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국민 목소리 안 들리나?” 아베 향한 일 국민 분노

입력 2015.09.06 (00:02) 수정 2015.09.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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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
- 일본 최대규모 항의집회

지난 일요일인 8월 30일 오후 도쿄 국회 앞에선 아베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참의원에서 최종심의 중인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연합집회였는데요. 집회 참가자들이 국회 앞 왕복 10차선 도로를 가득 메우고 국회 건물 전체를 완전히 둘러쌀 만큼 많이 모였습니다. 주최측 발표론 12만명 규모였는데 중년의 한 참가자는 수십년만에 도쿄에서 가장 많이 모인 역사적 집회라고 말했습니다.

집회현장엔 아베 정권을 향한 분노감이 가득했습니다. “전쟁법안 반대”와 함께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외친 구호는 “아베정권 퇴진”이었습니다. 40대 한 주부는 단호한 목소리로 “아베 총리에게 분노에 찬 국민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시민여론이 마침내 아베정권의 퇴진 요구까지 이어진 격앙된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취재 현장일본 취재 현장


그런데 현장에서 취재진이 중요하게 느낀 한가지 사실은 일본사회의 여론형성, 특히 언론의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강한 불신감이었습니다. 취재진이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국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우려했습니다. 외국 언론사인 취재진에게 “이번 집회를 제대로 전해 주세요”라고 당부하는 목소리도 여러차례 들었습니다.

그 배경엔 안보법안 통과가 결국 일본을 다시 전쟁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이란 위기감, 그리고 법안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여론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신감이 컸습니다. 실제로 집회가 끝난 뒤 일본 각 언론사의 보도를 보면 집회 의미를 애써 축소해 전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또 보통 대형뉴스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헬기 등의 공중촬영 화면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아베 정부 출범 후 가장 규모가 큰 시민집회의 의미를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언론보도였습니다.

성명 발표 현장성명 발표 현장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26일 일본 전국의 백여개 대학 교수와 교직원들이 ‘안보법안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학자가 한 발언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일본 전국에서 지금까지 전례가 없을 만큼 많은 단체들이 참여해 광범위한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대부분 언론에선 그 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과거 일본이 전쟁의 광풍 속으로 달려갈 때도 언론의 침묵과 동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뼈아픈 지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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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국민 목소리 안 들리나?” 아베 향한 일 국민 분노
    • 입력 2015-09-06 00:02:30
    • 수정2015-09-06 16:33:15
    취재후·사건후
“국민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 - 일본 최대규모 항의집회 지난 일요일인 8월 30일 오후 도쿄 국회 앞에선 아베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참의원에서 최종심의 중인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연합집회였는데요. 집회 참가자들이 국회 앞 왕복 10차선 도로를 가득 메우고 국회 건물 전체를 완전히 둘러쌀 만큼 많이 모였습니다. 주최측 발표론 12만명 규모였는데 중년의 한 참가자는 수십년만에 도쿄에서 가장 많이 모인 역사적 집회라고 말했습니다. 집회현장엔 아베 정권을 향한 분노감이 가득했습니다. “전쟁법안 반대”와 함께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외친 구호는 “아베정권 퇴진”이었습니다. 40대 한 주부는 단호한 목소리로 “아베 총리에게 분노에 찬 국민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시민여론이 마침내 아베정권의 퇴진 요구까지 이어진 격앙된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취재 현장
그런데 현장에서 취재진이 중요하게 느낀 한가지 사실은 일본사회의 여론형성, 특히 언론의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강한 불신감이었습니다. 취재진이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국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우려했습니다. 외국 언론사인 취재진에게 “이번 집회를 제대로 전해 주세요”라고 당부하는 목소리도 여러차례 들었습니다. 그 배경엔 안보법안 통과가 결국 일본을 다시 전쟁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이란 위기감, 그리고 법안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여론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신감이 컸습니다. 실제로 집회가 끝난 뒤 일본 각 언론사의 보도를 보면 집회 의미를 애써 축소해 전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또 보통 대형뉴스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헬기 등의 공중촬영 화면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아베 정부 출범 후 가장 규모가 큰 시민집회의 의미를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언론보도였습니다.
성명 발표 현장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26일 일본 전국의 백여개 대학 교수와 교직원들이 ‘안보법안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학자가 한 발언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일본 전국에서 지금까지 전례가 없을 만큼 많은 단체들이 참여해 광범위한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대부분 언론에선 그 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과거 일본이 전쟁의 광풍 속으로 달려갈 때도 언론의 침묵과 동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뼈아픈 지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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