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이 끌어주고 ‘베테랑’이 밀어주고…경쟁보다 협력

입력 2015.08.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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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쌍 천만 영화'는 '암살'과 '베테랑'이라는 두 영화가 대박영화의 흥행 요인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흥미를 줬기에 가능했다.

그동안 탄생한 '천만 영화'에도 1∼2주 시간 차를 두고 개봉한 경쟁작이 함께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많았다.

역대 최고 흥행작 '명량'(1천761만명)에는 '군도-민란의 시대'(477만명)와 '해적'(866만명)이 앞뒤로 붙어 있었고, '겨울왕국'에는 '수상한 그녀'(865만명)가 뒤따랐다.

'7번방의 선물'(1천281만명)과 '베를린'(716만명)도 함께 달렸고 '도둑들'(1천298만명)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90만명)와, '아바타'(1천362만명)는 '전우치'(613만명)와, '해운대'(1천145만명)는 '국가대표'(848만명)와 함께였다.

이는 멀티플렉스 극장이 중심에 있는 국내 영화시장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대작이나 화제작이 하나 나오면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어나고 그러다 보면 다른 영화도 자연스럽게 손님을 더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여가를 극장에서 보내기로 한 이런 관객은 흔히 박스오피스 앞에 서서 많은 스크린을 차지한 '대세 영화'를 하나 찍어 보기 마련이다.

'암살'과 '베테랑'도 수혜자가 됐다.

지난달 22일 먼저 개봉한 '암살'이 앞장서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극장으로 손님들을 불러모았고 이달 5일 개봉한 '베테랑'이 연이어 터지면서 영화시장을 뒤에서 받치고 나아가고 있다.

특히 두 영화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지닌 덕에 관객들을 갈라 가져간 것이 아니라 서로 공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두 영화는 먼저 '통쾌함'이라는 면에서 통한다.

'암살'은 친일파를 처단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광복 70주년이 되도록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국민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줬고, '베테랑'은 서민은 안중에도 없는 재벌을 처단하는 이야기를 통해 국민에게 시원함을 안겼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베테랑'에 대해 "서민의 눈높이에서 사회 비판적 시선으로 재벌을 대하면서 일반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며 "단순한 오락영화를 뛰어넘어 큰 즐거움을 줬다"고 평했다.

'암살'은 전지현·하정우·이정재, '베테랑'은 유아인·황정민 등 양쪽 모두 멋진 충무로 톱스타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공유한다.

반면 스타일 면에서 두 영화는 겹치지 않는다.

'암살'은 역사를 조명하며 묵직한 감동을 그려내는 데, '베테랑'은 현재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통해 흥을 안기는 데 집중한다.

제작 측면에서도 두 영화는 닮은 듯 다르다.

두 영화는 부부 영화인이 합심해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암살'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부인은 제작사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이며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을 만든 제작사 외유내강은 류 감독의 부인인 강혜정 대표가 이끌고 있다.

남편은 영화 자체에 집중해 한 편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연출을, 아내는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살림살이를 하는 제작을 맡아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반면 두 감독의 스타일과 걸어온 여정은 다르다.

최 감독은 그의 제작사 이름 그대로 '케이퍼 무비'(도둑이나 사기꾼들이 모여 범죄를 모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장르 영화)에 강점을 둔다.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 살린 매끈한 영화로 '흥행 불패' 신화를 일궜다.

장편영화라고는 단 5편을 만들었을 뿐이지만, 그중 2편이 천만 영화이고 하나같이 흥행에 성공해 5편의 관객 수를 모두 합하면 4천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류 감독은 무성영화와 홍콩영화를 보고 자라난 충무로의 대표적 '액션 키드'로서 액션 영화가 강점이다.

그만의 독특한 액션 스타일을 쌓아 왔지만, '대박'과는 인연이 크게 닿지 않았고 흥행에 참패한 작품도 여럿이다.

