국 영웅, 제2의 나세르를 꿈꾸고 있습니다.

나세르 전 대통령은 제2차 중동전쟁 이후인 1956년 서구 열강들의 중재 속에 영국으로부터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 하면서 되찾아 사실상 건국 영웅으로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거리 곳곳엔 엘 시시 대통령 사진과 함께 새 운하는 이집트가 전 세계인들에게 주는 선물이란 축하 문구가 걸렸습니다.

엘 시시는 첫 수에즈 운하와 달리 외국 자본의 투자 제안을 거부하고 국민 펀드를 발행해 이집트 국민의 애국심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개통식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전 세계 지도자와 외교관 등 5천여 명이 초청됐습니다.

<녹취> 오타이피(알 샤르크 트리분 편집장) : "이집트인들이 밤낮으로 일해 이런 역사적인 성과를 얻어냈습니다.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새 운하는 이집트인들에게 희망의 물줄기가 되고 있습니다.

제2 수에즈 운하 개통을 계기로 이집트는 큰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이집트 당국은 침체된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수에즈 운하청은 새 운하 개통으로 운하 통관 수익이 올해 53억 달러에서 2023년까지 15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녹취> 아흐메드 하사니엔(이집트인 사업가) :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 인과 이집트 경제에 매우 중요합니다. 경제가 하루 빨리 회복되길 기대합니다."

이집트 정부는 수에즈 운하 일대를 선박 제조와 수리 그리고 물류 허브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새 운하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 100만개도 창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재 이집트의 실업률은 13%.

대규모 토목공사로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률을 해소한다는 이른바 '파라오식 프로젝트'인 셈입니다.

<녹취> 엘 시시(이집트 대통령) : "새 운하 건설 계획엔 많은 사업들이 있습니다. 이집트와 전 세계 간 더 많은 교역을 가능하게 할 겁니다."

하지만 새 운하 사업이 정부의 기대에 부응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이집트 당국이 추산한 이익은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수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전제여서 수입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세계 경제난 속에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에즈 운하 물류의 상당 부분인 유럽행 원유 이동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불안한 치안 상황이 문제입니다.

이집트 군 당국의 계속된 작전에도 수에즈 운하와 인접한 시나이 반도의 불안은 여전합니다.

2년 전 무슬림 형제단 출신의 무르스 이집트 전 대통령이 군부에 축출된 이후 시나이 반도에서는 무장 세력의 공격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새 운하 개통식 한달 전에는 IS 연계 테러 조직이 시나이 반도의 군 기지를 공격해 백여 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치안 불안은 수도 카이로도 마찬가지여서 지난 20일 국가보안부 건물 앞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일어나 경찰관 등 30명이 다쳤습니다.

다급해진 이집트 당국은 최근 군경의 공권력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 반 테러법안을 통과시켜 테러 방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녹취> 가말 바유미(국제협력부 사무총장) : "이집트의 치안을 백%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이집트인이든 외국인이든 테러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걸 용인할 수 없습니다."

치안 불안은 이집트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 산업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집트의 관광 수입은 75억 달러.

대규모 시위가 열렸던 지난 2013년 59억 달러에 비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시민 혁명 전인 2011년 125억 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침체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수에즈 운하 지구를 경제 자유 무역 지대로 설정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녹취> 알리아 알 마흐디(경제학 박사) : "외국인들 투자 유치를 위한 법과 제도를 개선해서 외국 자본과 이집트인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이집트의 건국 영웅, 나세르 따라잡기에 나선 엘 시시 대통령의 첫 사업인 '제 2 수에즈 운하'.

운하를 발판으로 신 이집트 건설과 경제 도약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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