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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삶이었습니다” 품위있게 죽음 끌어안은 거목들
입력 2015.08.29 (16:49) 수정 2015.08.29 (16:55) 연합뉴스
▲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왼쪽) / 올리버 색스 교수(오른쪽) [사진 = 연합뉴스]


"멋진 삶이었습니다. 수천 명의 친구를 사귀었고, 신나고 흥미진진하고 기쁜 삶을 살았습니다."

이달 초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91)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때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에게 간암이 뇌로 전이됐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시한부 판정을 알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치매를 앓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은 서면발표를 택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예의 그 사람 좋은 웃음으로 몰려든 취재진을 맞았다. 여유 있는 얼굴로 때론 농담도 섞어가며 불과 보름 전 알게 된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

그는 "이제 무슨 일이 닥쳐오든 완전히 편안하다"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이제 신의 손에 달려 있다고 느낀다"고도 했다.

손자인 제이슨(40)은 늘 솔직한 걸 좋아하던 할아버지가 평소와 다름없는 방식으로 숨김없이 투병사실을 알린 것이라고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퇴임 후 카터재단을 세워 세계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증진을 위해 애써온 카터 전 대통령이 임박한 죽음을 알리며 남은 생에도 할 수 있는 만큼의 활동을 하겠다고 밝히자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품위 있는 전직 대통령의 귀감'이라고 치켜세웠다.

NYT도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퇴임 후 가장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여준 카터 전 대통령의 행보와 일치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 사흘 뒤, 퇴임 후 30여 년간 성경을 가르쳐온 주일학교 강단에 섰다. 평소 40명 정도가 카터 전 대통령의 성경교실에 참석했지만, 이날은 700여 명이 몰렸다.

앞서 올해 2월에는 미국의 저명한 신경과 전문의 올리버 색스(81)가 NYT 기고문을 통해 자신의 임박한 죽음을 알리며 여생에 임하는 태도를 고백해 감동을 줬다.

색스는 쉽게 비정상으로 치부돼버리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삶을 애정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그들의 특별한 재능을 아름다운 언어로 기록해온 '의학계의 시인'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등의 저서로 한국 독자에게도 친숙하다.

뉴욕대 의대 신경학과 교수인 색스는 "남은 몇 개월을 어떻게 살지는 내게 달렸습니다. 풍성하고 깊고 생산적으로 살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정을 깊게 하고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더 많이 쓰고 여행하면서 인식과 통찰력의 새 지평에 다다르려 합니다"라고 다짐했다.

색스는 "사람이 죽으면 채워질 수 없는 구멍을 남깁니다. 모든 인간이 자신만의 길을 찾고 자신만의 삶을 살다가 자신만의 죽음을 맞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지요"라고 털어놨다.

이어 "두려움이 없는 척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강한 느낌은 고마움입니다. 저는 사랑했고, 사랑받았습니다. 많은 걸 받았고 돌려주었습니다"라면서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저는 지각이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고 이는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라고 기고문을 맺었다.

'마지막 강의'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대중과 나눈 40대의 교수도 있었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낙천적이고 열정이 가득한 고별 강의로 대중의 심금을 울렸던 미국 카네기멜런대 랜디 포시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포시 교수는 47세로 세상을 떠나기 9개월 전인 2007년 9월 학생과 동료 교수 400여 명 앞에서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강의'를 했다.

그는 자신의 일생이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존재합니다. 장벽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입니다"라며 용기를 북돋웠다.

그의 강의 모습은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올라 수백만 명에게 감동을 줬다. 한국에도 '마지막 강의'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삶의 소중함을 나누고자 했던 이들 가운데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주인공 모리 슈워츠 교수를 빼놓을 수 없다.

