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전통시장 되살린 관광 명소 ‘마켓홀’

입력 2015.08.29 (08:43) 수정 2015.08.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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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독특한 건축물이 많아서 네덜란드의 건축 수도로 불리는 로테르담입니다.

이 거대한 아치형 건물은 내부에 전통시장을 품고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입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마켓홀이라고 부릅니다.

마켓홀은 개장 1년도 안 돼 세계적인 명소가 됐습니다.

통상적인 시장 같지 않게 아름답고 화려한 디자인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마켓홀 옆 광장에서는 5일장도 열립니다.

5일장과 실내 전통시장이 아파트와 공존하는 겁니다.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치열한 고민으로 탄생한 공공건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대형마트 영업 제한 조치가 위법하다는 소송이 제기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데요.

로테르담의 전통시장 살리기, 참고할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송명훈 순회특파원입니다.

<리포트>

2차 세계 대전 폐허를 딛고 도시 재건에 성공한 네덜란드 제2의 도시 로테르담.

유난히 독특한 형태의 현대적인 건축물이 많은 로테르담에 최근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또하나의 특별한 건축물이 들어섰습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마켓홀입니다.

길이 120미터, 높이 40미터. 말발굽처럼 생긴 거대한 아치형 건물 입니다.

투명한 유리벽를 통해 큐브하우스가 한눈에 들어오고(포즈) 천장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장식했습니다.

이 특이한 건물은 바로 지붕이 있는 시장입니다.

아치의 내부 1층에는 100여개의 상점이 있습니다.

시장은 활기가 넘칩니다.

<인터뷰> 욜란다 반 에스(마켓홀 상인) : "장사가 잘 됩니다. 우리 상품은 아주 특별하고 인기가 많아 잘 팔립니다. 관광객들은진열대의 상품들을 아주 맘에 들어합니다."

야외 시장에 비해 위생적이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몰려드는 인파로 마켓홀은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마켓홀이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첫번째 매력은 거대한 아치가 만들어내는 공간과 아름다움입니다.

양쪽 끝의 대형 유리벽을 통해 자연광이 시장 중심부까지 스며듭니다.

투명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교적 얇은 유리를 사용하면서도 북해의 강한 바람을 막아내기 위해 테니스 라켓 구조로 유리를 잡아맸습니다.

이 투명하고 거대한 유리벽은 건물 밖의 광장을 마켓홀 내부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수수한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 천장은 화사한 벽화로 장식했습니다.

꽃과 곤충, 신선한 시장의 먹거리들,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건축물까지, 로테르담 시의 정체성을 담았습니다.

아바타를 만든 뉴질랜드 애니메이션 회사 작품으로 4천개 패널을 만들어 붙여습니다.

마치 바티칸 성당의 벽화처럼, 보는 이들을 압도합니다.

<인터뷰> 베아트리체 펠라티(관광객/이탈리아인) : "천장을 장식한 그림이 마켓홀 전체를 감각적으로 만듭니다. 이 색과 공간이 맘에 듭니다. 빛은 벽화를 더 밝고 화사하게 만들어줍니다."

개장한 지 채 1년이 안됐지만 한 달 방문자는 100만 명.

마켓홀은 이제 로테르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습니다.

아치를 덮고 있는 외벽과 지붕은 아파트입니다.

실내 공간은 다른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마켓홀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이 아파트만의 특권입니다.

모두 228세대. 이중 절반 정도는 임대아파트, 최고층에는 펜트하우스가 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언제든지 쇼핑을 할 수 있으며, 우려 했던 소음과 냄새도 없습니다.

<인터뷰> 마르셀 반 펠트하우즌(마켓홀 아파트 주민) : "여기서 다양한 종류의 음식 판매대와 그 사이를 걷는 사람들을 보는게 즐겁습니다. 이 아파트는 정말 살기 좋은 곳입니다."

총 건립비는 2천200억 여원.

설계에서부터 완공까지 꼬박 10년이 걸렸습니다.

단지 관광객을 조금 더 끌어모으기 위해 이렇게 실험적인 주상복합 건물을 지은 건 아닙니다.

여기엔 전통시장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마켓홀 앞에 있는 광장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텅 비어있지만 이곳에선 닷새마다 한 번씩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 열립니다.

우리의 5일장처럼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어김없이 장이 열립니다.

마켓홀을 둘러본 많은 사람들이 야외시장으로 건너옵니다.

손님이 늘면서 상인들의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인터뷰> 토니펠링(전통시장 상인) : "마켓홀이 생기고 난 다음에 관광객들 도 많아졌고 손님이 늘어 바쁩니다."