남북한 첩보요원들의 싸움을 그린 대작 '베를린'으로도 오르지 못한 천만 고지를 그는 자신의 액션 스타일의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받는 '베테랑'으로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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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살’이 끌어주고 ‘베테랑’이 밀어주고…경쟁보다 협력
    • 입력 2015-08-29 10:52:28
    연합뉴스
사상 첫 '쌍 천만 영화'는 '암살'과 '베테랑'이라는 두 영화가 대박영화의 흥행 요인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흥미를 줬기에 가능했다. 그동안 탄생한 '천만 영화'에도 1∼2주 시간 차를 두고 개봉한 경쟁작이 함께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많았다. 역대 최고 흥행작 '명량'(1천761만명)에는 '군도-민란의 시대'(477만명)와 '해적'(866만명)이 앞뒤로 붙어 있었고, '겨울왕국'에는 '수상한 그녀'(865만명)가 뒤따랐다. '7번방의 선물'(1천281만명)과 '베를린'(716만명)도 함께 달렸고 '도둑들'(1천298만명)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90만명)와, '아바타'(1천362만명)는 '전우치'(613만명)와, '해운대'(1천145만명)는 '국가대표'(848만명)와 함께였다. 이는 멀티플렉스 극장이 중심에 있는 국내 영화시장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대작이나 화제작이 하나 나오면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어나고 그러다 보면 다른 영화도 자연스럽게 손님을 더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여가를 극장에서 보내기로 한 이런 관객은 흔히 박스오피스 앞에 서서 많은 스크린을 차지한 '대세 영화'를 하나 찍어 보기 마련이다. '암살'과 '베테랑'도 수혜자가 됐다. 지난달 22일 먼저 개봉한 '암살'이 앞장서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극장으로 손님들을 불러모았고 이달 5일 개봉한 '베테랑'이 연이어 터지면서 영화시장을 뒤에서 받치고 나아가고 있다. 특히 두 영화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지닌 덕에 관객들을 갈라 가져간 것이 아니라 서로 공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두 영화는 먼저 '통쾌함'이라는 면에서 통한다. '암살'은 친일파를 처단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광복 70주년이 되도록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국민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줬고, '베테랑'은 서민은 안중에도 없는 재벌을 처단하는 이야기를 통해 국민에게 시원함을 안겼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베테랑'에 대해 "서민의 눈높이에서 사회 비판적 시선으로 재벌을 대하면서 일반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며 "단순한 오락영화를 뛰어넘어 큰 즐거움을 줬다"고 평했다. '암살'은 전지현·하정우·이정재, '베테랑'은 유아인·황정민 등 양쪽 모두 멋진 충무로 톱스타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공유한다. 반면 스타일 면에서 두 영화는 겹치지 않는다. '암살'은 역사를 조명하며 묵직한 감동을 그려내는 데, '베테랑'은 현재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통해 흥을 안기는 데 집중한다. 제작 측면에서도 두 영화는 닮은 듯 다르다. 두 영화는 부부 영화인이 합심해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암살'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부인은 제작사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이며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을 만든 제작사 외유내강은 류 감독의 부인인 강혜정 대표가 이끌고 있다. 남편은 영화 자체에 집중해 한 편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연출을, 아내는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살림살이를 하는 제작을 맡아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반면 두 감독의 스타일과 걸어온 여정은 다르다. 최 감독은 그의 제작사 이름 그대로 '케이퍼 무비'(도둑이나 사기꾼들이 모여 범죄를 모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장르 영화)에 강점을 둔다.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 살린 매끈한 영화로 '흥행 불패' 신화를 일궜다. 장편영화라고는 단 5편을 만들었을 뿐이지만, 그중 2편이 천만 영화이고 하나같이 흥행에 성공해 5편의 관객 수를 모두 합하면 4천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류 감독은 무성영화와 홍콩영화를 보고 자라난 충무로의 대표적 '액션 키드'로서 액션 영화가 강점이다. 그만의 독특한 액션 스타일을 쌓아 왔지만, '대박'과는 인연이 크게 닿지 않았고 흥행에 참패한 작품도 여럿이다. 남북한 첩보요원들의 싸움을 그린 대작 '베를린'으로도 오르지 못한 천만 고지를 그는 자신의 액션 스타일의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받는 '베테랑'으로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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