루게릭병 판정을 받은 슈워츠 교수는 제자인 작가 미치 앨봄에게 인생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일러줬다. 앨봄이 노교수의 '인생수업'을 받아적어 1997년 출간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40여 개 언어로 번역돼 1천400만 부가 팔려나가며 세계인의 가슴을 적셨다.
  • “멋진 삶이었습니다” 품위있게 죽음 끌어안은 거목들
    • 입력 2015-08-29 16:49:35
    • 수정2015-08-29 16: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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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왼쪽) / 올리버 색스 교수(오른쪽) [사진 = 연합뉴스]


"멋진 삶이었습니다. 수천 명의 친구를 사귀었고, 신나고 흥미진진하고 기쁜 삶을 살았습니다."

이달 초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91)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때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에게 간암이 뇌로 전이됐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시한부 판정을 알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치매를 앓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은 서면발표를 택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예의 그 사람 좋은 웃음으로 몰려든 취재진을 맞았다. 여유 있는 얼굴로 때론 농담도 섞어가며 불과 보름 전 알게 된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

그는 "이제 무슨 일이 닥쳐오든 완전히 편안하다"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이제 신의 손에 달려 있다고 느낀다"고도 했다.

손자인 제이슨(40)은 늘 솔직한 걸 좋아하던 할아버지가 평소와 다름없는 방식으로 숨김없이 투병사실을 알린 것이라고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퇴임 후 카터재단을 세워 세계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증진을 위해 애써온 카터 전 대통령이 임박한 죽음을 알리며 남은 생에도 할 수 있는 만큼의 활동을 하겠다고 밝히자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품위 있는 전직 대통령의 귀감'이라고 치켜세웠다.

NYT도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퇴임 후 가장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여준 카터 전 대통령의 행보와 일치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 사흘 뒤, 퇴임 후 30여 년간 성경을 가르쳐온 주일학교 강단에 섰다. 평소 40명 정도가 카터 전 대통령의 성경교실에 참석했지만, 이날은 700여 명이 몰렸다.

앞서 올해 2월에는 미국의 저명한 신경과 전문의 올리버 색스(81)가 NYT 기고문을 통해 자신의 임박한 죽음을 알리며 여생에 임하는 태도를 고백해 감동을 줬다.

색스는 쉽게 비정상으로 치부돼버리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삶을 애정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그들의 특별한 재능을 아름다운 언어로 기록해온 '의학계의 시인'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등의 저서로 한국 독자에게도 친숙하다.

뉴욕대 의대 신경학과 교수인 색스는 "남은 몇 개월을 어떻게 살지는 내게 달렸습니다. 풍성하고 깊고 생산적으로 살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정을 깊게 하고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더 많이 쓰고 여행하면서 인식과 통찰력의 새 지평에 다다르려 합니다"라고 다짐했다.

색스는 "사람이 죽으면 채워질 수 없는 구멍을 남깁니다. 모든 인간이 자신만의 길을 찾고 자신만의 삶을 살다가 자신만의 죽음을 맞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지요"라고 털어놨다.

이어 "두려움이 없는 척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강한 느낌은 고마움입니다. 저는 사랑했고, 사랑받았습니다. 많은 걸 받았고 돌려주었습니다"라면서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저는 지각이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고 이는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라고 기고문을 맺었다.

'마지막 강의'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대중과 나눈 40대의 교수도 있었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낙천적이고 열정이 가득한 고별 강의로 대중의 심금을 울렸던 미국 카네기멜런대 랜디 포시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포시 교수는 47세로 세상을 떠나기 9개월 전인 2007년 9월 학생과 동료 교수 400여 명 앞에서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강의'를 했다.

그는 자신의 일생이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존재합니다. 장벽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입니다"라며 용기를 북돋웠다.

그의 강의 모습은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올라 수백만 명에게 감동을 줬다. 한국에도 '마지막 강의'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삶의 소중함을 나누고자 했던 이들 가운데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주인공 모리 슈워츠 교수를 빼놓을 수 없다.

루게릭병 판정을 받은 슈워츠 교수는 제자인 작가 미치 앨봄에게 인생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일러줬다. 앨봄이 노교수의 '인생수업'을 받아적어 1997년 출간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40여 개 언어로 번역돼 1천400만 부가 팔려나가며 세계인의 가슴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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