실내에 있는 시장보다는 더 저렴한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소비자들에겐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인터뷰> 칼라 코에이만(전통시장 손님) : "마켓홀은 조금 비싼 편입니다. 그래서 마켓홀에서보다는 이곳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삽니다."

늘 고민이었던 주차장 문제도 해결됐습니다.

지하에 천200대를 수용할 수있는 거대한 주차장을 만들어 사람들이 보다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주차장 가는 길에는 건립 과정에서 나온 유물까지 꼼꼼하게 전시해, 이 장소가 지닌 역사성을 강조했습니다.

로테르담 시는 침체된 구도심의 상권을 회복하고, 도심 공동화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전통시장 옆에 있던 공립학교를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그 자리에 마켓홀을 짓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인터뷰> 마테이아 스타니치(로테르담시 공무원) : "원래 여기에는 2개의 학교가 있었는데, 마켓홀을 짓기 위해 다른 곳으로 학교를 옮겨야 했습니다."

마켓홀을 설계한 곳은 네덜란드의 건축 스튜디오 엠브이알디브이(mvrdv).

광장과 전통시장, 그리고 새로운 건축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고민하던 끝에 아치형의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왔습니다.

마켓홀은 개장 전부터 세계 건축계의 주목을 받았고, 올해 네덜란드 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인터뷰> 이교석(mvrdv 건축가) : "단순히 여러가지 상업시설, 주거시설이 수직적으로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창문을 통해 소통하고 시선이 트여짐에 따라 새로운 도시적 풍경이 만들어지는게 가장 중요한 설계의 주안점 중 하나였습니다."

지하주차장 건립비는 로테르담 시가 투자했습니다.

민간 개발사는 아파트 분양과 임대 수익 등으로 건물을 유지합니다.

시 정부의 관심은 도시의 전통을 지키면서 광장을 살려내는 것입니다.

<인터뷰> 마테이아 스타니치(로테르담시 공무원) : "마켓홀은 도심 발전과 주변 환경에 매우 중요합니다. 마켓홀은 도시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도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전통을 지켜내는 것.

그 어려운 숙제를 로테르담시는 혁신적인 공공건축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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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전통시장 되살린 관광 명소 ‘마켓홀’
    • 입력 2015-08-29 08:57:48
    • 수정2015-08-29 10:18:4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독특한 건축물이 많아서 네덜란드의 건축 수도로 불리는 로테르담입니다.

이 거대한 아치형 건물은 내부에 전통시장을 품고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입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마켓홀이라고 부릅니다.

마켓홀은 개장 1년도 안 돼 세계적인 명소가 됐습니다.

통상적인 시장 같지 않게 아름답고 화려한 디자인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마켓홀 옆 광장에서는 5일장도 열립니다.

5일장과 실내 전통시장이 아파트와 공존하는 겁니다.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치열한 고민으로 탄생한 공공건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대형마트 영업 제한 조치가 위법하다는 소송이 제기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데요.

로테르담의 전통시장 살리기, 참고할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송명훈 순회특파원입니다.

<리포트>

2차 세계 대전 폐허를 딛고 도시 재건에 성공한 네덜란드 제2의 도시 로테르담.

유난히 독특한 형태의 현대적인 건축물이 많은 로테르담에 최근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또하나의 특별한 건축물이 들어섰습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마켓홀입니다.

길이 120미터, 높이 40미터. 말발굽처럼 생긴 거대한 아치형 건물 입니다.

투명한 유리벽를 통해 큐브하우스가 한눈에 들어오고(포즈) 천장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장식했습니다.

이 특이한 건물은 바로 지붕이 있는 시장입니다.

아치의 내부 1층에는 100여개의 상점이 있습니다.

시장은 활기가 넘칩니다.

<인터뷰> 욜란다 반 에스(마켓홀 상인) : "장사가 잘 됩니다. 우리 상품은 아주 특별하고 인기가 많아 잘 팔립니다. 관광객들은진열대의 상품들을 아주 맘에 들어합니다."

야외 시장에 비해 위생적이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몰려드는 인파로 마켓홀은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마켓홀이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첫번째 매력은 거대한 아치가 만들어내는 공간과 아름다움입니다.

양쪽 끝의 대형 유리벽을 통해 자연광이 시장 중심부까지 스며듭니다.

투명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교적 얇은 유리를 사용하면서도 북해의 강한 바람을 막아내기 위해 테니스 라켓 구조로 유리를 잡아맸습니다.

