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話] 중국의 항일 승전 70주년 기념식이 남긴 것

입력 2015.09.06 (11:24) 수정 2015.09.0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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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중국의 현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해 11월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나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렸던 제15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사회주의 중국의 맨얼굴이다.

통제통제


그 첫 번째로 다가온 것은 우리나라 7,80년대를 연상시키는 철통같은 행사장 ‘경계’와 ‘동원 체제’다. 전승절 열병식 행사가 열리기 이틀 전인 지난 1일, 천안문(天安門) 광장을 찾았다. 전날 비가 내린데 이어 이날도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였다. 광장 곳곳에 총을 든 군인과 무장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었다. 전승절 열병식이 열릴 천안문 광장은 이미 폐쇄가 됐다. 평소 같으면 자금성과 천안문 광장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을 테지만 오히려 경계 병력이 더 많게 느껴졌다. 광장으로 통하는 길목엔 안전 검사대가 설치돼 모든 출입자의 소지품을 철저히 검색했다. 이 검색대를 통과해 행사장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은 인민대회당 뒤편까지 뿐이었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더 이상의 접근은 허용되지 않았다. 모처럼 광장을 찾았을 관광객들은 그 곳에서 천안문 성루를 향해 셀카를 찍는데 만족해야 했다. 자금성으로 통하는 천안문은 이미 폐쇄됐고, 인근 버스 정류장에도 무장 경찰들이 배치돼 위압감을 더했다. 치안을 돕는 자원봉사자들도 무려 85만 명이나 동원됐다. 행사장 부근 지하철역에도 탑승객 모두를 대상으로 공항 안전 검사 수준의 엄격한 검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불편에도 시민들은 대부분 순순히 검색에 협조하는 분위기였다. 천안문과 가까운 베이징 중심 최대 상권인 왕푸징(王府井)에도 물 샐 틈 없는 경계가 이뤄졌다. 왕푸징 입구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동원된 경찰들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식판을 들고 긴 줄을 서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버스에서는 탐색 견까지 눈에 띠었다. 철통 경계를 실감나게 하는 건 ‘상가 봉쇄’다. 유명 해외 고가 브랜드 상점뿐만 아니라 대형 쇼핑몰 입구에는 긴 철조망 울타리가 설치돼 행인들의 출입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그곳에서 만난 치안 자원봉사자는 열병식 때문에 상가가 폐쇄됐다며 상가 안에는 이미 군인들이 들어가 지키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잠긴 상가 건물 안까지도 무장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셈이다. 왕푸징의 자그마한 상점이나 음식점들도 일제히 철시했다. 봉인까지 해 놓아 주인이 맘대로 문을 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도로 곳곳에는 길게 늘어선 군용 트럭과 동원된 군인이 행렬을 이뤄 행진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계엄 상황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열병식 행사가 가까워지면서 경계수위와 범위는 더욱 확대됐다. 왕푸징과 2-3km 떨어져 있는 용안리(永安里) 지하철 역 부근에는 많은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 LG 쌍둥이 건물과 SK 건물도 들어서 있는 곳이다. 또 바로 인근에 ‘궈마오’(國貿)에는 중국 국제무역 센터를 비롯해 초고층 건물이 즐비해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모두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무장경찰과 일반 경찰이 천안문으로 이어지는 창안로(長安路) 경계를 위해 도열해 섰다. KBS를 비롯한 한국의 방송사 지국이 입주해 있는 외교 단지에도 행사당일은 물론 전날부터 베란다에 나오지 말고 창문도 열지 말라는 공고가 나붙었다. 실제로 KBS 지국에도 행사 전날 오후인데도 경찰이 몇 차례 다녀갔다. 한번은 베란다에 나오지 말라는 경고를 했고 그 뒤에는 창문이 열려있다며 닫으라고 올라왔다. 밤에는 커튼을 내리라며 또다시 찾아왔다. 나중에는 우리 지국 사무실 앞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검은색 제복의 특경(特警)이 전담 배치돼 밤새 감시했다. 열병식 행사 당일 오전 사무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살짝 열었지만 그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또다시 경찰이 달려왔다. 경찰이 건물 밖에서 외교단지 건물만 노려보며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행사장과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지국 사무실이 이 정도의 감시를 받았으니 다른 사무실 사정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갈 정도다. 중국 SNS에서는 무장 경찰들이 행사장 인근 오피스 건물에 들어가 사무실 집기를 검사해 가위나 칼 같은 흉기(?)는 모두 회수해 갔다는 얘기가 사진과 함께 나돌고 있었다. 경찰 탐지견도 동원됐다. 한 대학에서는 대학 강사들이 행사당일 시내에 나가지 말고 오해 받을 만한 물건을 들고 다니지 말라는 친절(?)한 안내를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일러주었다. 행사 전날부터 창안로가 전면 통제되면서 이동도 쉽지 않았다. 통제는 전승절 열병식 행사가 모두 마무리된 3일 오후, 동원된 탱크 부대가 철수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무선 인터넷도 차단돼 외부와의 연락도 쉽지 않았다.