이 투명하고 거대한 유리벽은 건물 밖의 광장을 마켓홀 내부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수수한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 천장은 화사한 벽화로 장식했습니다.

꽃과 곤충, 신선한 시장의 먹거리들,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건축물까지, 로테르담 시의 정체성을 담았습니다.

아바타를 만든 뉴질랜드 애니메이션 회사 작품으로 4천개 패널을 만들어 붙여습니다.

마치 바티칸 성당의 벽화처럼, 보는 이들을 압도합니다.

<인터뷰> 베아트리체 펠라티(관광객/이탈리아인) : "천장을 장식한 그림이 마켓홀 전체를 감각적으로 만듭니다. 이 색과 공간이 맘에 듭니다. 빛은 벽화를 더 밝고 화사하게 만들어줍니다."

개장한 지 채 1년이 안됐지만 한 달 방문자는 100만 명.

마켓홀은 이제 로테르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습니다.

아치를 덮고 있는 외벽과 지붕은 아파트입니다.

실내 공간은 다른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마켓홀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이 아파트만의 특권입니다.

모두 228세대. 이중 절반 정도는 임대아파트, 최고층에는 펜트하우스가 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언제든지 쇼핑을 할 수 있으며, 우려 했던 소음과 냄새도 없습니다.

<인터뷰> 마르셀 반 펠트하우즌(마켓홀 아파트 주민) : "여기서 다양한 종류의 음식 판매대와 그 사이를 걷는 사람들을 보는게 즐겁습니다. 이 아파트는 정말 살기 좋은 곳입니다."

총 건립비는 2천200억 여원.

설계에서부터 완공까지 꼬박 10년이 걸렸습니다.

단지 관광객을 조금 더 끌어모으기 위해 이렇게 실험적인 주상복합 건물을 지은 건 아닙니다.

여기엔 전통시장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마켓홀 앞에 있는 광장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텅 비어있지만 이곳에선 닷새마다 한 번씩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 열립니다.

우리의 5일장처럼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어김없이 장이 열립니다.

마켓홀을 둘러본 많은 사람들이 야외시장으로 건너옵니다.

손님이 늘면서 상인들의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인터뷰> 토니펠링(전통시장 상인) : "마켓홀이 생기고 난 다음에 관광객들 도 많아졌고 손님이 늘어 바쁩니다."

실내에 있는 시장보다는 더 저렴한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소비자들에겐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인터뷰> 칼라 코에이만(전통시장 손님) : "마켓홀은 조금 비싼 편입니다. 그래서 마켓홀에서보다는 이곳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삽니다."

늘 고민이었던 주차장 문제도 해결됐습니다.

지하에 천200대를 수용할 수있는 거대한 주차장을 만들어 사람들이 보다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주차장 가는 길에는 건립 과정에서 나온 유물까지 꼼꼼하게 전시해, 이 장소가 지닌 역사성을 강조했습니다.

로테르담 시는 침체된 구도심의 상권을 회복하고, 도심 공동화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전통시장 옆에 있던 공립학교를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그 자리에 마켓홀을 짓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인터뷰> 마테이아 스타니치(로테르담시 공무원) : "원래 여기에는 2개의 학교가 있었는데, 마켓홀을 짓기 위해 다른 곳으로 학교를 옮겨야 했습니다."

마켓홀을 설계한 곳은 네덜란드의 건축 스튜디오 엠브이알디브이(mvrdv).

광장과 전통시장, 그리고 새로운 건축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고민하던 끝에 아치형의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왔습니다.

마켓홀은 개장 전부터 세계 건축계의 주목을 받았고, 올해 네덜란드 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인터뷰> 이교석(mvrdv 건축가) : "단순히 여러가지 상업시설, 주거시설이 수직적으로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창문을 통해 소통하고 시선이 트여짐에 따라 새로운 도시적 풍경이 만들어지는게 가장 중요한 설계의 주안점 중 하나였습니다."

지하주차장 건립비는 로테르담 시가 투자했습니다.

민간 개발사는 아파트 분양과 임대 수익 등으로 건물을 유지합니다.

시 정부의 관심은 도시의 전통을 지키면서 광장을 살려내는 것입니다.

<인터뷰> 마테이아 스타니치(로테르담시 공무원) : "마켓홀은 도심 발전과 주변 환경에 매우 중요합니다. 마켓홀은 도시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도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전통을 지켜내는 것.

그 어려운 숙제를 로테르담시는 혁신적인 공공건축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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