전승절 공중쇼전승절 공중쇼


열병식이 열리는 던 날 쪽빛 가을 하늘은 창공을 가르는 군용기의 공중 쇼를 더욱 훌륭하게 빛내주었다. 하지만 그 파란 하늘 뒤에는 사실 수많은 통제가 있었다. 열병식 '블루'를 위해 보름간 차량 홀짝제를 시행하고 베이징 주변 만 2천여 개의 공장이 가동을 중지했다. 먼지가 날리는 공사도 모두 중지시켰다.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행사당일 임시 공휴일로 정해 업무를 중지시켰다. 사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공해 유발 요소를 모두 제거한 셈이다. 평소에는 눈에 드러나지 않는 ‘통제사회 중국’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일은 이런 통제 사회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반응이다.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는 시민이 의외로 많았다. 너무나 익숙해져있는 모습이다.

■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전한 메시지는?

박 대통령-시진핑 주석박 대통령-시진핑 주석


이번 열병식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또 다른 모습은 중국의 ‘친한원조’(親韓遠朝·한국을 가까이하고 북한을 멀리한다)의 일면이다. 열병식 기간 내내 전통적 우방인 북한의 존재감을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었다. 과거와 달라진 지금 중국의 모습이다. 중국 언론은 두 명의 한국인이 열병식의 체면을 세워줬다는 보도가 많았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퍄오다제’(朴大姐, 박근혜 큰누님)로, 반기문 총장은 ‘하오펑요’(好朋友, 좋은 친구)로 중국인들 사이에서 친밀감의 대상이다. 특히나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사에 축하를 위해 찾아준 친구가 고마운 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 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각별히 챙긴 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이 도착하자마자 단독 오찬을 초대한 일이나 곧이어 리커창 총리를 연쇄적으로 면담한 일은 많이 알려진 일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열병식 당일 성루에 오르기 전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 등이 함께 시진핑 주석 부부와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였다. 모두가 자리를 잡고 촬영 대형이 갖춰질 무렵, 시진핑 주석이 왼쪽 누군가에게 가까이 오라며 손짓을 하는 모습이 CCTV 카메라에 잡혔다. 시 주석이 또다시 곁에 있던 의전국 친강(秦剛) 사장에게 지시해 모셔오도록 했고 펑리위안 여사 곁에 박 대통령이 자리하도록 배려했다. 참석한 세계 각국 정상들과 북한의 최룡해 비서도 있었지만 시진핑 주석은 별로 이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박 대통령을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성루에 오를 때는 시진핑 주석이 오른쪽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왼편에는 박 대통령과 함께 걸으면서 친밀감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걸으면서도 박대통령을 많이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특히나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붉은 양탄자를 걸으면서 성루 계단에 가까이 오자 “계단이 몇 개 있다”고 세심하게 말하는가하면 계단에 오를 땐 “그래도 열병식에 참가하는 병사들 보다는 낫다”는 말로 이해를 구했다. 성루에 올라서도 전담 안내원이 박 대통령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곁으로 친절하게 안내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에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는 오른쪽 끝자리에 앉아 북한의 빈객을 대하는 중국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반기문 총장반기문 총장


중국의 언론들은 그 뒤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는가 하면 반기문 총장이 열병식 참석을 문제 삼는 일본의 항의를 반박하는 내용을 여러 차례 보도했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열병식은 확연히 달라진 한중, 북중관계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도 있지만 이 기회를 우리의 안보와 관광, 수출로 이어지게 하는 다방면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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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06 11:24:39
    • 수정2015-09-06 15: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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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중국의 현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해 11월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나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렸던 제15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사회주의 중국의 맨얼굴이다.

통제


그 첫 번째로 다가온 것은 우리나라 7,80년대를 연상시키는 철통같은 행사장 ‘경계’와 ‘동원 체제’다. 전승절 열병식 행사가 열리기 이틀 전인 지난 1일, 천안문(天安門) 광장을 찾았다. 전날 비가 내린데 이어 이날도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였다. 광장 곳곳에 총을 든 군인과 무장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었다. 전승절 열병식이 열릴 천안문 광장은 이미 폐쇄가 됐다. 평소 같으면 자금성과 천안문 광장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을 테지만 오히려 경계 병력이 더 많게 느껴졌다. 광장으로 통하는 길목엔 안전 검사대가 설치돼 모든 출입자의 소지품을 철저히 검색했다. 이 검색대를 통과해 행사장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은 인민대회당 뒤편까지 뿐이었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더 이상의 접근은 허용되지 않았다. 모처럼 광장을 찾았을 관광객들은 그 곳에서 천안문 성루를 향해 셀카를 찍는데 만족해야 했다. 자금성으로 통하는 천안문은 이미 폐쇄됐고, 인근 버스 정류장에도 무장 경찰들이 배치돼 위압감을 더했다. 치안을 돕는 자원봉사자들도 무려 85만 명이나 동원됐다. 행사장 부근 지하철역에도 탑승객 모두를 대상으로 공항 안전 검사 수준의 엄격한 검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불편에도 시민들은 대부분 순순히 검색에 협조하는 분위기였다. 천안문과 가까운 베이징 중심 최대 상권인 왕푸징(王府井)에도 물 샐 틈 없는 경계가 이뤄졌다. 왕푸징 입구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동원된 경찰들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식판을 들고 긴 줄을 서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버스에서는 탐색 견까지 눈에 띠었다. 철통 경계를 실감나게 하는 건 ‘상가 봉쇄’다. 유명 해외 고가 브랜드 상점뿐만 아니라 대형 쇼핑몰 입구에는 긴 철조망 울타리가 설치돼 행인들의 출입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그곳에서 만난 치안 자원봉사자는 열병식 때문에 상가가 폐쇄됐다며 상가 안에는 이미 군인들이 들어가 지키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잠긴 상가 건물 안까지도 무장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셈이다. 왕푸징의 자그마한 상점이나 음식점들도 일제히 철시했다. 봉인까지 해 놓아 주인이 맘대로 문을 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도로 곳곳에는 길게 늘어선 군용 트럭과 동원된 군인이 행렬을 이뤄 행진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계엄 상황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열병식 행사가 가까워지면서 경계수위와 범위는 더욱 확대됐다. 왕푸징과 2-3km 떨어져 있는 용안리(永安里) 지하철 역 부근에는 많은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 LG 쌍둥이 건물과 SK 건물도 들어서 있는 곳이다. 또 바로 인근에 ‘궈마오’(國貿)에는 중국 국제무역 센터를 비롯해 초고층 건물이 즐비해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모두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무장경찰과 일반 경찰이 천안문으로 이어지는 창안로(長安路) 경계를 위해 도열해 섰다. KBS를 비롯한 한국의 방송사 지국이 입주해 있는 외교 단지에도 행사당일은 물론 전날부터 베란다에 나오지 말고 창문도 열지 말라는 공고가 나붙었다. 실제로 KBS 지국에도 행사 전날 오후인데도 경찰이 몇 차례 다녀갔다. 한번은 베란다에 나오지 말라는 경고를 했고 그 뒤에는 창문이 열려있다며 닫으라고 올라왔다. 밤에는 커튼을 내리라며 또다시 찾아왔다. 나중에는 우리 지국 사무실 앞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검은색 제복의 특경(特警)이 전담 배치돼 밤새 감시했다. 열병식 행사 당일 오전 사무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살짝 열었지만 그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또다시 경찰이 달려왔다. 경찰이 건물 밖에서 외교단지 건물만 노려보며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행사장과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지국 사무실이 이 정도의 감시를 받았으니 다른 사무실 사정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갈 정도다. 중국 SNS에서는 무장 경찰들이 행사장 인근 오피스 건물에 들어가 사무실 집기를 검사해 가위나 칼 같은 흉기(?)는 모두 회수해 갔다는 얘기가 사진과 함께 나돌고 있었다. 경찰 탐지견도 동원됐다. 한 대학에서는 대학 강사들이 행사당일 시내에 나가지 말고 오해 받을 만한 물건을 들고 다니지 말라는 친절(?)한 안내를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일러주었다. 행사 전날부터 창안로가 전면 통제되면서 이동도 쉽지 않았다. 통제는 전승절 열병식 행사가 모두 마무리된 3일 오후, 동원된 탱크 부대가 철수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무선 인터넷도 차단돼 외부와의 연락도 쉽지 않았다.

전승절 공중쇼


열병식이 열리는 던 날 쪽빛 가을 하늘은 창공을 가르는 군용기의 공중 쇼를 더욱 훌륭하게 빛내주었다. 하지만 그 파란 하늘 뒤에는 사실 수많은 통제가 있었다. 열병식 '블루'를 위해 보름간 차량 홀짝제를 시행하고 베이징 주변 만 2천여 개의 공장이 가동을 중지했다. 먼지가 날리는 공사도 모두 중지시켰다.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행사당일 임시 공휴일로 정해 업무를 중지시켰다. 사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공해 유발 요소를 모두 제거한 셈이다. 평소에는 눈에 드러나지 않는 ‘통제사회 중국’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일은 이런 통제 사회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반응이다.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는 시민이 의외로 많았다. 너무나 익숙해져있는 모습이다.

■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전한 메시지는?

박 대통령-시진핑 주석


이번 열병식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또 다른 모습은 중국의 ‘친한원조’(親韓遠朝·한국을 가까이하고 북한을 멀리한다)의 일면이다. 열병식 기간 내내 전통적 우방인 북한의 존재감을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었다. 과거와 달라진 지금 중국의 모습이다. 중국 언론은 두 명의 한국인이 열병식의 체면을 세워줬다는 보도가 많았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퍄오다제’(朴大姐, 박근혜 큰누님)로, 반기문 총장은 ‘하오펑요’(好朋友, 좋은 친구)로 중국인들 사이에서 친밀감의 대상이다. 특히나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사에 축하를 위해 찾아준 친구가 고마운 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 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각별히 챙긴 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이 도착하자마자 단독 오찬을 초대한 일이나 곧이어 리커창 총리를 연쇄적으로 면담한 일은 많이 알려진 일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열병식 당일 성루에 오르기 전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 등이 함께 시진핑 주석 부부와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였다. 모두가 자리를 잡고 촬영 대형이 갖춰질 무렵, 시진핑 주석이 왼쪽 누군가에게 가까이 오라며 손짓을 하는 모습이 CCTV 카메라에 잡혔다. 시 주석이 또다시 곁에 있던 의전국 친강(秦剛) 사장에게 지시해 모셔오도록 했고 펑리위안 여사 곁에 박 대통령이 자리하도록 배려했다. 참석한 세계 각국 정상들과 북한의 최룡해 비서도 있었지만 시진핑 주석은 별로 이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박 대통령을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성루에 오를 때는 시진핑 주석이 오른쪽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왼편에는 박 대통령과 함께 걸으면서 친밀감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걸으면서도 박대통령을 많이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특히나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붉은 양탄자를 걸으면서 성루 계단에 가까이 오자 “계단이 몇 개 있다”고 세심하게 말하는가하면 계단에 오를 땐 “그래도 열병식에 참가하는 병사들 보다는 낫다”는 말로 이해를 구했다. 성루에 올라서도 전담 안내원이 박 대통령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곁으로 친절하게 안내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에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는 오른쪽 끝자리에 앉아 북한의 빈객을 대하는 중국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반기문 총장


중국의 언론들은 그 뒤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는가 하면 반기문 총장이 열병식 참석을 문제 삼는 일본의 항의를 반박하는 내용을 여러 차례 보도했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열병식은 확연히 달라진 한중, 북중관계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도 있지만 이 기회를 우리의 안보와 관광, 수출로 이어지게 하는 다방면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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